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힘껏 산다 - 식물로부터 배운 유연하고도 단단한 삶에 대하여
정재경 지음 / 샘터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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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결에 내가 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사진을 찍고 있다. 내가 꽃사진을 찍게 된 것은 언제라도 손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휴대폰의 등장 덕도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자연이 좋아진다고 하는데, 그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지금은 꽃 사진도 열심히 찍고 이름도 알아두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작은 화분이나마 여러 개 키우고 있다. 그래도 워낙에 무엇을 키워내는 재주가 없어서인지 잘 키우지는 못해서 이 책의 저자 같은 사람이 너무 부러웠다.




이 책의 저자 정재경은 잡지사의 편집자와 미용 브랜드의 마케터를 거쳐 식물에 대한 글쓰기를 통해 등단한 작가다. 브런치라는 글쓰기 플랫폼에 연재한 식물에 대한 글 덕분에 <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이 출간된 뒤에 식물에 대한 글을 꾸준히 쓰고 있단다. 이와 관련된 내용이 63쪽의 파파야 편에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은 작가가 키웠던 식물에 대한 이야기다. 4부에 걸쳐 색연필로 그린 듯한 그래서 더 소박하면서도 정감이 가는 식물 그림을 시작으로 38가지 식물과 연관된 생각과 일화를 담았다. 수련, 체이세이지, 로즈메리, 접란, 미스김라일락, 아보카도, 관음죽, 파타야, 살구나무 등 나무도 있고 꽃도 있다. 이 중에는 내가 이름을 알거나 키워본 것도 있고 이름조차도 처음인 것도 있다. 아이와 그림책을 보다가 호기심으로 사서 먹은 아보카도의 씨를 심었는데 싹이 났다는 이야기, 일과 공부가 힘들어 지친 몸을 이끌고 늦은 밤 집에 갔을 때 향기로 위로하던 로즈마리, 나무 한 그루 심을 만한 공간에 심으려고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찾았던 살구나무 등등 다양한 일화를 들려준다. 이런 꽃과 나무의 이야기를 들려주니 더욱 식물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요즘은 반려식물이라고 해서 식물을 정성껏 키우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주위에 수목원도 점점 더 생겨나고. 그만큼 식물에게서 받는 위로와 힘이 많다는 이야기다. 그것을 책으로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던, 기분 좋은 이야기였다. 덕분에 여러 식물에 대해 알게 되었고 더 사랑으로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우리집 아파트 화단의 매화, 동백을 시작으로 다양한 꽃들 덕에 출퇴근 시간에 눈의 피로로 풀고 기분도 위로를 받고 있다. 이 책은 내 주위의 그런 꽃들만큼 미소와 따뜻함을 준다. 책의 디자인도 그 속에 담긴 이야기만큼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러워 갖고 싶은 마음이 솟아난다. 그리고 식물을 더 키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참 잘 읽었다.


 *책세상맘수다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주관적인 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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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빌 고다드의 부활 (무선)
네빌 고다드 지음 / 서른세개의계단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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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는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은 아니지만 삶을 정리하고 새로운 삶의 활력을 얻게 되는 것 같아 가끔씩 보게 된다. 이 책도 그런 차원에서 보게 되었고 저자 네빌 고다드가 마크 빅터 한센을 비롯한 현대의 저명한 자기 계발 강사들에게 영향을 끼친 사람이라고 해서 더욱 기대가 됐었다. 마크 빅터 한센은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의 저자로 내 또래의 사람들은 모를 수가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기대가 커서였는지, 아니면 지금으로서는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여서인지 이 책이 썩 재미있지는 않았다. 게다가 며칠 전 책꽂이를 정리하다가 선물로 받고 읽지 않았던 <꿈꾸는 다락방>을 읽게 되었는데, 그것과 주제도 같았고 거기서 본 것과 똑같은 내용이 나오기도 했기 때문이다. 네빌 고다드가 이런 주장을 한 것이 1930년대이니 <꿈꾸는 다락방>의 저자가 그의 말을 인용한 듯하다. 어쨌든 <꿈꾸는 다락방>의 주제는 ‘R=VD’이다. 이 공식은 강렬하게(vivid) 꿈꾸면(dream) 실현된다(realize)는 말이다. <네빌 고다드의 부활>도 부제로도 적힌 상상이 현실을 창조한다라는 주제를 여러 사람들의 사례와 성경 말씀을 빌어서 반복해서 말한다.


