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거실 한켠에는 늘 언제나 이렇게 그림책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이제 나 이외에 식구들 중 그 누구도 더 이상 들춰보지 않는 그림책 책장이 되었지만,

그래도 철 지나 때 되면 그 때 그 때 분위기나 계절에 맞는 그림책을 진열해 놓는다.

지금 진열된 책들도 이월말 무렵에는 봄기운이 완연한 봄을 주제로 한 그림책이나

혹은 꽃그림책으로 바뀔테니

이 겨울그림책 진열도 끝물이다....

어린 시절 그렇게 많이 읽어주고 같이 책장을 넘겼던 그림책인데

매번 정성드려 주제에 맞게 진열해놔도, 나이를 먹으면서 아이들은 더 이상 그림책을 읽지 않는다.

끝물이 다 되가도 두 아이 모두 관심도 없고 그림책 진열장쪽으론 눈길도 안 돌리더니,

 

 

 

 

어제 아침 큰아이가 학교갈 준비를 하다가 거실을 서성이더니 그림책 한권을 꺼내 들춰보며, 이 책 어릴 때 많이 읽었는데 도토리 모으던 내용이던가? 하고 고개를 꺄웃거리더니 의자에 앉아 그림책을 읽고 있었다.

 

세상에 요 몇년간 그림책의 그림책도 들여다 보지 않는 아이라 감격에 겨워, 그 순간을 놓칠까 싶어 사진 한장 찰깍 찍었다. 찍는 순간 찍지 말라고 그림책을 휙 들어올리긴 했지만, 다시 읽는 자세로 돌아와 책을 읽다가 도토리가 나는 나무가 어떤어떤 나무지? 엄마? 하고 물었다. 여러 종류의 나무에서 도토리가 나서 갑자기 생각 안 나네! 했더니, 뭐라뭐라 중얼거린다.

 

개정판이 나오면서 제목이 바뀌긴 했지만 <겨울을 준비하는 가게>는 아이들에게 내가 읽으주면서 따스함의 카르텔을 형성했던 그림책이다. 지금도 들춰보면 아이에게 책 읽어줄 때의 따스함이 풍겨 그 때 그 기분으로 회귀하는 그림책인데 16살인 큰아이도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릴 때의 그 따스한 분위기를 느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큰아이를 키우면서 별탈 없이(비록 공부는 못 하지만, 그리고 나 자신이 아이에게 공부에 대한 강한 부담감을 주지 않아서인지 몰라도) 커 주는 것이 어릴 때 읽어 준 그림책의 따스한 정서를 엄마인 나와 함께 공유해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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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4-02-11 20:42   좋아요 0 | URL
기억님, 아름답습니다, 저 모습^^
세상에나 그림책을 분양해주지 않고 고스란히 갖고 계시는데다 철마다 재배치하신다니 넘 정서적이고 낭만적입니다. 전 아이들 크고 아이책은 다 어디로 갔는지 거의 싹쓸이 재분양하고 없어요.
웬체 버리는 걸 좋아하니.... 둘 걸 그랬어요. 그럼 저도 저런 모습 찍을 수 있었을 텐데~~~

기억의집 2014-02-12 10:39   좋아요 0 | URL
팜므님... 제가 가지고 있는 그림책을 다른 분들께 드리기도 하고 팔기도 하고 그랬는데도 꽤 많은 그림책을 소유하고 있어요. 아이들하고 공유했던 시간, 감성이 그대로 추억이 되어 그림책들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겠더라구요. 나중에 이사 가면 그 때 진짜 어떡해 해야할 것 같아요.

