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회화 100일의 기적 100일의 기적
민 킴 지음, Alejandro Landinez 감수 / 넥서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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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말에 동네 도서관에서 스페인어 기초 무료강좌를 하기에 배우러 다녔다. 갑자기 그즈음에 친구도 남미로 한 달간 여행을 떠났고, 직장 동료 여럿이 남미 여행을 갈 계획이라기에 무척 부러웠었고 스페인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었는데, 마침 무료 스페인어 강좌가 있어서 배웠던 기억이 난다. 그때 무척 재미있게 배웠는데, 텔레비전의 멕시코에 관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볼 때 아는 단어가 들리는 것이 신기했고 책에서 스페인어 단어가 나오면 뜻은 몰라도 발음을 비슷하게 하게 되자 뿌듯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후로 스페인어를 제대로 공부해 볼까 해서 관련 SNS에도 가입했는데, 여러 가지 사정 상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그때 강의를 한 사람은 페루 출신의 원어민 강사였는데, 스페인어 알파벳 발음법부터 친절하게 가르쳐 주어서 기초 지식이 전혀 없음에도 부담 없이 공부를 시작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단어나 동사 활용에 관한 것은 배우면 배울수록 쉽지는 않았다. 명사의 경우 남성명사냐 여성명사냐에 따라 붙이는 관사도 다르고 어미도 바뀐다. 그런데 우리로서는 명사의 성을 나누는 기준을 알 수 없으니 그저 그것의 성을 외워야 하는 것도 힘들었다. 동사도 인칭에 따라 변형되며, 주어가 생략되는 경우가 많아서 동사를 보고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를 알아야 하는 등 처음 배울 때는 쉽지가 않았다.

게다가 그 강좌가 단기여서 아주 기초적인 것을 조금밖에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더 스페인어에 대해 쉽다고 생각하고 섣불리 달려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남들이 그다지 배우지 않는 언어를 배운다는 점에서는 기분이 좋았고, 친구들이 잘 배워서 스페인으로 여행가자며 격려가 담긴 제안을 해서(그날이 언제일지는 모르겠다) 늘 공부를 해야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마침 이 책 <스페인어회화 100일의 기적>을 보게 되었다.

이전에 내가 갖고 있던 책은 스페인어 기초 책이라서 활용 문장보다는 주로 기본 단어와 동사 변형 설명이 주된 것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실제 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회화들을 모아 놓았다. 그 발음법은 출판사인 넥서스의 홈페지(넥서스북)에서 MP3 파일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또한, 그곳에서 ‘100일의 기적 30일 완주 인증 이벤트도 하고 있어 꾸준히 공부할 수 있게 돕고 있었다.

이 책의 구성은 하루 한 과씩 100일 동안 공부할 수 있는 분량으로 되어 있는데, 한 과에 남녀가 주고받는 대화 두 문장씩 총 4문장과 기본 단어 설명, 핵심 표현 설명을 두 쪽씩 설명해 놓았다. 공부하기에 무척 편한 구성이지만, 인칭 주어에 대한 설명과 인칭에 따른 동사의 변형에 대한 설명이 상세하게 되어 있지는 않으므로. 그런 것 정도는 미리 알고 이 책을 공부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특히 영어의 be동사라 할 수 있는, esestar의 변형을 예습하는 것이 좋다. 또한, 스페인어는 알파벳의 발음대로 단어가 발음되므로 단어에 발음기호는 표기돼 있지 않으므로 스페인어 알파벳 발음법 정도는 익히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물론 MP3 파일을 듣다 보면 저절로 터득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나는 이전에 조금 배웠던 기초 지식이 도움이 되어 비교적 쉽게 이 책으로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있는데, 실용회화인데다 책의 편집도 공부하기 편하게 되어 있어서 앞으로도 꾸준히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지금 넥서스 홈페이지에서 하는 30일 완주 이벤트에도 참여 중인데, 다음은 거기에 참여하기 위해 공부하면서 정리한 내용이다. 아무튼 이 책과 홈페이지의 행사를 잘 활용하면 스페인어를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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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망치다 - 지극한 독서의 즐거움이 만드는 삶의 기적
황민규 지음 / 미디어숲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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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상 독서일기 식의 책이나 독서를 다룬 책을 많이 보는 편이다. 학생들에게 좋은 책을 추천해야 하는 학교도서관 사서이기에 좋은 책 정보도 많이 가져야 하고 독서가 필요한 이유를 설득할 수 있는 사례를 다양하게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책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그들 수준에 맞는 재미있는 책을 추천하거나 독서의 효과를 본 유명인을 거론하면 책을 읽는 경우가 종종 있다(물론 요즘은 이런 학생들도 점점 적어져서 문제다.) 이런 점에서 이 책 <책은 망치다>는 내게 꼭 필요한 책이다.

