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28.자본론 공부-김수행(2)
총페이지:284p
읽은 기간:2021.4.24~2021.4.25
읽은 책에 대하여:
'자본론' 관련 책만 네 권째 읽었다. 내가 생각해도 집요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한 우물만 파고 있다. 한 우물만 파면, 무언가 '앎'에 대한 신호가 와야 하건만, 아직 내 사유는 '앎'의 신호를 잡지 못하고, 무지를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만 치고 있는 실정이다. 익숙해지는 느낌도 있지만, 그와 더불어 책에서 낯선 기분이 드는 건 책의 저자가 모두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다름'은 좋은 것이다. 다름은 해석의 폭을 넓히고, 해석을 읽어나가는 이들에게 지식의 폭을 넓혀준다. 다름은 좁히고 좁혀서 앎을 고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해석하게 만들어서 앎의 가능성을 넓혀준다. 다름을 통해서 우리는 알게 된다. 해석의 권리가 해석을 읽는 이들에게 주어지기에, 우리 또한 다름을 실행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나는 해석의 다름에 낯설음을 가지게 된다.
이 책에서 저자인 김수행의 다름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기에 전에 읽은 세 권과 이 책의 가장 큰 차이점은 책을 쓴 저자가 마르크스주의자라는 점에 있다. 앞의 세 권을 쓴 저자들 중에서 이시카와 야스히로를 제외한 나머지 세명은(<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를 공저한 이시카와 야스히로도 마르크스주의자이긴 하지만, 책에서 마르크스 사상을 정리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정확하게 마르크스주의자라고 부를 수는 없고, 마르크스주의자인 이시카와 야스히로도, 다른 세명처럼 마르크스의 사상과 <자본론>이 무엇을 말하는지에 더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나머지 세 명의 경우는 마르크스주의자라고 부를 수 없기에, 마르크스의 사상과 <자본론>을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바라보며 서술해나간다. 그 거리감에서 느껴지는 관찰과 객관화의 느낌이 나머지 세 권의 책이 가진 매력이라고 볼 수도 있다.
<자본론 공부>는 다르다. 김수행이 쓴 <자본론 공부>는 마르크스의 사상과 저자의 거리감이 거의 없다. 김수행은 한국에서 최초로 자본론 1,2,3권 전부를 한국어로 번역한 인물답게, 마르크스의 사상을 정리하고, 자본론 1,2,3권 내용을 전부 이야기해주면서, 동시에 마르크스가 품었던 '이상'이 이 땅에서 실현되야 함을 역설한다. 이것이 지금까지 내가 읽은 자본론 관련서와 이 책이 다른 지점이다. 다른 책도 마르크스의 사상과 '자본론'의 내용을 알려준다. 하지만 다른 책은 거기서 그친다. 그 책들은 마르크스와 <자본론>을 소개할 뿐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하지만 김수행은 더 나아간다. 그는 마르크스주의자답게, 지금 현재의 상황을 비판하면서 마르크스의 이상이 이 세상에 실현되어야 함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것이 가능하고, 가능하면 우리 모두 행복해질 수 있다면서.
앞의 책에서 보지 못한 강력한 현실 비판과 이상에 대한 확신을 보니, 무언가 이상하다. 회의의 시대를 살며, 회의와 불확실성이 일반화된 내게 <자본론 공부>를 쓴 김수행의 태도는 내가 가지지 못한 무언가라서 매력적이면서 이상하다.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저 정도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다는 게 부럽다. 그 부러움 끝에서 깨닫는다. 마르스크는 사상가이자 철학자로서 자신의 사상과 철학을 피력하면서 동시에 정치운동가로서 정치적 운동을 그 사상과 철학에 담아내는 인물이다. 무릇 마르크스주의자란 마르크스를 따라서 마르크스의 사상과 철학을 해석하면서 동시에 그의 정치적 운동을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 이상을 현실화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최소한 그 정치적 이상을 주장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것이 실현될 수 있고, 실현되면 세상이 좋아진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