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의 철학
라르스 스벤젠 지음, 이세진 옮김 / 청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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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이 넘어서야 처음으로 근력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걷는 것만으로는 빠지는 근육을 채울 수 없다고 해서입니다. 운동을 도와주는 선생님은 수업 때마다 어느 부위에 힘이 들어가는지 느껴지는지 묻습니다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감각이 무딘 탓인가 봅니다.


감각이 무딘 것은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젊었을 적에 미국에서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을 떠나 만리 이국에서 생활하는 만큼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 자주 모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내 그 모임에서 빠지기로 했습니다. 그 모임에 참석하는 것도, 순서가 되어 모임을 주관하는 것도 부담스러웠기 때문입니다. 그 모임에서 빠지기로 했다고 해서 외롭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외롭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외로운 상황을 이해해보기 위하여 <외로움의 철학>을 읽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남은 생에서 외로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잘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구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외로움에는 여러 가지 정의가 있지만, “고통스럽거나 슬픈 느낌, 자신이 고립되었거나 혼자라는 지각, 자신이 타인들과 가깝지 못하다는 지각등의 공통점이 있다.(23)라고 합니다. 사실 외로움의 정의에 공통적으로 포함되는 느낌을 경험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이 고통스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그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외로움은 고질적 외로움, 상황적 외로움, 일시적 외로움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고질적 외로움은 타인과의 유대가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에 고통스러워하는 경우라고 합니다. 상황적 외로움은 가까운 친구나 가족과의 사별, 연인과의 이별, 자녀의 독립 등 인생의 변화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일시적 외로움은 혼자이건 다중 속에 있건 상황과 무관하게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외로움으로 원인은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혼자라서 외롭다는 생각은 개인적 성향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혼자이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외롭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에밀 시오랑은 글쓰기의 순간을 지금 이 순간, 나는 혼자다. 무엇을 더 바랄 수 있으랴? 이보다 강렬한 행복은 없거늘. 그렇다, 고독에 귀 기울이는 행복은 침묵의 힘을 받아 한층 더 불어난다.(33)”라고 적었습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혼자 있을 때에만 집필이 가능했던 모양입니다. 고독한 글쓰기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고 합니다. “글쓰기의 고독, 그 고독 없이는 글이 나오지 않거나 써야 할 것을 찾느라 흐트러지고 창백해진다. () 책을 쓰는 사람은 항상 타인과 분리에 싸여 있어야 한다. 그것은 일종의 고독이다. 저자의 고독, 글쓰기의 고독.(185)” 문학작품을 쓰는 작가의 경우에는 이야기를 창조해야 하므로 특히 환경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많은 자료를 정리해야 하는 글을 쓸 때도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 하지만 굳이 고독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것도 개인적인 성향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외로움을 호소한다는 것은 인간의 기본 욕구가 충족되지 못해서 괴롭다고 호소하는 것이다.”라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외로움의 고통은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다고 인식하는데서 오는 것이라고 합니다. 각자가 충족되기를 원하는 욕구의 수준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목표 수준을 낮게 잡으면 쉽게 달성할 수 있어 만족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달성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수준의 목표를 세우면 당연히 실망을 하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서 남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좌절감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타인의 시선을 피하기 위하여 자신을 고립시키게 되고 외로움이 깊어질 것입니다. 자신이 가진 능력의 범위에서 삶을 즐길 수 있다면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을 것 같습니다.


