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19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윤성희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9월
평점 :
요즘 한국단편 소설에 대한 관심의 불을 지른건 추석연휴를 즈음하여 읽었던 김금희 작가님의 <너무 한낮의 연애>부터 였다.
이어 내쳐 달린 <오직 한사람의 차지>까지 작가님의 단편은 다양한 이야기마다의 참신성 강했고, 문장이 전해주는 감동의 울림은 깊었다. 나는 한편의 단편, 단편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문제의식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에 불과하지만 나로 하여금 묘한 여운의 공감은 깊이 심어주었다. 무엇보다 뭔지 모를 치열함같은 것이 있어서 더욱 좋았던것 같다.
이번에 읽은 <2019년도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을 도서관에서 빌려온 것도 김금희 작가님 덕분이었다. 그리고, 작가님이 2020년 대상을 받은 수상작품집도 구매해 두었다.
하지만, 수상집에는 김금희 작가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7분의 중견작가들이 눌러 쓴 한편, 한편은 기본적인 베이스로 지난하고 고달픈 삶을 견디어 내며 살아내는 작중 인물에게 또 한번 가해지는 삶의 도끼자국 같은 짙은 상처를 독자로 하여금 들여다 보게하고, 공감하게 하는 힘이 충만한 작품들이었다.
특히나, 수록된 작품의 작가나 주인공이 대체로 여성이기 때문에 시대적 숙명처럼 격을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더 상처 받을수 밖에 없었으며, 따라서, 무덤덤한 문장이나 단문의 표현임에도 예민하고 세심한 아픔이 배여 나오는 듯 한 작품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100% 이해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공감할수 있었거나, 부족한 공감은 이해로 채워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한편, 한편이 소중하지만 특히나 마음이 닿았던 작품은 <파묘>였다.
조상의 무덤을 파묘한다는 의미는 단순하게 매장에서 화장으로 매장방식을 변경하는 문제만은 아닐것이다. 매장방식의 변경행위로 파묘라는 결정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꽈리다발처럼 엮여있는 불가피한 사정들이 악의 꽃을 피워 낼때 이루어 지는 것이다. 파묘는 파묘를 당하는 주체가 아니라, 파묘를 행하는 주체에게 오히려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파내고, 잘게 부숴버리고, 멀리 날려버리는 아픔일 수 있을 만큼 두글자에 응축된 비감은 크다.
주인공 이순일 할머니는 상속받은 선산을 더 이상 관리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건강상의 이유로 휴전선 인근의 이 곳을 더 이상 찾을 수 없고, 선산을 상속할 수 밖에 없지만 상속받은 자식들이 선산을 더욱이 할머니의 조상이 뭍혀있는 묘지를 더 이상 관리할 수도 없고, 관리할 의지도 없는 세대이기 때문에 더더욱 마음이 아프다.
이 단편에서는 할머니와 남편의 처지만 상대적으로 좀 더 설명될 뿐인데, 아마도 자식들의 주변상황이나 상처도 꽈리다발처럼 엮여 있어서 파묘라는 종국에 이르렀을 것인데, 자신의 세대에 파묘를 할 수밖에 없는 이순일 할머니의 착찹한 심경이 세밀하게 묘사되지 않아도 어느 정도는 가슴깊이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어린 시절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는데, 외가댁이 경제적 문제로 선산과 집을 팔아야 했고 파묘 전날과 당일에 할머니의 묘했었던 어린날의 그 느낌을 성인이 된 지금 작가의 작품을 접하고 그 시절 할머니의 한숨과 눈물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느끼고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 되어주어서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작가님이 최근에 신작 <연년세세>에 <파묘>를 비롯해서 이와 관련된 단편들을 연작소설형태로 출간하였다는 소식을 알게되었다. 혹시나 이 가족의 꽈리다발같은 아픔이 펼쳐지지 않을까?, 이 이야기들은 우리 외할머니가 겪었고, 어린시절 내가 지켜보았던 우리 할머니와 우리 가족들을 지금 나는 어떻게 느끼고 이해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작가의 신작을 기다려 본다.
할머니! 하늘나라에서 잘 계시죠! 오늘 밤에는 하늘나라에서 퀵보드를 타시고 이 별에서 저 별로 신나게 한번 달려 보세요!
저는 밤하늘 보면서 술 마셔요! 항상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