내가 이 책을 보게 된 것은 전에 읽었던, 광고인 박웅현이 쓴 <책은 도끼다>와 비교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였다. <책은 도끼다>는 순전히 책 제목 때문에 보게 되었는데, 그 내용이 좋아서 많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있는 책 중 하나가 되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박웅현이 좋다고 한 여러 책을 알게 되었고, 책의 맛을 음미하는 법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직업적인 의무감에서 책을 보다 보니(주로 청소년 소설을) 책을 느낄 겨를이 별로 없다. 그렇기에 책을 깊이 있게 느끼면서 그 책의 제목이 된 카프카의 말처럼 책을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처럼 이용하라는 그의 말이 신선했다.

이 책 <책은 망치다> 역시 제목 때문에라도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 것 같다. <책은 도끼다>의 패러디 아니냐는 비판도 있을 듯 하지만. 어쨌든 이 책의 저자는 책을 삶의 굴레를 깨뜨리는 강력한 망치 같은 도구로 이용하라고 조언하기 위해 이 제목을 붙였다. 책을 삶을 개선하는 망치로 이용하려면, 우선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에서부터 독서 방법, 좋은 책 선정법, 책을 생산하는 작가와 소비하는 독자의 입장을 알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

모두 4장으로 구성된 내용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1장에서는 링컨, 나폴레옹, 빌 게이츠, 워런 버핏 같은 이름난 독서가에 대한 일화를 통해 독서의 필요성을 피력해 놓았다. 2장에서는 작가의 속성을 설명하면서 책을 좋아하게 되는 방법을 안내하고, 3장에서는 올바른 책읽기를 통해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한다. 4장에서는 책을 고르는 방법 외에도 책에 연관된 여러 이야기를 들려준다.

독서에 관한 책을 여러 권 본 내게는 이미 익숙해진 내용도 꽤 있었지만, 이 책만큼 독서의 목적과 활용 전반에 대해 쉽고 설득력 있게 조언해 놓은 것도 드문 것 같다. 그래서 왜 책을 읽는지 모르겠다는 사람이나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궁금해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이 책의 저자 황민규는 작가도 아니고 책을 만드는 출판인도 아니다. 그렇다고 도서관 관계자나 사서도 아니다. 가방을 만드는 사람이란다. 그럼에도 이렇게 독서에 대한 깊이 있는 조언을 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진짜 책을 많이 읽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이 책이 신뢰가 간다.

책 속 많은 글들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소크라테스와 워런 버핏의 말이다. 쉽고 평범한 말이어서 더욱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독서 명언으로 자주 인용해야겠다.

소크라테스는 “남의 책을 많이 읽어라. 남이 고생한 것을 가지고 쉽게 자기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워런 버핏은 “당신의 인생을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위대하게 바꿔줄 방법은 무엇인가? 만약 독서보다 더 좋은 방법을 알고 있다면 그 방법을 따르기 바라지만, 인류가 현재까지 발견한 방법 가운데 독서보다 더 좋은 방법은 찾을 수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세계적인 철학자가, 그리고 세계적인 투자자가 이렇게 말했으니 독서의 효용을 믿지 않을 수 없다. 이밖에도 이 책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귀중한 말씀들이 다수 실려 있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이 책이 목적하는 바, 책을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글과 책과 친해지는 방법에 대한 소개는 무척 유용하다. 그동안 책과 친해지지 못했던 사람이나 나처럼 책을 많이는 읽지만 깊이 없이 읽었던 사람들은 많은 깨달음이 있을지니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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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계 농부 가브리엘과 그의 정원 - 우리가 몰랐던 조지아 소설집 우리가 몰랐던 세계문학
이라클리 삼소나제 지음, 김석희.임정희 옮김 / 마음이음(한국문학번역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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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에 나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여행하고 왔다. 그 때 간 식당 중에 그루지야 식당이 있었다. 그 식당은 벽면 가득 그루지야 농민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벽화가 마치 그림책 속 삽화처럼 정겹고도 재미있게 그려져 있었고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도 토속적인 느낌이어서 굉장히 인상에 남았었다(이 책의 목차 옆 쪽 그림에 나오는 것과 비슷한 그림들이지만 황토색 바탕에 재미있게 그려져 굉장히 따뜻해 보였다). 물론 음식도 맛있어 그루지야에 대해 좋은 느낌을 갖게 했다. 그런데 이런 것이 운명인지 우연찮게 <우리가 몰랐던 조지아 소설집>을 보게 되었다.

