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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탄생
이은집 지음 / 청어 / 2008년 1월
평점 :
얼마 전에 읽고 리뷰를 썼던 <철수 사용설명서>를 읽었다는 이은집 선생님께서 자신의 소설집 <스타탄생>을 보내주셨습니다. 그 옛날 크리스 크리스토퍼슨과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주연한 영화 <스타탄생>을 머릿속에서 그리면서 읽기 시작했다가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선 영화는 장편소설의 분량에 유명가수이자 배우인 노먼 메인(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의 눈에 띈 무명가스 에스더(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노먼의 도움으로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되지만 반대로 노먼은 추락을 거듭하다가 에스더가 아카데미상을 받는 날 자동차사고로 죽게 되고, 에스더는 죽은 노먼을 그리면서 주제가 에버그린을 애절하게 불러 관객들을 슬픔에 빠뜨린 영화였습니다. 1976년 작품이니 당시 우리나라 관객들의 영화취향과 잘 맞아 떨어지는 영화였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요즈음 같으면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을까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스타탄생>에 실린 작품들을 정리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스타탄생>에는 가수, 영화배우, 모델, 개그맨, 연극배우, 탤런트, 아나운서를 꿈꾸는 별 볼일 없는 남자아이들이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젊은이들의 언어로 빙빙 돌리는 언어적 유희 없이 직설적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면 철수또래의 아들을 두고 있는 입장이지만 교단을 떠난 지 벌써 10년이 넘어가다 보니 아무래도 그들의 언어나 사고방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저로서는 <스타탄생>에 실린 단편소설에 담긴의미들이 제 인식의 사이클에 제대로 실리지 못하고 겉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만, 자료를 찾아보고 오히려 작가님 연배가 저보다 많으신 것 같다는 점에 오히려 놀라게 되었습니다.
어떻든 7개의 작품들은 볼품없는 젊은 남자(남자인 점을 강조하는 것은 이 소설들이 연예계의 성공스토리 이외에 ‘동성애’를 또다른 장치로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들이 감춰진 자질이 전문가의 눈에 띄어 갈고 닦아져서 연예계의 스타로의 길에 올라서게 된다는 성공스토리로 구성된다는 점이 공통적이라고 보여집니다. 어떻게 보면 특히 젊은이들에게 어려운 현재의 사회적 여건에서 스타가 될 수 있다는 한 가닥 희망의 메시지를 젊은이들이 갈구하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짚어낸 것이라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문장이 기존의 문학작품들과는 달리 거칠고 변화무쌍한 것 역시 요즘 젊은이들의 특징을 반영한 것이라고 이해하였습니다.
이쯤에서 작가님이 주장하는 한국 최초의 뉴웨이브 소설이라는 주장을 짚어보려 합니다. 듣기에도 생소한 뉴웨이브 라는 단어는 음악계에서 나온 단어인 것 같습니다. 다음과 위키 백과사전을 보면, 뉴 웨이브(new wave)란 기존의 음악과 다른 ‘새로운 사운드’라는 뜻을 가진 록 음악의 장르로, 1980년을 전후헤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1970년대 말 한창 인기를 얻고 있던 펑크 록이 그 과격함과 무례함 때문에 사람들에게 외면 받기 시작하면서, 자기만족과 기존 질서에 대한 공격, 기괴함과 자유분방을 특징으로 하는 로큰롤, 레게, 디스코 등 다양한 음악장르가 섞여 있다고 합니다. 음악분야에서 사용하던 뉴웨이브라는 용어가 우리나라에서 문학분야에 적용된 것은 2008년 4월 조선일보사가 제정한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이 발표되기 전인 1월에 최소의 뉴웨이브소설을 표방하면서 발표되었으니 일단은 최초라고 인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타탄생>의 두 번째 화두는 동성애입니다. 동성애자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많이 누그러지고는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벽이 존재한다는 점은 커밍아웃한 남자탤런트가 이제야 가끔씩 브라운관에 등장하게 되었다는 점이나, 왕의 남자, 쌍화점, 친구사이와 같은 영화 그리고 개인의 취향, 커피 프린스 등의 드라마에서도 동성애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영화를 ‘퀴어 시네마(Queer Cinema)'라고 부르는 점을 따서 뉴웨이브 퀴어 소설이란 분류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7작품 모두에서 여성동성애가 등장하지 않은 점은 작가님의 취향 때문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작품의 다양성을 고려하였다면 여성동성애를 다룬 작품을 포함하는 것은 어땠을까 싶습니다. 간략하게 묘사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떻든 평소에 생각해본 적이 없는 이질적 요소인 동성애 장면을 읽어가는데 슬그머니 소름이 돋는 불편함이었다는 고백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동성애적 성향은 선천적으로 타고난다는 학설도 제기되고 있어 이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품어야 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학창시절 다니던 대학 근처에 재개봉관이 있었는데 이곳이 동성애적 성향을 가진 분들이 만나는 장소라는 소문이 있어 경계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개인적인 추억 한 자락을 들추게 된 단편은 <강제 결혼-연극배우를 꿈꾸는 고교신입생 이야기>입니다. 프랑스 희극작가 몰리에르의 <강제결혼>을 우리정서에 맞게 각색한 대본을 실어 두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작품은 제가 활동하던 대학 연극반에서도 몇 차례 공연한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다니던 대학의 연극반은 세익스피어, 몰리에르 등 희극을 무대에 올려 서울의 대학가에서 대학생들의 화제를 끌곤 했다고 하는데, 남산에 있는 <드라마센터>를 빌어서 한 공연에서는 엄청나게 몰려든 관객들이 입장을 요구하면서 몸싸움을 하는 바람에 유리창이 깨진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는 선배님들의 전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이은집선생님은 신세대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연예계에 대한 젊은이들의 도전을 주제로 하여 그들의 눈높이와 언어감각으로 마치 UCC를 보듯이 그려냄으로써 그들에게 “웃어라! 박수쳐라! 그러나 아픔 가진 젊음들아! 진정 네가 꿈꾸는 인생을 살아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하는데, 기성세대인 제가 보기에도 젊은이들이라면 공감이 크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도 공짜로 스타가 될 수는 없고, 무쇠를 단련하기 위하여 담금질이 필요하고, 개그맨이 만드는 웃음에는 눈물이 담겨야 한다는 인생선배의 따끔한 가르침도 빼놓지 않고 있습니다.
사족입니다만, <강제 결혼-연극배우를 꿈꾸는 고교신입생 이야기>에 등장하는 레인이라는 친구의 이름과 관련해서 “선배님, 그럼 혹시 무지개란 뜻의 레인보우에서 따온 이름 아닌가요?(164쪽)”라는 대사입닏. 레인보우는 레인(비)에서 파생된 단어라고 보여지는데, 요즘 뜨고 있는 비와 관련해서 고쳐쓰면 어떨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