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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샤 천사 ㅣ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21
김혜리 지음, 신민재 그림 / 시공주니어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서울 도곡동에 있는 타워 팰리스와 그 옆에 있다는 판자촌에 대한 뉴스보도를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같은 서울 하늘 아래 극과 극의 생활모습을 보여주는 곳이 있다는 기사를 들은 기억이 난다. 이 책의 배경은 바로 그곳이다.
고층 아파트 옆의 산동네 아이들은 그 아파트를 단지를 거쳐서 가야 학교에 빠르고 안전하게 갈 수 있다. 그런데 그 아파트 사람들의 생활 침해라면서 이들이 학교에 가는 길을 막는다. 결국 아파트 주변에 외부인의 출입을 막는 판자 칸막이가 설치된다. 그런데 이곳을 산동네에 사는 중학생들이 복면을 하고 가서 하나씩 부수는 일이 생긴다. 그래서 이 칸막이를 지키는 사람까지 고용되지만 그 형들은 ‘하루에 하나씩 빠샤!’라는 구호를 외치며 칸막이를 부순다. 이 일로 경찰서에 잡혀가기까지 한다.
이런 일이 있은 뒤 산동네 꼭대기 교회에 총각 전도사가 온다. 이 전도사가 온 뒤로 교회에서는 무료로 빵과 우유도 나눠주고 크레파스와 스케치북도 나눠준다. 처음에 주인공 병선이를 비롯한 동네 아이들은 그런 것들을 무료로 받게 되면 교회가 다녀야 할 것 같아 그것들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흰색 마스크에 운동모자를 깊숙이 쓰고 있어서 꼭 복면을 한 것 같은 차림새의 아저씨가 아이들에게 아무 조건 없이 나눠준다며 교회에 오라고 한다. 아이들은 아저씨의 모습이 칸막이를 부수던 복면한 형들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빠샤 천사라고 부르게 된다.
이곳에서 받은 그림 재료를 통해 병선이는 자신이 그림에 소질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교회가 도둑을 맞는다. 남은 게 아무것도 없어 더 이상 구호활동을 못하게 되었는데 누군가 교회 안을 그림으로 단장해 놓았다. 아이들은 빠샤 천사가 해놓았을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이들이 받은 그림도구들은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들’에서 마련해서 보내준 것이라고 한다. 어쨌든 이런 그림 도구 보급 활동을 통해 산동네 담장에는 그림들이 많이 그려진다. 동네 담장의 그림이 동네와 조화를 이루자 동네 그림에 대한 소문이 나고 많은 사람들이 보러 다녀간다.
이를 계기로 산동네 교회에 봉사하는 사람들이 많이 오게 된다. 아이들은 빠샤 천사 아저씨의 모습이 궁금해 복면을 벗겨 보려 했는데 끝내 보지 못한다. 어느 날부터 아저씨가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병선이도 아이들에게 좋은 일을 해주는 빠쌰 천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빈부의 차가 극명한 곳에서 상대적인 열등감 때문에 희망을 잃고 살 수 있는 이들에게 그림을 통해 희망을 준 천사에 대한 이 이야기는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큰일인지를 알려준다. 비록 내가 한 선행은 아주 작을지라도 그것이 다른 이에게 가면 큰일을 할 수 있는 힘이 되고 용기가 된다는 것을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