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다 - 김영하에게 듣는 삶, 문학, 글쓰기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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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글과 글쓰기에 대한 김영하의 생각들을 읽으며 나도 나의 독서에 대해서 돌아본다. 나는 무엇 때문에 이렇듯 독서에 빠져 있었던 걸까. 어쩌면 글을 통해서 내 것이 아닌 것들과의 조우라는 작은 기적에 홀려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것의 감동과 재미에 중독되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만약 그게 맞다면, 나는 계속해서 독서에 빠져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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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 김영하의 인사이트 아웃사이트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김영하의 글을 따라서 세상을 바라본다. 흥미롭고 색다르다. 기본적으로 나는 전형적인 것이 아니라 색다르게 세상을 보는 게 좋은가 보다. 이 좋은 것 때문에 계속 독서를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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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 지나고까지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0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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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 지나고까지-나쓰메 소세키

 

*이 글은 내가 썼지만 혼자서 간직하고 있는 판타지 소설을 내 마음대로 고쳐쓴 것이다.^^;;


보얀은 자신을 지나쳐 가려는 지얀을 불렀다.

"야, 이 빌어먹을 제자야! 검법 수련은 안하고 어디 가냐? 계속 이렇게 땡땡이 칠거냐?"

지얀은 사부인 보얀의 강경한 발언에도 불구하고(??) 능구렁이처럼 미소를 띠며 능청스럽게 대답한다.

"제가 어디 가냐구요? 사부님이 예전에 말한대로 특수한 수련을 하러 갑니다. 이 특수한 수련을 제대로 마친다면 아마 장족할 만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겁니다. 부디 기대해 주세요."

보얀은 그 말을 던지며 다시 지얀을 지나쳐 가려 했다.

하지만,

보얀은 지얀의 아무 의미없는 허망한 말 따위는 무시하고, 제자의 팔을 붙잡고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이 빌어먹을 놈아!! 수련은 무슨 수련이냐!! 너는 이 따위 이상한 책이나 읽는 게 수련이라고 하는 것이냐!!"

분노한 보얀은 품안에 갖고 있던 책을 지얀의 눈 앞으로 던졌다.

두 사람의 눈앞에 나타난 책은 나쓰메 소세키의 <춘분 지나고까지>였다.

"사부님, 저의 수련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소중한 책을 왜 이렇게 막 대하는 겁니까? 아니, 이러다 제 수련을 망치면 어떻게 하려구요!!"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지얀은 오히려 보얀에게 따지고 들기 시작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보얀은 화가 지나쳐서 제정신이 아닌 상태가 되어 자신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도 잊어버리고 더듬거렸다.

"이 썩어빠질... 이 빌어먹을... 으으으~~"

제자는 사부의 상태는 신경쓰지 않고 자신이 할 말만 막힘없이 쏟아냈다.

"사부님이 예전에 저에게 분명히 말했습니다. '지나치게 내가 하는 말에만 매달리지 마라. 내 말은 내 말일이자 나의 것일 뿐이니, 그것이 너의 것이 되기 위해서는 부단히 수련하고 반복하는 것과 더불어 때로는 반복을 멈추고 자신이 어디까지 이루었고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 가만히 앉아서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다.' 저는 지금 무술 수련 상의 어떤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그냥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그 한계를 넘을 수 없다 여겨서 사부님 말대로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그런데 이 시간이 언제나 같은 생각으로만 채워지면 안되지 않겠습니까? 하여 저는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들 수 있는 책들을 읽으려고 합니다. 다른 것을 보면서 나 자신을 다른 것으로 채우고 그럼으로써 나를 다르게 만들고 내 한계를 넘으려는 겁니다."

"이 빌어먹을 제자야! 말이나 못하면 밉지는 않지. 말을 청산유수로 너무 잘하니 정말 마음에 안 드는구나. 도대체 이따위 이계의 책이 어떻게 무술수련에 도움이 된다는 거냐?"

"아니, 누가 이계의 책을 읽는다고 무술수련을 못한다고 법칙으로 정했습니까? 이계의 책을 읽으면 무술 수련의 새로운 경지에 도달할 수 없다고 누가 말했습니까? 그러는 사부님이야말로 제대로 된 수련보다는 독특한 수련법으로 자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저에게 누누히 자랑하지 않았습니까? 거리에 있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만들고 익힌 무술들과 자연을 관조하여 떠오른 것들을 바탕으로 만든 무술들이야말로 지금 사부님의 명성이 있게 한 무술들 아닙니까? 저라고 왜 그런 게 안되겠습니까? 저도 이런 이계의 책을 읽으며 저만의 한계를 뛰어넘어 무언가 새로운 무술을 만들 수 있는 거죠!!"

