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최수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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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철교수님의 장편소설 <침대>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나는 침대다. 아니, 나는 침대가 아니다. 내가 처음부터 인간들을 위한 침대였던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한 그루 나무였다. 하얀 나무줄기와 곧은 자태로, 숲의 귀족이라고 불리는 자작나무였다.(9쪽)” 침대를 잠자리로 삼은 것은 대학을 졸업하고 인턴생활을 떠돌던 1년간 그리고 미국에서 연수를 하던 2년여가 전부였기 때문에 침대가 주는 깊은 맛을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만, 침대를 둘러싸고 다양한 군상들이 벌이는 삶을 침대가 화자가 되어 독자들에게 전하는 소설은 참으로 독특하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의 삶과는 멀리 떨어진 동토 시베리아에 뿌리를 내리고 살던 자작나무가 억센 인연의 고리를 타고 났는지 베어져 침대가 되고 시베리아를 떠나 리에파야 항구에서는 노일전쟁에 출전하는 발틱함대의 병원선을 타고서 대한해협까지 왔다가는 일본 해군의 기습으로 함대는 무너지고 침대는 일본 군대의 전리품으로 노획되었다가 우여곡절 끝에 한일병탄을 전후해서는 다시 대한해협을 건너 한국 땅에 이르게 되는데, 그때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역사적 소용돌이의 현장을 지켜본 역사의 증인이 되고 있습니다. 다시 정리하면 작가는 침대를 통하여 급변하는 우리의 근-현대사를 축약하고 그 이면에 엮여 있는 인간 군상들의 면목을 발가벗기고 있습니다.

화자인 내가 침대로 살아온 세월은  러일전쟁이 일어난 1904년보다 앞서 시작되었으며, 그 전에 자작나무로 살아온 생애까지 합하면 실로 장구한 세월을 인간과 자연을 통하면서 살아온 셈일 뿐 아니라 침대에 피를 뿌린 인간들의 수를 헤아릴 수조차 없으니 그 인간들의 피에 실린 혼까지 덧붙여져 영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결국 “나는 전쟁에 의한 무차별적 살육에서부터 사랑을 통한 숭고한 희생에 이르기까지, 인간사와 관련된 모든 일들을 내 온몸으로 겪어냈다. 그러면서 나는 인간들과 그들의 삶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질 수 있었다.(10쪽)”고 서두에서 자신의 삶을 요약하여 전하는 침대의 말처럼 정말 다양한 인간들이 화자와 관계를 맺으면서 살고 죽어갔습니다.

작가가 “처음 침대에 대한 소설을 쓰겠다고 마음을 정한 후로, 내 머릿속에서는 수없이 많은 일화들이 쉬지 않고 만들어졌다. 게다가 그 일화들이 서로 엮이면서 어찌나 다양한 이야기가 무궁무진하게 쏟아져 나오는지, 그것들을 어떻게 한자리에 쓸어 담아야 할지 몰라 행복에 겨운 고민을 해야 할 정도였다.”고 고백하고 있는 것처럼 58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소설에는 신화로부터 설화, 고대역사로부터 근현대역사는 물론 문학과 예술 등 다방면에서 이야기 거리를 끌어다 상황을 엮어내고 있습니다. 읽다보면 언젠가 읽거나 보았다는 기시감이 드는 것은 상황에 잘 어울리는 이야기거리를 짧게 요약하여 버무려내고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하여 이야기의 진행을 잠시 떠나 유영하던 정신은 곧바로 이야기의 흐름에 복귀하게 됩니다. 가끔은 침대를 쟁취하기 위하여 신이 인간들 사이에 전쟁을 일으키도록 부추기는 장면처럼 오버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 장면도 없지 않았습니다. 침대를 사이에 둔 남녀들의 삼각관계는 영화 <은행나무침대>를 연상케 합니다만, 스토리의 앞과 뒤에서 잠깐 언급되는 정도이기 때문에 잠깐 스쳐지나가는 느낌일 따름입니다.

