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 승효상의 건축여행
승효상 지음 / 안그라픽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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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추사기념관은 이 책의 저자 승효상이 설계한 건물이다. 추사기념관은 1층에서 지하로 내려가야 기념관 입구와 닿는 구조인데, 계단을 내려갈 때 지그재그로 걸어내며가도록 설계돼 있다. 이에 대한 설명은 번거롭게 계단을 내려가는 체험을 통해 추사 김정희가 유배지 제주에서 느꼈던 고통을 느껴보라는 의미이다.

  아마 내가 본 승효상의 건축물은 이것 뿐인 듯 한데,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지 설계자로도 유명하니, 그의 이름은 익히 알고 있던 셈이다. 그리고 작년 여름 이탈리아 여행을 하고 온 뒤로는 건축물에 많은 관심이 생겨 이 책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를 보게 됐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유명 건축자 중 한 분인 김수근의 제자로, 비움의 미학을 추구한다. 우리나라의 종묘와 서원, 산 속의 암자 등을 통해 자연과 조화를 꾀한 건물의 중요성과 유럽의 오래되고 조용한 수도원 건축, 코르도바와 제주도의 관광지 등을 통해 비움과 역사성을 간직한 건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나는 그가 바라본 여러 도시의 건축에 대한 감상을 통해 그의 건축관을 느낄 수 있었고, 건축가가 우리 일반인의 삶과 유리되어 있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내게 건축가는 너무 멀리 있는 사람이었다. 내가 그런 이에게 건축을 의뢰할 일도 없고 내가 다니는 대부분의 공간들이 실용성에 주안점을 둔 곳이기에 작품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드나들었기에 건축가는 내게 너무 먼 존재였다.

  그런데 그의 글을 보니, 건축은 삶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해주기도 하지만 사람의 생각을 지배하기까지 하는 역동적인 존재였다. 숙식의 공간으로만 생각했던 내 집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지금 나의 과제는 내 집의 이름을 짓는 것이고 비움을 어떻게 실천하느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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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 (리커버 특별판)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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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기욤 뮈소다.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 무척 흥미롭다. 세 편의 베스트셀러를 낸 뒤 절필을 선언하고 잠적한 소설가 네이선 파울스가 거주하고 있는 지중해에 있는 가상의 섬 보몽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작가 기욤 뮈소가 네이선 파울스가 살았던 이 집을 구입한 뒤 벼랑에 달린 보트하우스라 이름 붙여진 공간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뼈를 발견한 뒤에 네이선 파울스가 절필을 선언하고 이곳에 은둔하게 된 이야기를 상상해서 쓴 소설이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이다.

  기욤 뮈소는 이 책 속의 소설의 화자인 소설가 지망생 라파엘이 되어 네이선 파울스기 보몽섬에 은둔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여기에는 여러 가지 사건이 얽혀 있다.

  아폴린과 카림이라는 도둑 이야기, 이들이 하와이에서 분실했던 수중 카메라가 대만 해변에서 발견된 이야기, 베르뇌유 일가족 살인 사건, 코소보 내전 때의 포로수용소에서 벌어진 장기밀매 조직 등이 연관돼 있었다. 모든 추리소설이 그렇겠지만 처음에는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이러한 사건들이 하나로 귀결돼 퍼즐판을 완성시켜 주는 느낌은 정말 짜릿하다.

   책 말미를 보면 네이선의 절필은 조용한 가정 생활을 유지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이나 그 속내는 알 수가 없다.  그에 대한 답은 272쪽에 있는 벨기에 작가 조르주 심농의 말이 될 것이다. "삶은 실제로 살 때와 살아본 다음 하나씩 껍질을 벗겨볼 때 얼마나 다른가?"

   우리 일반인들의 삶이야 그다지 비밀스러울 게 없어 이런 비밀을 간직한 추리 소설에 끌리는 모양이다. 아무튼 더위도 잊게 만든 추리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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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인문학 영화관 - 화려한 볼거리, 깊어진 질문들 영화로 생각하고 토론하기
강유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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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근처 도서관에서 한, 이 책의 저자 강유정 교수의 한국사와 영화 관련 강의를 무척 흥미롭게 들어서, 이 책도 보게 되었다.

  영화를 좋아했지만 결혼 후 육아 기간 동안에는 텔레비전 영화도 도통 보지를 못한다가 근래에 들어와서 개봉 영화를 위주로 꼬박꼬박 챙겨 보고 있다. 코로나로 영화관 출입이 자유롭지 못했던 올 초부터는 텔레비전 영화도 꾸준히 보고 있다. 

  하지만 책과 달리 영화에는 큰 의미를 두고 본 적이 없어서, 영화 관람 후에는 재미만 기억남고 큰 울림은 없었다. 영상이 주는 자극이 더 오래 각인될 것 같았는 데도 말이다. 아마 책은 세밀함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을 수 있는데, 영화는 긴 내용을 한 화면에 종합해 놓았기에 시각이 좁은 내 눈에 다 들어오지 못했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제대로 파악못한 영화 속 의미들을 저자의 강의를 통해 자세히 알 수 있어 좋았다. 또 문학 작품을 영상으로 옮긴 영화들을 소개하면서 그 문학의 시대적 배경과 함축한 뜻을 설명해 주어서 문학지식도 키울 수 있어 좋았다.

