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뒤끝 없는 사람
양로원에서 쓸쓸한 노년을 보내는 한 노인이 있었다. 다른 노인들은 그래도 자식들이 한 번씩 방문을 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유독 한 노인만은 아무도 찾는 이가 없었다. 매번 봉사자들이 올 때마다 노인은 쓸쓸하고도 고독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 모습이 안타까운 나머지 ‘자원’이라는 봉사자 한 명이 노인에게 말을 건넸다.
자원 : 할아버지 왜 혼자 계세요?
노인 : 혼자 있는 게 왜? 너도 내가 불쌍해 보이니? 꺼져버려!
화를 내는 할아버지 때문에 그 봉사자는 움찔거렸다. 자원은 난데없이 쏘아대는 탓에 경황도 없었고, 순간적으로 자신이 말을 건넨 것이 실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원 : 할아버지, 제가 뭘 잘못했나요?
노인도 뜬금없이 화내고 나서는 금방 미안한 마음이었다.
노인 : 아 …… 내가 사람은 좋은데 좀 울컥하는 습관이 있어서 그래. 그러나 뒤끝은 없어! 네가 이해를 좀 해라.
봉사자는 불쌍한 마음에 이것저것 말을 걸어주었다.
자원 : 그래도 할아버지는 뒤끝이 없어서 좋으시겠어요?
노인 : 나를 이해해주는 것은 너밖에 없네. 다른 사람들은 다들 나를 싫어하던데.
자원 : 왜요?
노인 : 뒤끝 없는 게 싫데.
자원 : 뒤끝 없는 것이 더 낫지 않나요?
노인 : 나도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나더러 뒤끝 있는 게 더 낫데.
자원 :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요. 뒤끝 있는 사람을 더 좋아하다니?
노인 : 그렇지! 사람들은 다들 이상해.
자원 : 할아버지, 저는 이만 가봐야겠어요.
자신과 대화 중에 시계를 힐끗 쳐다보는 자원의 모습에 노인은 갑자기 화를 내었다.
노인 : 너도 내가 싫어서 가는구나! 너도 필요 없어! 꺼져버려!
자원 : 할아버지, 원장님이 오라고 하신 시간이 되어서 가는 거예요.
자초지종을 듣고 나서 노인은 또다시 온화한 표정으로 돌변하였다.
노인 : 아, 그랬구나! 그러면 그렇다고 진작 말을 하지. 그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원장님이 찾으시는데 어서 가봐. 난 또 내가 싫어서 가는 줄 알았네.
08. 화내고 잘해주는 이유?
‘자원’은 생각을 했다.
자원이 : 왜 할아버지는 화 먼저 내고 나서 자신도 곧 미안해서 부드럽게 말을 건넬까? 화를 내지 않고 말을 해도 되는데 굳이 화를 내고 나서 잘해주는 걸까?
원장님한테 볼일을 보고 나오는데 아까부터 자신을 쭈욱 지켜보는 할머니가 한 분이 있었다. 힘없는 손짓으로 허공에 대고 오라고 손을 끄덕이면서 자원을 불렀다.
할머니 : 아가! 나한테 와봐.
자원이 : 네, 할머니!
할머니 : 아까 그 노인네 비유 맞춘다고 고생 많았지?
자원이 : 아뇨! 한 번씩 화를 내도 뒤끝은 없으시던데요.
할머니 : 그러니 네가 힘들었지! 괜찮아, 나한테는 솔직하게 말해도 돼.
자원이 : 사실은 …… 그 할아버지 때문에 조금 무서웠어요.
할머니 : 네가 이해를 해라! 그 할아버지 뒤끝은 없는데 그게 문제야. 뒤끝만 없어!
자원이 : 저도 조금 이상했어요. 왜 화를 내고 잘해주시는 건지 생각했어요.
할머니 : 화를 내고 나니까 저도 미안해서 잘해주는 거지 뒤끝 없는 게 아니야. 사람들이 화를 내고 나면 금방 잘해주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
자원이 : 그게 뭔데요?
할머니 : 그게 양심에서 미안해서 양심이 시켜서 잘해주는 거지 자신이 진정으로 사과하는 마음에서 하는 게 아니야.
자원이 : 네, 화내고 나면 금방 부드럽게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많이 이상했어요. 왜 화를 내고 나서는 금방 잘해주는지요.
할머니 : 화산이 폭발하고 나면 화산이 잠잠해지지?
자원이 : 휴화산이 된다고 학교에서 배웠어요.
할머니 : 인간도 마찬가지야. 화를 내고 나면 잠시 잠잠해지지. 문제는 화 잘 내는 인간은 항상 화를 내고 나면 미안해서 금방 잘해주지. 그럴 바에는 차라리 화를 내지 말고 잘해주지나 말지.
자원이 : 그래도 못해주는 것보다는 잘해주는 것이 좋지 않나요?
할머니 : 잘해주는 것은 좋지만 화를 안 내고 잘 안 해주는 것이 더 좋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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