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강화길 작가님의 <음복>을 읽고 단순하게, 아니 무지하게도 제사라는 가족행사를 통해 가부장제의 문제점을 적시하고, 그 제도 안에서 여전히 짖눌려있는 여성들의 모습을 피상적으로 생각해 보았었다.
그런데, 이어지는 오은교님의 동 작품에 대한 평론은 남성인 내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었고 화들짝 놀라는 수준을 넘어서 깊은 생각의 시간을 열어주었다.
가부장제하에서 제사라는 행위의 제사장은 부권이라는 명목으로 남성이 담당하고, 이러한 부권은 집안의 전통이나 사회적 관습이라는 미명하에 가족의 여성구성원을 착취하고 핍박할 수 있다는 시각은 단순히 명절이나 여타의 가족행사에서 여성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고생과 희생을 감내하고 있다는 연민의 수준을 넘어서 본질적으로 고착화 되어있는 가정내 성의 위계질서와 역할관계에 대한 관점으로의 전환과 확장을 야기해 주었다.
특히, 가정내 권력자인 남성은 무지로서 부권과 폭력을 행사하며 권력을 누리는 반면, 가정의 또 하나의 구성원인 여성들은 가정의 평화나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앎으로서 부권에 순종하고 핍박을 감내한다는 지적은 사고의 전환이나 확장을 넘어서는, 그 자체로 충격적인 인식의 도끼질이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일반적인 타인의 아픔에 무지하고 공감하지 못했는데, 나는 타인중에서는 가장 가까운 타자라고 할 수있는 가족 구성원들에게 공감의 무지라는 폭력을 행사하는것은 물론이고, 이를 통해 권력까지 누리고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니 참 나쁜 놈이었구나 하는 반성도 해 보게 된다!
나는 권력자라서 몰라도 너무 너무 몰랐고, 내가 공감이라고 생각했던것도 권력자의 수준에서 느끼는 동정 정도에 불과했다는 생각에까지 이르자 집안의 모든 여성 가족에게 미안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