네빌 고다드가 이런 생각을 처음 말했을 당시에는 굉장히 혁신적인 사고였겠지만, 지금은 끌어당김의 법칙이라고 하면서 이런 주장을 하는 책이 너무 많다. 그리고 상상이 모든 것의 해결책인양 이야기하는 부분도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삶의 태도를 반성하게 하고 실천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조언도 있었다. 그 중 하나는 38쪽에 나오는 실망스러운 소식을 전하는 편지 한 통을 오늘 받았다고 가정해보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이 할 일은 그 편지를 새롭게 쓰는 것입니다. 마음속에서 여러분이 받았으면 하는 내용으로 다시 쓰십시오. 원하는 내용의 편지를 상상 속에서 계속 반복해 읽어서 자연스러운 느낌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현실 속에서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라는 구절이다. 실망스러운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성취하고자 하는 것이 이루어도록 행동하라는 말이다.



어쨌든 책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내게는 실망스러운 책이 누군가에는 좋은 조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네빌 고다드의 역작 7권을 묶은 것이라는데 평가가 후하지 못해서 미안하고 나의 무지함을 드러내는 것은 아닌지 부끄럽기도 하다. 내가 기독교에 관심이 있었더라면 흥미롭게 봤었을지도 모르고. 하여튼 인간의 상상력의 힘의 궁금하거나 그 힘을 믿는 이라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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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를 찾아라 - 법정 스님 미공개 강연록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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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법정 스님 하면 서울 성북구 길상사에 있는 법정 스님의 진영각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법정 스님의 영정과 생전의 유품이 전시된 곳인데, 법정 스님이 정말 맑고 깨끗하게 살다 가셨음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곳이다. 5월이면 부처님 오신 날이 있어서 길상사도 떠오르고 자연스럽게 법정 스님도 생각하게 되는데, 최근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장례지도사가 출연해 법정 스님의 마지막 가는 길을 잠깐 언급한 적도 있어서 더욱 법정 스님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다 스님의 미공개 강연록이 책으로 출간됐다고 하니 몹시 기대가 됐었다.


나는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탐욕이 생길 때마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 책을 떠올리며 욕심을 자제하려고 노력한다. 그만큼 잘 살다 가신 분의 귀한 말씀은 일반인들에게 오래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이 책에는 법정 스님이 언제 어느 곳에서 어떤 주제로 말씀하셨는지에 대한 글이 16편 실려 있다. 불자로서의 수행법, 불교 교단의 문제, 사람들의 욕심 문제, 올바른 참선법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하여 불경을 인용하거나 유명한 선사 및 작가의 말도 인용하면서 재미있게 들려 주신다. 따라서 불교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으며, 꼭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인간으로서 바르게 사는 태도에 대한 좋은 말씀을 새길 수 있었다.




내가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은 183~184쪽의 글이다. “진정한 삶은 순간마다 새롭습니다. 꽃을 보세요. 어제 핀 꽃이 다르고 오늘 핀 꽃이 다릅니다. 같은 것처럼 보여도 다릅니다. 그 빛깔과 그 향기와 그 모습이 다르다고요, 순간마다 새로운 이 삶이 종교적 신비에요. 이 신비가 우리를 본래의 나에게로, 본래의 자아에게로 인도합니다.” 여전히 본래의 나, 진정한 자아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글을 통해 매 순간을 새로운 마음으로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앞으로 꽃을 보면 이 글이 떠오를 것 같다.



