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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때문일까요?
최혜진 글, 유진희 그림 / 미운오리새끼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엘리베이터를 타면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탔을 때는 어른들이 아이에게 말이라도 걸어주거나 인사를 받아주거나 하시기 때문에 그나마 조금 덜
어색한데 어른들끼리만 탔을 때는 한동안 침묵만이 흐르게 되는 경험이 저 뿐 아니라 다른 분들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인사라도 주고 받게 되는 이웃하고는 그나마 낫지만 그렇지 않은 이웃들도 많거든요. 심지어는 몇호에 사는 이웃인지도 잘 모르는 경우도
많구요.
이런 어른들이 평소 인사 잘하는 한결이 덕분에 한결이에게 말을 걸면서 그나마 어색한 분위기에서 조금은 벗어난 것 같네요. 다시 또 조용해진
엘리베이터 안. 어제 술을 마셨는지 피곤해 보이는 회사원 아저씨가 자꾸만 입으로 숨을 내쉬고 있네요. 대학생 형은 껌을 딱딱 소리내며 씹고
있구요. 아줌마는 제대로 묶지 않은 음식물 쓰레기를 들고 있네요. 상상만으로도 얼마나 적막하고 서로 불편함을 느끼고 있을지가 느껴지네요. 그런데
이것만으로도 모자라 이런 상황 속의 엘리베이터가 멈춰 서고 말았으니 어떤 상황이 지속될지는 안봐도 뻔하네요.
서로가 서로를 탓하면서 불평을 속으로 늘어 놓고 있는 사이 한결이의 얼굴이 굉장히 불편해 보입니다. 아줌마는 회사원 아저씨가 입으로 숨을
쉬기 때문에 술 냄새 때문에 한결이가 불편해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회사원 아저씨는 껌을 요란하게 소리내어 씹는 대학생 때문에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생 형은 아줌마가 가지고 탄 음식물 쓰레기 봉지에서 나는 냄새 때문이라고 생각하죠. 이 세 사람은 모두 자기의 잘못은 생각하지
못하고 남 탓만 하고 있네요.
주위에서 보면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의 특징이 자기 잘못을 모른다는 거죠. 그리고 가만히 보면 그런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이 잘못한 것은
용납하지 않는 것도 많이 보게 되는데 책 속에 그런 모습들이 잘 나타나 있는 것 같네요.
우리 아이가 책을 보더니 한결이 다리 모습에 화장실이 급한 것 같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한결이는 주변 어른들 때문이 아니라 화장실이
급해서 방귀를 끼고 미안하다고 어른들에게 이야기를 하네요. 어른들은 다행히 한결이의 모습을 보며 자신들의 잘못을 깨닫게 되네요.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잘 나와 있고, 특히 우리가 늘상 접하는 공간인
엘리베이터에서의 예절 또한 알려줄 수 있어서 재미와 교훈적인 이야기 모두 들려줄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