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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약 한번 잡숴 봐! - 식민지 약 광고와 신체정치
최규진 지음 / 서해문집 / 2021년 11월
평점 :
-낳아라 불려라, 나라를 위해 -
광고로 보는 1900년대~
책제목부터가 익숙했다. 우리 할머니가 좋아하던 것 중 하나는 바로 이 약장수!였다.
“이 약 한번 잡숴봐!~”로 시작되는 약장수의 목소리는 할머니에게, 피리부는 사나이 그 이상이었다. 결국 돌팔이 약장수의 알 수 없는 약을 먹고 크게 고생을 하셨지만. 그 후에도 전기 온열기 안마기니 뭐니 효도 행사 등으로 온갖 다양한 것들을 사들고 오셨다. 그런 날이면 저녁 밥상 위로 시베리아 기단이 형성되곤 했다. 동네 할머니들을 후리는 이런 약장사들은, 주로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맞춤약이 아닌 기성약들을 일본이 팔기 시작한 것, 주로 러일전쟁 이후의 군인들이 군복을 입고 전국을 누비며 약을 팔았다고 한다. 군복이 가지는 위엄이 약을 파는 데도 도움이 되었나 보다.
이 책은 경성신문 등의 약광고를 통해, 그 시대 어떤 약들이 유행했는지 그리고 그런 광고에서 추측할 수 있는 근대인들의 모습과 변화를 이야기한다.
근대인이 갖추어야 할 요건은 바로 청결과 건강이었다. 라이온치약광고와 비누광고, 가루샴푸, 빈대와 이를 잡는 약 등이 광고에 등장했다. 그 후 전시체제에선 건강한 무기로써의 인간이 필요했고, 광고에서도 전쟁이미지와 건강하게 국가를 위해 봉사하자는 문구들이 쓰였다.
기억에 남는 광고 중 하나가 기생충 약 광고였다.
실제로 6.25전쟁 당시 의사들은 우리나라 병사들을 치료할 때, 양동이를 갖다놓았다고 한다. 총상을 입은 군인들을 치료할 때, 먼저 뱃 속에 가득찬 기생충들을 훑어 내 양동이에 버리고 나서 치료를 했다고 한다. 다양한 종류의 수많은 기생충등을 접할 수 있어 놀라웠다는 기록 등이 있다. 인분을 비료로 썼기에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미군주둔시, 미군을 위한 채소를 따로 키우게 하기도 했다고 한다. (미군을 위한 채소를 키우면서, 양배추를 너무 많이 키우는 바람에, 남아도는 양배추가 자장면에 들어가게 된 것이란 설도 있다.)
성병관련 약광고도 많았으며, 이 광고들의 특징은 마치 여성이 성병의 주체이며 매개체인 듯 묘사했다는 것이다.
이상의 <날개>에 나오는 아달린은 신경쇠약을 다스리는 약이다. 남성의 신경쇠약은 예술을 창작하기 위해, 여성의 히스테리는 짜증과 질투가 그 원인이라고 믿었다.
이 시대에도 마스크 쓰기 운동이 있었다 1918년 독감이 유행하면서 조선에도 많은 사망자가 생겨났다. 일본에선 마스크 쓰기를 권장했고, 조선에서는 1919년 마스크가 등장했고, 호흡 보호기로 불렸다고 한다.
치통은 우리에게 조금 낯설었다. 전통적 음식제조법도, 소금으로 양치하는 습관도 치아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설탕이 들어오면서 충치에 고통당하는 이들이 많이 늘어났다고 한다.
신체와 장기를 기계로 비유한 광고를 통해, 약은 기계를 고쳐 잘 돌아가게 하는 윤활유 등으로 비유되었다. 그 다음으론 병균을 작은 인간들이나 도깨비로 표현하였다.
전쟁시기에는 세균은, 대포나 폭탄으로 비유되는 약으로 치유되었다.
1930년대엔 급속이나 스피드와 같은 단어들이 인기를 얻었지만, 중일전쟁이 장기화되자, 장기전이 약 광고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정력제 광고에 처음으로 하트가 등장하기도 했다.(기독교에서 포두주를 넣은 성배가 심장과 닮았을 거라 생각하고, 기호화 한 것이 지금의 하트라고 한다)
적군의 비행기를 잘 보기 위해 시력을 보호하자는 비타민 A광고, 방사능 라듐이 만병통치약으로 인기를 끝기도 했다.
“국가에 성가신 짐이 되지 않는 건강한 어린이”란 모토로 아이들 영양제가 팔렸고, 전시기간 절미와 결핍으로 힘든 상황에도 여성에겐 발랄함과 명랑, 건강함이 요구되었다.
“모두가 전시에 쉬지말고 일하라”
아픈 자와 일하지 않는 자는 철저히 배제되었다.
전쟁놀이가 소학교 교과서에 실렸고, 어린이 약광고에도 버젓이 사용되었다.
그 당시 부인약 광고의 문구는
“낳아라 불려라. 나라를 위해 ”였다.
실제로 이런 광고를 보고, 약을 살 수 있는 계층은 그 시대, 일본인들이거나 특권계층들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을 것도 없던 시절이었다. 전쟁준비로 밥그릇마저 빼앗아 가던 그 시절이다. 나무껍질로 연명하던 그 때, 초근목피도 거뜬하다는 일본의 소화제 광고는 조롱처럼 느껴졌다. 도구화된 인간들과 무기가 된 인간들이, 그저 아픔과 고통따윈 잊고, 약으로 더 튼튼해지고 더 강해져 두려움 없이 목숨을 버리길 바란다.
낳아라 불려라 조국을 위해서, 그리고 싸워라 죽어라 조국을 위해서, 그러기 위해선 이 약 한 번 잡숴봐!이다.
( 그나저나 아래의 미키마우스가 그려진 광고는 저작권료를 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