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폭풍, 스피노자 - 자유를 향한 철학적 여정
손기태 지음 / 글항아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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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부터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해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스피노자의 말을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엄청 멋있다고 생각해왔다. 


어설프게 서양 철학사를 읽어 내면서 스피노자는 나에게 주요한 관심의 대상이었으나, 항상 짙은 안개속을 헤매는 수준에서 언제나 머물고 있었다.


그러던중, 알라딘 이웃님께서 스피노자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으로 <고요한 폭풍, 스피노자>를 추천해 주셨고, 작가님의 간결한 문장과 쉽고도 깊이 있는 해설 덕분에 유대인의 적자로 지명 받았으나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 렌즈가공사라는 은둔의 삶을 선택한 스피노자의 철학과 정치사상을 이해할 수 있는 발판이랄까, 스피노자를 읽는 문법이랄까, 여하튼 스피노자에 대해서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특히, 이성에 기반하여 다른 사람을 포함한 모든 자연산물과의 마주침과 연대를 중시한 점, 개인의 욕망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점, 당시 유럽사회를 지배하던 신에 대한 관념을 주체를 중심으로 뿌리부터 새롭게 해석한 점 등에서 그의 사상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의미를 유지하고 있으며, 다각도로 재조명 되어야 할 사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의 마지막은 스피노자의 주저 에티카의 마지막 문장이 실려 있는데, 어쩌면 이 문장이 머리 나쁨으로 인하여 쉬운 책을 보고도 여전히 스피노자의 철학에 대해 헤매이는 나에게 그의 철학에 다가갈 수 있는 힘을 주지 않는가 생각해 옮겨 본다.


"이제 여기에 이르는 것으로 내가 제시한 길은 매우 어려워 보일지라도 그것은 발견될 수 있다. 물론 이처럼 드물게 바견되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구원이 가까운 곳에 있고 큰 노력 없이도 발견될 수 있다면, 어떻게 거의 모든 사람이 그것을 등한시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모든 고귀한 것들은 힘들 뿐만 아니라 드물다.(에티카 5부 정리 42 주석)"


이 책 한권으로 스피노자가 지구의 멸망을 앞두고 사과나무를 심는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없겠으나, 철학자의 생각이 뭔가 고귀한 것이 있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으므로 조금 힘들지만 그의 사상에 접근하는 노력을 즐겁게 해낼 수는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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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0-09-14 0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티카는 윤리학이라고 들었습니다. 윤리.
그것을 공리로 모든 것을 정리한 스피노자
소트라테스의 덕 (본분을 다하는) 과 함께 탐구해보고 싶은 양대 탑인 것 같습니다.

막시무스 2020-09-14 0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서 저자는 도덕은 개인의 내면세계를 향해 양심과 죄책감에 호소하는 일종의 초월적 계율을 지칭한다면, 윤리학은 인간이 다른 개체들과 맺는 관계속에서 고려해야 할 내재적 규칙을 지칭한다고 하여 양자를 구분하고,
스피노자의 윤리학은 개체들 간의 관계에 대한 존재론적이고 자연학적인 분석이자, 하나의 개체가 자신과 다른 개체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에 대한 규범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아울러 이러한 개체들이 맺는 관계의 질서를 왜곡하는 요소로 미신적 편견과 그것을 악용하는 정치권력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더불어서, 서양 근대철학사에서 지배적이던 데카르트의 사상뿐만 아니라, 당시의 정치철학, 신학 등에 대해서도 개략적이나마 쉽게 정리해 볼 수 있어 유익한 것 같았어요! 새롭게 시작하는 이번주도 즐거운 한주 되십시요!ㅎ

겨울호랑이 2020-09-14 1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피노자의 철학이 워낙 독창적이라 이해하기 어렵지만, 알아가는 기쁨을 주는 사상가라 생각합니다. 막시무스님 즐거운 독서 하세요!^^:)