작가의 치밀한 구성은 마지막 에피소드로 접어들면서 진면목이 드러나게 됩니다. 시베리아에서 자작나무로 살면서 만나게 되는 샤먼 미누는 우그리아라는 여인을 두고 몽마 칼리우과 혼신의 힘을 다한 싸움을 벌이다가 결국은 자작나무를 베어 침대를 만들고 그 침대에 세 사람의 혼을 봉인하는 것으로 칼리우를 인간세계로부터 격리시키게 되는데, 이야기의 끝에서 우여곡절 끝에 봉인이 풀리게 되었는지 이 세사람이 운명적으로 재회하게 된다는 구조를 담아낸 것입니다. 마치 케쿨레가 꼬리를 물고 맴도는 뱀의 모습을 보고 벤젠고리를 형상화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처럼 말입니다.

침대가 자신에게 머무는 사람과 교감한다거나 심지어는 그 사람을 조종할 수 있다는 설정은 어떻게 생각하면 소름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만, <침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무엇엔가 홀린 듯 침대에 이끌리고 있는 점도 특이하다고 하겠습니다. 만약 저라면 이런 침대에 몸을 눕히는 상황은 피하고 싶을 것 같습니다. 모름지기 침대는 편안하게 잠들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작가는 “사람이 침대 위에서 아름다운 꿈을 꾸기도 하고 악몽에 시달리기도 하는 까닭은, 침대라는 것이 애초에 천사와 악마, 구름과 진흙의 성질이 합쳐진 때문이며, 인간이 침대에서 태어나고 침대 위에서 죽는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어찌보면 침대란 인간에게 인큐베이터인 동시에 관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38쪽)”고 정의하고 있는 것은 장구한 세월에 걸친 스토리를 무리없이 진행하려는 장치라 싶습니다. 워낙이 방대한 분량을 담은 소설로서 화자인 침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세세한 부분보다는 화자인 침대 혹은 침대와 함께하는 등장인물의 심리상태의 흐름을 면밀하게 따라가는 점도 관심을 둘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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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쇼크 - 고령화, 쇼크인가 축복인가
테드 피시먼 지음, 안세민 옮김 / 반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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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독서화두 가운데 노화와 장수는 죽음과 함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요약해보면 “건강하게 오래 살다가 편안한 죽음을 맞는 것”에 관심이 많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고령화, 쇼크인가 축복인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테드 피시먼기자의 <회색쇼크>는 한마디로 ’충격‘ 자체였습니다. 얼마 전 읽은 <과학, 죽음을 죽이다>에서 조너던 와이너교수는 케이브리지대학교 노화이론가 오브리 데비드 니콜라스 드 그레이(Aubrey David Nicholas Jasper de Grey)가 예측한 인간의 수명이 앞으로 500년 그리고 이어서 1,000년으로 늘게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영원히 살 수도 있다는 주장을 인용하고 있는데, 그런 세상이 불과 40년 뒤에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http://blog.joinsmsn.com/yang412/12295060).

현재 개발도상국까지를 포함하는 전세계 국가들이 빠른 속도로 노령화되어 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대만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고령인구가 많은 몇 안되는 국가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유엔은 2050년 한국은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개발국가와 개발도상국가 노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가장 큰 이유는 현대의학의 발전에 따라 영유아 사망률이 급감하고 급성 전염병이 통제되었을 뿐 아니라 각종 암질환의 치료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진 것이 하나이며, 또 다른 하나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임금의 성별격차도 상당부분 해소되었고, 여성이 일정 수준의 평등을 달성함에 따른 부수적인 변화라는 것입니다. 즉, 결혼을 늦추고 자녀를 늦게 갖는 것인데, 과거 가족노동력이 중요시되던 1차 경제 중심사회에서 미덕이었던 다산(多産)이 개인중심 사고와 육아의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사회적 고통이 되고 만 것입니다.

운송 및 통신수단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국가 간의 관계가 상호 긴밀해지면서 인적교류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거리가 획기적으로 짧아지게 됨에 따라서 한 국가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변화는 곧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입니다. 스페인의 급속한 고령화는 에콰도르의 사람들의 이주를 불러왔고, 심지어는 이라크에 파병했던 군대를 철수하기로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쳤는데, 젊은 인구의 감소와 가족규모의축소로 인하여 젊은이들이 희생될 수도 있는 위험한 곳을 꺼리는 경향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122쪽).

