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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 청국을 기행하며 조선의 개혁을 꿈꾸다 ㅣ 파란클래식 2
박지원 원작, 이명애 지음, 안창숙 그림 / 파란자전거 / 2004년 7월
평점 :
열하일기는 연암 박지원이 청나라 황제의 생일 축하를 위한 사신단의 일행으로 청나라 황제의 여름 별장이 있던 열하에 다녀온 뒤 쓴 기행문이다. 박지원은 이 여행을 떠나기 전에 청나라에 대한 책을 읽으며 열심히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래야 청나라에 가서 많은 것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열하일기의 모든 내용을 수록한 것은 아니고 어린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주요 부분이나 재밌는 부분만을 골라 쓴 것이라고 한다. 열하일기는 원래 한자로 쓰여졌으며, 모두 26권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1권에서 8권은 여행 도중 겪은 일을 날짜별로 기록한 것이고 9권에서 26권은 앞에서 기록하지 못한 경험이나 생각, 학자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들을분류해서 기록한 것이라고 한다.
<열하일기> 이전에도 중국에 사신단으로 다녀온 사람이 수천여 명이고 그들이 쓴 여행기도 수백여 가지나 되지만, 그 중에 <열하일기>가 유명한 것은, 단지 중국의 아름다운 경치를 묘사하거나 풍습을 그대로 쓴 것이 아니라, 중국 사람들의 생활에 대한 세시함 관찰에다 새로운 사상을 덧붙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시 조선시대에 일고 있었던 새로운 사상인 실학을 지지하는 학자로서 박지원은 청나라의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고 이 책을 통해 주장한 것이다.
<열하일기>는 박지원이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온갖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 저술했을 뿐 아니라 그때까지는 없었던 자유롭고 쉬운 표현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읽혔다고 한다. 당시 조선에서는 중국에서 들어온 성리학을 충실히 따르는 문장을 좋은 문체로 생각했다. 그런 문체를 ‘고문체’라 불렀는데, 젊은 선비들은 고문체로는 자신들의 새로운 생각을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해 박지원의 쉽고 자연스러운 문체를 따라썼다. 박지원의 문체는 그의 호를 따서 ‘연암체’라 불렸다. 그런데 젊은 선비들이 연암체로 글을 써서 잘못된 정치와 양반 계급을 비판하자 권력층은 위협을 느끼고, 급기야 정조가 고문체로만 글을 쓰라고 명하는 ‘문체반정’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만큼 박지원의 문장력은 대단했던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태학유관록 부분의 문장을 예로 들어보면 그가 얼마나 재밌게 표현했는지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코고는 모습을 표현한 것인데, 어떤 사람은 호리병에서 물 쏟아지는 소리처럼 ‘콰르르콰르르’, 어떤 사람은 나무 베는 톱 소리처럼 ‘드르등드르릉’, 또 어떤 사람은 혀를 차는 소리를 내었고, 어떤 사람은 중얼중얼거렸다고 표현했다. 옛날 사람 치고는 유머도 대단했던 것 같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중국까지 금방갈 수 있지만, 당시로서는 대단한 위험하고 오래 기간이 그 힘든 여정에 박지원이 바라봤던 새로운 세상, 청나라를 마치 그랑 같이 본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자세히 표현했다. 함께 여행 잘 했으며, 새삼 기록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그리고 박지원의 위인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