막시무스 2020-09-14 20:05   좋아요 1 | URL
말씀대로 가슴속에서 그의 철학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머리속으로 정돈된 느낌은부족한 듯 합니다. 저도 언젠가는 스피노자를 이해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겠지요!ㅎ.
항상 겨울호랑이님의 페이퍼를 보면서 좋은 자극과 많은 배움을 얻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베터라이프 2020-09-14 14: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막시무스님. 저도 서평에서 종종 스피노자를 인용해왔는데요. 이렇게 막시무스님의 글을 보니 또 한편으로는 새롭기도 하네요. 스피노자가 인간에 대한 회의를 갖고 있었는지 아직도 불명확하지만 그로부터 많은 철학의 대가들이 감명을 받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근래 보수주의자들이 시장에서의 도덕의 회복이라는 일련의 지적 운동과 관련해 스피노자를 인용하며 반박하는 사례들을 기사로 보기도 했는데요. 이것은 진보에 있는 사람들이 칼 슈미트를 인용하는 것과 바슷한 이치일까요. 근래 바우만의 다른 책을 통해 슈미트의 진면목을 조금 엿보게 되었는데요. 이 부분은 서평을 통해 한번 남겨보겠습니다. 하여튼 시국도 어수선한테 모쪼록 몸과 마음의 건강 잘 챙기시길 빌게요 ^^

막시무스 2020-09-14 20:08   좋아요 0 | URL
제가 생각했던것 보다 스피노자가 현대사상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길었나 보네요! 아직 부족해서 거기까지는 알지 못했으나, 배터라이프님 덕분에 스피노자에 대한 관심은 더욱 상승이 되네요!ㅎ 항상 건강하시고, 펼치시는 책 한권마다 유익하시기를 기원드려요!ㅎ
 

  오래전에 <빨간책방>팟캐에서 이동진씨가 대성당의 단편중에서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낭독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것 같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 방송은 세월호의 아픔이 한창이던 시절이었거나 최소한 1주기 정도의 시기는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클래식 클라우드의 <레이먼드 카버>편을 읽고, <대성당>을 다시 읽고 있다.

방금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편의 읽기를 마쳤다.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눈물이 났고, 가슴 찡함이 오래 남아 쉽게 가시지가 않을것 같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빵집에 들러서 롤케익을 사고, 편의점에서는 맥주를 두어캔 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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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0-09-08 2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되게 좋아해요. 저도 빨간책방 그 무렵에 듣고 위로도 받았었고요 ^^

막시무스 2020-09-09 09:22   좋아요 1 | URL
정말 단순하고, 무덤덤한 것 같은데, 울림이 큰 작품이었던것 같아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십시요!ㅎ

2020-09-08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09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0-09-08 22: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빨간책방의 저 방송은 세월호사건이 일어나고난 직후였어요. 빨간책방이 원래 실없는 농담을 섞어가며 웃어가며 하는 방송이었는데 아마도 도저히 그렇게 방송하는게 불가능했던듯해요. 우리 모두 웃을수가 없었잖아요. 저도 그 때 저 방송을 들으면서 정말 산기하게도 위로를 받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 단편도 너무 너무 좋았는데 막상 책을 보니 대성당이 너무 압도적이더라구요.

막시무스 2020-09-09 09:26   좋아요 2 | URL
비단, 세월호 사건 뿐만아니라, 우리들 주변에 일어나는 거의 대부분의 불운, 오해로 인한 갈등과 화해와 위로의 순간 등에 잘 들어 맞는 좋은 단편이었던 같아요! <대성당>편도 곧 읽어 보겠습니다.
즐거운 하루되십시요!ㅎ

초딩 2020-09-09 08: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빵 건네는 대목을 사람들 한테 말만하려도 눈물이 돌아요 ㅜㅜ
심지어 이 글을 쓰는데도요
:-)

막시무스 2020-09-09 09:28   좋아요 3 | URL
정치적 레토릭인지는 모르지만, 종종 쓰는 관용어중에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의 의미를 조금 더 이해 할 수 있었던거 같아요!ㅎ..즐거운 하루되시구요!ㅎ

coolcat329 2020-09-09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의 모든 빵이 여기 있소...이 문장이 그렇게 가슴에 박히더라구요.