피시먼기자는 전지구적 고령화가 미래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러한 변화에 몸을 담그고 있는 사람들의 통찰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전세계를 다니면서 만난 수백 명의 사람들과 나눈 대화들을 통해 이 책을 썼다고 했습니다.

저자는 미국의 플로리다와 미시건주의 록포드시, 스페인, 일본의 고령사회와 중국에서 시작되고 있는 고령화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현상을 치밀하게 분석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노화가 진행되는 과정이라던가 과학이 노화를 막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는 장이 사족처럼 느껴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플로리다주는 은퇴한 노인들의 천국으로 불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곳을 찾아볼 기회는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정리한 플로리다에서 진행되어온 노인정책은 초고령화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우리가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미시간주의 갤러머주시에서 일어난 사회의 변화와 이에 대한 대응 역시 관심있는 분들에게는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이 도시에 있던 제약사인 업존이 스페인의 파마시아와 합병되면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출산율이 낮아지고 인구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무렵 캘러머주 교육감이 제안한 프로미스 프로그램은 지역사회의 활력을 되살리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되었습니다(320쪽).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유치원으로부터 고등학교까지 이 지역에서 졸업한 학생이 미시간 주립 칼리지나 대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등록금을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지역으로 유치할 대상으로 기업이 아닌 가정을 선택한 것인데, 교육은 사람들을 재배치하는 좋은 수단이라고 본 것입니다.

청년실업은 여전히 우리사회가 풀어야 할 커다란 문제입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어떤 분야가 주목받을 것인가?”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젊은이라면 이 책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보건복지정책을 담당하고 계신 분들 역시 <회색쇼크>는 미리 대책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어떻든 장수와 건강한 노화가 반드시 선(善)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커다란 충격이었습니다. 사회복지보다는 탈지역주의에 집중했던 노무현정권에서 병원식대의 보험재정부담과 같은 선심행정으로 지탄을 받았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고령화 문제를 은퇴한 노인의 복지문제 정도로 생각한 사람이라면, 이 책에 담긴 인터뷰 내용이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 한국 사회의 고령화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를 바란다.”는 추천의 글을 적었습니다만, 사실은 장관 재임시절 출산율 급감과 고령화사회로의 진입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을 내놓았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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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탄생
이은집 지음 / 청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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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읽고 리뷰를 썼던 <철수 사용설명서>를 읽었다는 이은집 선생님께서 자신의 소설집 <스타탄생>을 보내주셨습니다. 그 옛날 크리스 크리스토퍼슨과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주연한 영화 <스타탄생>을 머릿속에서 그리면서 읽기 시작했다가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선 영화는 장편소설의 분량에 유명가수이자 배우인 노먼 메인(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의 눈에 띈 무명가스 에스더(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노먼의 도움으로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되지만 반대로 노먼은 추락을 거듭하다가 에스더가 아카데미상을 받는 날 자동차사고로 죽게 되고, 에스더는 죽은 노먼을 그리면서 주제가 에버그린을 애절하게 불러 관객들을 슬픔에 빠뜨린 영화였습니다. 1976년 작품이니 당시 우리나라 관객들의 영화취향과 잘 맞아 떨어지는 영화였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요즈음 같으면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을까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스타탄생>에 실린 작품들을 정리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스타탄생>에는 가수, 영화배우, 모델, 개그맨, 연극배우, 탤런트, 아나운서를 꿈꾸는 별 볼일 없는 남자아이들이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젊은이들의 언어로 빙빙 돌리는 언어적 유희 없이 직설적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면 철수또래의 아들을 두고 있는 입장이지만 교단을 떠난 지 벌써 10년이 넘어가다 보니 아무래도 그들의 언어나 사고방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저로서는 <스타탄생>에 실린 단편소설에 담긴의미들이 제 인식의 사이클에 제대로 실리지 못하고 겉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만, 자료를 찾아보고 오히려 작가님 연배가 저보다 많으신 것 같다는 점에 오히려 놀라게 되었습니다.