저자 역시 말미에서 우리는 자기 안에 머무르는 법을 배움으로써 외로움을 줄일 수 있다. 그러면 여러분은 타자의 인정에 그렇게까지 목숨을 걸지 않으면서도 타자들을 찾아 나서고 그들에게 자기를 열어놓을 수 있다.(208)”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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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책방 문화 탐구 - 책세상 입문 31년차 출판평론가의 유럽 책방 문화 관찰기 책방 탐구 시리즈
한미화 지음 / 혜화1117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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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을 하면서 책방에 들른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미국의 플로리다에서,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그리스의 산토리니에서 그리고 에스토니아의 탈린에서였습니다. 책을 사기 위해서 들렀던 것은 아니고 그 나라의 책방 분위기는 우리나라와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한미화 출판평론가님의 <유럽책방문화탐구>가 눈에 꽂혔는지도 모릅니다. 출판 분야에서 일을 시작한지가 벌써 30년이 되었다는 이 분은 2020년에는 <동네책방 생존탐구>을 내셨다고 하는데, 이 책이 일본에서 번역되어 나왔다고 합니다. 동네 책방들이 문을 닫고 있는 세태에서 버티고 있는 동네 책방들의 비법이 궁금하셨던 모양입니다. 출판 일을 하고 계신 까닭에 궁금증이 일었던 모양이고, 그렇게 동네책방들을 찾아 알아본 정보를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유럽책방문화탐구><동네책방 생존탐구>에서 한발 더 나아간 기획으로 보입니다. 제목은 <유럽책방문화탐구>이지만 저자가 책방을 돌아본 나라는 영국과 프랑스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유럽의 여러 나라의 책방을 둘러보는 것은 지나치게 일이 커진다고 생각한 것일까요? 유럽의 책방 분위기를 살펴보는 것에 머물지 않고 영국과 프랑스 책방을 비교하는 작업을 흥미로울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유럽책방문화탐구>는 영국과 프랑스의 책방들을 아름다운 도시를 만드는 아름다운 책방문화’, ‘영원히 마르지 않는 콘텐츠의 발신처, 동네책방’, ‘동네책방은 지역을 어떻게 빛나게 하는가’, ‘책이 있는 세상의 더 깊은 세계 속으로4개의 주제에 따라 나누어놓았습니다. 영국과 프랑스에 있는 책방들의 유래와 분위기를 독자와 공유하기 위하여 많은 사진들을 곁들이고 있습니다. 현장을 찾아갔다는 증거이기도 하겠습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책방들, 특히 영국의 책방들 가운데 어떤 책방들은 오지라고 할 정도로 찾아가기 힘든 마을에 있는 것도 많습니다. 또한 책방이 들어선 장소도 교회, 기차역 등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장소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책방에 묵으면서 책방운영을 체험할 수 있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책방에서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 기념품 등을 팔기도 하고, 아예 찻집을 따로 차려 연계하고 있기도 하답니다.


영국의 경우 마을 사람들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성장하는 동네책방들이 많다고 합니다만, 그렇지 못한 사례를 피넬로피 피츠제럴다의 <북샵(https://blog.naver.com/neuro412/223591773690>에서는 마을에 처음 생긴 동네책방을 마을유지가 나서서 문을 닫게 만들기도 했더라구요. 예전에는 집 앞 정류장 부근에 책방이 있어 퇴근길에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이렇게 목이 좋은 곳을 찾는 유망업종이 끌어올리는 임대료 폭탄을 견딜 수가 없어 동네책방이 문을 닫고 있는 우리네 현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책과 책방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보니 책방의 의미에 관한 좋은 말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한 나라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을 때 그 사회가 작은 책방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살핀다. 동네의 작은 책방이 살아 있다면 다른 것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 “아름다운 책방이 아름다운 도시를 만든다.” 등 저자의 말은 물론, “(책방을) 세상이라는 세로 길과 정신이라는 가로 길이 만나는 곳이라고 했다는 조지 휘트먼의 말도 좋았습니다. 평론가 최성일이 작가에게 해주었다는 조언, “이틀 읽고, 이틀 생각하고, 이틀 쓰면 가장 좋다는 말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데 참고할만하겠습니다.


또한 에든버러의 책방에 관한 이야기와 호수지역에 살면서 저작활동을 한 베아트릭스 포터가 저작을 통해서 번 돈으로 1750의 땅을 사서 국민신탁(national trust)에 유증했다는 점입니다. 베아트릭스 포터의 <피터 레빗 이야기>는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입니다. 출간을 준비하고 있는 <양기화의 BOOK소리-유럽여행>에서 에든버러와 호수지역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조금 인용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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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그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1
헤르타 뮐러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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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기간 나치 독일이 운영한 수용소에서 벌어진 만행을 고발한 책들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 소련 역시 수용소를 운영했다는 사실이나 그 수용소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관해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 소련으로 끌려간 독일계 루마니아 청년이 겪은 일을 적었습니다.


