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87.소크라테스의 변론-플라톤(3)

읽는 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 장정일의 독서일기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1
장정일 지음 / 마티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8386.빌린 책/산 책/버린 책-장정일(2)

3개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기간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하게 책의 ㅊ도 쳐다보지 않았다. 책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도서관, 서점 근처에도 얼씬 하지 않았다. 책을 펼친다거나 책을 건드리지도 않았다. 책은 분명 내 근처에 있었지만, 이 3개월동안 나에게는 없는 존재였다. 있지만 없는 존재. 책을 읽지 않아서 행복했고 즐거웠다.

그러나 운명의 시간은 다가왔다. 책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미친 사람같겠지만(^^;;) 책이 나를 부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책의 노예인 내가 어쩔 수 있겠는가? 노예답게 주제를 파악하고, 주인의 말에 따랐다. 책이라는 주인의 노예인 나에게 책이 책을 읽으라고 하는데 피할 수 없었다. 행복한 족쇄로서의 책읽기를 다시 시작할 수밖에.

오랜만에 책을 읽으려고 하는데 바로 어려운 <순수이성비판>, <정신현상학>, <에티카> 같은 책을 읽을 수는 없다. 저런 책들을 읽다가는 부작용이 심해서 책멀미 때문에 구토를 하거나(^^;;) 머리가 멍해진 뒤에 자괴감에 빠져 책우울증이 찾아올 수도 있다. 책멀미, 책우울증이 3개월만에 책을 읽는 이에게 찾아오면, 더욱 심한 반작용으로 2021년 한해는 책을 안 읽을 수도 있는 법. 나는 안전빵(^^;;)으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 책 자체와 책읽기를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책을 찾았다.

책장에서 내 눈에 띈 책이 <빌린 책/산 책/버린 책>이었다. 과거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어떤 때는 광오하게 독설을 날리고, 어떤 때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스러운 사고를 하고, 어떤 때는 책과 책읽기에 대한 애정을 일깨우고, 어떤 때는 나에게 일깨움을 주는 서평들. 저 서평들 때문에 더욱 더 책과 책읽기를 사랑한 경험이 있는 나에게, 이 책이 눈에 띈 것은 계시였다. 읽으라는 계시.

계시를 따라서 책을 펼쳐 읽었다. 첫 서평은 <88만원 세대>에 관한 글이었다. 한 때 이 책을 열정적으로 읽고 토론도 하면서 엄청난 말싸움을 한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내가 처한 상황과 위치가 달라져서 였을까? 장정일이 이야기하는 <88만원 세대> 이야기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세대가 어떻고, 정치가 어떻고, 사회적 구조가 어떻고 말하는데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하품이 나고 잠이 왔다. 많이 들은 뻔한 세대론, 뻔한 사회 변화 이야기 같아서. 너무 지루해서 책을 덮으려고 했다. 하지만 3개월만에 처음 읽은 책을 10페이지도 못 읽고 덮는 건 말도 안 되는 것 같아서(^^;;) 하품과 수면욕을 참아가며 <88만원 세대>를 간신히 넘겼다. 이 부분을 넘기니 내가 아는 장정일의 서평이 나왔다.

어딘가 다른 시선, 틀에 얽매이지 않는 듯한 비판과 사유, 책과 독서에 대한 애정, 문학에 대한 그만의 사유, 그만의 시선으로 정리된 책의 내용들을 미소를 띄며 읽었다. 내가 아는 장정일 서평의 귀환 같은 느낌으로. 첫 부분에서 느꼈던 지루함은, 존 러스킨의 <나중에 온 이사람에게도> 부분을 읽으며 사라져갔다. 나는 <88만원 세대> 내용을 지루하게 느꼈을 뿐이었던 것이다. 장정일의 서평들은 내게 손짓을 하고 있었다. 책의 세계로 다시 돌아오라고. 나는 웃으면서 그 세계로 발을 내디딘다. <빌린 책/산 책/버린 책>의 서평들과 함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 장정일의 독서일기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1
장정일 지음 / 마티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개월만에 처음으로 책을 읽었다. 장정일의 서평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반가움과 함께 다시 책의 숲을 거닐 생각을 하니 즐겁고 설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8386.빌린 책/산 책/버린 책-장정일(2)

읽는 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블로그를 뒤져보니 6월 2일 이후에 처음으로 책을 펼쳐 보네요.^^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거의 세 달 동안 책을 안 읽었습니다.

정말로, 책의 ㅊ조차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책 근처에도 가지 않았고,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다시 돌아가리라는 것을.

이렇게 쓰고 보니 무슨 탕아가 죄를 고백하는 느낌이 드네요.^^;;;

책을 안 읽은 탕아의 죄 고백(??)의 마지막은 위에 적은 예감과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저는 다시 책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언제나처럼.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오거서 2021-09-03 00: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환영합니다. ^^

짜라투스트라 2021-09-03 00:25   좋아요 2 | URL
반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1-09-03 06: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독서슬럼프 탈출을 응원합니다~!!

짜라투스트라 2021-09-03 10:39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막시무스 2021-09-03 11: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두 3월부터 지금까지 독서슬럼프 격고 있어서 짜라투스트라님의 마음 십분이해합니다!ㅎ 이제부터 읽으시는 책마다 포카리스웨트처럼 쭉쭉 흡수되시길 기원합니다!ㅎ 즐건 주말되시구요!ㅎ

짜라투스트라 2021-09-03 11:39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그리고 막시무스님도 슬럼프를 극복할 시기가 꼭 올 것입니다. ㅎㅎㅎ

붕붕툐툐 2021-09-03 22: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럴 때가 있더라구요~ 근데 짜님 말씀처럼 결국은 돌아오게 되는 거 같아요!! 언제나처럼 책을 펼치고 읽으시니 멋지십니다!!^^

짜라투스트라 2021-09-03 23:10   좋아요 0 | URL
아이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