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현암사 동양고전
시모무라 고진 지음, 고운기 옮김 / 현암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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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들여다봅니다. 제목은 <논어>. 그런데 저자가 '시모무라 고진'입니다. 엥? <논어>의 저자가 시모무라 고진이라는 일본 사람이라고. 이건 무슨 일이지? 궁금해서 펼쳐 읽어봅니다. 아... 책을 읽다가 이 책의 원제가 <논어>가 아니라 <논어 모노가타리>라는 것을 알고 이해가 됩니다. <논어>를 일본인인 시모무라 고진이라는 사람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편집한 책이 <논어 모노가타리>라는 것이죠. 그것도 단순한 해설서가 아니라, 일본의 고전 <겐지 모노가타리>를 연상시키는 방식의 이야기 형식으로 <논어>를 풀어 쓴 책입니다.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 써서 그런지 이 책은 술술 잘 읽힙니다. 짧은 문장 속에 잠시 숨을 쉬던 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삶이, 이야기 형식 속에 자신의 입장과 생각을 선명하게 드러내며 생생히 살아 움직이게 됩니다. 생생히 살아 움직이는 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매력적이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살아 움직이며 자신의 이상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다 실패하는 인간 공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적인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공자. 그를 사모하고 따르며 그를 좇아가지만 그에 미치지 못하는 제자들. 이상적인 인간상을 갈구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전개되는 생생한 생명력을 가진 그들의 대화. 고정되지 않고 때에 따라서, 사람에 따라서 변화하는 공자의 가르침. 이 모든 것들이 이야기 형식이라는 한 줄에 꿰매어져 우리 앞에 드러나고 있으니,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죠. 물론 이 때의 공자는 시모무라 고진이라는 필터를 통과한 공자의 모습이기 때문에 현실의 공자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공자의 모습이 현실과 차이가 있다고 해도, 우리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저는 그런 차이가 크게 문제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 읽고 나니, 현실에만 집착하는 제 모습이 부끄러워지네요. 현실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조금 더 이상을 추구하는 인간이 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도 멋있어 보여서요. 현실에 집착하는 소인이 아니라 이상을 추구하는 군자가 되는 것도 좋은 일이기도 하구요. <논어>의 말을 따르면 그게 '도'에 맞는 생활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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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고전 관련된 모임을 앞두고, 동양고전과 관련된 여러 책을 열심히 두루두루 읽는 중입니다.
얼마나 오랜만에 이렇게 집중해서 책을 읽는지...
오랜만에 한 분야의 책들을 집중해서 읽으니 여러모로 좋네요.
기분도 좋고, 내가 이 분야에 뭔가 더 알게 되었구 하는 느낌도 있고.
앞으로도 이런 식의 집중적인 독서를 해야겠습니다. 굉장히 장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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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플란넬 속옷
레오노라 캐링턴 외 지음, 신해경 옮김 / 아작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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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하는 여자들> 한국어판에 미공개되었던 다섯 편의 SF 단편을 모아놓은 책. 젠더 구분에 의하면 '여성'으로 분류되는 작가들이 써놓은 SF단편을 모아놓은 <혁명하는 여자들>에 수록된 작품들답게, 작가들 모두가 여성이고, 자신들의 삶에 기반한 상상력을 발휘해서 작품들을 썼다. 작품들을 들여다보며 내가 느낀 건, 어떤 이념이나 관념,사고가 아니라 작가들 모두의 삶에 스며든 슬픔,아픔,고통,회한 같은 '감정' 들이었다. 자신들의 삶에서 느낀 슬픔이나 아픔,고통, 그리고 자신들의 삶을 규정한 어떤 한계나 구조 같은 것들을 SF라는 장르의 틀을 빌려 표현했다고 할까. 그렇게 본다면 이 작품들은 SF라는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나에게 이 작품들은, 자신들의 삶을 상징화한 '상징소설'처럼 생각된다. 일련의 상징소설들을 만들어놓고, 그 위에 SF라는 장르를 덧씌운 느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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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 원전과 뜻풀이로 읽는 유학 사상의 진수 현암사 동양고전
