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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셜리 클럽 ㅣ 오늘의 젊은 작가 29
박서련 지음 / 민음사 / 2020년 8월
평점 :
csi베가스 새시즌이 시작됐다. 내가 좋아하는 길 그리썸 반장이 다시 등장한다니 더 기대가 됐다.
살이 좀 붙으신 후덕한 그리썸 반장까진 그래도 의리로 참겠지만, 역시.....추억은 힘이 세다. 예전의 그 csi에서 느꼈던 재미의 반감..
그래도 의리로 꾸역꾸역 보기 시작했다.
마침 우리집 저녁 식사시간과 겹쳐서 가끔 저녁을 먹으며 보기도 한다.
어제도 그랬다.
남편과 식사를 하며 보는데,
˝우리 밥 먹을땐 딴거 볼까?˝
한다...왜?
남편이 아무말 없이 화면과 우리집 밥상을 턱으로 가리켰다.
ㅎㅎㅎ
csi범죄현장의 피바람이 우리집 밥상의 색깔과 오묘하게 닮았다.
김치, 파김치, 빨간색의 반찬들과 국,,,
그러네 뭔가 묘하네...
csi의 배경이 라스베가스다 보니 가끔 사막이나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 등이 등장한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남편이랑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우리나라 사람 한 두명만 가도 저 곳을 푸르게 푸르게 만들지 않을까.
오늘 식목일이라 그런지 남편과의 대화가 떠오른다.
어릴 적엔 식목일이 공휴일이었던 것도 같은데...
<과학하고 앉아있네>란 팟캐스트를 좋아하는데 거기서 곽재식 작가님이 소개해 주신 현신규박사님이 생각난다.
우리나라 임업의 거목? 이자 지대한 공헌을 하신 분이라고 한다.
전쟁 후 un이 쌀과 밀가루를 그냥 나눠주기보단 뭔가 생산적인 일을 통해 나눠주자는 생각에, 묘목 심기를 권장했다고 한다.
묘목을 정해진 곳에 심고오면 밀가루 등을 나눠주는 것.
아이들이 굶고 있다며 가난한고 병든 아낙네들이 그렇게 많이 몰려들어 묘목을 받고, 깊은 산 속을 걷고 걸어 그 묘목을 심고왔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나라에도 이 정책을 실시했는데, 성공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고.
다른 나라에선 묘목을 받아서 그냥 어디 버리고 놀다와서 밀가루만 받아가는 일들이 많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이 묘한 성실함과 정직함이 나라를 조금씩 푸르게 만들었고, 실제 가장 큰 공헌은 도시화라고.
도시화가 시작되면서 더 이상 산에서 나무를 해와 불을 때기 힘들어졌고, 연탄의 보급등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산과 하늘에 내기를 붙이고, 거기다 산이 이기라고 나무를 심어주는 이 나라에서, 베가스의 황무지쯤은 식은 죽 먹기지 않을까.
식목일 기념으로 오늘 나는 상추씨앗을 뿌렸다.
부추씨앗도 뿌렸다.
올 여름 상추와 부추를 수확해서 삼겹살 구워먹을 상상을 하면서.....
아 참 오늘의 책은 ˝더 셜리 클럽˝이다.
북홀릭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이다 ( 잠시 북홀릭님의 자녀분으로 빙의되어 ㅋㅋ 죄송합니다 북홀릭님 ㅎㅎ)
아이가 영어학원, 또는 학교에서 영어수업을 받으면 항상 숙제처럼 딸려오는 게 있다. 이름 짓기.
토마스, 윌리엄, 제인, 샬롯......그리고 에드워드도 기억난다.
메튜, 케빈, 올리비아....그 당시는 몰랐다. 이 이름속에 어느 나라 태생이며 어떤 종교인지가 나름 담겨있다는 것을...
우리나라 이름엔 대신 뜻이 담겨있다.
그게 신기했는지, 학부형들에게 이름의 뜻이 뭐냐고 물었던 방과후 원어민 선생님도 생각난다.
그 분은 자신 이름에 담긴 뜻이 라틴어 어원으로 지식 지혜라며, 우리에게 당신 이름의 뜻은 뭐냐며 어눌하게 묻곤했다.
그러고보면 내 이름에도 사연이 있다.
외동으로 태어나신 아버지는, 최소한 남자애가 둘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셨다. 형제가 있어야 서로 의지할 수 있다며.
아마 나름 장남이자 외동인게 어깨가 무거우셨나 보다. 하기야 그때 아버지는 고모 둘을 시집보내야 했고,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도 혼자 모두 짊어져야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오빠가 있음에도 밑으로 둘을 더 낳았다. 바로 위의 언니는 비록 딸이지만, 태어날때부터 빛났던 뽀얀 살결과 땡그란 눈동자에 동네에서 예쁜 어린이로 소문났었다.
그리고 내가 태어났다. 딸....실망도 있었지만, 바로 위의 언니와 마치 밤과 낮 버젼처럼 까맸다고 한다...까만데다가 맨날 빽빽 울었다고..