어떻든 7개의 작품들은 볼품없는 젊은 남자(남자인 점을 강조하는 것은 이 소설들이 연예계의 성공스토리 이외에  ‘동성애’를 또다른 장치로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들이 감춰진 자질이 전문가의 눈에 띄어 갈고 닦아져서 연예계의 스타로의 길에 올라서게 된다는 성공스토리로 구성된다는 점이 공통적이라고 보여집니다. 어떻게 보면 특히 젊은이들에게 어려운 현재의 사회적 여건에서 스타가 될 수 있다는 한 가닥 희망의 메시지를 젊은이들이 갈구하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짚어낸 것이라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문장이 기존의 문학작품들과는 달리 거칠고 변화무쌍한 것 역시 요즘 젊은이들의 특징을 반영한 것이라고 이해하였습니다.

이쯤에서 작가님이 주장하는 한국 최초의 뉴웨이브 소설이라는 주장을 짚어보려 합니다. 듣기에도 생소한 뉴웨이브 라는 단어는 음악계에서 나온 단어인 것 같습니다. 다음과 위키 백과사전을 보면, 뉴 웨이브(new wave)란 기존의 음악과 다른 ‘새로운 사운드’라는 뜻을 가진 록 음악의 장르로, 1980년을 전후헤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1970년대 말 한창 인기를 얻고 있던 펑크 록이 그 과격함과 무례함 때문에 사람들에게 외면 받기 시작하면서, 자기만족과 기존 질서에 대한 공격, 기괴함과 자유분방을 특징으로 하는 로큰롤, 레게, 디스코 등 다양한 음악장르가 섞여 있다고 합니다. 음악분야에서 사용하던 뉴웨이브라는 용어가 우리나라에서 문학분야에 적용된 것은 2008년 4월 조선일보사가 제정한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이 발표되기 전인 1월에 최소의 뉴웨이브소설을 표방하면서 발표되었으니 일단은 최초라고 인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타탄생>의 두 번째 화두는 동성애입니다. 동성애자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많이 누그러지고는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벽이 존재한다는 점은 커밍아웃한 남자탤런트가 이제야 가끔씩 브라운관에 등장하게 되었다는 점이나, 왕의 남자, 쌍화점, 친구사이와 같은 영화 그리고 개인의 취향, 커피 프린스 등의 드라마에서도 동성애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영화를 ‘퀴어 시네마(Queer Cinema)'라고 부르는 점을 따서 뉴웨이브 퀴어 소설이란 분류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7작품 모두에서 여성동성애가 등장하지 않은 점은 작가님의 취향 때문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작품의 다양성을 고려하였다면 여성동성애를 다룬 작품을 포함하는 것은 어땠을까 싶습니다. 간략하게 묘사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떻든 평소에 생각해본 적이 없는 이질적 요소인 동성애 장면을 읽어가는데 슬그머니 소름이 돋는 불편함이었다는 고백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동성애적 성향은 선천적으로 타고난다는 학설도 제기되고 있어 이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품어야 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학창시절 다니던 대학 근처에 재개봉관이 있었는데 이곳이 동성애적 성향을 가진 분들이 만나는 장소라는 소문이 있어 경계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개인적인 추억 한 자락을 들추게 된 단편은 <강제 결혼-연극배우를 꿈꾸는 고교신입생 이야기>입니다. 프랑스 희극작가 몰리에르의 <강제결혼>을 우리정서에 맞게 각색한 대본을 실어 두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작품은 제가 활동하던 대학 연극반에서도 몇 차례 공연한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다니던 대학의 연극반은 세익스피어, 몰리에르 등 희극을 무대에 올려 서울의 대학가에서 대학생들의 화제를 끌곤 했다고 하는데, 남산에 있는 <드라마센터>를 빌어서 한 공연에서는 엄청나게 몰려든 관객들이 입장을 요구하면서 몸싸움을 하는 바람에 유리창이 깨진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는 선배님들의 전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이은집선생님은 신세대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연예계에 대한 젊은이들의 도전을 주제로 하여 그들의 눈높이와 언어감각으로 마치 UCC를 보듯이 그려냄으로써 그들에게 “웃어라! 박수쳐라! 그러나 아픔 가진 젊음들아! 진정 네가 꿈꾸는 인생을 살아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하는데, 기성세대인 제가 보기에도 젊은이들이라면 공감이 크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도 공짜로 스타가 될 수는 없고, 무쇠를 단련하기 위하여 담금질이 필요하고, 개그맨이 만드는 웃음에는 눈물이 담겨야 한다는 인생선배의 따끔한 가르침도 빼놓지 않고 있습니다.