헤르타 뮐러는 지난 봄에 루마니아를 여행하면서 알게 되면서 <저지대>, <그때 이미 여우는 사냥꾼이었다>, <인간은 이 세상의 거대한 꿩이다> 등을 읽게 되었습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들어선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 독재정권으로부터 탄압받던 독일계 소수민족들의 애환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여행과 책을 함께 소개하는 저의 신작의 루마니아 편에서 <그때 이미 여우는 사냥꾼이었다>를 중심으로 헤르타 뮐러의 작품들을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숨그네>는 루마니아의 소수민족인 독일계 사람들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 소련의 강제수용소로 끌려가 겪은 끔찍한 삶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루마니아에서 독일로 망명한 헤르타 뮐러가 그녀처럼 독일로 망명한 시인 오스카 파스티오르가 소련의 수용소에서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 작품을 썼다고 합니다. 소련이 루마니아에 살고 있던 독일 사람들을 끌어가 강제수용소에 수용한 이유는 전후 피폐해진 경제를 회복하기 위하여 강제노동에 투입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그저 히틀러의 동족이라는 이유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루마니아의 독일계 사람들이 소련의 강제수용소로 이송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도 전인 19451월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노동인력으로 차출한 것 같습니다. 모두에서 비유적으로 언급되는 것으로 보아 화자는 동성애적 성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가족들과 겉돌던 화자는 소련으로 차출되는 명단에 포함된 것을 두고 오히려 집을 떠날 기회로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수용소에서의 생활을 끔찍했다고 합니다. 화자가 수용되었던 수용소에는 500명에서 800명으로 이루어진 노동대대 5개의 노동대대가 있었다고 합니다. 남자는 물론 여자들도 있어서 최대 4천명이 수용되어 있었다는 것이지요. 수용소에서 이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서술되어 있는 내용을 종합해보면 석탄으로부터 코크스를 만드는 작업, 코크스로 광석을 제련하는 작업, 그렇게 만든 금속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작업 등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작업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밖으로 내보내는 작업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당연히 작업은 엄청 고되었던 반면 빵과 수프 등 배급되는 식량을 체력을 유지하기에도 부족하였다고 합니다. 식당의 쓰레기를 뒤져 감자껍질을 먹거나 수용소 밖의 러시아 마을에 구걸을 나가기도 했다는 것 같습니다. 여름철에는 명아주를 걷어다가 삶아먹기도 했습니다. ‘배고픈 천사에 대하여라는 글은 배고픔은 항상 있다라고 시작됩니다. 배고픔이라는 상태는 배고픈 천사의 손에서 탄생한다고 하는데 힘든 삽질을 하다보면 맥박이 거칠게 뛰면서 현기증이 일기 마련입니다.


이 대목에서 제목의 의미에 대한 설명이 처음 등장합니다. “배고픈 천사가 내 뺨을 그의 턱 위에 끼워 맞춘다. 그리고 내 숨결을 그네 뛰게 한다. 숨그네(Atemschaukel)는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을 만큼 심한 착란 상태이다.(97)” 숨그네는 저자가 만들어낸 단어로, 영양부족으로 인하여 현기증이 생겼을 때 일어나는 가쁜 숨결을 마치 그네 뛰듯 오락가락하는 모양새로 비유한 것 같습니다.


화자는 수용소에서 자신이 겪은 일들을 함께 있었던 사람들 하나하나를 통하여 설명하는데 먹는 것과 관련된 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명을 부지하기 위해서는 먹는 일이 그만큼 중요했을 터입니다. 수용소로 떠날 때 챙겼던 책들이나 입을 것들은 제 역할을 하기 보다는 먹을 것을 얻기 위하여 쓰였다는 것입니다.


수용소의 열악한 상황은 수많은 희생자를 낼 수밖에 없었지만 구체적인 규모는 확인할 수 없었던가 봅니다. 화자가 수용소에 도착해서 4년째 되던 해 3월에 이미 330명이 죽었다고 하는데 아마도 그해 들어서 죽은 숫자라기보다는 수용소가 문을 연 뒤로 4년 동안 희생된 숫자일 수도 있겠습니다.