‘조지아’라는 나라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다행히 나는 세계지리를 좋아했던 아이 덕에 ‘그루지야, 수도는 트빌리시, 스탈린이 이 나라 출신’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루지야는 러시아명이고 이제는 영어식으로 조지아라 부른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러니 이 나라가 내전 중이라는 것도 몰랐다. 이 책 30쪽에도 나오지만, 조지아가 1991년 4월 소련연방이 붕괴될 때 독립선언을 하자 1992년 7월 압하지하가 조지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며 유혈충돌을 빚었는데 이 분쟁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단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작가 열 명의 작품 한 개씩을 모아 놓은 단편 모음집인데 그 중 전쟁에 대해 언급한 작품이 여러 편이다. <아프리카 여행>은 내전 때문에 압하지아인 거주 지역에서 트빌리시로 피난 와서 노숙자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는 소년이 행방을 알 수 없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찾아 고향에 다녀오는 이야기를 담았다. <양계 농부 가브리엘과 그의 정원>은 관공서 구내식당의 수석요리사였던 가브리엘이 내전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고 양계 농부가 되는 내용이다. 그는 예상치도 못한 일을 하면서 나름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자 애쓴다. <능직 무명으로 짠 낙원> 역시 전쟁으로 아들을 잃어 정신적인 충격은 받은 노파가 돈벌이 때문에 해외로 떠난 며느리의 도움으로 어렵게 살다가 요양원에서 생을 마감한다는 이야기다. 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들이었다.

<제제 묵바니아니의 노벨상 수상 연설>은 전쟁이 주요 소재는 아니지만 전쟁으로 인한 죽음뿐 아니라 여러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작품 덕에 러시아정교회에서는 기도를 할 때 기도 대상자 명단을 산 자와 죽은 자로 나누어 적은 쪽지를 보고 그들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도 알게 됐다. <루키, 플루키, 유키>는 임종 직전의 사람들을 성으로 위로하는 유키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의해 죽게 되는 플루키에 관한 이야기다. 이처럼 이 두 작품도 전쟁 이야기를 한다.

한편, <산 속에 아침은>은 산 속에 홀로 사는 노인에 대한 이야기인데, 실제로 산악이 많은 조지아에서는 젊은이들이 고도가 낮은 곳으로 이주해 산속에 노인들만 홀로 남겨지는 문제가 있단다. <마리타>는 빼어난 미모를 가진 여인이 가난 때문에 사랑하는 남자와 헤어진 뒤 겪게 된 불행을 이야기한다. <성교육>은 누군가의 손을 잡지 않고서는 편히 자지 못하는 남자와 돈 때문에 그에게 손을 내어주는 매춘부이지만 자유를 잃어가는 것을 두려워 하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권이 신장되면서 여성은 홀로 서려고 더욱 애쓰고 있는데 남성은 여전히 여성에게 의존하려는데 모습을 이렇게 표현한 게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 가장 유쾌하게 본 작품은 <포르자의 손아귀에서>이다. 결혼 3년 차인 아나스타샤는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된 뒤 기차를 타고 홀로 여행하다 도둑 일행을 만나고 그 중 한 명을 사랑하게 된다. 나도 러시아 여행을 갔을 때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봤기에 열차 속 상황이 떠올라 더욱 흥미로웠는데, 결말 또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저 우스운 이야기만은 아니지만 결말이 웃음이 나게 한다.

