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우리 술 - 전통과 애환이 빚은 한국 술 이야기
김승호 지음 / 깊은샘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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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는 막걸리를 마시다가 커서는 소주로 발전했고, 한때는 맥주와 양주로 한눈을 판 적이 있습니다만, 다시 소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요즈음에는 술잔을 나누는 이가 누군가에 따라서 가끔은 포도주를 마시기도 합니다. 일찍 마시기 시작한 술은 평생의 업보인 듯합니다. 글 쓰고 술을 좋아하는 이들처럼 술에 관한 이야기를 책으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읽은 책입니다.


<응답하라 우리 술>은 대표적인 우리의 전통주에 관한 이야기를 집대성해 놓았습니다. 저자가 서문에 적은 바에 따르면, 1편 술이란 무엇인가에서는 인류가 술을 어떻게 구했고, 만들게 되었는지, 2편 응답하라 우리 술 막걸리에서는 우리 술 막걸리에 관한 이야기, 3편 응답하라 우리 술 소주에서는 소주를 주제로 하여 써내려갔습니다.


두 번째 주제에서는 막걸리, 약주, 청주 등 곡물을 발효시킨 뒤에 걸러낸 술에 대하여 이야기를 합니다. 외국에서는 포도나 사과와 같은 과일을 이용하여 술을 빚는데 반하여 술을 빚기에 적당한 과일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주식으로 하는 쌀을 가지고 술을 빚었다고 합니다. 이어지는 세 번째 주제에서 다루는 소주는 곡물을 이용하여 발효시킨 발효주를 증류하여 빚습니다.


소주와 맥주로 술을 시작한 저자는 일상에 여유가 생기면서 막걸리를 찾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를 계기로 술에 대하여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막걸리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공부는 우리 전통주의 맥을 찾아가는 힘든 여정이 되었다고 합니다. <응답하라 우리 술>은 그런 작업의 성과물이 되었습니다. 책을 읽어가면서 막걸리를 비롯한 청주, 약주 그리고 소주가 어떤 과정을 통하여 오늘에 이르렀는지 참 잘도 정리했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술을 빚는 과정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조정 혹은 정부의 정책은 왜, 어떻게 변해왔는지 정리해놓았습니다. 술 빚는 법을 알려주는 연수과정에 참여하고 전통주를 빚는 양조장을 찾은 이야기를 금융신문에 연재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결국 우리 술의 지난 역사를 살펴 정리하기로 했는데,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잘 몰라서 대접하지 못했던 술을 제대로 대우하고, 좋은 술을 만들고자 양조에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술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영욕의 순간들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게다가 국가는 그 순간에 무엇을 하였는지를 정리하고자 했다라고 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전통주를 빚는 양조장을 직접 찾아 이야기를 듣고, 제도에 관한 내용은 국세청이나 경기도 농업개발원 등 관런 부처의 담당자를 만나 도움을 구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글쓴이의 글 버릇을 닮아가는 것 같습니다. 저자 역시 열심히 공부하여 알게 된 내용을 전해들은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투로 적은 경우를 꽤 많이 읽을 수 있습니다. 알아낸 이야기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술에 관한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 등 여러 나라의 고문헌까지 두루 살펴 소개하고 있습니다. 술에 대한 저자의 공부가 얼마나 깊은데 이르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응답하라 우리 술>은 어쩌면 우리 전통주의 역사를 집대성한 결정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술의 통사를 정리해보려는 생각은 일단 접기로 했습니다. 자료를 찾아 공부하는 데만도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글쓰기에 틈새가 있기 마련입니다. 저 나름의 방향이 잡히면 언젠가는 글쓰기에 도전해보려 합니다. <응답하라 우리 술>은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 같습니다.


제목이 재미있는데, 아마도 당대의 시대상을 살피는 연작물인 유명 연속극에서 따온 듯합니다. 실제로도 우리 전통주의 애환을 시대별로 정리해냈다는 기획에도 잘 맞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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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시간 - 느리게 사는 지혜에 관하여
토마스 기르스트 지음, 이덕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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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으로 유추해보면 시간과 관련된 이야기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느리게 사는 지혜에 관하여라는 부제를 보면 조급하게 사는 삶의 폐해를 지적하는 내용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서는 정말 세상의 모든 시간을 이야기하고, 느리게 사는 지혜를 이야기한 것인지 헷갈리게 됩니다.


