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면 늘상 하는 이야기들.
부동산이야기.
주식이야기.
결국은 돈 벌이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끝을 낸다.
다른 주제의 이야기는 거의 나온 적이 없다.
다시 연말이 되니 모임을 하겠다고 꾸역꾸역 연락이 온다.
싫었다.
이번에도 참석 하고 싶지 않다.
일년 동안에 제일 감명 깊었던 책 이야기였더라면,
오지 말라해도 참석했을 것이다.
세끼들 내려 놔라는 뜻으로 말하지만
결국은 자본주의 시대에 시달렸던 그 뻔한 이야기로 마무리 할 것이다.
늘 그래 왔던 것처럼.
그런데 문제는 내가 그런 이야기에 섞을 말이 단 한마디도 없다는 거다.
꿔다 놓은 보리자루처럼 되고 싶지는 않으니까.
감동 없고 울림없고 떨림 없는 것과,
밥은 누구나 먹고 살지만
혼자 먹고 사는 듯이 떠들 필요는 없잖는가?
가끔 사람에게서 절망감을 제일 많이 느끼는 부류가 있다면,
어릴 적 만난 친구들이다.
나이 들어가니 친구를 찾지만,
추억만 파먹고 사는 젊은 듯한 늙은이들과는
상종하고 싶지가 않아서다.
차라리 삼류 드라마에 나오는 누가 간통을 했는데
둘다 열열히 사랑해서 사고 쳤다더라가 나는 더 신선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차라리 그렇게라도 했더라면 모를까?
누가 들으면, 무슨 대단한 기업을 세운 줄 알겠더라.
다 고만고만한 도토리 키재기식의 수준에서 할 이야기라는 게 재미가 전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