그리고 저도 버리는 거 엄청 좋아해요. 그래서 집이 휑해요. 거실 사진 보셨겠지만 집에 가구나 물건이 없어요. 책도 읽고 나면 거진 다 팔았으니깐요. 그래서 저는 흔히 hoader를 이해 못 하겠더라구요. 어떻게 이고 지고 사는지. 저의 엄마도 그만 버리라고 뭘 그렇게 버리냐고 핀잔 주세요~

꿈꾸는섬 2014-02-12 10:56   좋아요 0 | URL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에요.^^
그림책을 과연 잘 간직하며 살게 될진 모르지만 우리 아이들도 가끔 저렇게 그림책 꺼내보면 좋겠단 생각이 들어요.^^

기억의집 2014-02-12 19:19   좋아요 0 | URL
섬님 혹 아이들에게 스맛트폰 사 주셨나요?
만약 아니라면 절대 사주지 마세요. 저의 애들은 제가 어릴때 책을 읽어줘서 제법 책을 읽곤 했는데..스마트폰 가진 이후 절대 책 안 읽어요. 책 읽으라고 원하는 책 사주었는데도 안 읽더라구요. 심지어 그렇게 좋아하던 메이플 스토리가 예전에는 질리도록 읽던 애들이 딱 한번 읽고 방치하더군요.....책보다 재미난 세상이 스마트폰안에 있으니 그 세계에서 책으로 안 옮겨오네요...

전 아직도 그림책 제가 보려고 살 때도 있어요. 지금 달을 빨아버린 우리 엄마 살까 고민중이에요!

하양물감 2014-02-13 08:37   좋아요 0 | URL
저 책꽂이.... 저도 꼭 저렇게 해야겠다는 다짐을...!!!

기억의집 2014-02-14 08:05   좋아요 0 | URL
네! 저렇게 진열하면 흘긋 보긴 해요. 꺼내 보지 않지만. 요즘은 저렇게 진열한 게 부질 없구나 싶었는데 아들냄이 꺼내 읽더만요~ 저 책꽂이 2004년인가 5년에 산거라 있는지 모르겠어요~ 한솔인 방학 했나요?

하양물감 2014-02-15 16:21   좋아요 0 | URL
다음주 월요일에 수료식하고 방학입니다.
겨우 1학년을 마치네요^^

2014-02-15 13:29   좋아요 0 | URL
아, 겨울 그림책 진열, 너무 아름다워용~ 사진 올려 주셔서 감사!! 내가 많이 좋아하는 '눈의 음악'도 보이네요.흐흐

기억의집 2014-02-21 08:11   좋아요 1 | URL
음악 좋지 않나요? 전 겨울이 오면 저 눈의 음악 시디 트는데...시디기가 망가져서 올핸 못 들었어요. 겨울 분위기 나고 포근해요! 이 겨울에 그런 느낌 나서 언제나 듣는 시디인데...

꽃핑키 2014-04-26 22:14   좋아요 0 | URL
호옷!! 그림책 책장 너무 멋져요 기억님!! 그나저나 저렇게 큰 아드님이 있으시군요!! 예전에 얼핏 뵈었던 사진은 기억님 너므 젊으셔서 ㅋㅋ 초등학생 학부형이시겠거니 했는데 말입니다;; ㅎㅎㅎ 봄 책장도 궁금합니다 ㅎㅎ
 

 

누가 살인을 저질렀는가,라는 단 한사람의 범인을 찾기 위한 사건 해결 과정을 추적하는, 형식적인 기법을 창조해 소설의 한 쟝르를 만들었던 포우나 코난 도일이 없었더라면....아가사 크리스티가 그들 대신 미스터리 쟝르를 만들었을까? 아니면 <봄에 나는 없었다>같은 순수 소설을 쓴 평범한 작가로 후대에 이름이 남았을까? 엉뚱할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미스터리 여왕이 되지 않았더라면, 버지니아 울프 같은 대작가가 되어 있지 않을까.

