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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2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5년 5월
평점 :
(눈 2권인데, 눈 1 표지인 건 뭐냐? 당장 고쳐달라!)
‘당신은 신의 걸작품입니까?‘ 오르한 파묵이 남긴 이 질문이 묵직하게 남았다. 이렇게 진지하게 시작하려고 했는데, 2권인데도 1로 되어 있는 표지 때문에 다 망했다.ㅎㅎ
신기하게 이 작품의 서술자 이름이 오르한 파묵이다. 그리고 서술자가 거침 없이 자신을 드러낸다. 처음 서술자가 등장했을 때는 이게 웬 서술자의 개입이야 이랬는데, 읽다보니 그건 아니었지만, 암튼 엄청 신선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예전에 그런게 딱 있는 줄 알았는데, 노벨문학상은 작가에게 주는 것이고, 이 작품 나온 이후에 받아서 이걸 그냥 수상작이라고 하는 거 같다. 혹시 더 정확히 아시는 분 계시면 좀 알려주시길-은 재미 없다는 편견은 학창시절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읽다 던져버린 트라우마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번 작품도 추천하면서 부들부들 떨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밌어서 깜놀했다.
원치 않는 정치적 사건에 휘말리는 개인의 모습도 보여주지만, 결국 인간이 중대한 결정을 하는 건 사랑과 질투 때문이라는 것을 너무 실감나게 보여준다. 사랑은 신에 대한 사랑, 인간에 대한 사랑을 다 포괄하고 있다.
정치적 암투도, 사랑도, 우정도, 신앙도 딱 좋을 만큼 버무려진 멋진 글을 읽었다.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노벨상 받는구나. 다른 파묵 글에 비해 이 책은 서술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글도 읽어보고 싶다. 전작도 하고 싶다.
마지막 번역가의 글도 인상적이었다.(파묵의 글은 이분이 다 번역하신다. 신기) 실제로 배경이 된 카르스에 다녀오셨다고. 나도 너무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코로나가 끝나도 점점 독재화 되어가는 그곳에 갈 수 있을까 싶다. 15년 전쯤 다녀온 터키는 너무 좋아서 꼭 다시 가고 싶었는데 말이다.
대학입학 때 터키어과에 지원할까 고민했었다. 결국 하지 않았지만, 만약 거길 들어갔다면 지금과는 다른 인생을 살고 있겠지? 이렇듯 인생은 몇몇 결정에 의해 정해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