이 작품에서 <마리타>와 함께 무척이나 마음이 아프게 본 작품은 <형제>다. 바르탄과 레오는 형제다. 그런데 아버지가 다른데, 그 둘은 그 사실을 모른다. 바르탄은 결혼 후 어머니의 실수로 생긴 아들이다. 아버지는 뒤늦게야 이 사실을 알게 되지만 체면 때문에 모르는 척하고 산다. 그 후 자신의 진짜 아들 레오를 얻는다. 바르탄은 아버지가 동생만 편애하는 이유를 모른다. 게다가 동생 레오는 소심한 형을 괴롭힌다. 평생을 동생에게 쩔쩔매매 살아오던 바르탄에게 반전의 기회가 온다. 너무나 불행한 반전이다. 우리나라의 막장 드라마와 같은 스토리다. 마리타의 할머니가 사람을 제대로 보았더라면, 바르탄의 엄마가 진작 용서를 빌고 사실을 말했더라면... 많은 사람이 불행에 빠지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에 더 가슴 아프게 느껴진 작품들이다.

간략한 내용 소개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와는 아주 먼 곳이고, 전혀 몰랐던 나라의 소설가들이 쓴 작품인데도, 그 소감은 “사람 사는 세상은 다 똑같구나”이다. 인명이나 지명이 다를 뿐 우리 사회에서 갖고 있는 문제와 별반 다르지 않았고, 작품을 서술하는 방식 또한 낯설지 않아 좋았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때에는 작가도, 작품도 생소한 것이기에 큰 기대 없이 읽었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깊이가 느껴지는 작품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뒤 설명을 보니 유네스코가 2016년에 조지아 문자와 조지의 국민 시인인 쇼타 루스타벨리가 쓴 서사시인 <호피를 두른 용사>를 인류무화유산을 선정했단다. 이 책은 쇼타 루스타벨리의 후예 작가 열 명이 쓴 현대 문학들을 모은 작품집으로서 우리말로는 처음 번역된단다. 이래저래 의미있는 작품인데다 재미도 보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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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 클래식 보물창고 24
허먼 멜빌 지음, 한지윤 옮김 / 보물창고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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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일치이겠지만 슬픈 노래를 주로 부른 가수 중에 노랫말처럼 인생을 슬프게 끝맺은 이도 있고, 드라마나 영화에서 슬픈 배역을 하더니 안 좋을 일을 겪게 된 경우도 있었다. 그런 것을 보면 말이 씨가 된다는 어른들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어제 텔레비전에서 이름을 개명한 뒤 기분도 좋아지고 일도 잘 풀린다는 내용을 봤는데. 이런 것들을 종합해 볼 때 이 책 <필경사 바틀비>에서 주인공 바틀비가 했던, 수신자가 없어서 발송하지 못하는 우편을 처리하는 업무가 바틀비에게 끼쳤던 나쁜 영향을 조금은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수신자가 없어서 발송하지 못하는 우편물-그래서 소각해야 하는-을 처리하는 곳의 말단직원이었는데, 행정부의 개편으로 이 자리가 없어지면서 실직을 하게 된다. 그 후 그는 이 책의 화자인 변호사의 사무실로 필경사로 취업한다. 이 당시에는 변호사 사무소에서 법률을 베껴 쓰는 것이 중요한 업무였는데 이 처리를 위해 이 사무실에는 이미 2명의 필경사가 있었다. 이 두 명 또한 필경사라는 직업인으로서 적합하지는 않지만 변호사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이 둘을 감내한다. 그런데 바틀비에 비하면 이 둘은 아주 멀쩡하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처음에 바틀비가 필사한 것을 대조해보자는 변호사의 말에 자신은 그런 일을 선호하지 않아서 할 수 없다고 대답하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나왔고 어찌 그런 직업인이 있나 화도 났다. 그럼에도 변호사는 동정심과 신사정신을 발휘하여 그의 처지를 수용하려 한다. 그런 변호사의 모습을 보면서, ‘그야말로 이상한 사람이 들어왔으니 큰일이 났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이후에도 바틀비는 고용주로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그의 고용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내 생각에는 최선의 조치였다 생각한다.

그런데 바틀비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변호사의 선의를 왜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아무리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드는 일을 했었다고 해도 꼭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을까?

아마 삶의 의욕을 잃어서일 것 같다. 벼룩을 작은 병에 놓아두는 자신의 능력보다 훨씬 못한 정도로만 뛰어오른다고 한다. 바틀비 역시 그렇지 않았을까?