이동환 역해 / 현암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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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삼경>의 하나로서 유학의 기본적인 틀을 설명해주는 책. 굳이 이야기해보면, <대학>은 명명덕(明明德), 친민(親民), 지지선(止至善)의 '3강령'과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의 '8조목'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이상한 판타지가 유학에 존재함을 느꼈다. '아니 유학에 무슨 판타지가 있냐?'라고 물을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대해 말해보겠다. 유학에서는 한 개인이 자기자신을 갈고닦아 도덕적으로 이상적인 모습에 도달하면 다른 이들도 거기에 감화되고, 더 나아가서는 국가와 천하의 사람들까지 감화되어 더 좋은 세상이 이루어진다고 말하고 있다. 내가 궁금한 건, 과연 '그게 진짜 가능하냐'는 점이다. 내가 어떤 도덕적인 이상에 도달한다고 해서 내 주변 사람들이 나를 따라 도덕적인 이상에 도달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국가와 천하의 사람들이 나를 따라 어떤 도덕적인 이상 상태에 도달할 수 있을까. 그건 마치 '도덕의 마법' 같다. '도덕'이라는 어떤 '마법의 주문'이 내 몸에서 품어져나와 다른 이들을 감염시키고, 더 나아가 국가와 천하의 사람들을 감염시키는 마법의 상태. 판타지로서나 가능한 이상의 상태를 설정해놓고 그것이 가능하다는 '당위'의 논리를 설득하는 느낌이랄까. 차라리 개인의 도덕이나 윤리에 대한 지나친 강요보다는 그런 것들이 통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체계에 대한 논의가 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금 양보해서 우리 모두가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논리라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식의 논리는 현대적인 독법이 만든 논리이고, 실제로 과거에 유학을 공부한 이들은 저런 판타지를 현실로 받아들였을 것을 생각하면, 나에게는 아직도 유학은 관심을 가지고 읽는 텍스트 속의 사상이지만 현실로서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철학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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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의 전망 - 돈, 부채, 금융위기 그리고 새로운 세계 질서
필립 코건 지음, 윤영호 옮김 / 세종연구원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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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그 이후의 예측을 '화폐 시스템'의 역사와 제도적인 변화의 측면에서 파악한 책. 이 책에서는 지속적으로 '버블' 상태에서 자산의 가치가 늘어나는 것이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입장에서 보면 이득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내 자산의 가치가 늘어나는 만큼, 다수의 자산가치도 늘어나서 상대적인 입장에서 보면 자산가치가 크게 늘어놨다고 볼 수 없고, 버블 자체의 특성상 부채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다, 버블은 필연적으로 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큰 흐름에서 파악하면 버블 시기의 자산 가치의 상승은 일시적인 자산가치의 상승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이걸 다른 말로 해보면, 버블에 편승해서 큰 돈을 벌어 버블이 꺼진 이후에도 자신의 자산가치를 지키지 않는 한, 버블 시기의 자산가치의 상승은 '경제적 효과'보다는 '심리적 효과'가 가장 크다는 말에 다름아니다. 하지만 그것도 버블이 꺼진 이후에 자산가치가 추락해서 더욱 큰 '심리적 피해' 를 입는 걸 생각해보면 역시 일시적 효과에 불과하지만. 나에게 이런 이야기는 진화론에서 말하는 '붉은 여왕 효과'를 연상시킨다.'붉은 여왕 효과'는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붉은 여왕'의 이야기에서 기인한 효과로서, '주변의 물체가 움직이면 주변의 세계도 연동하여 같이 움직이는 기묘한 상황에서, 제자리에 있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야 하고,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더더욱 죽어라 달릴 수밖에 없는' '붉은 여왕'의 모습을 진화론적인 경쟁에 적용한 것이다. 사람들이 버블의 흐름에 편승하여 앞으로 달려나간다 생각하지만,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로 다 달려나가고 있기에 판단해보면 얼마가지 못했는데 그걸 모르고 있다, 달리기가 끝나고 나서야 자신이 얼마가지 못했음을 깨닫는 모습이 '붉은 여왕' 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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