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오랜만에 부산독서모임 정모에 참석했다.
1년이 넘는 기간동안 가지 않았으니,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길다면 길 수 있는 시간이다.
한때 부산독서모임의 열성회원으로서 열정적으로 참석했고,
클럽 관리자로서 오랜기간 활동하기도 했었는데
기존 멤버들이 오지 않는 상황 때문에 관심 가지지 않기로 결심하고
1년동안 가지 않았다.
하지만 홈페이지 가보고 아는 얼굴들이 나온다고 해서 이번에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부산독서모임 정모에 참석했다.

가보니 잘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겨주는 반가운 얼굴들과 나름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들을 보면서...
다른 분들이 너무 진지해서 속으로 웃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진지한 이야기들을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몰입이 되었다.
나랑 너무 다른 방식으로 책들을 읽는 것도 흥미로웠다.
비평인지 감상인지 모를 방식으로 책을 읽는 나랑은 어찌나 다르게 읽으시는지...
책을 읽은 진지한 모습도 배우고, 반가운 얼굴들이랑 같이 밥먹는 시간도 좋았다.
앞으로도 계속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때 상황이 어찌될지는 알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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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의 추천사를 읽다가 성급한 일반화가 넘쳐나서 너무 화가 났다.

어떻게 이따위 일반화를 늘어놓고서 책을 읽으라고 하는지...

정작 책은 성급한 일반화를 하지 말라고 했는데....

 

책 내용 일부:우리는 범주적 사고의 환원성-젠더와 성의 실제 현실들을 포함해 인간 경험의 복잡성을 다룰 수 없다는 것-을 밝혀내지 않았던가?

 

책에는 분명 이렇게 적어놨는데,

추천사에는

 

추천사 내용 일부: 대부분의 남성들이 <동물의 왕국>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즐기는 것 같다.

 

이런 문장이 나온다.

궁금한 건, 저 주장에 대한 근거가 있냐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문장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을 것이 명확한데,

왜 자신의 생각을 바탕으로 성급한 일반화를 하는 것인지...

나도 그렇고 내 친구들도 <동물의 왕국> 같은 프로그램은 좋아하지 않는데...

저 문장에서 말하는 '대부분'은 도대체 얼마만큼 '대부분'일지 궁금하다.

 

또 다른 성급한 일반화를 살펴보자.

 

추천사 내용 일부: 나는 ... 다윈주의자이자 진화생물론자다.

자연과 사회를 대립적으로 사고하지 않는 사람은 모두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자연과 사회를 대립적으로 사고하지 않는 사람이 모두

다윈주의자이자 진화생물론자라고??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니??

자연과 사회를 대립적으로 사고하지 않는 사람 모두 다윈주의자이자

진화생물론자라는 성급한 일반화는 도대체 어떤 근거를 가지고

어떤 논리로서 이루어지는 말인지...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책에서 하지 말라는 성급한 일반화를 듬뿍 하면서

만들어진 추천사는 왜 책에 넣어놓는건지...

하... 이런 추천사는 앞으로 안 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다만 책은 재미있어서 다행이었다.

질 떨어지는 추천사 때문에 혈압이 올랐다가 본문 때문에

다시 혈압이 내려가는 묘한 경험을 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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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7-02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책 제목이 뭔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저랑 같이 그 책을 깝시다! ㅎㅎㅎㅎ

짜라투스트라 2017-07-03 15:31   좋아요 0 | URL
제안은 감사합니다.ㅎㅎㅎ 하지만 제 성향상 굳이 책제목을 말할 것 같지는 않네요,
 

독서 모임에서 내가 하는 말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때 내가 내뱉는 말들은 어디에 위치하는 걸까?
책을 읽은 감상을 내뱉은 감상문?
비평가는 아닐지라도 비평의 형식을 따라하려는 아마추어적인 비평?
명확하게 어느 것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저 둘 사이를 헤매며 책과 내가 만났을 때 생겨난 무언가를 표현하려는
서평정도가 아닐까.
감상문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마추어적인 비평도 아닌, 아무것도 되지 않으면서
둘 다도 되는 모호하고 불확실한 말들.
앞으로도 나는 내가 읽은 책들의 말들이, 책을 읽은 감상과 합쳐져서 내 안에서
생겨나는 이말들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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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지만 문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적어본다.

