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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문예반 ㅣ 바일라 6
장정희 지음 / 서유재 / 2019년 5월
평점 :
표지의 문학나눔 마크 때문에 더욱 관심있게 보게 되었다. 문예반, 고전스런 이름이다. 지금도 학교에서 이런 이름으로 동아리를 운영하는지는 모르겠다. 요즘 아이들은 책읽기도, 글쓰기도 싫어하므로, 이런 동아리가 있어서 소수의 희망자에 다른 동아리에 끼지 못한 학생이 속하지 않을까 싶다.
<사춘기 문예반>의 고선우는 단짝 주희 때문에 문예반에 들게 된다. 어려서 돌아가신 엄마, 이후 집을 나간 아빼 대문에 택시기사 일을 하는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게다가 할아버지는 손녀라고 선우를 위해 주는 성격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세상을 바라보는 선우의 시선을 비딱하다. 이렇게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 덕분에 선우는 초반부터 문예반 담당 선생님을 관심을 받게 된다.
매사에 시큰둥했던 선우는 기대하지 않았던 이 문예반에서 글쓰기에도 관심을 갖게 되고, 자기와는 완전 반대 성향의 미수와도 친해진다. 미수는 무엇하나 아쉬울 것 없는 가정이 있지만 엄마가 주는 진학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상 이상이다. 이 때문에 이 소설의 절정이 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어쨌든 이 책은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진로를 찾기 위해 애쓰는 고등학교 소녀들의 이야기다. 그런 학생들에게 주는 작가의 조언이 233쪽에 나오는데, 이해하기 쉽고도 아름다운 표현이었다.
"재능은 누구나 가지고 태어나는 씨앗같은 거란다. 내 마음이 원하는 길을 따라가며 물을 주다 보면 그 씨앗이 언젠가는 싹이 돋고 꽃을 피우게 될 거야. 피우려는 노력만 멈추지만 않는다면 말야. 물론 빨리 필 수도 있지만, 아주 천천히 필 수도 있지. 게다가 모든 꽃이 봄에만 피는 게 아니잖니? 여름에 피는 꽃도 있고, 가을에 피는 꽃도....심지어는 겨울에도 피잖아? 그러니 조급하게 생각하면 안 돼."
글이 주는 위로가 담긴 이야기였다. 작가 역시 문예반은 30년 이상 운영했던 고등학교 선생님이시란다. 그래서 아이들의 생각과 생활을 더 잘 그려낸 것 같다.
종종 수다의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응메 담긴 고통을 입밖에 냄으로써 고통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다고 한다. 글 역시도 그런 힘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이유에서 일기를 쓰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 것 같다. 우리 학생들이 자가 치유의 일환으로 글쓰기로 이용해 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가시돋힌 것 같은 선우 역시도 글의 처음보다 문예반에서 1년을 보낸 뒤에 더욱 단단해졌고 여유가 있어졌음을 느낄 수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