난 네이버나 네이트를 잘하지 않는데, 어쩌다 거기 들어가보면, 우리 나라가 우파 사회라는 사실을 온 몸이 찌릿할 정도로 전율을 느끼며 실감하게 된다. 하긴 뭐 여기 알라디너들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뻔히 보이는데도 귀 닫고 눈 감았는지, 글은 그럴싸하게 쓰면서 박근혜 잘한다는 우파도 있다만,

 

여하튼  저 포털 기사 댓글중 정부에 비판하는 댓글 올라오면, 득달같이 좌파의 피해의식이라는 둥 좌좀이라는 둥하는 댓글의 답글이 뜨는 거 보면, 그래 그냥 우파사회에서 잘 살아 남는 법이나 터득하자라는 굳은 결심과 함께 우파 사회에서 좌파로 사는 처세술을 열심히 궁리 하게 된다.

 

그런데, 참 알 수 없는 것 중하나가 좌파에 대한 우파에 개념이 잘 못 되었다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대체로 정부를 비판하기만 하면 좌파니 좌좀이니 난리가 나는데, 우파 이 양반들 좌파에 대한 개념을 정말 알고나 좌좀, 좌좀거리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는 말이다.

 

좌파와 우파의 개념의 출발선은 예나 지금이나 경제적인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쓰게 된 계기가 누구나 다 알다시피 산업혁명 시기때 노동자들의 노동력 착취와 그 노동에 대한 댓가를 노동자들에게 지불하지 않고 얻은 이익의 대부분을 자본가들의 가지고 간, 불균형과 불평등에서 시작되었다는 그 지점에서 출발했다는 건 누구나 다 알 것이다.

 

그래서 권력과 자본을 가진 자들의 다른 편에 서서, 너희 있는자들만 가지지 말고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고 복지를 늘려 가난한 사람들을 다 같이 잘 사는 나라로 만들자라는 것이 좌파의 목적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게, 그렇게 왼편에 선 사람들 중 다수가 가진 자와 배운자였다는 것이다. 그러니 좌파의 피해의식란 말은 좀 어폐가 있다. 그들 대부분은 무엇이 옳은 것인지, 국가가, 사회가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알고 자신들이 속해 있는 곳을 마다하고 반대편에 기꺼히 동참하면서 싸워왔기에.

 

소득 불균형의 세계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좌파다라고 해도 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롤모델은 북유럽이고 북유럽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좌파 국가라고 할 수 있겠다. 북유럽 사람들의 삶, 부럽지 않나.

 

롤모델로 삼아 국가 경제가 지향해야하는데, 이상하게 우리 나라에선 월급 백이십, 백오십 받아도 아무런 불만 없이 정부의 정책에 동참하는  노인뿐만 아니라 젊은 우파들이 너무 많다. 정말 많다. 자신들의 삶이 비정규직으로 하루하루 간신히 버티고 월급 백이십 백오십 받아도, 그걸 정부의 정책과 연관짓지 못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좌좀이라고 비하하면서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왜 그들은 노예의식속에서 자신이 처한 부당한 대우가 정치적인 결과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일까.

 

며칠 전에 미국의 오바마는 최저임금을 만원이라는 정부 정책에 싸인을 했다. 수 많은 우파 경제전문가들이 부자들에게 혜택을 주어야 돈이 시장에 많이 풀려 경제가 살아난다는 조언을 듣고 정책을 수십년 고집하다가 포기하고 노동자들의 임금을 높이는 정책에 싸인을 한 것이다. 좌파 경제전문가들은 말한다. 부자들에게 돈을 움켜쥐고 시장에 돈을 푸는 게 아니고 자신이 벌어들인 돈으로 또 다른 투자처를 찾을 뿐이라고,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면 그들은 당장 사야할 물품에 소비하느냐 경제가 돌아갈 수 있다고. 적은 임금으로 그들이 소비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미국은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올리는 정책을 받아 들였다.

