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울한 게 아니라 화가 났을 뿐 - 내 감정을 직시하고 제대로 표현하기 위한 심리 수업
알무트 슈말레-리델 지음, 이지혜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한동안 많은 일들에 화가 났다. 부부 문제에서도, 아이들과의 관계에서도, 또 그밖의 여러 인간관계에서도 작은 일에도 화가 나다보니 이게 화가 아니라 우울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울증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면서 나름 자료를 찾아보던 중에 이 책 <우울한 게 아니라 화가 났을 뿐>을 보게 되었다.
이 책 초반에도 나오지만 여자 아이는 남자 아이들에 비해 화를 쉽게 표출하지 않도록 교육을 받으며 자라왔고, ‘영리한 생존전략’으로 사랑받는 존재가 되기 위해 애착대상의 눈치를 보며 자기감정을 억제해 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 역시도 그랬던 것 같다. 아버지가 엄하시기도 했고 타고나 본성도 순하다 보니, 내 감정을 제대로 표현해 오지 못했던 같다. 특히 싫다는 감정과 화를 누르며 살아왔던 것 같다. 이런 것들이 오랜 세월 누적되다 보니 이제는 한계치를 초과해 약간의 자극만 주어도 폭발하는 지경에 이른 것 같다. 한마디로 살아오면서 제대로 화풀이를 못해 누적된 화가 끓어 넘치는 냄비 뚜껑이 된 것 같았다.
이처럼 이 책은 그동안 화를 억제해 온 나의 태도가 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양육과 교육 태도의 문제였음을 말하면서 나를 위로해 준다. 그리고 그 다음 2장과 3장에서는 자신의 화를 바로볼 수 있는 조언을 해준다. 화를 다른 감정과 혼동하고 있지는 않은지와 누적된 화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려준다.
특히 이 책은 매 장마다 끝부분에 ‘나 그리고 화’, ‘화 그리고 나’라는 장이 있어서 화를 대하는 자신의 태도를 점검해 볼 수 있게 해놓아서 무척 유용하다. 어떤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이 페이지를 잘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나머지 장에서는 화를 표출했을 때 주위에 미칠 영향과 그로 인해 관련자들간의 감정 손상과 그로 인한 악순환에 대해 말해주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덜 주면서 화를 낼 수 있는 방법을 들려준다.
살아오면서 화를 내고 싶은 상황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하지만 사회적인 위치상. 여러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그리고 그 당시의 전체적인 분위기 때문에 화를 참아온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오죽하면 ‘홧병’이라는 말이 있을까. 나도 그랬기에 그동안 화에 관한 책을 두세 권은 본 것 같다. 그런데 대부분의 책들이 용서하고 화를 갖기 말라는 것이었다. 화를 내봤자 손해 보는 것은 자신이라면서. 그게 참 안 된다. 그러니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도 나오고 있는 것 아닌가.
이 책 역시도 그런 말을 한다. 나를 우선으로 생각하라 그리고 화를 제때 표현하지 못하면 우울증 증상 중 하나인 무감각에 빠질 수 있으니 화를 제대로 표현하되 상대를 비난하는 말이 아니라 내가 받은 상처를 표현하는 ‘나 메시지’를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고 하던데, 화를 표현하는 것도 그런 것 같다. 처음 화를 표출하는 것이 어렵지, 몇 번 해보다 보니 보다 세련된 방법도 찾게 되고 화를 좀더 제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보고난 지금은 화를 조금씩 덜어낼 수 있게 되었다. 배려하고 인내하라고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이 책처럼 자기감정에 솔직하고도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이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