모 독서모임에서 뒷풀이를 하다가 내가 독설을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조금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독설이라....
최근에 내가 하는 말은 독설이라고 볼 수준이 아닌데...
그분이 예전에 내가 했던 말들을 들으면 기겁하겠네.
예전에는 사정없이 물어뜯는 말들을 내뱉었는데,
겨우 비판하는 몇마디 말같고 독설이라고 한다면
이제 과거의 나로 돌아가 진짜 독설을 해야하나?^^;;
물론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 내가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으며
비판을 하면 기분이야 안 좋겠지.
근데 기분이 안 좋다고 그게 다 독설이 되는건가?
최근에 내가 하는 말이란 내가 책을 읽으며 내 안에서 차오르는 것들을
나름 정리해서 뱉은 말인데.
무조건 비판하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긍정하는 것도 아닌,
긍정과 부정 사이를 오가며 내 나름의 이유를 갖다붙여서
아쉬운 점과 좋은 점을 이야기하는 것.
내가 지금까지 읽어온 책과 독서의 경험이라는 영역 안에서
내가 지금 이야기하는 책의 위치를 정해서 그 위치에 대한
나름의 설명을 하는 것이 지금의 내 말들인데,
이 정도로 독설이라고 한다면, 그분은 책에 대한 비판 같은 것은 해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건가?
아니면 자신의 감상을 무너지게 만드는 말 따위는 듣고 싶지 않다는 말인가?
그렇다고 한다면 좋은 말만 듣겠다는 말인가?
좋은 말만 듣는 힐링의 장소를 원한다는 말인가?
음... 근데 그런 장소가 진짜로 있기는 할까?
내 마음에 맞는 말만 있는 곳, 내 마음의 감정을 절대로 무너지지 않게 하는 곳.
적어도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라면 그런 게 가능할까?
마음에 안 들어도, 내 감정이 약간이라도 무너질 수 있어도
추슬러서 사람들과 관계 맺어나가는 게 어른의 모습 아닐까?
내가 독설과 아마추어적인 비평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것처럼,
내 마음이 긍정과 부정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것처럼,
우리 모두가 어딘가 사이를 방황하며 사람들과 관계 맺어가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닐까?

여기까지 쓰고 보니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싶다.^^;;
하지만 일단 썼으니 놔두는 수밖에.

그분에게 참으로 미안하지만, 나는 그분이 얘기하는 독설을
멈출 수는 없을 것 같다.
책에 대해 좋은 말만 할 인간은 아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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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4-29 06: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짜라투스트라님이 합당한 비판을 하셨을 거라 믿습니다. 상대방의 시원찮은 반응에 신경 쓰지 말고, 짜라투스트라님의 생각을 소신있게 말씀하면 됩니다. 의견이 틀렸으면 스스로 인정하면 되는 거고요.

저는 여기 북플에 댓글을 달면, 제 생각을 솔직하게 밝히는 편입니다. 글을 읽다가 잘못된 것이 보이면 댓글로 알려줍니다. 그리고 글쓴이의 입장과 분명한 차이가 있으면 이 또한 밝히는 편입니다. 그런데 어떤 분은 저의 태도가 남을 가르치려고 하는 것처럼 느껴졌던가 봅니다. 작년에 ‘맨스플레인‘ 소리까지 듣었습니다.

짜라투스트라 2017-05-01 21:41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뭐 사람은 자기 성향대로 가는 수밖에 없겠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ㅎㅎㅎ
 
내 아이가 사랑한 학교 - 아이에게 준 최고의 선물, 발도르프 학교
강성미 지음 / 샨티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가상의 모노 드라마 형식을 이용해서 글을 썼습니다.

처음 무대는 빛이 한조각도 없는 깜깜한 어둠이다. 극이 시작되고 나서야 조명에서 뿜어져나간 빛이 무대를 내리비춘다. 빛이 비춘 원형의 공간 안에는 한 남자가 의자에 앉아 있다.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던 듯한 남자는 빛이 자신을 비추자 망설이는 듯하다가 입을 열기 시작한다.

수업을  듣는 곳에서 '내 기억속의 학교'라는 주제로 글을 써오라는 과제를 받았을 때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학교에 대한 기억이 거의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망각은 축복이라고들 하는데, 학교에 대한 기억이 지나치게 많은 축복을 받은 것일까요? 그래도 글을 쓰는 것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모두가 하는데 나만 안 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죠. 어쩔 수 없이 내 머리에 있는 낡은 기억 속 서랍을 열심히 뒤졌습니다. 서랍을 열어 살펴보니, 먼지가 가득 쌓여 있어 쉽게 분간이 되지 않는 '학교에 대한 기억들이' 있더군요. 먼지를 털고 바라보니 잊었던 기억들이 떠오르더군요. 좋은 기억들도 있었죠. 근데 부정적인 기억들이 더 많이 떠오르더군요. '아직도 그 기억들을 잊지 않고 있다'는 생각에 씁쓸했습니다. 상처는 쉽게 잊히지 않나 봐요.