 

정부를 싸 잡아 비난하는 것을 무조건 좌좀이라고 비아냥 거리는 사람들에게 난, 좌파의 정의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리고 좌파란 말의 뿌리는 돈과 관련되어 있다고. 다 같이 잘 살길 바라고 최소 송파동 세모녀같은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사회가 되려면, 소득 불균형을 해소하는 게 급선무인데, 그걸 주장하는 좌파의 입장이 그렇게 비아냥거릴만큼 잘 못 된 것이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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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5-13 11:08   좋아요 0 | URL
아,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습니다. 저도 대체 왜 가난한 우리 부모님들이 부자들에게 표를 주는지 모르겠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지요. 기억의집의 이 글로 저도 좀 더 명확하게 최저임금을 올려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되네요. 잘 읽었습니다, 기억의집님.

기억의집 2014-05-15 10:58   좋아요 0 | URL
저 몰랐다가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일본 50대 이후의 저축율이 5경이래요. 5조도 아니고..일본의 최저 임금이 팔천원에서 만원대인데 돈이 안 도는게 너무 높은 저축율이라 하더군요. 그나마 최저 임금이 경젤 최소한으로 돌아가게 하나봐요. 최저임금은 정말 생각해 볼 만해요. 경영하는 입장에선 당장 불리하지만,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선 어느 정도 올리는 게 맞다고 봐요. 정 못하면 비정규직대신 정규직을 많이 뽑던가. 우리 사회는 너무 경영자들의 입장만 반영되는 것 같아요~

마립간 2014-05-13 12:20   좋아요 0 | URL
우리 나라의 좌파의 여러가지 정의 중에는 ; '친일 독재 정권에 반대하는 무리', '기득권을 유지하는 체제에 대한 반대하는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기억의집 2014-05-15 10:5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사실 돈에서 모든 게 비롯되는데.. 우리 나란 우파가 그것만 쏙 빼 먹고 사용하지요~

노이에자이트 2014-05-31 01:42   좋아요 0 | URL
요즘은 북유럽에도 극우세력들이 힘을 얻고 있더군요.외국에서 온 이들에 대한 반감이 높아가는 것은 전세계적 추세 같습니다.노르웨이에서 총기난사 사건으로 청소년들이 몰살당하기 전에 핀란드에서도 비슷한 일이 몇 번 났는데 모두 가해자가 파시즘에 물들었더군요.
 

 

그젠가 그그저껜가 알라딘 들어와 화제의 서재글 흝어보다 미국에서 입만 가지고 다니는 우리 나라 남자에 대한 분노 페이퍼를 읽었는데, 뭐랄까, 난 이분이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분이라 한국 남자들의 비뚤어진 보수성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남녀 평등의 현실을 외국과 비교해서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기혼자가 아닌 미혼자이기에 한국 남자의 가사 경험이 한정되어 있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며칠 전에 우리 나라 근로자들의 50%가 이백만원 이하라는 통계가 기사로 나왔다. 주변을 봐도 소득 이백 이하인 사람들이 많아 어느 정도는 그려려니 했는데, 막상 50%라니 하니 우리 나라 근로현실이 얼마나 열악한가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 내가 이 통계에 빗대어 말하고 싶은 것은 한 사람의 소득이 적다 보니 사실 주변 대부분의 가정이 맞벌이 가정이고, 한국에서 여성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주변 지인들을 봐도 일 끝나면 시장 봐서 애들 먹을 거 사와 옷 대충 갈아입고 밥 하고 반찬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고 일상의 (고된) 풍경이니 말이다.

 

누군 고된 몸을 이끌고 회사 갔다와서 퍼질러 쉬고 싶지 않겠는가.. 그런데 현실은 먹고 살아야하기 때문에, 낮에 살뜰히 챙겨주지 못하는 미안함에 지친 몸을 이끌고 저녁밥을 지어야하는 현실을 지켜보는 입방에서 서글프기까지 할 때가 있다. 뭐 다 그렇게 사는 거지 싶다가도.. 나의 언니가, 나의 지인이 그렇게 사는 모습을 보는 게 안스러울  정도로 가슴이 막힐 때가 많다. 맞벌이라 남편이 많이 도와준다고 하지만, 사실 두 사람 모두 같이 일 다니고 퇴근해도 남자가 자기 자식 먹일려고 전적으로 가사 노동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니 오롯히 가사 노동은 엄마의 몫이다. 일단 우리 나라에서 가사노동은 여자의 역활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그렇게 키워졌다는 데 한 몫을 했겠지만.