그 때는 아버지의 고향에 내려가서 출생신고를 했다고 한다. 아니면 주로 동사무소로 전화를 걸어, 아이이름을 불러줬다고 한다. 그래서 간혹 이름이 잘못 올라가기도 한다고..
아버지는 회사에 하루 월차를 내고, 겸사겸사 선산 문제도 해결할겸 고향으로 내려가셨다. 그리고 온 동네 어르신들이며 친구를 만나 낮부터 거하게 취하신체, 동사무소를 들러 출생신고를 하셨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원래 엄마랑 정한 이름대신 즉흥적으로 다른 이름으로 신고하신데다가, 원래 맘 먹은 이름에 있어야 할 풀초자를 빼먹으셔서 묘한 이름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흔한 이름인데, 한자로는 흔하지 않은 이름이 되어 버렸다.
남편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쿨하게 한 마디 한다..
쯔쯔가무시병에 대한 예방울 위한 큰그림이 아닐까...죽을래....그렇다 하옇튼.......풀 초자가 빠져서 나랑 식물은 합이 안 맞는걸까..뭐 그런 생각도 해 본다.
시대마다 유행하는 이름들이 있다. 또 여자아이 이름으로 무난하다 싶은 이름들도 있다. 이런 이름들이 한 반에 여럿 있기도 해서, 학기초면 선생님들이 정리를 해 주곤 하셨다.
내 이름 또한 흔하고, 무난한 이름이라서 한 반에 꼭 2명 이상은 같은 이름이거나 유사한 이름이었다.
성이 같을 경우에는, 키 큰 땡땡이, 작은 땡땡이 또는 안경 쓴 땡땡이, 까만 땡땡이, 머리 긴 땡땡이...
정말 싫었던 기억이 난다. 남들은 그저 깔끔한 이름에 왜 나만 길고 긴 수식어, 혹은 내가 싫어하고 숨기고 싶은 약점이 붙는걸까.
그러다 북홀릭님 추천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상상해 봤다.
전 세계에서 아니, 우리나라에서만이라도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돕고, 클럽을 만들고 연대한다면? 이 이름이 조금은 더 좋아질까? 같은 이름을 만나도 당황하거나 어색한 대신, 우린 멋진 땡땡이라며 더 반가워한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
설희란 이름을 가진, 조금은 사연있는(부모의 이혼, 왕따, 아버지의 유명세? 등등)20대, 설희의 영어이름은 셜리다.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게 되고, 축제 퍼레이드에서 셜리클럽을 알게 된다. 그리고 묘하게 끌리는 S를 만나게 된다.
판타지 동화같은 소설이다. 셜리 할머니들의 도움과 선의, 그리고 무작정 떠난 S를 찾기 위한 여정과 그 과정에서의 빈칸 채우기다.
결핍이 많고 외롭게 자랐다. 주변인으로 겉돌았고 잘 섞이지 못했다. 마음의 빈틈들을 고독이 채웠고, 이젠 익숙해져서 누군가에게 내어 줄 자리가 없다. 설희는 낯선 호주에서 자신의 외로움과 고독을 덜어내고, 그 빈칸을 S에게 느낀 감정들로 채우고 싶다.
그런 설희 아니 영어식 이름 셜리를, 셜리들이 도와준다.
설희에겐 상처가 있다.
S에게도 마찬가지다.
셜리 할머니들 개개인의 삶 속에서도 아픔은 있다. 현재진행형의 상처도 있지만,
결국 그들을 구하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내민 손, 그리고 그런 손을 잡아주는 용기다.
길고 힘든 여행의 끝에도 방황의 끝에도 설희에게 그러했듯 사랑이 기다리길 바란다.
( 카세트 테이프이야기를 읽으며 추억에 젖기도 했다. 2시의 데이트를 들으며 혹은 테이프나 레코드판에서 맘에 드는 노 래들만 모아서 공테이프에 녹음했다. 노래 제목을 예쁘게 적어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선물받기도 했는데 ㅠㅠ 요즘 애들은 모르겠지 ?)
기술의 발전에 따라 사랑을 고백하는 방법이 달라졌다는거, 재미있지 않아요? 문자가 발명되기 전에는 편지를 쓸 수없었을 거 아니에요. 그러면 그때는 벽화를 그렸을까요? 여기그린 물소 떼만큼 너를 사랑해, 너와 함께 이렇게 사냥을 다니고 싶어, 그런 의미를 담아서.
내가 생각하는 고백의 역사 한 자락은 카세트테이프예요. 카세트테이프의 전성기는 아주 짧았지만 충분히 아름다웠을거라고 믿어요. 내가 태어나기 전 아빠가 엄마에게 선물한 믹스 테이프를 들어 본 적이 있거든요. 믹스 테이프라는 말 들어 본 적 있어요? 간단히 말하면 자기와 상대방이 좋아할 만한 노래들을 직접 녹음해서 만드는 카세트테이프예요. 중간에 하고 싶은 말을 끼워 넣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단 한 사람을 위해서 만드는 라디오 프로그램 같은 거구나, 그런 생각을했던 기억이 나요. 젊은 아빠의 목소리를 엄마 몰래 들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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