"으으으~~ 그따위 궤변은 머리 어느 쪽에서 생기는 거냐? 너는, 너는, 너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따위 행동을 하는 거냐? (휴우~~ 한숨을 내쉬며) 그래 말이나 들어보자. 이 책으로 어떻게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무술을 만들지." 

사부의 이 말이 떨어지는 걸 기다렸다는 듯이 지얀은 숨도 쉬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저는 이 책으로 충분히 새로운 무술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들어보세요. <춘분 지나고까지>는 게이타로라는 화자가 남의 얘기들을 듣는 내용의 소설입니다. 게이타로는 모험을 꿈꾸지만 막상 모험은 하지 않는 인물로서, 모험을 꿈꾸기에 남의 얘기에 관심을 가지고 귀기울여 듣습니다. 그는 정착하는 생활과는 거리가 먼 인물로서 방랑생활을 꾸준히 해 왔지만 자신의 삶에 불만이 있는 모리모토, 자신의 친구로서 부유하지만 지나치게 생각이 많아 자신의 삶에 확신이 없게 되어 자신이 사랑하는 사촌여동생 지요코와의 관계를 복잡하게 만드는 스나가, 성공한 사업가이지만 그 성공 때문에 더 이상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된 인간 다구치, 세상과 거리를 두고 유유자적하게 고등유민의 삶을 사는 듯 보이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과 연결된 괴짜 마쓰모토, 너무나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나 부모의 마음에 큰 슬픔을 남긴 마쓰모토의 딸 요이코, 자신을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려 하는 스나가 때문에 그와의 복잡하고 이상한 관계를 이어가는 다구치의 장녀 지요코까지. 게이타로는 자신이 바뀌고 싶지만 바뀔 수 없어 남들의 이야기를 듣는데, 듣는 것만으로는 그는 바뀔 수 없습니다. 듣는 고막의 힘만으로는 한 인간의 삶을 크게 바꿀 수 없는 것이죠. 그런데 그가 진짜 바뀌지 않는 것일까요? 정말 그의 삶이 한줌의 변화라도 없었던 것일까요? 소설을 쓴 나쓰메 소세키는 크게 변하지 않는 삶을 살던 스나가가 여행을 하며 변화의 기로에 선 것처럼, 마지막 부분에 게이타로도 변화할 수 있음을 암시하며 글을 끝맺습니다. 이걸 제가 이해한 방식대로 표현해본다면 게이타로는 변화한 듯 변화하지 않았고, 변화하지 않은 듯 변화했습니다."

"이이이~~ 빌어먹을 xxx, 씹어먹을 xxx, 17과 19사이 xx야, 도대체 그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

욕을 처먹어도 당당한 지얀은 욕같은 것은 들은 적 없다는 듯이 자신감 있게 자신의 얘기를 이어간다.

"사부님이 예전에 저에게 얘기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무술의 최고 경지는 무술을 한듯 안한듯하고, 무술이 있는 듯 없는 듯 하는 거라고. 저는 이 책에서 그 무술 최고의 경지를 소설의 방식으로 언뜻 본 셈입니다. 변했는데 변하지 않았고, 변하지 않았지만 변한 게이타로의 모호하고 불확실한 얘기들이 이야기인데 이야기가 아니고 이야기가 아닌데 이야기인 경지를 통해 통속적인 듯 통속적이지 않고 통속적이지 않지만 통속적인 소설을 통해서. 저는 이 소설을 계속 읽으며 무술인 듯 무술이고 무술 아닌 듯 무술인 무술에 대해서 생각하고 비로소 그것으로 가는 통로를 찾아냈습니다!!"

"이이이~~ 더 이상 네놈의 헛소리를 들어줄 수 없다!"

분노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한 보얀은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기로 결심하고 자신의 주먹을 내지른다. 의류(意流)권​이라고 불리는 자기 특유의 무공을 통해서. 다른 말로 '의식의 흐름' 권법이라고 불리는 '의류권'은 의식의 흐름과 주먹이 나가는 것이 동일한 무섭도록 빠른 권법이다. 보얀의 주먹은 지얀의 가슴을 강타했다. 그런데 보얀은 자신의 주먹이 지얀을 때리는 순간 지얀의 몸이 흩어지는 것을 봤다.