 

초등 육학년때인가, 80년대 초반에 티비에서 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아가사 크리스티역을 맡아 남편의 외도에 잠시 잠적했던 일화를 영화화했던 <아가사>란 영화를 방영해 준 적이 있다(휴, 이 영화 제목을 몰라 한참을 검색해서 찾아냈다). 뭘 모르던 어린 눈에도 아가사로 분한 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심적인 고통으로 방황하던 연기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더스틴 호프만이 나왔는지 이번에 검색하면서 알았을 정도로 여주만 기억남은 영화였는데, 그 때 방송에서 추리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가 남편의 외도로 행방이 묘연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걸 영화화했다고 선전했었는데, 이 에피소드를 아가사 크리스티가 소설로 썼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 땐 감독이 그녀의 잠적을 미스터리로 만들었는 줄 알았는데, 작가 자신의 행방불명을 소설화 했다니, 남편에 대한 원망이나 분노가 어느 정도 객관화 되고 추스러진 상태에서 쓴 건가. 소설 제목 자체의 아우라가 공허함과 절망감이 섞여 있는 듯 하다.

 

갈수록 독서의 폭이 좁아져 순수소설쪽은 잘 안 읽는 편인데, 이 책은 그녀가 어떤 방식으로 미스터리 기법을 제거한 체 씌여졌는지 궁금하다. 그녀가 순수소설은 대하는 법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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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핑키 2014-02-07 23:16   좋아요 0 | URL
저는 단순하게 표지가 예뻐서 찜해놓은 책인데요, 기억님 글 읽으니 새삼 제목도 좋고, ㅋㅋ 그런 비화도 있었구나 재밌네. 싶어집니다 ㅎㅎ

기억의집 2014-02-11 09:01   좋아요 0 | URL
아이고..이제야 컴을 켜서 댓글 달아요. 댓글 달린 걸 봤는데 이상하게 스마트폰으론 댓글 못 달겠더라구요. 자판도 작고 불편해서... 저도 이 작품 표지가 맘에 들더라구요. 근데 저 표지 보면서 아 저 여자가 신고 있는 신발이 쪼리가 아니고 끈샌달이었으면 혹은 뽀족한 코의 구두 였으면 어땠을까?하는 하는 생각이 들긴했어요. 쪼리가 영 맘에 걸려요~ 그래도 책의 표지 분위기가 한 들어오긴 해요.

다락방 2014-02-07 23:33   좋아요 0 | URL
저 이거 어제 주문했는데 오늘 안왔어요 ㅠㅠ

2014-02-11 0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2 1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렇게혜윰 2014-02-08 01:32   좋아요 0 | URL
저도 오늘 받아서 두근두근거리고 있답니다. 그나저나 「아가사」라는 영화가 있었군요! 역시 애거사보단 아가사가 제격이죠^^

기억의집 2014-02-11 09:05   좋아요 0 | URL
혜윰님~ 책 어떤가요? 궁금해요. 추리소설의 여왕이 쓴 순수소설은 어떤지. 순수소설가들하고 미스터리작가들은 근본적으로 사물을 보는 시각자체가 다른 것 같거든요. 시각 자체가 다르니 글도 다르고 작품이 이질적이다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아요.

80,90년대는 아가사라고 했는데... 초중고 시절만 해도 아가사 크리스티라고 했잖아요. 아가사란 이름 혜윰님 말씀대로 제격이죠~

2014-02-15 13:31   좋아요 0 | URL
얼.. 궁금해요. 읽고 꼭 포스팅 해 주세요~ 전 최근에 연수님의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재밌게 읽었는데, 왠지 기억님 취향엔 좋아하지 안흐실 듯한...^^

기억의집 2014-02-21 08:15   좋아요 0 | URL
제가 워낙 하드한 스탈을 좋아해서 김연수는 어떨지 모르겠어요. 흐흐 나중에 읽어볼 기회가 있으면 읽을께요. 김연수는 묘사가 좀 더 세게 나왔으면 하는, 과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때 일본소설이나 미스터리를 열심히 찾아 읽었는데 요즘은 그다지 일본소설 혹은 미스터리에 끌리지 않는다. 캐릭터들에게 매력을 못 느끼기 시작하더니(미스터리의 생명은 뚜렷한 등장인물의 볼매적인캐릭터라 생각하는데, 사건만 있고 캐릭터가 없어진 것 같아 흥미가 반감됨 )작년인가 재작년에 피에르 르메트르의 <알렉스>를 읽고 나서부터 유럽추리소설쪽으로 많이 기운다.

