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를 울린 과학책 - 10인의 과학자들이 뽑은 내 마음을 뒤흔든 과학책
강양구 외 지음 / 바틀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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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과학자를 울린 과학책-강양구 외

과학은 공부하는 대상이 인간이 아닌 자연현상이라 멀리서 보면 신선노름처럼 멋져 보일 수 있고, 인간사를 초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이 던지는 질문은 인간사가 아니지만 그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길은 복잡한 인간사 속이었다.(p.99)


저는 과학책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이 사랑은 매우 부족한 사랑입니다. 왜냐구요? 10명의 과학자가 자신에게 감명 깊었던 과학책을 소개하는 <과학자를 울린 과학책> 속에 나오는 과학책 중에 한 권도 읽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 나오는 과학책 중에 한 권도 읽지 못했다는 사실이 저의 과학책에 대한 사랑을 부끄럽게 하네요.


동시에 이건 어찌보면 새로운 기회이기도 합니다.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과학책이 눈앞에 펼쳐진 셈이니까요. 하나의 과학책을, 저마다의 모습을 가진 작은 과학적 세계라고 한다면, 저에게는 탐사해야할 10개의 과학적 세계가 나타난 겁니다. 과학책을 사랑하는 이로서, 이 미지의 세계를 탐사할 생각을 하니, 매우 흥분되고 즐거워집니다.


책을 통해 미지의 세계를 탐사한다는 건, 뇌 속의 지평을 넓히는 일입니다. 제가 가진 기존의 세계의 범위를 확장하면서 새로운 세계의 앎을 받아들이니까요. 그게 휴먼 에이지이건, 맥스 테크마크의 유니버스이건, 인포메이션이건, 빅 히스토리건, 솔직한 식품이건, 생각한다면 과학자처럼이건, 수컷의 육아분투기이건, 랩걸이건, 숙주 인간이건, 로켓 걸스이건, 저는 개의치 않고 읽어나갈 생각입니다. 새로운 사랑은 언제나 최고의 자극이니까요.^^


*이 책에는 과학자들이 소개한 비과학책들도 담겨 있습니다. 기회되면 여기서 소개한 제가 읽지 못한 비과학책들도 읽어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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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동 이야기
조남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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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서영동 이야기-조남주

'가족은 115동 1102호를 떠나지 못했다. 보금자리를 옮긴다는 것은 빠르게 결정해서 금세 실천할 수 있는 종류의 일이 아니다. 그렇게 시끄러운 윗집과 예민한 아랫집 사이에서 병들어가는 사이 집값은 계속 올랐다. 이사한 지 1년여 만에 시세는 15억이 되었다. 희진은 집이 좋기도 싫기도 했다. 이 집을 가져서 다행이기도 불행이기도 했다. 행복하기도 우울하기도 했다.'(p.208)


가상의 서울 동네인 서영동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서영동 이야기>는 생생히 살아 있습니다. 책 속 이야기가 너무 생생히 살아있고, 현실과 거의 차이가 없어서, 마치 현실의 이야기인 것처럼. 책 속 등장인물들이 내 곁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어쩌면 이들의 이야기는 책을 읽은 이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 단적으로 말해 '나'의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이지만 나의 이야기가 되는 이야기로서의 <서영동 이야기>.


이들의 이야기가 현실적인 건, 지금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너무도 잘 그렸기 때문입니다. 부동산에 울고 웃고, 부동산을 통한 금전적 욕망에 불타면서도 동시에 그 욕망 때문에 괴로워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또 거기에는 부동산을 가지지 못한 이의 이야기도 있고, 자식의 교육으로 갈등을 겪는 부모님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 무수한 삶의 이야기들은 현실을 살아가는 생생한 우리들의 이야기로서 책을 읽는 내내 독자들의 삶과 하나가 됩니다.


하지만 독자들의 삶과 하나가 되었다고 해서 이 이야기가 완벽하게 나의 이야기가 되는 건 아닙니다. 동시에 이 이야기들은, 삶을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나가, 내 삶 자체를 거리를 두고 객관화해서 바라보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줍니다.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었던 삶들을 하나의 문학적 작품으로서 만들어서 눈앞에 보여주기에, 나는 내 삶이 될 수도 있었던, 나의 삶과 비슷한 삶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게 만들어 줌으로써. 그래서 나는 내 삶을 다양하게 바라보게 됩니다. 뭐가 문제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하면서.