  이 책은 그 연장선상으로 더 많은 영화들을 다루고 있고 각 영화가 가진 주제와 영상적인 특징에 대해 테마별로 자세히 소개해 놓았다. 총3부로 구성돼 있는데, 제목이 흥미롭다. 1부 3D 인문학, 2부 2

D 인문학, 3부 제로 인문학이다. 1부에는 '영화는 실험:화려한 볼거리와 깊어진 질문들'이라는 부제하에 그래비티, 라이프 오브, 파이, 혹성탈출 등을 소개해 놓았다. 2부는 '영화는 거울, 우리 사회의 무의식을 찾아서'라는 제목 하에 베를린, 고령화가족,  소원 등을, 3부는 '영화는 학교, 영화가 안내하는 삶의 길들'이라는 제목하에 월플라워, 파라토티 등을 설명해 놓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작품들이 봤거나 줄거리를 익히 아는 것들이 더욱 공감하면서 읽었다. 세 편 정도만 이름도 생소한 것이었는데, 설명글을 보니 빨리 보고 싶어졌다.  

   그동안 영화는 책과 달리 오락거리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이 책 덕분에 그 편견을 깰 수 있었고, 앞으로 영화를 보는 자세도 달리 하게 될 것 같고 영화 보는 눈도 깊어질 것 같다.

   이 책 36쪽의 이안 감독의 말이 매우 기억에 남는다. "상상이란, 궁핍한 삶의 가장 깊은 바닥에서 인간을 구원해줄 수 있는 마지막 힘, 정신의 힘이다". 많은 이들의 상상으로 빚어진 영화 덕에 생의 활력을 얻는 것 같다. 그런 영화들에 대해 속속들이 알려주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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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여기 있어요, 동물원 반달 그림책
허정윤 지음, 고정순 그림 / 반달(킨더랜드)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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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너무 먹먹해지는 그림책이었다.

특히 마지막 쪽의 "언제나 두 손 모아 기도하세요. 다른 모습으로 태어날 수도 있으니까요."

현실에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너무나 절망적인 이야기였다.

내용은 동물원에 살고 있는 사자 레오가 동물원에서 편하게 살기 위해 알아두면 좋을 주의사항들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그 중에는 함께 생활하는 동물에 대한 배려도 있었고, 사육사나 관람객을 대하는 태도 등도 있었다.

그런데 시작 부분에서 "꿈은 단지 꿈일 뿐, 현실을 인정하세요"나 "희망이 없어도 밥은 챙겨 먹어요"와 같이 삶의 목표가 낙이 없이 살아야 함을 읊는 부분에서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자유가 없는 삶,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물론 인간도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 갇혀 있다. 

그 안에서 잘 살려면 지켜야 할 규칙들이 꽤 많다.

이제는 그런 것들에 너무 익숙해져 구속하고 있다는 세상조차 못하지만...

학생들은 학력에 구속돼 있고 성인들은 밥벌이에 구속돼 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동물원의 동물과 별반 다를 바가 없이 보인다.

너무 과한 비약인지 모르겠지만.

세상만사 마음 먹기 달렸다. 창살 안에서라도 행복을 찾는 지혜도 필요하겠다.

이래야만 숨통이 트이고 살 수 있으니까.

어쨌든 자유는 소중한 것이고, 이를 지키기 위해 모두가 애써야 함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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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를 보았어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48
존 클라센 글.그림, 서남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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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도 있으면서 생각거리를 던지는 그림책이다. 거북이가 네 발을 등껍질 속에 집어 넣으면 모자랑 비슷해 보일 것 같으며, 배경으로 있는 선인장도 모자와 비슷하게 보인다. 이렇게 그림도 흥미로운데, 특히 거북이 눈동자 굴림을 잘 봐야 한다.

  이 둘처럼 우연히 좋은 무언가를 줍게 된다면, 그런데 단 하나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 두 거북은 눈동자로 서로의 마음을 드러낸다. 둘 다 모자에 관심은 있지만 서로에 대한 배려 때문에 포기한다. 그 중 좀더 욕심이 있는 것이 끝까지 미련을 보이는 모습을 내비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 나라면 어땠을까? 나 같으면 가위바위보를 하거나 그 비슷한 것을 서로의 합의하에 하거나 둘이 서로 필요한 이유를 이야기해서 더 필요한 쪽이 가져가는 것으로 정했을 것 같다. 결코 놔두고 가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 내가 거북이라면? 거북이라면 특별히 모자가 필요하지도 않을 것 같다. 그러니 둘 다 쿨하게 미련을 버렸을 것 같다.

  만약 내가 당장에 필요하지 않은 것이라면? 남을 위해 놔둬도 되지 않을까? 아직은 이타심이 부족한 것 같다. 수련이 더 필요해.... 짧은 그림책이지만 가르침을 준다. 그런데 이 둘이 배려심이 없었던 건 아니었을까? 상대를 진정 배려한다면 네가 가지라고 말했을 텐데... "나도 못 가지니 너도 못 가져야 돼!" 하는 심정은 아니었을까? 둘 다 나빴다. 배려가 아니라 상대에 대한 견제는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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