"이건 무슨 일이지??"

당황한 보얀. 갑자기 그의 귓속으로 지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느새 보얀의 옆에 나타난 지얀이 보얀의 귀에 말을 속삭였기 때문이다.

"사부님은 저의 말을 믿지 않고 저의 말이 그저 게으른 인간의 '게으름'을 감추기 위한 헛소리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사부님, 저는 저의 말대로 무술인 듯 무술 아니고 무술 아닌듯 무술인 듯한 경지의 초입에 도달했습니다. 사부님은 자신의 앞에 있던 인물이 지얀이라고 확신하고 말을 하고 주먹을 내질렀죠. 하지만 사부님의 앞에 있었던 보얀은 보얀이면서 보얀이 아니고 보얀이 아니면서 보얀인 존재였습니다. 그건 분신이 아닙니다. 분명히 저 자신의 일부로서 저이지만 저가 아닌 '무엇'이었죠. 그것은 사부님이 주먹으로 치는 순간 다시 저에게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또다른 무엇으로서 사부님의 옆에 나타났고요. 그렇다고 한다면 진짜 저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저도 사실 제가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존재한 듯 존재하지 않고 존재하지 않고 존재하는 듯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어디에도 있지만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도 있는 존재."

보얀은 소름이 끼쳤다. 자신의 제자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에.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 무술을 연마하다 인간이 아닌 존재가 된다는 게 가능할 수 있을까? 보얀은 쉽게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단지 그는 <춘분 지나고까지>를 읽기로 결심했다. 그 안에 무언가가 있다고 여겼기에. 아마도 그는 그 책을 춘분 지나고까지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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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뉴스를 잘 안 보는데 가끔은 뉴스도 보고 여러가지 정황들을 살펴본다. 이번에도 이런 시간을 가지며 나는 내가 SNS 안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각적인 소통의 창구로서의 SNS의 유효성은 인정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 즉각성의 폐해가 큰 것을 실감했기에. 

이런 말을 하고 싶다. 

내뱉어진 말은 기록되지 않고 공기중으로 흩어지며 사라지지만, SNS상에 기록된 말들은 쉽게 흩어지지 않고 남아서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치기에 아무리 즉각적인 소통의 역할을 하는 SNS라도 신중하게 글을 써서 남길 필요가 있다고.

내 기분이 나쁘다고, 내 마음에 안 든다고, 나랑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아무렇게나 말하고, 공격적으로 발언하고, 쉽게 쉽게 얘기하는 건 잘못된 행동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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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1-22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페이스북을 보면 자신의 생각이랑 다른 사람,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만나면 자신의 글을 보지 못하도록 차단 설정을 해요. 소통이 불가능하다고 해도 그 사람을 무식한 놈 취급하고, 공개처형하듯이 그 사람을 차단했다고 자랑하는 모습을 보면 무서우면서도 씁쓸합니다. 서로 모르는 사람의 글에 반말로 댓글을 남길 때도 있고요. 페북에 공격적으로 글 쓰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 글을 보는 것만으로도 피곤합니다.

짜라투스트라 2015-11-22 19:59   좋아요 0 | URL
네, 그렇죠

짜라투스트라 2015-11-22 20:03   좋아요 0 | URL
sns가 더 이상 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감정의 배설이나 자기들끼리 무리짓기 하는 것에 쓰이는 것처럼 느껴지네요. 저는 굳이 그런 sns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기에 계속 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제 생각일 뿐이지만요.

cyrus 2015-11-22 20:05   좋아요 0 | URL
짜라투스트라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짜라투스트라님이 언급하신 `무리짓기`가 요즘 인터넷 은어로 `친목질`이라고 하죠.

짜라투스트라 2015-11-22 20:11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이제는 비슷비슷한 서평을 쓰는 게 지겹네요.

앞으로는 조금 다른 형식의 서평을 쓸 생각입니다.

그게 아마 저만의 스타일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다른 누구와는 다른 저만의 스타일로 서평을 쓴다면

이 지겨움이 가시지 않을까요?^^;;

새로운 형식의 서평은 또 즐거움도 가져다주겠죠. ㅎㅎㅎ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새로운 방식의 서평을 쓰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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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1-22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됩니다. ^^

짜라투스트라 2015-11-22 20:12   좋아요 0 | URL
아,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멋대로 쓰는 거라서 어떻게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