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주문한다 했지만 나오자마자 바로 품절이 되는 사태가 발생해
구하지 못한 앨범이 브릴리언트 클래식에서 나온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Ludovico Einaudi)의 피아노 음악 컬렉션이었다.
본인의 연주는 아니었지만, 그의 예전 앨범들은 국내에서 구하기가
힘든터라 눈독을 들이고 있었는데 이렇게나 빨리 품절사태가 날 줄이야..
허탈해하며 리스트에 넣어두고 재입고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한 달여.. 재입고가 되고 다시 주문이 가능하길래
전광석화 구매!
내가 구매하고 얼마 안 있다가 다시 품절이 됐는데, 알라딘 세일즈 포인트를 보니 2개내지 3개가 들어왔던
모양이었다. 다른 사이트에서는 안 팔고 유독 알라딘에서만 리스트에 올라오는 걸보니 역시 알라딘을 찬양했
던(?) 지난 세월이 나름 뿌듯했다. 포노 때부터 이용하다가 합병되고 계속 이용한 보람이 있었다!
두근두근 배송을 기다리며 부리나케 포장지를 뜯고 음악 감상.. 아 눈물이 줄줄 흘러나왔다. ㅠㅠㅠ
예로엔 반빈(Jeroen Van Veen)은 미니멀 음악 전문(?) 피아니스트로 글래스나 텐 홀트, 패르트 등의 음악 등을
이미 여러차례 녹음한 베테랑이었다. 그의 글래스 음반을 듣고 괜찮다 생각했었는데 역시나 에이나우디 음악
에서도 관록이 묻어 나왔다.
원곡과는 달리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고 관조의 미가 두드러지는 해석이었는데, 너무나 편안했다.
두 눈을 감고 음악에 취하며 어느새 안개가 흐릿한 고요의 숲을 거니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미처 구하지 못했던 다른 앨범들도 여기서 들을 수 있어서 더 좋았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는 인지도가 별로인 에이나우디의 음반 품절 사태만 봐도 근래 몇 년 동안 많이 알려지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루도비코 에이나우디(Ludovico Einaudi)의 음악을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감정은
'경이'였다. 멍때리고 계속 반복청취하며, '이런 음악도 있구나..'라는 걸 느꼈었다.
이런 장르가 미니멀, 혹은 미니멀리즘 음악이라는 걸 안 것은 후의 일이지만, 이토록 가슴에 깊이 파고들었던
적은 없었다.
미니멀리즘은 1960년대부터 생겨났으며,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예술의 흐름으로 역시 음악 쪽으로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현재 대표되는 인물이 라이히, 글래스, 애덤스 정도이다.
사실 에이나우디는 장르가 애매하기도 하고, 정통 클래식 좌씨들이 클래식 음악으로는 편입하지 않으려는
보수적인 입장도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소나타'니, '협주곡'이니 같은 표제를 붙인 음악들이 없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아닐까싶다. 음악 성향을 떠나서 말이다.
그러던 차에 브릴리언트 클래식에서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피아노 컬렉션'이란 타이틀을 달고 나왔으니.. 이는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그것도 다른 이의 연주로.. 그의 음악이 점차 인정을 받고 있다는 뜻이겠지.
몇 년전에
'유키 구라모토나 이루마, 앙드레 가뇽 등의 음악들이 다른 이의 연주로 발매되는 시기는 언제쯤 올까?'
라는 생각을 가진 적이 있었다. Romance, Wait There, Un Piano Sur La Mer 등이 한 피아니스트의 독주 앨범
으로 나온다면 그도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런 일이 벌써 에이나우디의 이번 앨범으로 이루어지고 말았다. 물론 그의 음악이 뉴에이지라는 것은 아니지
만.. 음악적 성향이 경계를 짓기엔 약간 모호하다는 점도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의 음악들이 아직 생소한 분들도 많으실 줄 안다. 아직까지는 인지도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라서..
일단 한 번 들어보시기를 추천해본다.
클래식이든, 뉴에이지든, 가요를 좋아하든 간에 경계 없이 쉽게 친해지며, 몽롱한 느낌이 들 정도의 신비한
선율이 새로운 경험을 느끼게 해 줄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