 

우리 나라 남자들이 가사 노동을 거의 하지 않는 이유중 하나가 음식 하나 만들어 먹을려고 해도 손이 많이 가는 번거로움에 있다. 된장찌개 하나 끓여 먹을려고 해도 감자 깍고 썰고 양파 썰고 등등. 주방에 들어와 음식을 만들지 모른다는 것이 가사 노동을 등한시 하는 주요 원인중 하나인데, 그러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마트에서 사는 인스탄트 음식도 거부하지 않고 그냥 사서 같이 먹는다. 게다가 나는 우리 아들(혹은 딸)에게 언제나 음식을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인스탄트 음식도 해서 직접 먹으라고 한다. 렌지에 이분이면 데워 먹을 수 있는 햇반도 사다 놓고 베이컨이나 소시지을 사다 놓거나 어떨 때 마트에서 파는 즉석에서 소스 뿌려 먹을 수 있는 야채도 사다 놓고 해 먹으라고 한다.

 

지금이야 엄마로서 살림하는 입장이기에, 된장찌개나 순두부찌개같은 음식들은 내가 해서 먹지만, 아이들에게 먹고 싶으면 누군가 해 달라고 하는 게 아니고, 마트에서 파는 된장찌개나 순두부 찌개같은, 인스탄트 음식 사서 먹으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인스탄트 음식의 유해성에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 나라 음식이 잔손이 많이 가서 남자가 못 해 먹는다면, 동영상의 영국남자처럼 인스탄트 음식이라도 해 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요즘 신혼 부부의 불만중 하나가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자기 아들 아침은 꼭 챙겨주라는 부탁 아닌 부탁을 한다는데, 솔직이 이건 아니다.

 

요즘 세상에 맞벌이 하는 부부가 대세고 서로 바쁜 게 대부분인데, 꼭 누구 한쪽이 한쪽을 챙겨줘야 하나?  아침밥 먹고 다니면 좋은 거지만, 요즘 세상 천지에 널린 게 편의점이고 음식점인데, 편의점에서 김밥 한 줄 사 먹을 수 있고 회사 근처 트럭에서 토스트라도 사서 간단하게 떼울 수 있는, 먹거리가 널린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여자만 가사 노동을 전적으로 해야하는 시대는 지났다. 같이 돈 버는 건 좋고, 살림은 여자가 더 많이 해야한다는 전통적인 사고 방식은 지양되어야 한다.이제 좀 전통적이고 관습적인 생활 습관은 시대에 맞춰 변해갈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우리 나라가 여전히 유교문화권이고 제사 관습이 있다보니, 본인들 제사들 지낼 줄 아들만 위하는 부모들 많은데, 요즘 끽해야 자식 한 둘 낳는 세상이고 딸 하나만으로 만족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 귀하게 자란 딸들이 자기 자식한테 희생하며 살길 바라는 부모 마음은 버려도 된다.

 

다 큰 자식 뭘 해먹던 말던, 본인이 좋아 음식을 정성껏 차리면 더 좋고 아니면 인스탄트 음식이라도 해 먹을 줄 알아야 하는 자식 혹은 아들로 키워야 한다. 아들들. 어디 가서 그게 국내든 해외든 입만 가지고 다니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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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5-13 12:33   좋아요 0 | URL
저는 남자가 돈을 벌고, 여자가 가사를 담당하는 것이 효율적인 분업이라고 생각하지만, 맞벌이라면, 가사는 반반씩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가치관에 맞게 행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대원칙에 동의한다면, 그 나머지는 타협의 문제이지요.

저는 중학교 때, (아니면 고등학교 때) 집에 밥이 없어 식사를 못하고 있었는데, 어머니께서 "집에 쌀이 없냐, 너는 손이 없냐 네가 밥을 해먹으면 될 것 아니냐"라고 말씀하셨고, 바로 밥짓는 법을 익혔죠. 그 당시 5가족 중 제가 가장 늦게 밥짓는 법을 배웠습니다.