막시무스 2020-09-09 14:01   좋아요 1 | URL
세상의 모든 위로와 미안함이 담긴 빵! 가슴이 묘한 느낌이죠!ㅎ
 
[eBook] 이반일리치의 죽음 펭귄클래식 2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은정 옮김, 앤서니 브릭스 서문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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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얼빠진 인간과 냉면을 먹으면서 추천 받았던 필립로스의 <에브리맨>과 톨스토이의 <이반일리치의 죽음>을 몇일 전에 이틀에 걸쳐서 읽어 내었다.


두 작품 모두 주인공의 장례식장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대체로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서 진중하게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좋은 작품이었다. 다만, 톨스토의 작품이 좀 더 도덕적이고 직접적인 메시지를 던져주는 느낌이라면, 필립로스의 작품은 보다 은은하게, 독자가 알게 모르게 그 의미에 스며들게 해 주었다는 느낌이 어렴풋이 남아 있다. 물론 톨스토이의 작품도 아직까지 뭔가 느낌은 있는데 구체적으로 머리속에 정리되지 못하고 있는 점들이 많은걸 보면 이렇게 구분하는 것도 무의미 할 지 모르겟다.


<이반일리치의 죽음>에서 주인공 이반일리치는 자신의 삶을 선택함에 있어 자기 내부의 기준이나 판단에 충실한 것이 아니라 외부의 집단에서 보편적으로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어 행동하고, 자신의 욕심을 참아가면서 집단의 가치 아래서 적당하게 구성원들과 어울리며 외부생활(법관 사회)을 하면서 이 집단에서 도태되지 않고 꾸준히 선두권에서 성장해 간다. 중요한건 그는 자신의 삶에 충실했고, 결고 비도덕적인 삶을 살았거나 비난받을 수단으로 집단에서 성공을 이룬 것은 아니였다. 


자신의 내부생활인 가정도 이러한 외부적 기준으로 꾸려 나갔다. 그는 자신의 신분유지 내지는 향상을 위해서 적당한 계층의 아가씨와 결혼을 하였으며, 자신의 속한 외부집단의 기준에 맞는 가정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아내에게는 식사, 집안돌보기, 잠자리를 요구하였고 외부생활에서 통상 요구하는 기준에 걸맞는 그럴듯한 결혼생활의 모습을 표면적으로만 갖추기를 원했다. 가정생활에서 이것이 충족되지 않으며 그는 언제든지 외부생활(독립된 일의 세계)로 도피해 버렸다. 톨스토이는 이러한 이반일리치의 생활사를 지극히 단순하고 평범하면서도 극도로 끔찍한 것이기도 했다고 평가한다.(한국적으로 요약하면 스카이캐슬이다!)


여하튼, 이런 이반일리치가 어느날 원인모를 병에 결려 서서히 죽어가면서, 한 단계씩 죽음이라는 목적지로 나아 가면서 삶을 반추하고 여러가지 단상을 느껴가는 이야기가 이 소설의 주요 내용이다.


작가는 표면적으로 삶의 허무와 이타적인 삶의 의미(이러면, 전 세계 문학의 의미중 80~90%는 다 들어 맞을 수 밖에 없다!)에 대해서 되집어 볼 수 있는 시간을 독자에게 마련해 주는 듯 하지만, 발견하지 못하고 감각적으로만 느낄 수 있는 디테일을 많이 심어 두고 있는 듯 하다.


여러가지 숨은 디테일한 의미중 마지막 장면이 정말 기억에 많이 남는다.


주인공 이반 일리치의 임종 장면에서 주인공을 둘러싼 가족 등은 "임종하셨습니다!"라고 말하며 주인공의 임종을 선언한다. 그런데, 작가는 이 부분에서 아래와 같이 기술하여 외부에서 바라보는 임종과 주인공의 임종에 시간적 차이를 둔다. 즉, 외부에서 평가하는 생물학적 죽음의 시간과 주인공이 실제 죽음을 받아 들이는 시간사이에 미묘한 격차이 있고, 이 짧은 순간의 격차를 비집고 중요한 사건이 발생한다.   