 

르메트로 전에 유럽 추리 소설을 대표하는 헤닝 만켈이나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미스터리물 몇권 읽었지만, 사건보다 이상하게 전체적으로 황량하고 메마른 느낌이 들어 통 매력을 못 느꼈다가, (특히나 개인적으로 추리소설인 줄 알고 읽었던 만켈의 이탈리아 구두는 최악의 작품이었음) <알렉스>이후 유럽 미스터리물을 슬슬 찾아 읽다보니 한때 화제가 되었던 요 네스뵈의 <스노우 맨>을 최근에야 읽었다.

 

이 작가가 만들어 낸 해리 홀레형사는 르메트르가 창조한 카미유 베르호벤처럼 기이한 인물은 아니지만 형사 캐릭터로선 확실히 불질러 놓았다라고 할 수 있다. 재밌게 읽긴 했다만 여자의 간통에 중점을 둔 것 같아 읽는 내내 찜찜하긴 했다. 간통으로 인한 뻐꾸기 자식에 대한 통렬한 비판까진 뭐 그런가보다 하는데, 수컷의 자유분방한 성적 본능은? 면죄부인가! 북유럽에도 이런 마초작가가 있구나 싶은 게 신기했고 이 작품에 대해 노르웨이에선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궁금해진 것도 사실.

 

그리고 작가가 반전의 반전을 거듭 노력했지만, 중간 너머 어느 정도는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챘다. 왠만큼 미스터리를 읽다보면 등장인물이 왜 그자리에 묘사되는가를 알 수 있는데, 이 작가는 너무 뻔히 범인의 핵심을 보이더라. 그런 점에서 볼 때 <알렉스>의 작가 르메트리가 한 수 위라고 말하고 싶다. 작품의 구성도 그렇고 캐릭터의 묘사도 그렇고.. 해리 홀레의 다른 시리즈는 좀 더 범인을 꽁꽁 숨겨 둘 수 있을려나 싶다. 이왕 코난 도일이나 아가사 크리스티같은 고전 추리 작가들의 who did it를 표방했다면, 고전추리 작가들의 수법은 넘어서야 하지 않나.

 

몇가지 아쉬운 건 있지만, 근데 이 작가의 작품 속 문화적 코드는 나랑 맞다. 너무 잘 맞아서 싱긋 웃음이 나올 정도다. 물론 컨츄리 음악적 코드는 안 맞지만 영화코드는 70,80년대 코드라 잘 들어 맞았다.

 

"어쨌거나 그 70년대 영화는 맘에 들었어. 그 도청에 관한 영화 있잖아.....".

"<컨버세이션>. 코폴라의 걸작이지."

"그 영화 그게 과소평가됐다는 데는 나도 동의해."

"그건 과소평가 되지 않았어." 해리가 한숨을 쉬었다. 그냥 잊혔지. 아카데미 영화제 작품상 후보였다고."  p199


우와.. 드디어 <컨버세이션>을 언급하는 작품을 만나다니. 이 엔딩장면이 끝내주는 영화를 말이다. 이십년도 넘은 이십대초반에 비디오로 빌려다 본, 정말 놀랍도록 지루한 이 영화를 잊지 못하는 것은 이 영화의 엔딩 장면 때문이다.

 

도청전문가인 진 핵크만은 도청 의뢰를 받으면, 도청하려는 인물의 집에 도청기를 감쪽같이 설치하고, 그의 도청기술은 그 누구도 자신이 도청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의 실력을 가진 최고의 도청전문가이다. 그런 그가 결국에 도청을 당하는데, 자신이 도청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자신의 집에 설치된 도청기구를 찾는데 결국 그는 도청기구를 찾지 못한다는, 자신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그 누군가에게 똑같이 당한 결말인데, 그가 도청기구를 찾으려고 자신의 집을 다 뜯어내고 뜯겨진 한 가운데서 망연한 모습으로 끝나는 결말 장면은, 이 지루한 영화를 단번에 최고의 영화로 만들어내는 힘을 가졌을 정도다. 심지어 이십년이 지난 나 또한 허탈해하고 망연한 표정의 진 해크만 표정을 잊지 못할 정도의 영화이다.