L****님께도 말씀드렸지만, 남녀평등에 있어 저는 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인스탄트 음식을 먹을 것인지 말 것인지는 먹는 사람이 결정할 문제이고요.

기억의집 2014-05-15 10:53   좋아요 0 | URL
다들 맞벌이면 남자도 같이 가사노동 해야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막상 현실은 전혀 아니잖아요. 아무래도 여자들이 가사 노동을 더 많이 해요. 제 주변 엄마들 다들 일 갔다와서 집안일하고 애들 챙겨요. 그런데 대부분의 남자들은 마립간님처럼 그런 건 생각 안 하고 여자들 너희들은 밖에서 육체노동 안 하잖아,,,,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마립간님이 놓친 것 중 하나가 여자들 임금이 그렇게 세지 않아요. 고임금이면 여자가 충분히 가장의 역활을 할 수 있지만 제가 중하층권에 속해서 그런지 제 주변 엄마들이나 지인들 보면 이백 받는 것도 많은 걸요..==;;

남녀 평등에서 여자의 역활만 중요한 게 아니고 남성의 역활 또한 중요해요. 실제 지금 현재의 여성역활도 좌파정권때 위상을 많이 올려준 것이거든요. 여자들이 전문직으로 많이 진출하게 된 것도 그 때부터고.

저의 요지는 인스탄트 음식이라도 해 먹으란 말이예요. 앉아서 누가 해 주길 기다리지 말고요...우리 나란 정말 남자가 떠 받으러지는 사회예요. 저는 여자로서 그걸 얼마나 뼈져리게 느끼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울 아들이 여동생한테 라면 끓이라고 시키면 뭐라해요. 그리고 제 딸한테도 하지 말라하고요. 저의 요지는 직접 알아서 해 먹으라는 게 제 글의 요지였어요^^

마립간 2014-05-15 12:15   좋아요 0 | URL
막상 현실은 아닌 것에 동감하며, 저도 반성하며 노력해 보죠.

대체적인 내용은 이견이 없는 듯하고 해결책의 강조점 차이 정도로 이해하겠습니다. (지적하신 내용은 예전에 가을산님과 나눴던 것들이 포함되어 있네요.) 제 딸은 더 나은 세상에 살기를 기대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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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조에 대한 헛된 기대를 버리니, 더 이상 티비는 보지 않는다. 하지만 세월호 구조 장면보다 학기초 특유의 분주함속에서 섞여 있을 학생들의 웃음소리와 왁자지껄하고 떠들썩함이 사라진,  텅빈 이학년 교실과 복도을 짓누르는 어둠과 침묵의 이미지가 머리 속에 들러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다운된 마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하루종일 몸을 움직여 보지만, 심란한 마음은 정돈되지 않는다. 청소기를 돌리다가도, 뜨거운 가스불위의 후라이팬이 한참을 달궈지며 뜨거운 열기가 느껴져도 하염없이 눈물만 흐르고 멍해진다. 제 삼자인 나야 시간이 지나면 극복되지겠지만, 세월호에 관련된 분들의 슬픔과 고통은 이제 시작이다란 생각에 축축 쳐지는 심란한 마음을 끌어오리는데엔 시간이 걸리지 싶다.

 

2. 오늘 아침에 존 폰 노이만을 검색하려  알라딘서재 들어왔다가 <바른 마음>이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는 일요일 저녁에 딸과 잠깐 대화한 내용이 떠오르며 이 책이 궁금해졌다.

 

그제 저녁에 수백명의 학생이 바다속에 잠겨져 있어 실종처리된 상황에서 우리 딸은 <개그콘서트>를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트리며, 애초에 단원고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안개가 짙게 끼였는데도 불구하고 수학여행을 강행했기에 일차적으로 단원고 학생들하고 선생님들이 잘 못한것이라는 볼멘 소리를 하는 바람에 깜짝 놀랬다.

