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소설은 오직 칼비노만이 쓸 수 있을 것 같다. 우주를 배경으로, 과학적인 전문지식을 바탕에 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SF가 아니고, 그렇다고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소설도 아니고. 동화같고, 우화같고, 철학서같고, 패러디문학 같고, 환상문학같고. 무엇이라 정의하기도 어렵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문학. 모든 것을 초월한 문학이자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칼비노만의 문학.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우주이야기이자, 지구 생명체가 등장하는 지구문학이자, 인간들이 등장하는 인간들의 문학까지 포괄하는 이 전우주적인 규모의 문학은, 시간적으로 우주의 시작부터 지금 우리 시대까지 모든 시대를 총체적으로 담고 있다. 한번도 본 적 없고, 읽은적 없는 유니크한 소설의 세계를 헤매며 다시금 칼비노는 유일무이한 소설가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다른 누구도 쓸 수 없는 자기자신만의 소설을 쓰는 작가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