화자가 5년의 세월을 보낸 수용소는 지금의 우크라이나에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소련의 강제수용소의 실태에 관하여 알려진 바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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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11 - 종말의 시작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1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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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시작이라는 부제가 달린 <로마인 이야기11>는 서기 161년부터 211년까지의 기간을 다루었습니다. 이 기간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서기 161-180), 콤모두스(서기 180-192), 내란의 시대(서기 193-서기 197) 그리고 셉티미우스 세베루스(서기 193-211) 등이 황제였습니다. 내란의 시대에는 페르티낙스, 디디우스 율리아누스, 클로디우스 알비누스, 페스켄니우스 니제르 등 로마군의 군단장들이 황제를 선언하고 나서며 내전을 벌이다가 셉티미우스 세베루스로 최종 정리되었던 것입니다.


오현제의 하나로 꼽히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현제의 세기가 아니라 종말의 시작에서 다룬 점이 특이합니다. <명상록>을 남겨 철인황제로 후세 사람들에게 각인되고 있는데, “인간이 공정하고 선량할 수 있느냐는 논쟁만 끝없이 되풀이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공정하고 선량하게 행동하는 것만 요구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황제 자신이 공정하고 선량하게 행동하였을 것이라 믿어지지만, 이후 2천여 년 동안 그의 말대로 공정하고 선량하게 행동한 국가지도자가 과연 얼마나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철학자가 정치를 담당하는 것이 국가에는 이상적이라고 한 플라톤의 주장이 실현된 사례로 꼽히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치세는 오현제로 꼽힐 만큼 대단한 업적을 세웠기 때문에 저자도 이 책의 절반이 넘는 분량을 할애하였던 것입니다.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차기 황제로 지명한 루키우스 아일리우스가 폐결핵으로 일찍 죽자 안토니누스 피우스를 차기황제로 지명하면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양자로 삼는 조건을 제시했던 것입니다. 안토니누스 피우스 황제 서거 후에 원로원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게 황제 위를 제안하였을 때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루키우스 아일리우스의 아들 루키우스 베루스와 함께 제위를 물려받아 로마제국은 두 명의 황제가 즉위하는 상황을 맞게 되었습니다.


로마제국이 전성기에는 황제들이 황제의 역량이 있는 인물을 양자로 삼아 제위를 물려주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역량이 있는 황제가 이끌던 시절 로마제국은 황금기를 맞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황제들 가운데 전통과는 달리 역량이 부족한 아들에게 제위를 물려주기도 했던 것이고, 그렇게 해서 제위에 오른 황제들은 대체적으로 실정을 거듭하다가 피살되는 경우가 많았던 모양입니다. 사실은 로마의 황제가 양자에게 제위를 물려준 것은 단지 아들이 없었기 때문이었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 역시 아들 콤모두스를 황제로 삼았고 콤모두스가 실정을 벌인 끝에 피살되면서 로마군의 군단장들이 황제가 되겠다고 서로 나서는 바람에 로마제국이 몰락의 길에 들어선 것이라고 저자는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즉위 초에 발생한 홍수와 가뭄 등의 자연재해를 극복하였고, 파르티아 제국이 기세를 회복하여 아르메니아 왕국의 후계구도에 개입하면서 로마제국과의 전쟁이 촉발되었지만 이를 제압하였고, 북쪽에서는 게르만족이 국경을 침범해와 이들과의 전쟁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파르티아와의 전쟁 끝에 묻어온 역병으로 로마 제국은 인구의 절반이 희생될 정도로 큰 피해를 입게 되었습니다. 홍역 혹은 천연두로 의심되는 역병의 대유행이 로마제국을 몰락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던 것은 아닐까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뒤를 이은 콤모두스 황제가 13년의 재위 끝에 피살되자 근위대장 레토가 주도하여 페르티낙스를 황제로 세웠지만 개인의 욕심이 채워지지 않자 페르티낙스를 살해하고 디디우스 율리아누스를 다시 황제로 세웠던 것입니다. 이때부터 로마군이 새 황제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일었고 가까운 판노니아 속주의 총독 셉티미우스 세베루스가 군단병의 추천을 받아 황제를 자칭하고 나섰습니다. 그 밖의 지역에 주둔하던 군단에서도 황제를 자칭하는 사람들이 등장하여 로마제국은 내란 상태에 빠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결국 먼저 움직인 셉티미우스 세베루스가 사태를 마무리하고 최종 황제위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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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남은 인생 10년
코사카 루카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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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전립선암으로 진단받았을 때 어떻게 죽음을 맞을 것인가도 생각해보았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죽음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보지 않는 것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언제 죽음을 맞게 될 것인지 알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죽음의 순간을 외면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죽을 날을 받아놓게 된다면 남아있는 날들을 어떻게 살 것인가가 분명해질 것 같습니다. <남은 인생 10>의 주인공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스무 살이 되던 해에 살 날이 10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통고받은 주인공이 그 10년을 어떻게 살고 죽음을 맞았는지 담담한 필치로 설명해 놓았습니다이 책을 쓴 작가 고사카 루카 역시 대학을 졸업하고 불치의 병으로 진단받고서도 이 책을 집필을 이어갔지만, 출간을 앞두고 유명을 달리했다고 합니다.