 

수백명 학생의 죽음과 상실에 대한 공감을 못하는 딸에게 놀라, 너 어디서 그런 소리를 들었냐고 화를 누르며 물어보니, 본인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티비를 자주 듣는 아이라 혹 거기 비제이가 그런 말을 한 게 아닌가 싶었는데, 아니라고 자신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13살이면 어느 정도는 공감 능력이 있을 나인데, 내가 자식을 잘 못 키웠나하는 생각이 한순간 들었다. 한편으론 저 나이가 뉴스 정보를 취합할 능력이 안 되고 삶의 경험치가 적어 전적으로 공감할수 있는 나이는 아니라고 속으론 다독여보지만, 예능프로 방영 안 해 준다고 툴툴거리는 딸에게 적잖이 실망한 것 사실이었다.

 

그래서 예은아, 너가 잘 못 생각한 것이라고, 우리 인생에는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선택앞에 놓일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는데, 우연찮게 선택이 잘못했을 때, 그 것을 선택한 당사자들만을 비난할 수는 없는 거라고, 예를 들어 세월호를 타기로 선택해서 사고를 당하더라도 선장과 승무원의 신속한 구조 요청과 승객을 먼저 구할려고 했어야했고, 해경이나 해군은 빠른 시간에 와서 어떠한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승객을 구조했어야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배의 점검이나 안전장비나 구조장비를 철저히 점검하고 구비했더라면, 한번의 선택을 잘 못 했더라도 그 후 최선을 다 했더라면 최소한의 인명 피해만 났을 것이라고 말해주었더니, 어느 정도 수긍하는 눈치긴 하지만 당장의 순간을 모면하려는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타인의 슬픔과 아픔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딸아이에게 나는 어떤 식으로 말해줘야 할까. 가만히 지켜봐야 할까? 아니면 슬픔에의 강요를 해야 하나? 저 책의 목록을 잠깐 들여다보니, 아이들도 마땅히 지켜야할 것들을 알고 있다라는 챕터가 나온다. 아이들은 선천적으로 슬픔에 대한 공감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까? 아니면 후천적으로 어른의 흉내를 내는 것인가?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닌 어린 제 삼자의 입장이기에,  슬픔의 공감보단 일상의 재미와 반복적인 일상의 되풀이에 익숙해진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론 아이에게 실망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천천히 지켜보잔 생각이 든다. 아직 모를 나이니깐....

 

2. 한때 국민사위라는 함익병의 월간 조선의 인터뷰때문에 난리가 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그 기사 읽으면서 댓글중에 이런 베스트 댓글이 있었다. 공부는 잘했을지모르지만 전형적인 사유부재의 결과물이라고. 처음엔 그 댓글 읽고 공감이 되었는데, 한참 후에 곱씹으니, 사유와 바른 마음은 아무런 상관이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유는 사유일뿐 그 사람의 도덕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이다.

 

예를 들어, 나치에 동조한 독일 과학자들이나 철학자들의 사유는 우리 일반인들의 사고나 사유와는 차원이 다르다. 과학자들이라해서 실험실에 쳐 박혀 실험만 하는 것이 아니다. 과학자들은 그 어떤 철학자들보다 더 많은 사유를 필요로 한다. 상당히 고차원의 추상적인 사고와 일반적인 상식이나 개념을 뛰어넘는 논리성과의 결합을 요하는 작업을 한 사람들이기에, 일반인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사유를 한 사람들이치고는 나치를 동조했다는 것이 수치스러울 정도이니 말이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가 그렇고 과학분야에서 대표적인, 양자역학분야에서 불확정성의 원리를 확립한 하이젠베르그가 그렇다. 심지어 2차세계대전기간 독일의 대다수의 지식인들(철학자, 소설가나 과학자들 대부분)이 나치에 동조해서 자신과 함께 일하는 유대인 과학자들을 고발하고 감시한 것을 보면 사유부재가 문제가 아니고 편협이나 옳고 그름의 판단을 정하는 바른 마음이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긴 뭐 우리나라도 일제식민지 기간동안 얼마나 많은 지식인들이 친일파였는가 말이다.