오히려 서문을 마무리하는 부분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글이 이 책의 기획의도라고 보았습니다. “나의 주된 관심사는 문화사와 과학사에서 이룬 위대한 업적을 한번 뒤돌아보고 인간이 성취할 수 있는 노력과 범주가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 우리에게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10)” 처음 시작하는 우체부 슈발에서부터 마지막 이야기 미완성에 이르기까지 모두 28꼭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런데 28꼭지의 이야기 가운데 타임캡슐할버슈타트의 존 케이지’, ‘휴식과 게으름’, ‘천 년이 하루정도의 이야기가 시간, 혹은 느리게 살기와 구체적인 연관이 있는 듯하였고, 나머지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시간이나 느리게 살기와 어떻게 연관이 되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문화사 혹은 과학사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나의 주제에서도 다양한 자료들을 인용하여 이야기를 풀어 가는데 간혹은 연결이 분명치 않아 보이는 대목도 없지 않은 느낌입니다. 특히 진시황이 백방으로 불로장생의 약을 구하려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서복이라는 신하로 하여금 동남동녀 3천을 데리고 우리나라와 일본으로 보냈으나 돌아오지 않고 그곳에서 왕이 되었다는 근거 없는 이야기를 마치 서복이 일본을 세운 인물이라고 적고 있는 것을 보고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마르셀 푸르스트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서두름의 시대에서도 분명치 않은 인용을 볼 수 있는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회상에 관한 유명한 대목 여시 원전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그의 어머니가 내주곤 했던, 보리수 꽃차에 마들렌을 적셔서 먹던 기억을 다섯 페이지에 걸쳐 묘사했다는 대목입니다. 원전에는 어느 쌀쌀한 날 어머니께서 마들렌을 곁들여 홍차를 내주셨는데, 마들렌 조각이 녹아든 홍차 한 숟가락을 입에 넣는 순간, 콩브레에서 레오니 아주머니가 내주던 보리수차에 적신 마들렌 조각의 맛을 떠올리면서 어릴 적의 기억을 되살아나더라는 이야기입니다. 옛기억을 되살린 계기는 어머니가 내준 마들렌 조각이 녹아든 홍차였지만, 어린 시절 보리수 꽃차를 내준 이는 어머니가 아니라 레이니 아주머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루스트의 가정부인 셀레스트 알바레가 <나의 프루스트 씨>라는 책을 냈다는 사실을 비롯하여 마르셀 프루스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집필하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는 처음 듣는 내용이라서 참신했습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블랙스완이론에 관한 이야기에서도 블랙스완 이론이 나오게 된 배경이 생략되어 있어 흑고니를 알지 못하는 독자는 글 내용을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스텐 나돌리의 <느림의 발견>이나 밀란 쿤데라의 <느림>을 인용하여 느긋하고 신중한 성격은 잠시 멈춤과 기억이라는 요소로부터 힘을 얻는다 이 힘은 결국 어떤 속도보다 더 뛰어난 것이다.(106)”라는 대목 역시 두 소설의 내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아서 두 소설로부터 도출해낸 명제가 얼마나 타당한지 가늠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마지막 주제 미완성에 적은 “‘글은 누가 쓰건 남는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책은 더 오래 살아남는다(218)”라는 대목은 큰 울림으로 남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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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웬디 미첼 지음, 조진경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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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치매환자 웬디 미첼이 아나 와튼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치매병력을 기록했던 <내가 알던 그 사람; https://blog.naver.com/neuro412/221555335038>의 뒷이야기를 정리한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을 냈습니다. 원제목은 <What I wish people knew about dementia>입니다. ‘사람들이 치매에 대하여 알았으면 하는 것이라는 소박한 생각을 담은 제목이라는 생각입니다.


제목을 들여다보니 알다(know)’의 과거형 알고 있다(knew)’를 사용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치매라는 끔찍한 질환에 대하여 알고 있어야 제대로 대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로 보입니다.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치매 환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게 해준 것처럼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역시 치매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한 것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웬디는 20147월 치매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18년에 <내가 알던 그 사람>을 썼습니다. 그리고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2021년에 썼는데, 치매 진단을 받고 8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사회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치매 진단을 받으면 삶이 끝난 것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영국의 경우는 치매환자도 정상인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이 운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웬디는 치매진단을 받고서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하지만 치매에 대하여 알아가면서 생각했던 것만큼 크게 두려운 질병은 아니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치매에 대하여 알게 된 것을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하여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내가 알던 그 사람>에서는 치매 진단을 받고서 겪은 일들을 정리했다고 하면,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에서는 치매라는 질병을 이해하기 위하여 배운 내용들이 주를 이룹니다. 물론 치매환자의 입장에서의 생각을 더해놓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논문과 책의 내용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책의 얼개를 보면 편집자의 뜻이 많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이제 나는 예전처럼 편하게 대화하기 못한다. 특히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대화는 더 어렵다(130)”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런데 누리사랑방을 통하여 자신의 생각들을 독자들과 교감하고 있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치매환자는 감각이 왜곡될 수도 있다는 것에서부터 새로 맞게 되는 관계,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는 것, 치매환자에게 필수적으로 조성되어야 할 환경, 치매환자가 느끼게 되는 감정과 유지해야 할 태도 등을 주제로 하여 책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치매로 진단된 환자들이 이 책을 읽어보면 투병의 방향을 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표현도 적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처럼 기억을 앗아가는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도 냄비의 물이 끓을 때 보글보글 올라오는 기포들처럼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면 깜짝 놀랄 때가 있다.(14)”