삶을 바라보게 하는 문학적 힘을 보여주는 작품인 <서영동 이야기>는 저에게 '핍진성'으로 다가옵니다. 현실성, 사실성을 넘어서 현실과 하나가 되어, 설득할 필요도 없이 알아서 설득이 되는 느낌의 핍진성. 핍진성 가득한 작품으로서 내게 다가온 <서영동 이야기>를 저는 이제 독서모임 책으로 추천할 생각입니다. 이 책의 생생함을 다른 이들과 나누며 삶의 이야기를 더욱 더 풍부하게 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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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만왕국 유산 시리즈 1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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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십만왕국-N.K. 제미신



제게는 순정만화하면 잊을 수 없는 제목들이 있습니다. '들장미 소년 캔디'라거나 '베르사유의 장미'라는. 이 이름들이 떠오르면 동시에 함께 어떤 노래들이 떠오릅니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와 '장미, 장미는 화사하게 피고 장미장미는 순결하게 지내~~' 같은 노래들. 캔디든 베르사이유의 장미든, 저에게는 순정만화의 대표작으로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궁금하지 않나요? 제가 왜 갑자기 순정만화 이야기를 꺼내는지? 차근차근 제가 생각하는 바를 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작가 이야기부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N.K. 제미신 하면 떠오르는 건 '부서진 대지' 3부작입니다. 저에게 이 작품들은 세밀하고 정교하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이야기의 세계를 보여주었습니다. 이 세 작품으로 3년 연속 휴고상을 수상하는 신화를 이룩했다는 찬사는 곁가지에 불과했고요. 조금 더 단순하게 말하면 '부서진 대지' 3부작의 서사는, 저에게 모녀가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모녀의 서사에 '세계의 구원'을 덧붙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 뒤에 읽은 '위대한 도시들' 2부작은 현대 미국을 배경으로 미국인들의 서사를 SF 판타지로 재구성한 느낌이었습니다. 미국을 구성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다양함을 판타지적인 다양함으로 보여주고 거기에 현대적인 빌런을 더한 서사로서. 

다시 <십만왕국> 이야기로 돌아옵니다. 아 근데 또다른 이야기를 해야할 거 같군요.^^;; N.K. 제미신의 데뷔작인 <십만왕국>이 나온 건 2011년입니다. <별에서 온 그대>가 나온 건, 2013년입니다. <도깨비>의 방영이 시작된 건 2016년이고요. 도대체 왜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냐구요? ㅋㅋㅋ 일단 들어보세요. <별에서 온 그대>는 신적인 힘을 가진 외계인이 여성을 사랑하는 이야기입니다. <도깨비>는 신적인 존재인 도깨비의 사랑을 받는 여성이야기입니다. 이쯤 이야기하면 제가 왜 <십만왕국>을 썼는지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네, <십만왕국>은 신의 사랑을 받는 여성이야기입니다. <별에서 온 그대>나 <도깨비> 이전에, 신적인 존재가 아니라 진짜 신에게 사랑을 받는 여성이야기가 있었던 겁니다. <십만왕국>이라는 이름으로.