사족입니다만, <강제 결혼-연극배우를 꿈꾸는 고교신입생 이야기>에 등장하는 레인이라는 친구의 이름과 관련해서 “선배님, 그럼 혹시 무지개란 뜻의 레인보우에서 따온 이름 아닌가요?(164쪽)”라는 대사입닏. 레인보우는 레인(비)에서 파생된 단어라고 보여지는데, 요즘 뜨고 있는 비와 관련해서 고쳐쓰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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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초 스피치 - 90초 안에 상대를 감탄시키는 설명의 비법
이케가미 아키라 지음, 이윤영 옮김 / 흐름출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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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보아도 어렸을 적에는 수줍음을 아주 많이 탔던 것 같습니다. 특히 어려운 분 앞에서는 생각을 조리있게 말씀드리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바람에 더 야단을 맞았던 기억도 있습니다.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은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할 기회가 많았던 만큼 좋아지기는 했습니다만 여전히 여전히 마음에 쏙 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나름대로는 노력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이 만큼이라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상황에 맞도록 잘 정리해서 남에게 전달했으면 하는 욕심을 가지고 있지만, 막상 실제 상황에  부딪히게 되면 뜻대로 되지 않는 자신이 짜증나기도 합니다.

마침 읽게 된 일본의 유명한 언론인 이케가미 아키라의 <90초 스피치>는 제가 아쉬워하던 부분을 콕 짚어주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들어가는 글에서 그는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잘 전달하고 싶다., 우왕좌왕하지 않고 설명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자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역시 기자출신이라서인지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짧게 요약한 핵심을 먼저 꺼내서 상대방의 관심을 자신에게로 이끌어 놓은 다음 핵심내용을 보충설명하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더라는 자신의 경험을 들어 전하고 있습니다. 바로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을 90초 분량으로 요약하라는 것입니다.

져 역시 전문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버릇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이야기를 나누는 상대가 같은 분야의 사람들이다 보니 관심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추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버릇이 몸에 배어 있다보니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여 설명하거나 발표를 할 때도 사용하는 언어라던가 표현 등의 눈높이를 맞추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아마도 금년 초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속한 단체에서 2008년 미국산쇠고기 수입과정에서 문제가 되었던 광우병의 위험성에 대하여 발표할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에 준비하고 있던 파워포인트 자료를 조금 손질하여 나름대로는 풀어서 설명한다고 했습니다. 발표가 끝나고 난 다음에 반응을 살펴보니 너무 어려워서 이해할 수가 없었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2008년에는 온 국민이 광우병박사가 된 듯한 분위기였는데 말입니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저자는 앞서 이야기한 누군가와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관심을 단번에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이를 자신이 할 이야기의 지도를 상대에게 제시하는 일이라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발표를 시작하기 전에 간단한 인사말 다음에 제가 발표할 내용의 얼개를 간단하게 소개하게 됩니다. 즉 듣는 사람들이 제 이야기의 전체 틀을 머릿속에 넣고 있으면 설명이 쉽게 전달된다는 것입니다. 다음은 상대방이 누군가를 제대로 파악하고 말하는 방법을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전달할 메시지가 입에 붙을 수 있도록, 여기서 입에 붙을 수 있다는 것은 도중에 말이 꼬이지 않도록 쉬운 구어체로 원고를 미리 써보아야 한다는 것인데, 제 경우는 원고를 미리 써두고 그것을 반복해서 읽어 입에 익숙하게 하지 않으면 오히려 해야 할 말의 순서를 까먹어 오히려 혼란에 빠지는 불행한 사태를 초래할 것 같은 불안감에 원고를 들고 연단에 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외국어로 발표하는 경우는 백발백중 원고를 들고 올라가게 됩니다.