[그는 그 말을 들었고 그 말을 마음속에서 되뇌었다. '죽음은 끝났어.'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죽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하지만 들이마신 숨을 미처 내 밷기도 전에 온 몸을 쭉 뻗더니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p148)


즉, 외부에서 사망판정이 있고도 주인공은 그 사망판정이후에도 죽음이 온 것이 아니라 죽음이 끝났다고 선언한 후 다시 한번 자신의 선언을 머리속으로 확인까지 하고 숨을 마시고 내 뱉으며 사망에 이른다.


이 짦은 순간에 주인공이 선언했던 죽음의 종말이라는 의미는 무엇이었을까?하는 것이 여러가지 의문중 하나였다.


그런데, 어제와 오늘에 걸쳐 클레식클라우드 시리즈의 <레이먼드 카버>편을 보다가 이반일리치가 죽으면서 죽음의 종말을 선언했던 의미와 관련한 하나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레이먼드 카버의 무덤에는 카버가 마지막으로 쓴 시인 <말엽의 단편>이 음각되어 있다고 하는데 내용은 아래와 같다.



어째거나, 이번 생에서 원하던 걸

얻긴 했나?

그랬지.

그게 뭐였지?

내가 사랑받은 인간이었다고 스스로를 일컫는 것, 내가

이 지상에서 사랑 받았다고 느끼는 것.

 


그렇다. 삶을 의미있게 만드는, 허무한(어쩌면 피동적인 의미의) 죽음을 유의미한(어쩌면 적극적인 의미의) 죽음으로 만들 수 있는 한가지 바로 "사랑"이다.


마지막 임종을 앞두고 이반일리치는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사랑의 의미를 깨닫고, 불쌍한 가족이 마음에 상처받지 않도록 임종의 자리에서 나가달라고 선언으로 사랑을 실천하면서 가족을 고통으로 부터 해방시키고 자기 자신도 해방되고자 한다.


이것은, 이반일리치가 죽기 직전에 자신의 삶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진정으로 깨달았고, 그 원인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알지도 못했고 실천하지는 더더욱 못했다는 점에서 기인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인식했다는 의미이고 인식을 넘어서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일 것이다. 


만약에 이러한 사실을 이반일리치가 뼈저리게 인식하지 못하고 단순히 신에게 회개하며 천국으로의 인도만 간절히 기도했더라면, 그는 죽음에 순응하거나 지배당한 평범하고 허무한 죽음을 맞이 했을 것이고, 그 결과 그의 삶은 단순한 허무의 수준을 넘어선 적극적인 무의미의 수준으로 전락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반일리치는 죽기 직전에 사랑의 의미를 깨달았고 실천했기 때문에 자신의 죽음을 허무하게 받아 들이는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죽음에 대해서 사망선고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물론 여기서의 사망을 선고할 수 있었던 죽음은 삶을 허무로 규정해 버리는 죽음이고, 자신은 사랑의 의미를 깨달아서 어쩌면 그리스도와 같은 신성한 죽음을 맞이 하였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많이 나아가는지 모르겠지만, 공자도 "아침에 도를 꺠우치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 말도 어쩌면 삶의 본질을 깨우치고(아침에), 이를 실천(아침과 저녁사이)하면, 저녁에 죽어도 나의 죽음이 헛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닐까?하는 허황된 생각도 해 보았다.(즉, 공자는 아침에 도를 꺠우치는 순간 바로 죽는것이 아니라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하여 아침과 저녁이라는 시간차이를 두었고, 이 시간동안 도를 실천하라는 메시지를 숨겨두었을지 모른다)


결국, 작가는 이반일리치를 통해서 삶에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고 실천하는 것은 죽음에게 마저도 사망을 선고할 수 있는 진정으로 허무한 죽음을 넘어 설 수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져주는게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그러고 보니, 결국의 삶의 허무와 이타심 중요성으로 귀결되고 마는 것 같기도 하다. 