<십만왕국>을 읽으면서 저는 '부서진 대지' 3부작이나 '우리들의 도시' 2부작과는 다른 서사의 힘을 기시감처럼 느꼈습니다. 그 서사의 힘을 순정만화식 여성서사의 힘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겁니다. 이런 서사에는 삼각관계가 자석처럼 딸려오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하늘도시의 하늘궁전에 와서, 역시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 세상을 지배하는 아라메리 가문의 후계자를 둘러싼 다툼에 말려든 주인공 예이네를 삼각관계의 중심축인 사랑받는 여인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일종의 캔디 역할이죠. 다른 한축에는, 여인 옆에서 든든하게 버티면서 끊임없이 사랑을 베풀어주는 남성 역할이 있습니다. 일종의 안소니라고 할 수 있는 이 역할을 <십만왕국>에서는 '시에'가 맡습니다. 주신이자 빛의 신인 이템퍼스에게 패한 뒤에 이템퍼스를 믿는 아라메리 가문의 노예가 된 신들 중에서, 어린아이 같은 모습으로 장난을 치는 신 시에는 예이네의 곁에서 꾸준히 버티며 사랑을 해주는 존재입니다. 반대편에는 매력 넘치지만 어딘가 위험한 풍모의 남성 역할이 있습니다. 테리우스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소설에서는 나하도스가 그 역할을 맡습니다. 이템퍼스와 함께 가장 강한 세신 중 한명인 나하도스는 밤의 군주이자 어둠의 신으로서 주신 이템퍼스에게 패한 뒤에 아라메리 가문의 노예로서 인간 형상을 한 채 하늘궁전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강력한 매력을 뿜어내는 나하도스는 진짜 위험한 존재입니다. 매력적이고 사랑스럽지만 진짜 사랑을 하게 된다면 그와 사랑하는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존재. 나하도스의 매력적이자만 위험한 면모는 소설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예이네는 나하도스를 사랑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그를 사랑하면 죽을수도 있다는 사실을 자각합니다. 그러나 사랑은 피할 수 없죠. 결국 예이네는 죽음을 각오하고 나하도스와의 사랑을 하게 됩니다. 이 정도니까 제가 순정만화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당연하지만 순정만화의 서사로만 이 소설이 이루어진 건 아닙니다. 다른 복잡한 여러 요소들이 어우러지며 이 소설을 구성합니다. 저는 단지 이 서사의 핵심축을 두 신과 한 여성의 삼각관계로 본 겁니다. 그리고 순정만화식 삼각관계에 덧붙여 또하나 중요한 요소가 더 있습니다. 바로 주인공인 예이네의 '각성'이라는 부분입니다. 소설이 시작할 때 예이네는 평범한 여성입니다. 소설의 이야기를 겪고 끝날 때 예이네는 각성한 존재가 됩니다. 저는 각성을 통한 성장이 순정만화식 연애와 함께 <십만왕국>의 가장 중요한 두 축이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저에게 <십만왕국>은 순정만화식 연애소설과 각성을 통한 성장소설이라는 두 가지 서사 스타일을 판타지로서 합성해서 만들어낸 소설인 셈이죠.

읽지 않았으면 모르겠지만, 읽기 시작했으니 이제 멈출수가 없습니다. 저의 독서는 <무너진 왕국>과 <신들의 왕국>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순정만화이든 성장서사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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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변기의 역학 TURN 3
설재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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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그 변기의 역학-설재인


2025년 첫 서평을 써봅니다. 2024년 12월달에 한편을 쓰긴 했지만, 너무 오랜만에 쓰는 것이라 여전히 쓸 때마다 어떻게 쓸지 잘 모르겠네요. 이 책의 서평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써야 할까. 아 파트를 나누어서 써보려고 합니다.


1. 에세이편: 변기에서 역류하는 물에 대한 공감


2025년 첫날부터 변기 이야기를 하는 게 부적합해 보이지만(^^;;) 책이 책이라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변기의 역학>의 주인공인 성아정은 40이 다 된 나이에 별다른 재산도 없고, 직업도 불규칙한 상태에서 작가라는 꿈을 좇는 인물입니다. 당연히 부모님이나 여동생에게도 인정받지 못하죠. 그렇게 불안정하고 자기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살던 아정은 우연히 청년전세임대지원사업에 당첨되어 서울 한 복판의 빌라로 이사를 가게 됩니다. 주변인들의 부러움을 사면서. 하지만 기쁨과 즐거움은 한 순간이었습니다. 갑자기 집의 변기에서 물이 사라지고 악취가 올라오는 '봉수파괴'라는 현상을 겪으면서 아정의 삶은 괴로움으로 가득하게 됩니다. 멀쩡한 집에 이사왔는데 이건 무엇인가?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건 환상에 불과한 것인가? 이 현상이 위층 집의 배관문제와 엮여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고민은 더 깊어지죠. 지금까지 남한테 나쁜 말 한 번 제대로 못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었습니다. 고민은 집에서 변기에 앉아 있다 역류하는 물이 엉덩이에 닿으면서 최악의 절정으로 향하게 됩니다.


이 부분까지 읽고 깊은 공감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단 저도 변기에서 물이 역류하는 경험을 해봤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정이랑 다르게 앉아 있을 때 물이 역류한 건 아닙니다. 저는 서 있는 상태에서 변기의 버튼을 눌렀는데 물이 역류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때 넘치는 물 앞에서 얼마나 절망감이 밀려오던지. 아정만큼은 아니지만 저에게도 변기 물 역류는 최악의 경험이었습니다. 삶의 밑바닥에 내려간 듯한 느낌으로. 


