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뱅크 3 - 돈의 미덕 ㅣ 뱅크 3
김탁환 지음 / 살림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1권은 주인공 장철호와 최인향이 함께 자본을 모아 구입한 기선 ‘철인호’를 승선식에서 권혁필의 사주에 따라 박진태가 폭파하는 사건으로 끝이 난다. 이 사건으로 장철호는 시신도 못 찾은 채 행방이 묘연한데, 3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자 모두 다 사망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2권에서는 장철호가 강화어부에 의해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뒤 철인호 자금 융통 시 조통달과의 약속을 지켜 조통달 아래서 몰래 인삼밭을 돌보는 일을 한다. 그러다가 조통달의 손자이자 철호의 친구인 조명종에 의해 대한천일은행 송도지점 대리 일을 시작하고, 나중에는 대한천일은행 본점의 이사 자리를 두고 대한천일은행 인천지점장인 박진태와 대결하게 된다. 이때 또 장철호는 대왕삼을 뺏으려는 박진태에 의해 열차강도 사건을 당해 한강에 빠지고 여동생 현주마저 잃게 된다.
이번 3권에서는 대한천일은행 본점의 이사가 된 철호가 행장인 이준봉과 고종의 명에 따라 조선의 중앙은행 설립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 인천 중구청 앞 개항장 거리에는 현재 일본은행으로 사용됐던 건물 3채가 당시의 모습을 간직한 채 남아있다. 제1은행, 18은행, 58은행이다. 일본국 조계에 있던 일본인 사업가들을 위해 설립돼 이 은행들이 조선의 자본을 빼앗아 가고 금권을 휘두르는 것을 막기 위해 민족 은행을 설립하기 위해 애쓴 이들을 다룬 것이 이 소설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은행으로는 1987년에 설립된 한성은행이 있지만 여기에는 일본 자본이 유입됐다고 하여 대한제국에서는 민족자본 중심의 은행 설립하고자 했다. 1899년에 드디어 고종 황제의 지시에 의해 대한천일은행이 설립됐다. 설립 당시 ‘조선사람 이외에는 대한천일의 주식을 사고 팔 수 없다’고 명시하는 등 민족의 자존을 세우고 외세로부터 은행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자본금은 대한제국의 내탕금(황실자본)과 조선 상인의 돈으로 마련했고, 운영 역시 전통 상인이 중심이 되어 맡았다. 이후 대한천일은행은 1911년에는 조선상업은행, 1950년에는 한국상업은행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최초의 본점은 전통상인의 활동영역이었던 종로통(지금의 종로구 관철동)에 있었다.
이런 은행이 생기기 전에 조선 상권은 송도상단, 의주상단, 경강상단 등 지역을 대표하는 대형 상단이 주축이 되어 물품 판매망을 유지하면서 금융업도 함께 했었다. 이들은 신의에 의해 거래를 했었는데, 은행이 생기게 되며서 상품 판매와 금융업이 따로 분리가 되어서, 신뢰에 의해 유지되던 관계들이 담보와 계약이 중시되는 관계로바뀐 것 같다.
암튼 우리나라 상권의 변화와 금융업 형성 초창기를 알 수 있어 흥미로웠다. 317쪽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은행이 지금은 상인이나 부자들이 맡긴 돈을 관리하는 정도에 그치지만, 돈이 이렇게 쌓인다면 머지않아 홀로 그 힘을 발휘하는 지경에 이를 걸세. 농업과 상업보다 더 중요한 위치에 은행업이 오를 거라 이 말이지. 그와 같은 은행의 앞날을 상상하면 기대도 되지만 두렵기도 하다네. 은행이야말로 이 세상이 돈으로 모든 것 판단하는 세상으로 바뀌었음을 증명하는 조직이니까.” 이 글대로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 돼버려서 씁쓸하긴 하지만, 작가도 좋아한다고 했지만 나도 이전부터 좋아했던 ‘사필귀정’이 이 소설 속에서 실현된 것은 흐뭇하다.
세상의 큰 변화는 장철호가 맞이한 여러 가지의 불운한 사고만큼 우리 개인에게는 그 고난일 것이다. 그럼에도 철호와 같은, 신의와 지조 있는 마음으로 대처한다면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덕분에 우리나라 금융사를 조사해볼 생각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