요즘 세상이 너무 무서워지고 있다. 일면식도 없는 악인에게 해를 당하는 것보다 존속 살인, 데이트 살인, 아동 학대 등 믿고 의지하며 사랑하던 그리고 서로 사랑해야 할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일이 종종 있어 타인에 대한 신뢰를 급속도로 붕괴시키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사회에 대해 바른 말씀과 쓴소리를 해줄 큰 분이 없는 것도 문제인 것 같다. 그런 차에 법정 스님의 귀한 말씀집이 나와 반가웠다. 많이들 읽고 자신을 돌아봐 좋은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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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 선비 개화기 조선을 기록하다
졸귀 지음 / 새를기다리는숲(새숲)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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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 읽기를 좋아하는 데다 내가 어려워하는 개화기를 만화로 볼 수 있다니 너무나 궁금했던 책인데 만화로 재미있게 그려져서 단숨에 읽었다.

이 책의 저자 졸귀는 인스타그램의 인스타툰에 학 선비 캐릭터가 등장하는 역사 이야기를 게재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도 이 학 선비가 등장하여 1864년부터 1910년 사이의 역사적 사건들과 백성들 사이에서 떠돌았던 기이한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이 책은 구한 말 선비인 황현이 쓴 <매천야록>에서 많은 소재를 가져왔다고 하는데, 이 중 고종 황제나 명성황후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가 이 책에서 가져온 것들이라고 한다.



수록된 내용은, 1864년부터 1910년까지를 5개 기간으로 나누어 총 100편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정치적인 사건이나 제도의 변화, 인물 이야기 등을 실었다. 시대 구분은 고종이 즉위하기 전인 1864~1879년, 동학 동민 전쟁 전인 1880~1893년, 경부선 개통 전인 1894~1900년, 을사늑약 전인 1901~1904년, 대한제국 멸망까지인 1905~1910년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한 편당 양쪽으로 펼쳐지도록 두 쪽을 할애하여 보기 쉬운 만화와 짧은 글로 쉽게 설명해 주기 때문에 역사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중간중간에 야사에나 나오는 이야기도 있어서 옛이야기 읽듯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다른 시대도 이런 식의 만화로 나온다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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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빠의 안부를 물어야겠습니다
윤여준 지음 / 다그림책(키다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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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가정에서 아빠는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우리집처럼 남편이 바깥일로 몹시 바쁠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다정다감하지도 않은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보니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아빠와의 친밀도는 높아지지 않아서 이 책의 이야기가 내 남편의 이야기가 될 것 같아서 보게 되었다.

이 책은 퇴직한 지 오래되어 외롭고 허탈해 하는 아빠를

결국에는 딸이 위로하고 용기를 준다는 간단한 내용이지만

그림으로 주는 울림이 대단하다.

엄마도 일을 하니 집안일은 퇴직한 아빠의 차지가 된다.

퇴직한 뒤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아빠도 여유가 있어 보였는데

퇴직한 지 오래되고 홀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몹시 외로워한다. 이에 새로 일을 찾으려고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퇴직 후에 남자들이 느낄 외로움과 공허함을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족들 모두가 자기 삶에 바쁘다 보니 그런 것을 위로해 줄 생각조차 못하게 된다.

이 책은 그러지 말라는 이야기다.

아빠의 외로움과 공허함이 잘 표현되었다


그림에서 아빠는 주황색으로, 딸은 파란색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아빠 옷의 몇몇 소품과 아빠가 회사에서 키우던 화분의 점이 주황색이고 딸의 옷과 딸이 나중에 아빠에게 씌워주는 우산의 포인트가 파란색이다. 이것을 보면서 아빠는 황혼이라서 주황색,

딸은 청춘이라서 파란색을 쓴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봤다.


아빠는 주황색으로, 딸은 파란색으로 포인트를 주다


이밖에도 이 책은 신발이나 식탁의 모습을 통해 아빠의 외로움을 더욱 두드러지게 보여주고,. 아빠가 퇴직할 때, 그리고 직장을 찾을 때 탄 버스를 통해 아빠의 상황을 되새기게 해주는 센스가 있다.


뒤표지.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잘 표현했다


이처럼 이 책은 그림 보는 재미와 함께 퇴직한 남자의 소외감과 외로움, 그것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위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잘 표현했기에 많은 이들이 보고 서로 위로하고 응원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윤여준 작가의 첫그림책이라는데 정말 대단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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