하지만 말기 치매 환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아직도 미지의 영역입니다. 웬디는 다양한 주제로 치매를 연구하는 학자들과 협업을 해왔다고 합니다. 가능할지는 여전히 알 수 없겠습니다만, 다음 책에서는 치매가 더 진행된 환자는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도와주면 좋을지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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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파일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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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알바니아를 가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알바니아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의 <돌의 연대기><잘못된 만찬> 등을 통하여 많이 친숙해진 느낌이 있습니다. 금년에 새로 고쳐 나온 <H 파일>을 읽게 된 것도 기대하는 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만, 생각지도 못한 수확이 있었습니다.


<H 파일>은 뉴욕에 거주하는 아일랜드 출신의 민속연구가 두 사람이 알바니아의 N시를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알바니아 당국에 입국사증의 발급을 요청하였을 때, 알바니아 당국은 두 사람이 모종의 사명을 띤 첩자로 오인하게 되었습니다. 당국에서는 N시의 시장에게 두 사람의 동정을 감시하도록 지시를 내려 보냈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N시에서도 멀리 떨어진 마을에 있는 물소뼈 여인숙에서 지낼 예정이라 해서 시장을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시장은 N시에 도착한 두 사람을 브리지게임에 초대하였습니다. 그 사이에 사람을 보내 두 사람의 짐을 조사하도록 시킨 것입니다. 그들의 짐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두 사람이 알바니아를 방문한 목적을 알 수 있습니다.


발칸반도, 정확하게 말하면 알바니아 북부 지역을 포함해서 몬테네그로의 일부 그리고 보스니아의 몇몇 고장을 아우르는 지역에서 호메로스가 남긴 서사시와 유사한 시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윌리 노튼과 맥스 로스는 알바니아 북부의 음유시인들이 전하는 무훈시들이 생성되는 기전을 밝히려고 이곳을 찾아왔던 것입니다. 특히 한 음유시인이 시차를 두고 같은 노래를 부르도록 하여 차이를 비교해보려고 했습니다.


