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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마시는 새 2 (양장) - 숙원을 추구하는 레콘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3년 1월
평점 :
출판사에서 요약한 줄거리를 다시 인용합니다. “나가, 레콘, 도깨비, 인간이라는 네 종족으로 구성된 세계는 나가에 의해 반으로 나뉘어 진다. 그러나 세계의 반을 차지하고 있던 나가들의 사회에 일단의 소요가 발생하고, 성인 의식 도중에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결국 누명을 쓴 도망자와 그 뒤를 쫓는 추격자의 숨막히는 추격전이 펼쳐지고, 인간과 레콘, 그리고 도깨비로 구성된 구출대가 그들의 추격전에 난입하면서 세계의 위기에 관한 음모가 서서히 밝혀진다.”
<눈물을 마시는 새> 제2권의 부제는 ‘숙원을 추구하는 레콘’입니다. 제목으로 보아 2권에서는 레콘들의 세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것으로 기대하였습니다. 1권에서 나가세계의 중심도시 하텐그라쥬에서 시작된 일부 나가신의 수호자들의 음모를 차단하기 위한 은밀한 미션이 인간의 신을 모시는 하인샤대사원의 대덕과 하텐그라쥬 심장탑의 수호자들이 연계하여 준비되었습니다. 하지만 미션을 수행할 화리트가 누이에게 살해당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화리트는 절친 륜 페이에게 그 임무를 부탁하고 화리트를 인도하여 하인샤대사원으로 안내하게 될 특공대가 구성이 됩니다. 1권의 리뷰에서도 소개하였습니다만, ‘길잡이’ 인간 케이건 드라카, ‘대적자’ 레콘 티나한, ‘요술쟁이’ 도깨비 비형 스라블이 팀을 이루어 나가족 미션수행자를 인도하러 나가들의 한계선 이남의 키보렌지역에 잠입하여 화리트의 대리인 륜 페이를 발견하여 하인샤대사원으로 안내하는 지난한 과정이 2권에서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화리타를 죽이고 그 혐의를 륜에게 뒤집어 씌운 비아스 마케로우의 농간에 말린 사모 페이가 륜 페이를 죽이려 뒤쫓으면서 급박한 상황을 만들어냅니다. 여기에 800여년 동안 왕이 사라져 공백상태인 인간 세상의 혼란이 상황을 꼬이게 만듭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야기의 줄기를 끌고 가는 힘은 케이건 드라카인 듯하지만, 세상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용화를 발견하고 이를 용으로 키워낸 륜 페이가 2권을 통하여 이야기의 중심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결국 주요 등장인물들이 이야기의 줄기를 끌고 가는 다자주인공 스토리로 이야기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일행이 하인샤대사원에 도착하면서 인간세계에서 할거하던 군웅들이 하인샤대사원으로 몰려들면서 상황의 진행이 복잡해지지만, 여기에서 저자는 이야기 줄기에 커다란 반전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즉, 나가신의 수호자들이 신을 죽인 다음 세계의 기후를 변화시켜 나가족들이 한계선 북쪽을 침범하려는 계획을 폭로하고 인간과 공동대응을 모색한 나가신 수호자 세리스마가 사실을 하인샤대사원의 대덕들을 속인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즉 레콘들의 신인 ‘모든 이보다 낮은 신’을 살해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폭로한 세리스마가 사실은 나가들의 신인 ‘발자국 없는 여신’을 감금하고 여신의 힘을 신랑인 수호자들이 마음대로 사용하여 기후를 조작하여 한계선 북쪽을 점령하려는 것이 세리스마가 본래 가졌던 음모였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4종족을 돌보는 여신의 존재가 드러나게 됩니다. 인간을 가호하는 ‘어디에도 없는 신’은 <바람>을 의미합니다. 나가를 가호하는 ‘발자국 없는 여신’은 <물>입니다. 레콘을 가호하는 ‘모든 이보다 낮은 신’은 <땅>입니다. 마지막으로 도깨비를 가호하는 ‘자신을 죽이는 신’은 <불>입니다. 인간의 신을 모시는 사원은 하인샤대사원이고, 나가의 신을 모시는 사원은 나가세계의 도시마다 세워져 있는 심장탑입니다. 하지만 레콘과 도깨비의 신을 모시는 사원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세리스마의 음모가 드러나면서 한계선 북쪽에 살고 있는 인간, 레콘 그리고 도깨비들은 나가들과의 전쟁을 준비하기 위하여 연합체제를 구축하는데 성공하게 됩니다. 문제는 누가 왕으로서 이들을 영도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케이건 드라카가 왕이 될 것이라는 추측은 저자의 준비된 설명에 의하여 보기좋게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나가와의 전쟁을 주도할 왕으로는 륜 페이를 살해하기 위하여 쫓아왔던 사모 페이가 추대되는 것입니다.