제가 파워포인트를 자주 사용하다 보니, 그 부분에 더 집중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가 발표할 파워포인트 자료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게 됩니다. 발표할 전체 내용을 머릿속에 정리해서 윤곽을 잡고 가지고 있는 자료를 정리한 틀의 순서에 맞도록 차례차례 끼워넣기 시작합니다. 전체 제작과정이 끝나면 주어진 시간에 맞추어 준비한 파워포인트 자료를 삭제하기도 합니다. 설명은 하지 않지만 읽는 사람들이 돌아가서 자료로 활용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단 전체틀이 완성되면 하루 정도는 들여다 보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발표를 앞두고서는 자료에 넣어야 할 이야기의 원고를 적어봅니다. 물론 원고전체를 만들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원고에 매달리다보면 발표중간에 빠트리는 상황에서 당황하기 때문에 전체의 틀만 기억하고 키워드 중심으로 메모만 만들게 됩니다.

영상에 맞는 15초짜리 원고를 써보라는 저자의 권고를 읽으면서 얼마전 지인들과 함께한 술자리 생각이 났습니다. 그 자리에는 현역방송기자가 두 분이 계셨던 탓도 있었겠지만, 참석하신 분들이 자리를 같이한 분들에게 15초 메시지를 드리는 순서가 있었습니다. 손목시계를 들고서 “준비! 카레라 돌았습니다!”를 외치면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15초가 넘어도 안되고 15초에 모자라도 안되는 일종의 게임을 즐기면서 마음으로는 정말 어렵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얇은 분량의 책이지만 누군가에게 내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찾는 분들에게는 좋은 지침서가 될 것 같습니다.

일본어로 된 텍스트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41쪽에서 인용하고 있는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자전거사고는 문맥상 자동차사고로 보여지는 점이라든가, 65쪽 그림에서 미국과 일본의 자동차 수출입과 관련된 그림에서는 자동차의 방향을 바꾸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싶은 부분 그리고 171쪽의 경제용어로 인용하고 있는 ‘라이보’라는 용어는 우리나라에서는 “리보금리”와 혼용하고 있는데 제 경우는 리보금리에 더 익숙한 것 같습니다. 다음백과사전에 따르면, 리보금리(LIBOR)란 “『London Inter-bank Offered Ratio』의 머리글자에서 따온 말로, 런던의 금융시장에 있는 은행 중에서도 신뢰도가 높은 일류 은행들이 자기들끼리의 단기적인 자금 거래에 적용하는 대표적인 기준금리”라고 되어 있습니다.

번역을 하신 이윤영님은 “상대를 이해시키려는 노력은 기본적으로 상대를 존중할 때 발휘되는 덕목이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제대로 설명하려면 상당한 에너지를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 독자들이 치 책에서 설명의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적었습니다만, 책을 읽고나서 느낀 바로는 저자와 번역하신 분의 뜻이 충분히 독자에게 전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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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손자병법 - 내 인생의 전환점
강상구 지음 / 흐름출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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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정치부 강상구 기자님이 쓴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의 머리말을 읽으면서 색다른 점을 느꼈습니다. 저자는 손자병법을 처음 읽은 것이 패기만만하던 20대 후반이던 때라서 손자병법을 통하여 발굴해낸 ‘싸움의 기술’ 혹은 ‘승리의 비법’을 통하여 세상을 향한 싸움을 준비하였다고 합니다. 저는 손자병법을 아직까지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의과대학에 입학해서 정해진 과정을 따라가는 것으로 인생이 결정된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저자가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마흔이 되어 손자병법을 다시 읽어보면서 젊었을 때 눈에 띄었던 기술이나 비법이 아니라 그의 철학에 눈을 뜨게 되었다는 고백을 들으면서 이제 고희를 앞에 두고 손자병법을 처음 읽는 저는 어떨까 싶습니다. 돌이켜보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고 보니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싸움이라고 할 정도의 무엇인가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해서 <손자병법>을 읽어두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나이가 들면서 세상은 예전보다 훨씬 커졌고 나는 부쩍 작아져 있었다. 사회에서의 지위는 높아졌지만 말은 조심스러워졌다. 어릴 적 그토록 쉽게 거부했던 또는 당당하게 논쟁을 벌였던 상사의 지시에 더 이상 토달지 않게 됐고, 후배들에게는 지시보다는 부탁을 하게 됐다.”고 바뀐 사회의 모습을 전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일하는 곳의 독특한 분위기는 젊어서는 윗분의 지시에 토를 단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제가 그 나이가 되니 분위기가 바뀌어져 있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70년대 초반 학번들은 ‘낀세대’라고 자조하는 경우가 많은지 모릅니다.