물소뼈 여인숙은 고원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 음유시인들이 여행 중에 들러 쉬는 곳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여인숙에 투숙하고서 바로 한 음유시인의 노래를 반복해서 녹음을 기회를 얻었습니다. 놀랍게도 음유시인이 시차를 두고 노래한 천여행의 가사 가운데 두 행만이 빠져 있었고, 한 행의 일부에 변화가 있었다고 합니다. 과연 이러한 변화는 음유시인의 망각 때문이었을까요? 음유시인은 수천 행에 달하는 노래의 가사를 깡그리 외워서 노래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일정한 이야기의 틀 안에서 즉흥적으로 가사를 만들어 부르는 것일까요? 한 사람의 음유시인이 시간 차이를 두고 같은 노래를 부르도록 하여 비고해보면 차이를 알 수 있을 것이며, 그 이유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정을 세웠던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일은 알바니아에 전해오는 무이의 서사시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닮은 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무이와 아내 아이쿠나에 관한 서사시에서도 다양한 판본이 있다는 것입니다. 윌리와 맥스는 호메로스 이전에 전해오던 일리아스 역시 다양한 판본이 있었을 것이고, 호메로스는 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여 후세에 전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생각해보니 금년에 고전독서회에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읽을 때 헬레네의 처신에 관하여 따로 토론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는 테티스와 펠레우스의 결혼잔치에 초대받지 못해 화가 난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주라면서 던지고 간 황금사과를 헤라, 아테네 그리고 아프로디테 가운데 주인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헤라는 아시아의 군주를, 아테네는 전투에서의 승리를 약속했지만,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아내로 주겠다는 아프로디테의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아프로디테가 고른 가장 아름다운 여자는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 헬레네였습니다. 파리스는 스파르타로 가 헬레네와 함께 트로이로 달아났습니다. 그 바람에 트로이 전쟁이 일어나고 트로이가 멸망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헬레네는 스스로 파리스를 따라나섰던 것일까요? 아니면 강제로 납치되었던 것일까요? 그런데 트로이가 멸망하고서는 다시 메넬레오스에게 돌아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이런 의문에 대하여 호메로스는 전혀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헬레네의 행적과 비슷한 무이의 아내 아이쿠나의 행적에 관하여도 다양한 판본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호메로스 이전에도 헬레네의 행적에 관한 다양한 판본이 있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H 파일>은 발칸반도의 복잡한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서 의외의 상황이 벌어지고 두 사람이 연구를 계속할 수 없는 상황으로 마무리되고 말았습니다.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나 안타까운 점이 없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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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사는 즐거움
어니 젤린스키 지음, 문신원 옮김 / 물푸레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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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고 내달리듯 하던 삶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던 것은 환갑이 되던 해였던 것 같습니다. 하긴 그 뒤에도 뭔가에 홀린 듯 바쁘게 사는 날들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느리게 사는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지금도 여전히 바쁘게 사는 나날을 외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5월부터 2인분의 업무를 시작했는데, 지난 주에는 맡은 일이 3인분에 달하였고, 이번 주부터는 충원이 되어서 1인분을 덜어냈지만, 2인분의 업무는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쉴 틈이 별로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느리게 사는 즐거움>은 아마도 요즈음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서 고른 책읽기였습니다. 이 책의 저자 어니 J. 젤린스키는 잘 나가는 작가이자 전문 상담역입니다. 작가 소개에 따르면 일주일에 나흘 일하고, 5,6,7,8월과 같이 달의 영어 이름에 r이 들어가지 않는 달에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은 <Don’t Hurry, Be Happy!>입니다만, ‘Smart Ways to Slow Down and Enjoy Life’라는 부제의 의미를 담아 우리말 제목을 정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니 <Don’t Worry, Be Happy!>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현대 사회의 미친 듯한 질주에 당혹스러워 긴장을 풀고 잠시라도 생각할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내용을 담았다고 저자는 머리말에서 밝혔습니다.


저자는 느리게 사는 즐거움에 대하여 제1장 서두르지 않고 즐겁게 사는 방법, 2장 돈과 행복, 3장 일터, 그리고 제4장 일상생활 등의 영역으로 나누어 설명하였습니다. 그것도 긴 문장으로 설명하기보다는 몇 줄로 압축한 글들을 모으는 방식입니다. <몽테뉴 수상록>이 이런 형식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마도 짧은 문장이기 때문에 울림이 큰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어가다가 처음 표시를 해둔 대목을 옮겨보겠습니다. “뭔가 색다르고 편안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공원으로 가서 앉거나 눕기 좋은 편안한 자리를 물색한다. 그리고 눈을 감고 주위에서 들여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본다. 최대한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53)” 이런 대목도 있습니다. “밑에 누워 한두 시간 정도 소설책을 읽을 수 있을 만한 나무를 찾아보라.(61)”


정말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으십니까? 저는 서울 근교에 산책하기 좋은 곳을 찾아다닌 적이 있습니다. 산책을 하면서 오감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을 느껴보려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편안하게 앉아 쉴만한 곳을 찾아서 잠시 책을 펼쳐 읽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지나치게 상투적이다 싶은 대목도 있습니다. “해외여행을 할 때 호텔에 머물며 관광을 하는 대신 홈스테이를 하는 가정에 체류하면서 전 세계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공유해보는 것도 대단히 귀중한 체험이다. 홈스테이를 알선해주는 도우미들을 찾아가면 필요한 일들을 처리해 줄 것이다.(64)”


책읽기를 즐겨하는 저로서는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읽는 일은 그만두어야 한다. 만일 과중한 정보량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신청해놓은 잡지 몇 종을 과감히 취소하라.(69)”는 조언은 받아들이기도, 버리기도 쉽지 않은 것입니다.


두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저의 속내를 담은 글도 있습니다. “바쁜 일상 때문에 부모님을 등한시해선 안된다. 당신이 어디에 있든, 얼마나 바쁘든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씩은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드려라.(81)” 부모님 살아계실 때는 언젠가부터 전화를 챙기는 것이 하루의 중요한 일과였습니다. 그런데 제 아이들은 아직 어린 탓인지 그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준비하고 있는 글쓰기에 인용하면 좋을 듯한 대목도 있습니다. “친근한 거리를 느긋하게 거닐되 이번에는 최대한 주의 깊게 관찰을 해라. 전에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발견하지 못했었는지 감탄하게 될 것이다.(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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