제 5도살장에서 작가 커트 보니컷이 말했지 아마도.. "뭐 그러거지!......그런거지 뭐!"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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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0-09-06 23: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에브리맨만 읽었는데요. ˝영감을 찾는 사람은 아마추어이고 우리는 그냥 일하러 간다.˝이 말이 오래 기억났어요! 이반 일리치의 죽음도 읽어보고 싶네요 ^^

바람돌이 2020-09-06 2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어쨌든 저도 저의 마지막 순간은 저런 마음 하나를 안을 수 있다면 좋겠는걸요. ^^

막시무스 2020-09-06 23:53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ㅎ...그런데 생의 마지막 순간에 과연 저런 마음이 생길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뭔가 꼭 의미있는 진정한 무언가가 찾아올것도 같지 않으세요?ㅎ 반드시 찾아 오실 거예요!ㅎ
시작하는 이번주도 즐겁고 행복한 한주간 되시길 바랍니다. 건강하시구요!

막시무스 2020-09-06 23: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반일리치 읽게 되시면 톨스토이가 왠지 꼰대스럽다는 느낌을 받으실지 모르겠네요!ㅎ.
에브리맨도 정말 생각이 오래 남는 작품이었어요! 하나님이 적어주신 문장도 기억이 나네요!
하나님 글을 보고 다시 책을 뒤젹여 보니 저는 개인적으로 ˝현실을 다시 만들수는 없어요˝, ˝그냥 오는 대로 받아들이세요. 버티고 서서 오는 대로 받아 들이세요.˝ 이 문장이 마음에 남아요...아참, 정확한 워딩은 지금 찾기 어려운데 ˝사는게 전투였다면, 죽음은 대학살!˝이라는 의미의 문장이 있었는데 이 문장도 느낌이 강렬했어요!
내일부터 새로운 한주네요! 항상 행복하고 건강한 일주일되십시요!ㅎ

하나 2020-09-06 23:57   좋아요 1 | URL
오 좋네요. “현실을 다시 만들수는 없어요” “그냥 오는 대로 받아 들이세요” 에브리맨도 다시 읽어보면 더 좋을 거 같아요! 막시무스님도 즐거운 한주 되시길 바랄게요 ^^

2020-09-07 0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딩 2020-09-07 00: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전 오늘 투르게네프의 아버지와 아들을 읽었습니다.
톨스토이와 결투까지 갈 만큼 싸우고 또 회해했지요.
둘은 아니 도스토예프스키까지 그들은 죽음을 화해와 깨달음의 장으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마지막을 댓글합니다 ~


오, 아니다! 아무리 정열적이고 죄 많은 반역의 심장이 그 무덤 속에 숨어 있을지라도 무덤 위에 자란 꽃들은 순진무구한 눈으로 평온하게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이 꽃들은 우리에게 영원한 안식이나 ‘무심한’ 자연의 위대한 평온만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것들은 영원한 화해와 무궁한 생명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알라딘 eBook <아버지와 아들 (세계문학전집 065)> (이반 투르게네프 지음, 이항재 옮김) 중에서

막시무스 2020-09-07 09:10   좋아요 2 | URL
투르게네프가 톨스토이와 동시대인이었고 결투까지 했네요!ㅎ 저도 인생의 마지막은 용서와 화해로 마무리하고 싶네요!ㅎ 태풍의 영향으로 비바람이 부는 한주의 시작입니다! 이번주도 즐거운 독서되십시요!ㅎ

말리 2020-10-11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들면서 멀리 있던 죽음을 조금씩 더 가까이 느끼게 되는것 같습니다. <길가메쉬 서사시>에 길가메쉬가 죽음을 맞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신들이 꿈속에서 말합니다. ˝너는 절망해서는 안 된다. 의기소침해서는 안 된다.˝ ˝너는 분노로 얽힌 마음을 갖고 저승에 가서는 안 된다...˝ 어떤 죽음이 찾아오더라도 그 운명에 분노하지 않을 담담함은 어떤 삶에서 키워지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막시무스 2020-10-11 15:09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 ˝어떤 죽음이 찾아오더라도 그 운명에 분노하지 않을 담담함˝을 저도 키울수 있을지, 어떻게 키워야 할지에 대해 생각이 깊어지네요! 나이 들어감이 아쉬울때도 있지만, 이런 주제에 마음을 둘 수 있다는 것이 그 아쉬움에 대한 위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남은 연휴 즐거운 시간되십시요!