 

요 네스뵈의 말처럼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졌다. 코폴라의 <지옥의 묵시록>이나 <대부>가 여전히 사람들에게 화자되고 있는 반면에, 철절히 잊혀진 영화가 되었다. 그 어느 때보다 감시사회가 된 2000년대인데도 말이다. 핸드폰마다 위치설정이 되어 있어 내가 어디 갔는지 다 기록되고 핸드폰이나 도청기 하나만 설치하면 모든 대화내용이 녹음되는 이 시대에 이런 영화가 완전히 잊혀져가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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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4-02-08 11:20   좋아요 0 | URL
해리 홀레는 해리 보슈를 향한 네스뵈의 오마쥬라고 혼자 생각합니다. ㅎ
스노우맨 다음 국내 출간작인 <레오파드> 안보셨으면 권해드려요.
해리는 망가지고 타락해야 더 멋있어지는 캐릭인데 이 작품에서 아주 그냥...ㅎ

기억의집 2014-02-11 09:08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저도 해리보슈 시리즈 몇 권은 읽었는데.. 생각해보니 비슷하네요. 요네스뵈의 문화적 코드는 거의 미국적 문화와 싱크로율 90%이상 이더군요. 캐릭터에 대한 묘사나 사건 해결 방법도...인두라손이나 만켈과 또 다른 느낌이 들었어요. 인두라손이나 만켈의 미스터리가 미국적이긴 해도 씁쓸함과 어둠이 지배했는데 이 작품은 그런게 없더라구요. 그러지 않아도 레오파도 이번주에 만나는 지인이 빌려주신다 해서 기대하고 있어요~
 

1. 기사 검색하다 마릴린 맨슨의 민낯이 검색어 상단을 차지 하기에 클릭해 들어가 그의 민낯보니 생각보다 수수하게 생겼다. 너무나 평범해서 길거리에서 마릴린 맨슨을 만나더라도 그가 마릴린 맨슨일 거라곤 생각지 못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마릴린 맨슨의 기이한 무대 매너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를 혐오하거나 싫어하지 않는다. 쑈는 쑈일뿐 상업적인 무대에서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선 기존의 사회적 틀도 과감히 깨야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는 맨슨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데, 그에게 호감을 느낀 첫번째 계기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볼링 포 콜럼바인>에 나온 마릴린 맨슨의 인터뷰였다(참고로 그의 인터뷰를 실은 블로그를 찾아보니 http://trycom.tistory.com/2297 ). 사실 그가 가수로써의 무대행동이 파괴적이고 혐오스러울 뿐이지 그가 정상적인 사고를, 아니 오히려 평범한 사람보다도 더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두번째 계기는 언젠가 그가 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내가 혐오하는 것은 신이 아니라, 종교를 이용해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을 지배하려는 사람들이다....라고 말하고 부터이다.

 

나이를 먹다 보니 삶의 경험치라고 해야하나. 더 이상 신의 존재 여부에 관심이 없다. 종교를 믿고 안 믿고는 개인적인 신념의 문제이다. 그 신념이 자신의 삶에 행복을 가져다 준다면 신의 존재 여부가 무슨 상관이겠는가. 종교의 뿌리가 괜히 기복신앙이겠는가. 종교는 아주 개인적인 지극인 개인적 행복의 기원에서 시작되었고 여전히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그 무엇이다.