발송되지 못하고 소각되는 편지를 보면서 소통의 부재와 억울하게 일자리에서 쫓겨난 것에 대한 배신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타인과의 교류를 거부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 책은 <모비 딕>으로 유명한 허먼 멜빌의 작품인데, 책 뒤 설명과 그와 바틀리를 비교한 이야기가 나온다.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황폐화시키는지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바틀비의 입장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나 그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다. 고용주인 변호사는 바틀비를 이해하려고 얼마나 노력하는가? 그의 도움에 한계가 있겠지만, 또 바틀비의 그런 도움조차 거부하는 체념적인 행동이 더 변호사를 자극해 동정하게끔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절망의 순간에도 자기 삶을 살릴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기 때문이다. 하여 살아가는 이유는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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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이브러리 - 유혹하는 도서관
스튜어트 켈스 지음, 김수민 옮김 / 현암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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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교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다. 요즘처럼 책을 너무나 안 읽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책을 읽힐까 고심이 많다. 학생들을 도서관에 올 수 있게 하는 행사도 추진하고 책으로 유혹하는 게시물을 만들기 위해서도 애쓰며 학생들 눈높이에 맞는 책도 읽어 적극적으로 추천도 하고 있다. 이 책 <더 라이브러리>도 학생들을 책과 도서관으로 유혹하기 위한 게시물을 만들기 위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또한, 날마다 책을 다루고 도서관에서 생활하지만, 정작 책과 도서관의 역사에 대해서는 자세히 아는 바가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더 라이브러리>는 책은 아니지만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책이라 할 수 있는, 호주 원주민이 조상의 이야기를 새겨 놓고 소중히 여기는 돌인 ‘추링가’에서부터 시작해 점토판, 파피루스, 양피지 같이 종이의 발명 이전에 사용해 기록 매체의 변천을 포함해 종이의 등장 이후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책의 역사에 대해 들려준다. 또한 그런 책을 수집, 보관하고 널리 이용시키는 도서관의 역사와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의 변천사야 많이 들어왔던 것이지만, 초창기 서적들이 담았던 내용이라든가 검열, 바티칸도서관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다. 서양에서 쿠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사용해 성경을 인쇄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대부분의 서적들이 성경류의 경건한 내용을 담았을 것 같지만 당시에는 외설적인 내용이 무척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 당시에도 검열이 있었는데, 이는 외설보다는 반역에 대한 것이라고 하니 무척 흥미롭다. 이 글을 보니 조선시대에도 춘화 제작이 무척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게 떠올랐다.

또, 도서관 하면 움베르토 에코의 책인 <장미의 이름>이 가장 먼저 생각나는데, 이 책에서도 종교계가 책을 독점하던 이야기를 비롯해, 도서관을 배경으로 한 책이나 영화 이야기도 들려준다. 또한 에코의 책을 영화화한 <장미의 이름> 촬영지였던 멜크수도원 도서관처럼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회자되고 있는 몇몇 도서관의 천장까지 닿는 서가의 꼭대기 부분은 가짜 책이라는 얘기도 흥미로웠다. 정조 이래로 조선시대 사람들도 ‘책가도’라는 책이 촘촘히 꽂힌 책꽂이 그림을 병풍으로 사용해 책에 대한 소유욕을 해소하고 지식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던 것이 떠올랐다. 이밖에도 세계적으로 이름난 여럿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 세상에서 진기한 것들을 구입, 보관하고 전시함으로써 자신의 재력이나 세력을 과시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호기심 캐비넷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이 중 책은 도서관으로의 발달을 이끌었고 다른 물품들은 박물관으로 발전했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이 그런 물건들을 ‘매돔’이라 했고 이 용어를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서 호빗족의 이야기를 할 때 사용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렇듯 이 책은 지식의 보고라 불리는 ‘도서관’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들려준다.

나는 요즘 주위에 작은 도서관이 많이 생겨나서 너무 좋다. 우리 집의 이점 중 하나도 도서관이 가까이에 있다는 점이다. 갈수록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는 우려도 많지만, 주위에 도서관이 늘면 늘수록 독서율도 증가하리라 기대한다. 이 책에서도 봤듯이, 책 등장 초기에는 아무나 가지거나 볼 수 없던 책을 지금은 누구나 볼 수 있으며 게다가 도서관을 통해 무료를 이용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졌는가. 그리고 별별 책이 다 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온갖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애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무튼 이 책을 읽고 책과 도서관과 더 친해졌으면 좋겠고, 모두가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것도 책이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책이다. 그런 책과 그 책을 소장하는 도서관의 역사에 대해서도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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