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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 백성현 포토 에세이
백성현 지음 / 시그마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백성현. 얼핏 누군지 몰랐다, 코요테 혼성그룹, 신지와 김종민과 함께 노래 부르던 분이라면 "빽가"로 더 유명한 닉이다. 두 번째 사진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나는 첫 번째로 낸 그의 사진에세이를 읽은 적이 없다. 워낙 딴따라 풍을 싫어했던 터에, 우리나라 가요계에서 노래 부르는 댄서 하면 일단은 모종의 개인적인 편견이 작용하는 편이라서 그렇게 관심 있게 보려 들지도 않았다. 특히 연예인들이 펴낸 책은 별로 관심이 없었다. 읽은 시집이 몇 권이며 읽은 책이 몇 권인데 그들의 글이 얼마나 처철한 업적이나 과업의 문장을 읽기에는 충족시키는 량이 다소 부족하다고 생각했었다.
더구나 연예인 출신 사진가 또는 연예인의 화보나 인물사진을 담는 연예성 작가를 심심찮게 인터넷상으로 보게 되지만 그런 유명세를 별로 유념 있게 생각하지도 않았고 그들의 사진에 대해서 무관심한 편이었다. 단지 아 그런 사진도 있구나 정도였지 관심을 깊게 둘 것까지도 없었다. 사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만 살아가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특히 사진이 무엇인지 건 간에 연예인 화보 사진은 일단은 세간에 관심의 대상이 되고 비교적 쉽게 주목을 받는 편이다. 연예인이 찍은 사진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여럿이서 주목하니 그런 편은 아닌가 싶었다.
평생을 사진으로 철저히 빠져들어 자기 사진 철학 세계를 구축한 사진가는 살았을 적에는 한 번도 이목을 끌지 못한 반면, 연예인이라는 작가는 쉽게 대중으로 가십 언론에서 부각시켜 주는 정도의 사진으로 다가가는 것이 한편으로는 불평 거리가 되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연예인 사진작가들 중 몇몇은 그렇게 쉽게 사진으로 이름을 얻고 작가 대접을 받긴 했으나 수 년이 지난 후 계속 사진 작업을 진행한다는 소문은 그리 쉽게 들리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말이다. 한때의 관심거리로 전락했던 사진이 못내 섭섭하기도 하니 평생을 자기 사진의 작업에 매진한 사람들과 어떻게 동급에서 그들과 비교 선상에서 놓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난 연예인을 알고 싶은 것이 아니라 사진가를 알고 싶기 때문이었다.
또한, 사진이라는 것이 얼마나 공부가 되어야 하는 일인가. 사진도 그래서 예술의 범주에 끼워 주는 철학의 미학일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연예인들의 스케줄이나 바쁜 일정을 뒤로하고 사진을 겸하든, 매진하던 활동을 한다는 것이 물리적인 시간상 불가능에 가깝기도 하기 때문이거니와, 그만큼 공부가 될 수 있는 여건도 탐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사진을 정식으로 배운 전공자라면 또 모르겠지만 이도 아닌, 그저 카메라 들고 일상의 휴식처럼 취미 삼아 찍는 사진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에 반에 그들이 오랫동안 사진에 전적으로 매달려 온 심도 있는 작가보다 사진계에서 주목받는 것이 상당히 불편한 시선임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유명한 연예인이다 보니 장비를 고급으로 치장을 쉽게 할 수 있었을는지는 모르지만 이에 걸맞은 사진이라는 게 동료 친구 같은 같은 부류의 연예인 인물 사진이 되어 버리니 주목도는 일반의 사진과 비교가 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가는 현실 또한, 부정하기 어렵다.
더더구나 연예인이다 보니 사진도 마찬가지겠지만 책도 빨리 눈에 띄기 마련이다. 일단은 대중적인 관심으로 많이 알려진 인물이라고 본다면 이미 반은 따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저술가나 문학가들이 그렇게 아등바등 거리며 쌓은 작업을 일시에 전복시켜 책의 판매 순위를 뒤집어 버릴만한 대중적인 관심에 따른 파워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책들이 상당히 전문적이라던가 혹은 심도 있는 저술가들의 책이라는 내용적인 측면에서 아랑곳 없이 주목도는 이와 반대다. 연예산업이라는 엔터테인먼트가 바로 이런 속성이 있기도 하다. 무얼 해도 먼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는 일종의 특권이 그들에게는 반쯤은 따고 들어가기 충분한 까닭이고, 물론 내용도 수준급이라면 더할 나위야 없겠지만, 설사 아니더라도 일단 반은 먹고 들어가는 현상이다.
계급장 떼고 보는 순전히 작가적 마인드로 비교가 곤란하지 않을까 하였다. 그러나, 여기 백성현 작가는 가수라는 연예인이기도 했지만 개인적인 투병을 겪었다는 특별한 이야기에 나는 주목했다. 연예인이 아니라 아픈 사람의 투병기라서 더 관심을 가졌고 더구나 사진 작업을 하며 온라인 서점의 홍보용 글에서도 언급했다시피, 그의 투병이 그의 사진의 농도를 한층 더 짙게 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기대감이었다. 일반 연예인의 사진이었더라면 글세였겠지만.