눈물이 그 이유가 되는 것입니다. 케이건의 설명입니다. “(나가 살육자이 내가 아니라) 네 의지로 죽음을 선택했지. 그것은 나가에겐 보기 드문 일이야. 그것은 네가 눈물을 마실 줄 안다는 증거가 되지. … 북부에는 곧 많은 눈물이 흐르게 될 거야. 그걸 마실 자가 필요해. 나가가 그들로 하여금 눈물 흘리게 할 테니 또 다른 나가가 그 눈물을 마셔야 된다는 식으로 생각해 줄 수 없겠니?(538쪽)” 1권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왕은 백성들이 흘린 눈물을 마시는 화려한 역할을 하지만 결국은 죽음에 가장 빨리 이르는 존재라는 것이었습니다.
저자는 자연을 잘 이해하는 분 같습니다. 늦은 가을이 되면 낙엽을 떨구는 나무를 보면서 추위라는 위기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자신의 일부를 죽이는 선택을 하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인간들 역시 위기 상황에서 보다 많은 구성원을 구하기 위하여 자신의 일부를 죽일 수밖에 없는 선택을 할 수 있는데, 이를 희생양이라 부른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희생양을 결정하는 방식은 다수의 압박으로 결정되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희생자 스스로가 자신을 지목하는 숭고한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주 다녀온 국립현충원에서 한국동란 때 동지들을 구하기 위하여 폭탄을 안고 참호에 뛰어든 육탄10용사를 기리는 기념탑을 보았습니다. 이들은 다른 군인들의 강압에 의하여 스스로의 죽음을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2권의 부제가 ‘숙원을 추구하는 레콘’이라고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레콘이 이야기의 전면에 나서지 못한 것은 레콘의 속성이 집단을 구성할 수 없고, 신부를 탐색하거나 개인이 추구하는 평생 숙원을 추구하는 길 가운데 선택을 해야 한다는 점이 밝혀지는 것입니다. 케이건이 티나한에게 전하는 충고는 우리도 새겨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신부들을 찾게 되면 그녀들을 아끼고 사랑하시오. 오늘은 어제보다 더 사랑하려 애쓰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사랑하려 마음먹으시오.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은 너무도 짧소. 그리고 그녀의 무덤에 바칠 일만 송이의 꽃은 그녀의 작은 미소보다 무가치하오,”
2권에는 고대 아라짓어가 적지 않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아라짓어를 번역해주는 수고를 아끼고 있습니다. 아마도 독자로 하여금 아라짓어를 공부해보도록 권하는 것 같습니다. 그 가운데 한 구절입니다. 하인샤대사원으로 가는 길에 통과하게 된 시구리아트 관문 요새의 유료도로당 보늬 당주와 케이건 드라카가 나눈 아라짓어입니다.
“아치얻브오”
“죠곰도 변호미 업난 그듸 모야히”
전혀 해석이 되지 않는 다른 말과 달리 뒷말은 ‘조금도 변함이 없는 기대 모양이’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뷰를 마무리하면서 <눈물을 마시는 새>를 모두 4권으로 구성한 것은 사람 4종족에 대한 헌정이거나, 이야기의 기승전결에 맞추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독자에 따라서는 상황에 대하여 저자가 지루할 정도로 설명을 늘어놓거나 반복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지루하다고는 하지만 저자가 창조한 인물 혹은 장소를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절차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