 

그래서 아주 지극히 사소한 개인적인 종교라는 범주에 타인이 관여할 수도 관여해서도 안된다. 왜냐하면 타인이 종교 문제에 관여하거나 전도를 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종교는 권력화가 되고,그 권력뒤에는 교육 받지 못한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 덩어리는 정치적, 사회적, 교육의 왜곡을 낳는다. 유럽의 중세 암흑 시대를, 조선 시대의 유교 문화의 몇몇 예만 들어도 우리는 소수가 어떻게 배우지 못한 다수를 지배했는가를 역사의 그늘을 통해 알고 있다. 세대를 거듭된 종교의 세뇌는 무섭다. 사람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미신의 형태로 굳어지기 때문이다.

 

입자물리학자인 폴 디랙은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에서 이렇게 말했다. 신의 의지라든가, 죄와 회개, 그리고 내세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올바른 행동을 해야한다는 등등의 이야기는 모두 거칠고 냉철한 현실을 은폐하는데 도움이 될 뿐이다. 하나님의 존재를 믿는다는 것은 높은 사람의 세력에 굴복하고 복종하는 것이 것이 `신의 뜻에 따르는 것`이 된다는 생각에 매우 유리한 뒷받침이 되었다라고 말이다.

 

폴 디랙의 말처럼 사실 종교는 신의 의지함으로써 삶의 힘겨움, 아픔이나 고통을 치유받으려는 목적성이 강하므로 많은 사람들이 종교의 교단에 지배당할 가능성이 큰 건 사실이다. 종교의 기원도 사실 지배를 더 강화하려는 목적이었고.  사람들에게 희망과 환상(illusion, 예로 천국같은)을 만들어 줌으로써 사람들의 사후세계까지도 지배하려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그래서 한 예로, 나는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도, 대선때마다 영향력 있는 목사가 나와 신도들에게 누구를 찍어야한다고 발언등 정치적 편향성에 반대한다. 이러한 구도만큼 지배/피지배의 관계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종교적 권력이 복종에의 강요가 아닌 인간의 근원적인 자유와 평등과 열린 세상을 지향했더라면 우리는 우리의 삶이 불행과 비운의 두려움에 떨지 않을 것이다. 나는 신을 부정하고 종교를 갖고 있지 않아서, 모든 것으로부터 삶이 자유롭다. 내가 무슨 일을 할 때마다 하나님이 벌을 줄 것이라는 두려움도 없으며 천국이 나를 기다릴 것이란 희망도 없으므로, 나는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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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2-03 18:11   좋아요 0 | URL
맨얼굴은 정말 순수하네요. 저 역시도 길에서 만나도 전혀 맨슨이라고 짐작조차 하지 못할 것 같아요. 저는 맨슨 관련 인터뷰는 아무것도 읽어본 게 없었는데(아예 관심이 없었거든요), 인용하신 것처럼 '내가 혐오하는 것은 신이 아니라, 종교를 이용해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을 지배하려는 사람들이다' 라는 문장을 보니 그가 다른 어떤 말들을 할 지 궁금해지네요. 더 관심이 가고요. 흠. 혹시 트윗을 하는지 검색해봐야겠어요.

(검색해보고 찾았다가 금세 나왔어요. 영어에 대한 부담도 있지만 사진들이 무서워요 ㅠㅠ)

기억의집 2014-02-03 18:18   좋아요 0 | URL
ㅋ 다락방님..... 글쓰다가 밥해야 해서, 이쯤 하고 비밀글로 한다는 걸 공개로 잘 못 눌렀나봐요. 글 올리자 마자 댓글 다셔서 그냥 페이퍼로 올리고 나중에 고쳐야겠어요.

무어의 볼링포 콜럼바인 보셨어요? 무어가 보수주의자들 입장에서 보면 삐딱한 놈이잖아요. 그런 삐딱한 무어가 맨슨을 인터뷰하는 도중에 파란 셔츠를 입고 맨슨을 비난하는 정치적인 청년 한명(가식적인 백인) 이 연설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진짜 제 눈에는 맨슨이 더 이성적으로 보였어요.

