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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전 ㅣ 찾아 읽는 우리 옛이야기 10
손연자 글, 백금림 그림 / 대교출판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흥부전은 그 내용이 널리 알려져서 책을 손에 들기에는 쉽지 않는 책이다. 사람들은 줄거리를 이미 알고 있는 작품에 대해서는 두 번 다시 손에 잘 가지 않으므로. 물론 항간에 떠돌고 있는 이야기가 바른 것인지 궁금해서 원전을 다시 살펴보는 사람들도 있지마는, 대개의 사람들은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로 만족하기에 다시 원전을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흥부전은 작자가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았으며 제작연도도 정확하기 않은, 조선 후기 소설이다. 그런 만큼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그 불리는 이름도 흥부전, 박흥부전, 흥보가, 박타령 등 여러 가지가 있으며, 심청가나 춘향가처럼 판소리로 불리기 위해 만들어진 판소리계 소설의 한 작품이라고 한다. 흥부전의 여러 가지 판본 중 이 책은 판소리의 대가였던 신재효가 최초의 경판본 소설을 보완하여 1870~80년 경에 펴낸 작품을 원본으로 삼았다. 그래서 책의 내용이 판소리처럼 운율에 맞춰 익을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리고 판소리 하면 풍자와 해학이 느껴질 것이다. 이 책 또한 그런 해학과 풍자가 가득하다.
흥부전하면 무시한 흥부와 놀부가 나올 것 같은데, 이 책에서는 둘 다 양반이고 글공부도 제법 했기 때문에 모든 말에 중국의 고전에 나온 말을 빗댄 말들이 많이 나온다. 그만큼 풍자가 많다. 그리고 이 책은 흥부와 놀부가 박을 타는 장면이 주가 된다. 박을 타면서도 상황별로 각기 다른 소리를 메기게 되는데, 그 메기는 소리들의 운율과 내용이 너무나도 해학적이고 풍자적이다. 또한 흥부가 박을 탁 때는 갖가지 보물과 세간들이 등장하는데 그 동안 들어보지도 못한 진기한 물건들, 약초들, 살림살이, 농기구 등에 대한 이름이 나온다. 새로운 것들에 대해 많이 알 수 있어 즐거웠다.
그리고 놀부가 박을 탈 때에는 사당패, 상여꾼 등에 대한 얘기도 들을 수 있다. 특히 놀부가 박을 탈 때 메기는 소리는 순박, 검박, 소박, 주박, 쪽박 등과 같이 각운을 맞추어서 리듬성도 높지만 그 해학성이 뛰어난 것들이 많이 등장해서 웃음이 절로 난다.
또, 그동안은 흥부의 성이 ‘연’ 씨인 줄 알았는데, 이 책에는 ‘박흥부’로 나온다. 그래서 자료를 찾아봤더니 흥부의 성으로는 ‘연’ 씨와 ‘박’ 씨가 같이 있지만 박 씨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 이야기의 모델이 된 박첨지의 설화가 전라도 남원에서 전해 내려오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처럼 이 책을 통해 흥부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중고등 학교에 가면 우리나라 고전도 많이 읽어야 한다. 이 책은 초등 고학년 이상을 권장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이야기를 이해할 수도 있고 이야기의 맛을 느낄 수 있어서 그럴 것이다. 보통 흥부전, 심청전, 춘향전 같은 고대 소설들은 짧게 줄거리만 요약해 어린이용 전래동화에 포함돼 유아들이나 초등 저학년들이 읽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차라리 이런 책들은 원전에 충실하게 만들어진 책들을 적령기에 제대로 읽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특히 흥부전은 해학과 풍자가 가득해서 즐겁게 읽을 수 있으며 판소리 소설이라서 소리 내어 읽기에도 좋다. 비록 줄거리를 알고 있더라도 우리 청소년들이 많이 읽어서 우리 것(판소리)을 사랑하는 정신도 키우고 해학의 맛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