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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슨 씨앗일까? ㅣ 샘터 솔방울 인물
최재천 외 지음 / 샘터사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아이들에게 위인전을 읽힐 때마다, 위인들의 위대한 업적을 부각시키는 책이 아니라 많이 부족한 사람이지만 노력하면 그들만큼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줄 수 있는 위인전이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부모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고, 또 그런 목적에서 위인전을 읽히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위인전에 소개된 위인들은 정말 대단한 위인들이었다. 물론 그들 모두가 태어났을 때부터 부유하거나 놀라운 천재성을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또래보다 여러 면에서 많이 부족했고 경제적으로도 몹시 어려운 사람들이 많았다. 위인전을 읽히는 부모 마음을 아는 듯이 그들은 정말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고 열심히 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얘기에 그렇게 공감이 되지는 않았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경우가 많아서, 아니면 우리가 같은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맞아, 그럴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보는 순간, 바로 ‘내게 필요한 건 이런 위인전이었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소개된 9명은 우리나라 사람이자 우리 시대 사람들이다. 이 책에도 이들을 위인이라 하지 않았고 ‘선배’라고 했다. 그만큼 이들은 우리에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최고의 맛을 찾아가는 요리사 박효남, 동물과 자연을 사랑하는 자연과학자 최재천, 과학자가 되고 싶었던 컴퓨터 의사 안철수, 시각장애인 박사 강영우, 나무박사 서진석, 화가 김전선, 민속학자 임재해, 태평농법이라는 자연주의 농법을 펴는 농부 이영문, 이렇게 9명의 삶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위인이라 하면 으레 정치가, 과학자, 화가, 음악가, 노벨상 수상자 등을 생각하게 되는데, 이분들은 요리사, 시각장애인 박사, 민속학자, 농부 등 우리 주위에서 가끔은 볼 수 있는 평범한 직업을 가진 분들이다. 그래서 더 친숙하게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고, 한번쯤은 방송이나 신문에서 소개된 분들이라서 더 관심 있게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어려운 형편을 이겨내고 자수성가한 분도 있었고 하나의 호기심이 크게 발전해 현재의 모습을 이룩한 분들도 있었지만, 주위에서 뭐라고 하든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꿈을 세우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아온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게 해준다.
<나는 무슨 씨앗일까?>라는 제목이 참 좋다. 지금은 누구도 우리 아이가 무슨 씨앗인지 알지 못한다. 사실 그 안에 어떤 씨도 담겨져 있지 않다. 지금 아이가 자라면서 그 씨는 담아가는 중이니까. 이 책에서 소개된 아홉 분의 삶을 보면서 이 분들처럼 자기 영역에서 확고한 나무가 되려면, 우리 아이들도 이 분들처럼 건실한 꿈을 틔우고 그 꿈을 자라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라는 영양분을 주어야 함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아마 충분히 그럴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 예를 잘 보여주는 좋은 선배들이 많으니까.
아이에게 물어봐야겠다, 어떤 씨가 되고 싶은지. 그리고 그 씨를 틔워 큰 나무가 되게 하려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봐야 한다고 적극 권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