작가는 그야말로 죽다가 살아난 좋은 케이스였다. 일반적으로 뇌종양이라는 것이 한번 발병되고 나면 치료가 상당히 까다롭고 특히 뇌라는 부분은 전신을 컨트롤하는 기관일진대, 섣불리 건드릴 수도 없는 아주 고약한 질병 중 하나다. 그런 그가 이 병을 이겨 나가는 과정이 책의 전반부에 담담하게 서술하였다. 흔히 아픔은 인간을 성숙하게 만든다고 한다. 상처 입은 자의 고통은 인간을 더 단단하게 한다는 것은 많은 사례에서 나오듯이 역시 이 작가의 투병도 사진으로의 여정에 일종의 큰 획을 그은 것은 아닐까 싶었다. 죽다 살았던 자의 삶은 그래서 더 진하다. 그래서 사진은 더 진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얼 하나라도 절실해지기 마련이다. 죽을 병에서 다행히 치료가 되어 다시 산 것처럼 나았던 작가의 절실한 사진은 무엇일까?
"사진의 맛<우종철 지음, 이상 미디어, 2015>"이라는 사진 강의 책 6장에 보면,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오랫동안 찍어 보라"고 했다. 이는 사진 한 장은 각론이기 때문이다. 이런 각론과 각론이 만나고 뭉쳐지고 섞여서 거대한 자기 사진의 철학에 대한 총론을 이루어 가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일생의 사진 작업에서 자신의 이념과 사상을 각론을 통하여 하나의 물줄기 같은, 거대한 산맥 같은 그 일관적 흐름으로 표현 함으로 한가지 주제로 수렴되는 것을 말한다. 나는 심도 있는 작가들의 사진을 볼 때마다 거대한 흐름을 만나게 된다. 기온이 다르고 빛이 시시각각 다르고 장소가 다르고 환경이 다른 곳에서 개별적인 독단적인 사진이 아니라 큰 주제적 스토리로 집약시키는 것을 느낀다. 이것이 일생의 일념을 가진 작가적 마인드이다. 주제주의, 작가주의라는 사진계에서 버릴 수없는 이유가 사진은 표현이 작은 편린이더라도 결국 이 한 컷의 조각을 조립하면 커다란 퍼즐로 이어지는 하나의 큰 그림 같은 이념으로 승화되는 것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산발적이고 개별적이고 단편적인 그때그때 사진의 것만으로는 사진에 자신의 산맥을 만들 수는 없다. 이처럼 도도한 강의 흐름처럼 깊고 넓어 작가의 내면에 사유의 사진이야말로 철학과 사상의 표현으로 진출하는 결정적인 힘이다. 그저 한 장 한 장 잘 찍는 것만이 고민일 수 있지만 이런 고민은 아마추어 때나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유가 단편적이고 지엽적이면 곤란하다. 책을 낸다는 것은 작가로 진입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 컷 한 컷의 흐름이 일맥하고 상통하는 주제의 힘. 이것이 사진의 거대한 담론을 이루는 바다이기 때문이며, 우리 삶의 집대성이라 본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이런 이야기를 길게 하는 이유가 있다. 한 권의 사진 책에서 나오는 사진은 단편의 각론이 총론으로 연결되는 일련의 작업 메커니즘으로 나열되어서 사진과 글에서 큰 맥이 잡혀야 한다. 또한 아픔이 단지 아픔의 표현과 고마움을 간직한 채 이것에서 더 큰 성숙적인 의미와 삶을 바라보는 사유적 태도의 큰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자면, 그의 사진은 투병기에서 나오는 자기 생의 번민과 혼란이 전체적인 밑그림으로 담겨 있다. 물론 앞으로도 이 밑그림에 남은 생애에 덧대어진 사진이 하나 하나 추가 되어야 할 것이다. 때로는 엄청나게 아파했던 사람의 침울한 그림자가 어른 거리는 듯한 사진에서 불시에 닥친 고민을 사진으로 겨우 붙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그는 책에서 그의 직업이 가수가 아니라 사진가라는 것을 강조한다. 손가락 하나 힘을 남을 때까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기도하는 간절함은 노래를 못 불러도 좋다고 장담할 정도로 사진을 사랑하는구나 싶었다. 이러한 혼란의 번민이 하나의 맥을 이룬다. 사진의 전반이 다소 거칠다. 거칠다는 것은 간절하다는 의미와 같다. 소위 잘 찍었다는 사진보다는 자신의 이야기가 분장하지 않는 민낯임은 고백한다. 참 어려운 시간을 지나온 태풍 속에서 비로소 안정을 찾아 사진을 찾는 그의 시선이 고맙다. 살아내서 고맙다는 의미. 떠나 버리지 않고 남아 줘서 고맙다는 말은 그의 사진에서 다시 태어난 듯한 감사의 의미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졌다. 이것이 그의 사진이 아니었던가 싶었다. 이렇게 책으로 사진을 싣고 나타낸 것. 그의 간절함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특히 투병기를 거치고 나서 그의 사진에 대한 배풀고 있는 현상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이다. 자칫 잃어버릴 뻔한 자신의 생명을 다시 얻어서 자신이 사랑하는 사진으로 사진 그룹을 만들고 사진과업을 진행해 나가는 작업이 그래서 그의 인생에 덤의 축복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연예인 딴따라가 아니라 엄연한 사진 작가로 인정하고 바라봐도 이상할 것도 없다. 게다가 노래도 잘 부르고 춤도 잘 추는 것조차 사진 인생에 양념이기를 바라게 된다. 이미 작가로 나가야 할 것을 책에 사진을 싣는 순간부터 증명한 셈이다. 앞으로 가수보다는 사진작가이기를 기대하게 된다.