초딩 2020-10-19 23: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아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막시무스 2020-10-20 20:4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변변하지 못한 리뷰에 상품권도 주고 좋더라구요! 즐거운 가을날 되십시요!ㅎ
 
어떻게 휘둘리지 않는 개인이 되는가
홍대선 지음 / 푸른숲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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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책의 내용과 잘 맞지 않는것 같았은데 읽다보니 그럭저럭 덜 맞춰지는 퍼즐처럼 얼기설기 엮어지는듯 하다!

서양 근대철학자 6인의 삶을 중심으로 그 삶의 횡보와 철학을 무겁지 않게, 그러나 너무 가볍지도 않게 다루고 있어 재미있고 편하게 읽었다!

특히, 스피노자의 삶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어린시절부터 들어 왔던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그의 말을 조금이나마 새삼스레 느낄 수 있었던것 같았다.

또한, 시크함과 약간의 찌질함을 겸비한 쇼펜하우어의 삶도 흥미롭게 다가온건 나에게 또 다른 덤이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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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0-09-05 23: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베스트셀러의 역사에서도 유명한 대작가들이 책이 안 팔려 우울해하고, 이제 곧 잘 팔릴까야라며 지인들과 편지 한 것들을 봤을 때
우리 모두 다 같은 인간이구나 생각했어요
방금 트머로우 봤는데 좀 시원해졌습니다 ㅎㅎ

막시무스 2020-09-06 08:18   좋아요 2 | URL
이 책에서 쇼펜하우어가 대표적인 케이스로 나오더라구요! 작가의 열정을 담아 나은 자식같은 산물이고, 수익을 떠나서 말로 못 할 이해를 구하는 건데 오죽하겠어요!ㅎ 즐건 주일되십시요!

페크pek0501 2020-09-06 14: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피노자, 쇼펜하우어. 다 흥미를 주는 분들이죠.

막시무스 2020-09-06 14:49   좋아요 1 | URL
특히, 요즘 스피노자에 대해 관심게이지 상승입니다! 지금 보는거 마무리하면 스피노자라는 사과나무를 심기 시작해 보려구요! 즐건 주일되십시요!ㅎ

서니데이 2020-09-06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시무스님, 즐거운 주말 보내셨나요.
태풍이 가까워져서 흐린 하루였어요.
저녁 맛있게 드시고 편안한 하루 되세요.^^

막시무스 2020-09-06 19:27   좋아요 1 | URL
오늘 우리동네 바깥 기온은 20도이고 오후2-3시경부터 자작자작 비가 오고 있습니다! 운동해야 하는데 날씨 핑계로 어제와 오늘은 레이먼드 카버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시체놀이 제대로 했네요!ㅎ 지난 한주도 고생많으셨고, 다음주도 즐겁고 행복한 한주 되셔요!ㅎ
 
금각사 (무선)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3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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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소설은 절대적인 미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그런데 나는 절대적인 미라고 읽기 보다는 절대적인 가치라는 개념을 두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절대적인 가치가 존재한다면 절대적인 가치란 무엇일까?", 


"절대적인 어떤 가치가 나의 새로운 인식을 끝없이 방해하고, 집요하게 내 새로운 인식의 발목을 잡고 나를 지배하고 있을 때, 그리하여 그 절대라는 존재 내지 가치가 나의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과 나 자신만의 삶을 방해하고있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절대적인 가치가 스스로 아름다움을 드러내기 위해서 나를 추함으로 규정하거나 만들어 버릴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본 교토에 위치한 금각사와 그 주변의 배경에 대한 절재된 유려한 문체로 묘사된 소설 <금각사>는 그 자체로 아름답고, 아름다움에 관한 소설이지만, 주인공 미조구치의 금각사에 대한 방화는 결국 '절대적인 것에 대한 고민과 반항이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소설의 주인공 미조구치와 그의 친구 가시와기는 이 소설에서 이야기하는 절대적인 가치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 합니다. 