 

그러고보면 지식인들의 고상한 척, 있는 척하는 하는 사유는 옳고 그름을 구분 못하는 사유일 뿐이지, 多사유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척도가 될 수 없음은 확실하다. 그러므로 함익병의 왕정정치 옹호나 여자 비하는 사유부재라기 보다는 사회를, 사물을, 상황을, 사건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자신의 이기적인 탐욕이 바른 마음보다 우선시하고 그렇게 교육받은 탓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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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영화를 보고 쓸 수 있는 글은 단 한줄 밖에 없습니다.

꼭 이 영화를 극장 가서 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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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4-02-12 10:44   좋아요 0 | URL
이 영화 꼭 보고 싶어요.^^
우리 동네 영화관에서 오전 시간에 편성이 안되어서 오후 시간에 봐야하니 시간 조정이 필요해서 ㅜㅜ 꼭 보려구요.
분노해야할 것 같아요.

기억의집 2014-02-12 10:59   좋아요 0 | URL
섬님~ 꼭 보세요. 저의 동네도 시간 배정이 아침9시 그리고 낮 12시 저녁 7시 시간으로 잡혀 있더라구요. 7시라 저의 애아빠는 가까스로 7시 오분에 도착해서 같이 봤어요. 황상기씨의 9년간의 싸움을 두시간에 압축해서 담아내고 있지만, 그렇게 싸우는 동안 무심했던 제가 부끄럽고 한심스럽고...어제 영화 보고 나오면서 오자마자 애아빠 밥 차려주고 카톡으로 지인들에게 이 영화 꼭 극장가서 보라고 문자 돌렸네요... 그리고 영화 재밌어요. 저의 애들도 다 같이 봤는데 엄마, 정말 재밌게 봤어라고 말했을 정도로 영화는 전혀 지루하지 않아요. 섬님~ 꼭꼭 보세요.

꿈꾸는섬 2014-02-12 11:37   좋아요 0 | URL
10살과 8살 아이들을 데리고가서 봐도 괜찮을까요?

기억의집 2014-02-12 19:03   좋아요 0 | URL
섬님방에 갔다왔어요~

꿈꾸는섬 2014-02-13 14:51   좋아요 0 | URL
저 오늘 마침 봤어요.
ㅠㅠ엄청 울었어요.
지금도 너무 우울해요.ㅠㅠ
많은 이들이 함께 보면 좋겠어요.

기억의집 2014-02-14 07:48   좋아요 0 | URL
저도 영화 중간중간 눈물이 많이 났어요. 윤유선씨 딸 붙들고 울 때..같이 울었네요. 어느 정도 자식을 떠나보낼때 엄마로서의 같은 심정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유투브 들어가 저 영상 볼 때 잘 먹지 못해 비쩍 마른 채 저 세상으로 간 딸 위해 아빠가 9년간 왜 싸웠는지도 알겠더라구요. 저 영상보는데 황유미씨의 마른 모습 보고 울음이 나더라구요...

저는 민중의 소리 한달에 만원 후원하는데,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영상을 올려준 민중의 소리에게 감사하대요...

icaru 2014-02-12 14:58   좋아요 0 | URL
아,,, 저도 뭐라 말할 수 없이.... ㅎ
이 영화의 상영관을 줄이고 있는 판국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 상영관에서조차 자동매표기에서만 영화 목록이 있을 뿐, 광고 화면 한편 전단 한편 찾을 수 없다고 하던데요... 이 열악하고도 폭력적 상황임에도 이 영화를 찾는 관객들, 훌륭합니다~ 감히 말하건데, 한국영화의 판이 관객들에 의해 점점 제대로 짜여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네요~

기억의집 2014-02-12 19:13   좋아요 0 | URL
저는 청량리롯데시네마에서 봤는데 딱 세번 상영해줘요. 가족 전체가 보기로 한 거라 7시 타임 선택했는데...7시 타임은 직장인들은 보지 말아라란 의미더군요. 애아빠 빠듯하게 7시 5분에 도착해서 같이 봤어요.

상영 끝나고 나오는데 나이 지긋한 노부부도 보셨고 할아버지도 보고 자리 일어나시더라구요. 전 나이가 들수록 보수가 아닌 진보적으로 변하는데... 그 분도 보면서 더더욱 왼쪽으로 가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가 세계를 움직인다는 말을 엄청 싫어하고 역사는 국민의 몫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1%가 세상을 변하시킨다는 말에 귀 기울어져요...단 권력을 가진, 돈이 많은 1% 가 아닌 깨어있는 자 , 거대 권력에 맞서 싸우는 자, 인습이나 관습을 깨려는 1%의 사람이요...