나는 책을 읽지 않고 책을 내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다. 마찬가지로 사진집 안 보는 작가의 사진도 보기 싫어한다. 어느 저술이건 간에 수많은 장서의 힘을 빌려야 한다. 세상에 나 혼자 독단은 없다. 일기는 그저 일기장에나 쓰겠지만 이 일기가 책으로 나오면 상황이 전혀 다르다. 책이란 모름지기 인류 문화유산의 집대성이다. 인류가 살아 있는 한 그 기록과 작업은 보존되고 누군가가 읽을 것이고 누군가에게 감동적인 가르침과 마음을 움직이는 초석이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인류가 원시시대 상형문자에서부터 지금까지 언어를 사용해서 문명을 고도화시켜 왔던 것이다. 잉카가 사라졌어도 남은 문장의 이야기로 오늘날의 다시 그들을 강렬하게 추억하는 이유도, 아틀란티스 문명이 신화의 일부가 되었던 것도 그 문명에 대한 기록의 유무, 이 차이 때문이다. 그래서 김훈 작가처럼 가장 걸맞은 단어 이거 하나를 찾자고 몇 날 밤을 꼴딱 새우는 노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참 두려운 일이다.
일반 문학 에세이는 사진이 없고 주제와 문장에 집중한다. 이와 달리 사진 에세이는 사진에 문장을 결부시키는데, 사진은 사진대로 글은 글대로 노는 꼴이 따로 국밥이 되면 책은 겉돈다. 그래서 사진에세이는 두 장르를 하나로 엮어야 하니 더 어려운 장르이다. 사진도 글도 맥락의 의미와 힘이 골고루 실려야 한다. 따로 국밥이 함께 융합된다면 더 진한 국밥의 흥분이 일어난다. 따로 먹어도 되지만 "이왕이면 함께 어울렸더라면 더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사진 따로 글 따로 보다는 함께, 같이 표현 됨으로써 책의 주장이 더더욱 선명하게 부각될 것이다. 따라서 시집에서 보는 듯한 문장력 같이 감동적인 단어와 사진의 언어가 괘를 같이 하여 연계시킨 균형적인 시선과 읽음을 느끼게 했었더라면 책의 수준이 더 배가시키고 능가할 수 있지는 않았겠나 싶었다. 그래야 "글만으로 만든 산문집"과 "사진으로 이루어진 사진집"이 만나 더 짙은 "감동적 시너지 효과"를 염두하려는 것이 사진에세이라는 장르의 고유 목적이다. 물론 책에 실은 글이 틀렸다는 말은 아니다. 사진 에세이는 부족한 문장력의 글에 사진이 보완재 내지 보충제의 역할도 한다. 또 사진의 부족한 부분을 글이 첨가 됨으로써 사진을 더 의미롭게 강조하기도 한다. 이것이든 저것이든 시너지 효과 내지는 보충의 역할은 사진에세이의 특징이다. 이런 점에서 글의 점도가 극심한 고통의 겪고 이겨낸 글로는 조금 은유나 대유가 더 깊게 표현되면 더 좋았지 않을까하는 약간의 아쉬움은 다소 걸리는 부분이었다. 무엇이든 완벽할 수는 없다는 것은 장차 완성도를 고도화할 가능성의 희망이 있다는 뜻도 된다. 그러므로 앞으로 그의 사진과 글쓰기가 덤으로 얻은 삶인 만큼 사진과 글의 농도가 더 진하도록 파이팅을 보낸다. 멈추지 말고 계속 사진 작업 이어가시길 간곡히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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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이 책은 네이버 블로그 주주님의 이벤트로 사심을 담아 선물로 받은 책을 리뷰했습니다.
책 선물은 받고 리뷰 쓰는 낙도 상그럽게 좋습니다.
다시 한 번 더 책 선물,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선물 받은 책이 몇 권 더 있어서 꼭 리뷰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블로그라는 특성상 글 될 수 있으면 짧게 써야 하는데 쓰다보니 자꾸 길어 집니다.
긴 글 읽어 주신 불로그 독자분들에게도 수고하셨고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