<남은 인생 10>이 여주인공 마쓰리는 스무 살이 되던 해 불치의 유전성 질환으로 큰 수술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남은 삶이 10년 정도 될 것이라는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열정적인 친구 사나에의 응원에 힘입어 그림과 만화를 그리게 됩니다. 언니가 결혼하여 고향으로 내려가면서 찾아간 고향에서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나게 되고, 당시 자신을 좋아했다는 가즈토와 해후하게 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사랑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만능 재주꾼인 가즈토는 가업인 다도에서만큼은 재능을 보이지 못하여 부모를 실망시키고 있는 상황으로 마쓰리의 설득으로 집으로 돌아가게 되고, 마쓰리 역시 가즈토의 권유로 만화를 완성하게 됩니다. 뒤늦게 만나 사랑을 꽃피우지만 죽음에 가까워지면서 마쓰리의 고민이 커집니다. 가즈토가 청혼을 해옴에 따라 결국은 가즈토의 청혼을 받을 수 없음을 밝히고 관계를 정리하게 됩니다. 그리고 죽음을 맞습니다.


마쓰리가 앓았다는 불치의 질환이 무슨 병인지는 분명히 밝히지 않았으나 유전질환이라고 했고, 젊은 나이에 발병하여 10년 정도를 살 수 있다고 했습니다. 언니 기쿄는 이 병에 대한 유전적 소인을 가지고 있지 않고 마쓰리의 할머니가 이 병을 앓다가 젊었을 적에 죽음을 맞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대를 거너 뛰면서 여성에서 발병하는데 100%발병하는 것은 아닌 유전질환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것은 순전히 의학적 관심사일 뿐입니다. 이 책에서 불치병의 이름을 밝히지 않아서 더 궁금한 것 같습니다. 물론 책을 읽고 이해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이기는 합니다.


불치의 병으로 삶 자체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마쓰리는 죽음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죽는 건 두렵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나는 결국 죽음에 이를 테니까. 나는 죽는다. 그것만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니까 안심하길이런 생각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에 회의가 들게 만든 결과로 보입니다. 자신이 죽을 운명이라는 사실은 과거를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듯, 미래도 바꾸지 못한다는 한계를 느끼게 되고, 그런 이유로 죽음을 두려워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마쓰리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레이코는 죽음을 앞두고 마쓰리는 인생에 후회 없어?”라고 묻고서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난 이 말을 못해서 후회돼. 말하지 못했던 사람에게 전하고 싶어라고 말합니다. 사실 살면서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본심을 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 죽음을 앞두고서는 그런 사람들이 더욱 생각날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마쓰리 역시 가즈토에서 자신의 병에 대하여 늦게까지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오래 품어온 첫사랑을 감정을 들어내는 가즈토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인 것도 있겠고, 자신도 가즈토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두려웠기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불치의 병을 앓고 있는 마쓰리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사랑이 깊어진 뒤에는 이별의 고통이 더 아플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마쓰리나 가즈토 모두에게 힘든 일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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