머리말에서 눈에 띄는 구절은 “남의 밥그릇 빼앗기를 논하기 전에 내 밥그릇 빼앗기기 않을 궁리를 해야 하는 게 우리네 인생살이가 아닌가”하는 부분입니다. 밥그릇 싸움에 주목하는 이유는 2000년 의약분업정책도입과 관련하여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오랫동안 이어져 오는 와중에 마치 밥그릇을 빼앗기기 않으려는 의료계의 저항으로 포장되어 매도된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었던 점 때문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안전한 일반의약품을 슈퍼에서도 구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동의하고 있는 의료계의 입장을 의료계와 약계의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시켜 왜곡하고 있는 것은 특정단체의 전략에 별생각 없이 말려들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는 것입니다. 실질적으로는 환자들이 병원에 올 기회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어 밥그릇을 내주는 꼴이지만, 의료계에서는 국민편의를 고려하여 정책도입에 찬성하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전쟁이라면 국가 간의 군사적 갈등 이외에도 다양한 갈등구조를 싸움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한다면, 손자병법에서 제시하고 있는 다양한 싸움의 기술 혹은 전략은 ‘나의 강점으로 상대의 약점을 치는 것(109쪽)’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상대를 꼭 굴복시키는 것 말고 상대를 품어 안는 접근이야말로 손자의 온전한 천하를 다투는 법(61쪽), 즉 싸움에서 이기면 적의 지갑은 내 것이 되기 때문에 싸음을 하는 동안 내 돈도 아껴야 할 뿐 아니라 적의 돈도 축나지 않도록 해야 승리로 얻는 과실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저자는 <손자병법>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서 삼국사기, 난중일기 등 우리 사료를 인용하여 독자가 손자병법의 요결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점을 꼭 짚고 있습니다. 다만, 책읽기를 마치면서 다소 아쉬웠던 점은 <손자병법>을 잘 해석하고 요약하고 있어 이해가 쉽다는 장점도 있습니다만, 소제목 아래 인용하고 있는 <손자병법>의 요체를 활자체만 달리할 것이 아니라 색조를 달리해서 저자의 해석과 구별이 되었더라면 하는 점과, 몇 구절의 인용이 반복된 점은 저자의 시각에서 보면 강조하는 의미로 보입니다만, 읽는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반복이 아닐까 합니다.

또한 68쪽의 경상우병사와 진주목사의 품계와 관련된 인용, 286쪽 마한왕 관련 사항 등 같이 일부 사료들은 사실관계가 조금은 분명하지 않은 점도 있어 읽으면서 혼란을 겪은 점도 지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6쪽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이 책의 순서가 <손자병법>의 원문과 동일하게 구성하였다고 밝히는 것과 후세에 와서는 원래의 순서가 헷갈리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는 인용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했다는 말씀을 사족으로 덧붙입니다.

생활하면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접촉하게 됩니다. 그 가운데는 경쟁관계에 있는 사람들도 있고 협력관계에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자가 맺음말을 통하여 전하는, “<손자병법>은 싸움의 기술을 가츠친다. 그 가르침에는 ‘싸움의 기본은 속임수’라는 치사한 내용도 있다. 그러나 그 가르침의 밑바닥에는 경쟁자를 나와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 인정하는 철학이 숨어 있다. ( … ) 즉 얼핏 보면 싸움의 기술을 담고 있는 것이라 보기 쉬운 <손자병법>은 ‘서로에 대한 존중’을 전하고 있는 것”이란 깨달음이라는 저자의 메시지에 공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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