다크아이즈 2014-02-13 11:48   좋아요 0 | URL
기억님 당연히 소도시인 여기는 상영 하지 않습니다.
안 봐도 본 듯한 느낌인데 영활 보면 이루말 할 수 없이 짠하겠지요.
저도 중앙에서 왼쪽으로 치우치는 걸 좋아해요.
중앙은 중용이니 매력 없고, 좌쪽으로 가면 예술이고 우쪽으로 가면 알레고리다.
삐딱한 자는 교훈이나 도덕 보다는 예술이나 진보에 필연적으로 가까울 수밖에 없어요.~

기억의집 2014-02-14 07:43   좋아요 0 | URL
(웃으며) 맞아요~ 제가 나이가 들수록 주책이지 진짜 너무 삐딱하게 봐요. 우파 정권에서 살아가려니 더욱더 삐딱하게 모든 것이 해석해요. 좀 편하게 살아야지 하면서도 그게 왜 안 되는지....

대도시인 서울도 하루 세번이면 많이 상영해 주는 거라... 소도시는 말할 것도 없겠죠!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데 세상이 참 치사해요. 그래도 두렵긴 한가봐요. 변호인 관객수에 놀라 또 하나의 약속은 미리 차단하는 게 아닌가 싶고...

2014-02-15 13:27   좋아요 0 | URL
내일 볼 거예요...ㅠㅜ
보고 나서 글하고 댓글 다 읽으려구요~~

기억의집 2014-02-21 08:10   좋아요 0 | URL
15일이면 지난 금요일~ 울 딸 아프기 시작한 날이네요. 보셨나요? 지방이라 영화 보기 힘드실텐데. 서울인 저의 가족도 시간 잡기 힘들더라구요. 온 가족이 다 보려고 하니. 조조 아니면 12시 혹은 7시인데 시간때가 애매했어요. <변호인>을 온 가족이 보려고 하다 가족간 시간대가 안 맞아 아들과 애아빠는 지금도 못 봐 작심하고 날짜 잡아봤어요...

군자란 2014-02-23 10:02   좋아요 0 | URL
어제 저녁 전주시지브이에서 온가족이 모두 함께 봤습니다. 생각보다 보러 오신분도 꽤 있고요. 일종의 해독제라고 할까요. 가끔은 어려운 이야기도 접해야 할 듯합니다.

기억의집 2014-02-26 20:38   좋아요 0 | URL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라서 꼭 접해야할 듯 싶어요. 주변에 홍보를 아무리 해도 영화관이 없다 보니.... 다들 고개를 젓네요. 휴....

2014-02-27 02:36   좋아요 0 | URL
변호인도 재밌었죠? 그런 스타일도 좋아해요. 이렇게 대중영화적인 기름끼를 쪽 뺀 영화도 좋지만. 그나저나 그런 영화적 완성도나 취향을 논하기엔 그 속에 든 현실의 무게가 가슴 한 켠을 묵직하게 누르는 영화들이지요. 둘 다........ 황유미 양과 그밖의 희생자들을 위해선 정말 피눈물을 흘려도 모자라요....

기억의집 2014-02-27 19:28   좋아요 0 | URL
전 영화 잘 안 보러 다니잖아요. 극장에서 영화 보는 게 너무 힘들어서 영화 잘 안 보는데 이번엔 왠일로 변호인 또 하나의 약속 연속안타로 극장을 찾아 가서 봤어요. 이번에 보면서 이렇게 진지한 주제를 재밌게 잘 만드는구나 싶었어요. 13살 울딸이 또 하나의 약속 보고 나오면서 엄마, 나 이제 애니보다 이런 영화들이 재밌어 하더라구요.

아까 시사인 읽은데 탐욕의 제국은 아예 시사실 대관도 거부 당했다는군요. 이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가능한 일인지... 무섭긴 한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