씁쓸한 미소를 짓던 남자는 입을 다물고 골똘히 생각을 한다. 잠시간의 침묵을 거쳐 그는 입을 열어 말을 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수업의 기억이었습니다. 무슨 수업을 했고, 어떤 것들을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앉아서 무언가를 들었던 기억은 확실히 있습니다. 덥든 춥든 잠이 와서 눈이 감기든 상관없이. 그 다음으로는 좋았던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주로 친구들과의 기억입니다. 웃고 떠들고 뛰어다니고 같이 놀고 운동하고. 좋았던 기억 다음으로는 기억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부정적인 기억들이 생각납니다. 뺨맞고 두드려맞고 몽둥이로 맞아 피멍들고 욕듣고 비난듣고 기합받고. 내가 맞은 기억도 있지만 친구들이 너무 심하게 맞아서 그것 때문에 공포스러웠던 기억도 많습니다. 중학교 시절에는 친구들이 심하게 싸웠던 것도 기억납니다. 의자와 책상을 집어던지고 패싸움하고. 부정적인 기억의 힘이 막강하진 학교에 대한 기억이 좋지는 않네요. 휴우~~

남자는 갑자기 한숨을 내쉰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려는듯이 앞을 지그시 바라보던 남자의 입이 열린다.

부정적인 기억 때문인지는 학교에 대한 기억을 의도적으로든 아니든 잊고 지냈습니다. 나쁜 기억을 떠올려봐야 좋은 게 없기 때문이죠. 지금에 와서 다시 떠올리나 예전만큼 감정이 북받치는 것은 없습니다. '그때는랬구나'하는 생각만 듭니다. 굳이 떠올리지 않았던 것을 떠올리니 기분이 묘하기도 하고요. 내가 지냈던 시절을 되돌아보니, '조금 더 좋은 시절을 보내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남자는 말을 그만두고 의자 근처에 놓여 있던 책을 든다. 책을 자기 앞쪽으로 보이며 남자는 말을 이어간다.

수업 때문에 글을 쓴것과 더불어 <내 아이가 사랑한 학교>라는 책도 읽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온갖 감정이 휘몰아치더군요. 한 한국인 여성이 아이들과 같이 미국의 콜로라도 주의 볼더라는 곳에 가서, 발도르프 학교라는 곳에 들어가서 자신과 아이들이 겪은 일들을 쓴 책인데, 읽으면서 너무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내가 발도르프 학교의 교육을 받았더라면, 덜 맞고, 덜 비난받고, 나 자신으로 오롯이 존재하는 기쁨과 즐거움을 느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 아이를 아이 자체로 바라보고 그 자체를 당당하게 받아들이게 만들어 자신의 자아를 존중하게 하고, 시험과 성적의 압박에 시달리지 않게 하는 교육을 받았더라면 나는 어떤 존재가 되었을까 하는 아쉬움. 지금에 와서 이런 후회를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래도 아쉬움은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남자는 말을 멈춘다. 잠시간의 침묵. 일정 시간이 지나자 그는 입을 연다.

책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내가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는가 하는 점입니다. 기본적인 지식, 한국이라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가치관과 관습 정도는 배웠습니다. 그러나 자아에 대한 것, 삶에 대한 것 같은 살아가면서 본질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배우지는 않았어요. 나는 어떤 존재인지,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 세상은 어떤지, 세상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같은. 물론 답을 내리기 쉽지 않겠죠. 그걸 아는데, 답을 주지는 않더라도 스스로 질문을 하고 자기만의 답을 찾아내는 과정을 습득하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 정도도 할 수 없다면 지금 교육의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요?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업 가지는 것 외에 삶에 필요한 것들을 가르칠 수 없다면 우리의 교육은 어떤 효용이 무엇일까요?질문을 던지기는 했는데 저 자신도 여기에 대해 어떤 대답을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정말 모르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렇게 푸념이나 늘어놓는 것 밖에 없겠죠.

남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의자에서 일어나서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빛이 꺼지고 무대에 막이 드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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