그리고, 절대적인 가치라는 것이 내가 스스로의 인식에 의해 의미를 부여하고 인정한 가치가 아니라, 타인이나 집단(공동체)에 의해 부여되고 집단적인 무의식과 무비판으로 가치를 수용하여 내 삶을 지배하고(나는 지배당하고),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을 발견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인식에 대하여 가시와기와 미조구치는 대응하는 방식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먼저, 가시와기는 소위 절대적인 가치가 지배하는 이 세상은 원래 부조리한 것이니, 이와 같은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견디라고, 절대적인 가치는 결코 근절될 수 없고 맞서는 것은 결국 허무한 결과만 낳을 뿐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미조구치는 오랜 방황 끝에 결심합니다. 인식만으로는 부조리한 삶을 견딜수 없다고, 광기나 죽음만이 세계를 변모시킬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제까지 자신을 지배해온 절대적인 가치에 과감하게 도전합니다.


그 도전의 결과, 미조구치는 바로 금각사를 불질러 버립니다. 


그런데, 결말이 정말 끝내줍니다. 


"호주머니를 뒤지니 단도와 수건에 싸인 칼모틴 병이 나왔다. 그것을 계곡 사이를 향해 던져버렸다. 다른 호주머니의 담배가 손에 닿았다. 나는 담배를 피웠다. 일을 하나 끝내고 담배를 한 모금 피우는 사람이 흔히 그렇게 생각하듯이, 살아야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 


미조구치는 절대적인 가치를 불질러 버리고 자살(수면제와 칼로)하려 했으나, 자신의 의지로 자살을 내동댕이 쳐 버립니다. 그리고, '절대적인 가치중 미'라는 악당을 하나 해치운 미조구치는 여유롭게 담배를 피우며 생각합니다. "살아야지!"라고, 

저는 금각사와 함께 장렬하게 산화할 줄 예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멋있습니다. 언젠가 무모하게 죽음이라는 명사로 사라져 버릴 존재일 지라도 반항 자체가 의미있는것 같습니다.


미조구치는 자신의 뚜렸한 의지로 당당하게 자살을 포기하고, 또 다시 등장할지 모를(아니 반드시 등장하고야 마는) 다른 종류의 절대적 가치인 부조리에 기꺼이 맞서 싸울것을 다짐합니다. 


그런데, 이 소설 이후에 작가의 세계관이 바뀌어서 극단적인 우국화 경향을 보이고 결국에 할복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점과 이 소설 곳곳에서 보이는 다소 퇴폐적인 묘사가 눈에 거슬리기는 합니다.


하지만, 유려한 문체로 서술된 금각사의 아름다움(미)에 대한 묘사와 아름다움의 이면에 흐르는 절대적인 가치(미)의 존재가 개별자를 황폐하게 추로 전락시켜 버리는 부조리에 맞서 소극적인 인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반항으로 마무리하는 이 소설은 하나의 미학이나 철학적인 의미로서는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 주말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위해 침대와 쇼파를 뒹굴거림으로 절대 사수하며 읽은 결과물인지라 지극히 개인적인 오독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이 소설은 언젠가 꼭 다시 한번 정좌를 틀고, 꼼꼼하게 읽어 보고 싶다는 강한 유혹을 남겨 주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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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9-01 1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종이책으로 읽었을 땐 잘 몰랐는데
최근에 팟캐스트를 통해 본문을 듣고 다시 읽을 책이라고 생각했었어요.

막시무스 2020-09-01 20:02   좋아요 2 | URL
저도 이 책 읽은 계기가 오래전에 김영하 작가님 팻캐 들으면서 꼭 한번 봐야지 생각했던것을 늦게나마 실천 한겁니다!ㅎ

하나 2020-09-02 0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금각사 이번 판본 표지 엄청 예쁘네요! 소설의 느낌이 잘 전달되는 거 같아요. 저도 한 권 더 가져야겠어요! 반항심이 넘치는 시기라 :)

막시무스 2020-09-02 09:27   좋아요 1 | URL
친구수락 감사드려요! 반항DNA는 강한 존재의 증명이죠!ㅎ
즐거운 하루되십시요!ㅎ

하나 2020-09-02 09:29   좋아요 1 | URL
친구가 되어 주셔서 감사드려요! 그 말씀도 좋네요! 강한 존재의 증명. 막시무스님도 반항심 가득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