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의 들러리 ㅣ 소원라이트나우 3
김선희 지음 / 소원나무 / 2019년 5월
평점 :
<열여덟 소울>과 <내 이름은 빨강>을 아주 재미있게 읽어서 김선희 작가의 이 작품도 무척 기대했는데, 두 작품보다 훨씬 흥미로웠다.
돈의 힘이 더욱 더 막강해진 현대 자본자본의사회와 돈 좀 많다고 세상 사람들을 멸시하는 이들을 글로써 비핀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 조금은 후련하다. 나도 못 가진 자이므로.
잉걸이의 부모는 지역 사회를 위해 자선도 베풀고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도서관 리모델링비라는 큰 돈을 쾌척할 정도로 부유하며 존경받을 만한 행동을 한다. 그렇지만 그 이면에는 돈을 통해 자녀들을 명문대에 보내려는 흑심이 있었다. 게다가 잉걸이는 '갤럭시'라는 이름으로 몇몇 친구들을 휘어잡아 자신의 수족처럼 부리지만, 교내에서는 공부 잘 하고 매사에 열심인 모범생으로만 알려져 있다. 명문대에 틀림없이 합격할 수 있는 완벽한 스펙을 가진 학생으로 포장돼 있었다.
이 포장의 이면이 드러나게 된 계기는, 잉걸의 담임선생님이 동욱이가 노인요양센터에서 한 봉사가 잉걸이의 봉사시간으로 등록된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그러나 담임선생님이 이 일을 바로잡으려고 하기도 전에 동욱이를 통해 이 일은 전교생에게 알려지고 이 일 때문에 동욱이는 갤러시 일행들의 폭행을 당한다. 학교에도 기부금을 많이 내기 때문에서 학교에서는 이 문제를 더 이상 확대하지 않고 덮어 두려고 한다.
그런데 이 문제를 표면화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기수가 쓴 <유령>이라는 작품 덕이다. <유령>은 엄마 친구의 아들이며 자신과 그다지 친하지는 않았지만 친구였던 호민이가 죽게 된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문학 소년이었던 기수는 평소에도 문학의 사회 비판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그 글도 자신이 썼다고 당당히 밝힌다.
기수의 소신있는 행동 덕에 잉걸이의 비행과 그 엄마의 비리는 발혀졌지만 잉걸이에게는 그다지 큰 피해가 가지 않는다. 잉걸이는 여전히 검사를 꿈꾸며 서울대 진학을 자신한다. 학교 관계자들이 처벌을 받았지만 그에게는 어떤 피해도 없었으므로 꿈을 이룰 것이다. 그래서 끔찍하다.
여전히 '1'은 존재한다. 그래도 1의 들러리로 살지는 말자. 1과 대적하려면 우리는 숫자가 많아야 한다. 기수만의 싸움이었다면 계란으로 바위치기였을 것이다. 기수의 친구들이 함께하고 언론이 도왓기 때문에 책과 같은 결말이 났을 것이다. 그래서 덜 가지게 된 사람들끼는 연대해야 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1과 대적하기 위해 약자끼리 연대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불의를 봤더면 용기내서 바로잡으려고 노력하라는 말이며, 모두가 함께 해결하기 위해 애쓰라는 말이다. 그 해결을 위해 작가는 작가로서 노력하고 교사는 교사로서 , 경찰은 경찰로서의 노력을 다하자는 이야기다. 저마다 바른 길을 가려고 노력한다면 강력한 '1'이 있건 아니건 간에 모두가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