2.분석편: 가족의 타자성

가족은 피가 이어진 혈육이 맞습니다. 하지만 또한 어떤 의미에서는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이기도 합니다. 가족과 나 사이의 관계에는, 완벽한 동일성과는 다르면서도 완벽한 타자성과 다른, 타자성과 동일성 사이의 모순적이고 혼란스런 모습이 가득합니다. 우리에게 그 혼란은 피가 이어진 혈육이라는 관계의 힘으로도 막을 수 없는 면이 있습니다. 그걸 가장 잘 보여주는 소설이 카프카의 <변신>입니다. <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갑자기 벌레가 됩니다. 가족들은 당황한 상태에서 벌레가 된 잠자를 돌보지만, 시간이 지나 잠자가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음이 명확해지자 잠자를 죽음으로 내몰게 됩니다. 가족의 서늘한 타자성을 너무나 잘 드러내는 것이죠.


한국식 서사에서 자주 나오는 가족 로망스나 가족주의 신화는 <변신>과는 반대지점에 위치합니다. 이 때의 가족 로망스나 가족주의 신화는 어떤 일이 있어도 가족을 지키거나 가족의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드러납니다. 가족이 삶의 마지막 보루이자 일상의 안온한 평온함이 유지되는 장소로 나타난다는 말입니다. 물론 반대로 가족 로맨스나 가족주의 신화를 해체하는 서사들도 있습니다. <그 변기의 역학>은 해체서사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감 1000%의 변기 역류 일 이후에 이 책의 서사는 가족 이야기를 중심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봉수파괴의 원인이 된 윗집 남자를 만나서 그의 이야기를 듣게 된 아정은, 남자를 따라서 취직하게 됩니다. 그가 하던 자기 자신의 어머니의 몸을 깎는 일을 하는 같이 하면서. 저는 이 부분에서 놀랐습니다. 아니 이야기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흘러간다고. 네, 설재인 작가는 가족의 타자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끌고갑니다. 거부감이 들 정도로.


위에서도 적었지만 가족은 나가 아닙니다. 부모님과 나 사이가 혈육으로 이어져 있다고 해도 부모님은 나가 아니기에 나를 백프로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부모님이 육체적 폭력을 행사했거나 정신적이고 정서적인 폭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면 그 사이는 더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정과 아정의 어머니 사이에는 서로를 완벽하게 사랑할 수 없는 오래된 가족 서사가 있습니다.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와 그 울분을 딸에게 풀었던 어머니, 나이 들어서도 믿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어머니. 딸인 아정은 윗집 남자를 따라서 자신의 어머니의 육체를 깎으면서 어머니를 서서히 소멸의 길로 몰아넣고, 자신은 그걸로 돈을 법니다. 


윗집 남자와의 인연을 통해 어머니를 소멸로 몰아가면서, 아정은 마르크스의 <자본론>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가족주의 신화 속에서 '사랑'이라는 무형의 가치 때문에 시장에서 통용되는 교환가치로 측정되지 않던 어머니와 딸의 관계는, 시장에서 교환가치로 측정되는 길로 들어섰다는 말입니다. 교환되고 측정되지 않는 사물이 아닌 어머니가, 돈으로 측정되고 시장에서 교환되는 사물이 된 것입니다. 사람이 아닌 오직 돈을 위해 존재하는 사물로. 


책을 읽다가 내가 느낀 거부감은 거기에서 옵니다. 눈뜨고 살아가며 관계 맺는 어머니라는 사람이, 육체가 깎이고 깎이며 소멸의 길로 들어서는 수량화되고 가격이 매겨지는 극단의 사물로 다가온다는 점에서. 이 냉정한 자본주의의 현실화 앞에서 어머니라는 가족은 완벽하게 타자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이게 현실이 아니라고 완벽하게 말할 수 있을까요? 이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반박할 수 있을까요? 반박과 부정이 힘든 면이 있기 때문에 <그 변기의 역학>은 거부감 들고,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읽은 설재인 작가의 작품과는 다른 느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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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31.

2025년 1월 11일에 있을 독서모임 때문에

도서관에서 유발 하라리의 <넥서스>를 빌렸습니다.

빌리고 보니 책이 너무 두껍고 크네요.^^;;;

오랜만에 이렇게 두껍고 큰 책을 읽으려고 하니

부담스럽기는 합니다.

그래도 새해 첫 독서모임을 맞아,

열심히 읽고 말할 준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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