사람들이 맨슨을 똘아이라고 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저런 어록때문인 것 같아요~

유부만두 2014-02-03 22:39   좋아요 0 | URL
아... 난 맨슨 저 허연 얼굴은 꿈에 나올까 무섭.... 눈도 특수 렌즈를 끼고....
그의 노래도 들어본 적이 없으니 뭐라 평은 못하지만 종교와 권력 관련 멘트는 멋지네...

그나저나 대문 플필 사진 어깨에 강아지 얹은 작가(?)는 누구?

기억의집 2014-02-04 10:22   좋아요 0 | URL
그쵸~ 맨슨의 분장 얼굴은 맹박이 닮지 않았어요! 볼수록 맹박이 판박이에요...전 마릴린 맨슨 노래는 도저히 못 들어주겠더라구요. 펑키한 그린데이가 딱 제 스탈이라, 그린데이 정도면 들어주겠는데 말이예요.


크리스 알스버그요..제가 이 작가 그림책 작가중에서 가장 좋아하는데, 북극행열차를 그린 작가요. 이 사람 작품마다 저 강아지 꼭 나와요. 저 강아지 품종 알았는데 까 먹었네요. 나이가 있어 이젠 작가로 활동하지 않고...칠십 넘지 않았을까 싶어요.

군자란 2014-02-04 13:47   좋아요 0 | URL
종교, 신이라는 것이 결국 인간이 자기 자신을 인식하면서 시작된 패턴으로 보이는데, 것 참 ! 벗어나기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종교의 탄생, 인간의 의식의 본질, 양자의 본질 우리인간이 갖고 있는 지식의 끝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죽을때 까지 찾을 수 없는 답! 아무도 답해줄수 없는 영원한 미로, 다람쥐 쳇바퀴라는 말이 우리 인간의 일생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억의집 2014-02-04 15:49   좋아요 0 | URL
저는 종교에 대해 여러 글 읽으면서 신의 존재여부는 상관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신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신을 믿어서 그들이 행복하다면 믿음은 제대로 길을 가고 있지만, 신을 매개로 권력을 만들고 그 권력을 이용해 욕망을 드러내는 거..종교의 부작용때문에 신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군자란님 서재에 들어가 보는데 활동을 많이 안 하셔서 바쁘시구나 했습니다^^

icaru 2014-02-04 17:10   좋아요 0 | URL
어머나 리처드 기어인 줄~ ㅎㅎ
저는 영화 반지의 제왕을 보면서,,, 골룸 분장은 마를린맨슨의 무대 퍼포스에서 가져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ㅎㅎ

기억의집 2014-02-04 22:19   좋아요 0 | URL
우리 나라 기자의 문제는 맨슨의 무대 퍼포먼스를 무슨 기독교 시각 그대로 받아 들여 사탄의 아들쯤으로 알고 있다는 거. 맨슨에 대해 저런 글 쓴 기자의 기사 한 조각 못 봤어요..... 피터 잭슨이 맨슨의 분장에 영감을 얻었을지도..모르죠~

갑자기 리처드 기어해서 생각났는데 지난 번에 리처드 기어 최근 사진 보니 많이 늙어서 젊은 날의 기어같지는 않더라구요. 멋지게 늙긴 했지만... 전 요즘 조지 클루니가 그렇게 멋있더라구요.

다크아이즈 2014-02-05 09:20   좋아요 0 | URL
기억님과 제가 다른 점이라면 저도 종교에 의지하진 않지만 내세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 저도 이해가 잘 안 돼요. 한 밤중에 엘리베이터 혼자 못 타고, mri 기계는 죽을 것 같아 못 들어가고... 오래 살고 싶다, 이런 생각 전혀 없는데도 죽음에 대한 공포가 심히 있는 것 같아요. 아마 어릴 적 뭔가 트라우마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잘못 한게 너무 많은 삶? 이런 자책도 들고...

