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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브라이언 스티븐슨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0월
평점 :
˝착하게 살자˝라는 티비 프로그램이 몇 주 전 시작했다. 하다하다 자극적인 소재를 위해 교도소까지 간다는 핀잔의 소리도 들렸지만, 나에겐 참 신선한 프로였다. 전직 대통령 및 대기업 부회장 등이 줄줄이 수감되고 재판을 받으면서 우리 국민들이 이러한 절차에 한층 더 관심을 갖게 되어 생긴 프로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프로그램의 제목이 ˝착하게 살자˝인데, 여기 잡혀온 연애인들이 착하지 않았던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은 교도소에 수감되기 위해 제작진에서 일부러 벌인 일에 휘말리게 되고, 결국 실제 감옥에서 생활하게 되었다는 거다.
만약, 아주 만약에 당신이 누군가의 계획에 의해 사건에 휘말리고 구속이 되고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간다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더욱 끔찍한 것은 그 이유가 당신이 가난하기 때문에, 보호자가 없기 때문에,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특정 지역 출신이기 때문에 등 편견에 따른 요소 때문일 때다.
우연히 도서관 서가에서 만났지만, 한눈에 꼭 읽어야겠다고 맘 먹은 책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은 이런 억울한 사람들을 변호한 변호사 브라이언 스티븐슨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게 실제인가 싶을 정도로 극적이고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특히나 본인도 흑인 변호사로서 흑인에 대한 편견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는 장면들도 나온다. 이게 진짜 미국인가 싶을 정도로 흑인에 대한 차별이 심했고 인권이나 평등의식이 낮고 무관심했다. 성조기 들고 집회하시는 분들이 정말 꼭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 또한 놀란걸 보면 미국이 인권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나보다.)
우리나라도 사법부가 엉망이지만,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더 나쁠지도 모르겠다. 우월을 가리기가 힘들게 둘 다 엉망이다.
몇 달 전 김기춘이 구속되었을 때, 그의 손에서 억울하게 간첩으로 둔갑하여 죽거나 옥살이를 했던 사람들은 냉골에서 지냈을 텐데, 재소자의 인권을 위해 난방을 시작한 민주정부의 덕을 톡톡히 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러니 하지만 이것이 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 시대에 태어난 게 얼마나 감사한지... 다시금 민주화를 위해 싸우신 이땅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청소년 잔혹 범죄가 많아지면서 청소년 보호법 폐지가 이슈다. 이와 사형제도를 묶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들도 많이 나와있다.
무엇보다 사람이 이렇게 힘든 일을 꾸준히 할 수 있을까 싶게 영웅적인 모습을 보여준 브라이언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수밖에 없다. (아주대 중증외상센터의 이국종박사님에게도 이런 감정을 느꼈더랬다.)동시대에 이렇게 멋진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괜히 뿌듯하다. 띠지에 TED강연에서 최장 시간 박수를 받았다는 내용이 있어 유투브를 찾아보니, 강연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영어로 한다. (누가 자막 좀....)
내가 고등학생이었으면, 이 책을 읽고 변호사가 되고 싶어했을 거고, 좀 더 공부를 열심히 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로스쿨은 공부 열심히 해도 돈 없어서 못갔겠지만,나 땐 사법고시 세대니까... 점점 우리 사회에 약자를 위한 변호사들이 사라질 거라 생각을 하니 슬프기도 하지만... 역시 또 내가 이 자리에서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할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