<내가 혐오하는 것은 신이 아니라, 종교를 이용해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을 지배하려는 사람들이다> 마릴린 맨슨이 아니어도 누군가 먼저 내뱉었을 저 말을 저도 깊이 공감합니다. 해서 목사님 한 말씀에 여기저기서 터지는 아멘, 소리가 제 귀에 너무 고통스럽게 들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요. 그들이 만족하는데 내가 고통스러워하는 제 고통의 심연이 저를 괴롭힙니다. 이쯤 되면 제게 문제가 있는 거 맞지요?

기억님 오늘 하루도 잘 보내시길^^*

기억의집 2014-02-05 10:57   좋아요 0 | URL
저도 삼사년전에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고 공포감도 대단했어요. 그때 방황도 많이 했구요. 그런데 죽음이 무서운 게 아니고 죽으므로써 남겨진 아이들때문에 힘들고 죽음을 받아 들이는 걸 힘겨워 하는구나,를 깨달았어요.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면서 어차피 언젠가 지구상위의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갈 거 이왕이면 열심히 살자는 생각이 들어서...두려움과 공포에서 자유롭게 살자는 주의가 된 것 같아요...

폴디랙이 말한 것처럼 내세나 신의 의지라는 걸 사람이 만들어낸 환상이라고 생각하시면 좀 더 편하지 않을까 싶어요. 전 제가 과학책을 읽으면서 거대한 우주속에 하나의 원자로 사는구나....싶어 신기할 때가 있거든요^^

팜님도 무탈한 하루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Book] 아인슈타인에게 묻다
윌리암 헤르만 지음, 조환 외 옮김 / 선 / 2013년 5월
평점 :
판매중지


아인슈타인의 다른 이면의 생애를 알고 싶다면 읽을 만한 책이다. 독일 탈출전의 아인슈타인과의 대담이나 미국 시절에서의 아인슈타인과의 대화이기 때문이다. 단, 저자가 사회학 전공인 사회학자이기때문에 물리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어 심도 있는 대화를 끌어내지 못했다. 그래서 이 책이 몇 안되는 아인슈타인과의 개인적 대담집이긴 하지만 중요한 책으로 남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엄청 운이 작가라 할 수 있다. 물리학 전공도 아니고 심도 있는 대화를 끌어내지도 못함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천재를 만나 대화까지 이끌어 낼 정도면).

 

게다가 전공자 번역이 아니여서 문장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다.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쉽지만, 읽으면서 혹 일본어 중역이 아닐까 의심도 해봤다. 일본어 중역으로 의심한 요인중 하나는 단어 선택인데, 요즘은 그 누구도 과학책에 혹성이란 단어를 쓰지 않는다. 혹성이란 단어가 일본용어라 행성이란 단어로 교체된지 꽤 되었고, 혹성이란 단어는 퇴출되었다. 이천년대 이전에나 일본용어를 받아 들여 혹성이란 단어를 썼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영화 <혹성탈출>도 <행성탈출>로 제목을 바뀐지가 언젠데. 또한 빛이 전파된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그 문장은 전파가 아니고 파동이 아닐까...... 전파의 뜻이 파동의 의미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최근의 과학 번역서들과 비교하면 저런 식의 번역은 낯설다. 최근의 한국식 과학용어조차 파악이 안 돼 일본어 중역이 아닐까 의심스럽긴 한데....

 

번역하신 분이 독일어 관련자시다. 몇몇 가지의 불만스런 요소들만 빼면 아인슈타인 매니아라면 강추한다. 개인적으로 아인슈타인 매니아라서 이런 자료를 읽은 것만으로 아인슈타인의 다른 인간적인 이면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 아인슈타인이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생활하는 중 저자의 면담 요청을 수락하고 만나자마자 독일어로 이야기하자는 에피소드는 뭉클했을 정도다. 이런 이야기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설명하는 물리학책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터라 여러 의심되는 부분이 많긴 하지만, 아인슈타이의 사적인 에피소드를 접할 수 있었다는 자체만으로 만족스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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