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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11-05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전 오히려 N은 어떻게 찾았는데 C와 6은 아무리해도 못 찾겠네요.ㅠㅠ

stella.K 2015-11-05 14:27   좋아요 0 | URL
앗, 다시 보니까 C는 찾았네요.ㅋ

yureka01 2015-11-06 11:24   좋아요 1 | URL
오와 열을 천천히 따라가면 대부분 찾습니다..ㅎㅎㅎ

그런데도 못찾는다 싶으면 음..심각하죠..

대부분 다 찾으니 정상이시라능^^

서니데이 2015-11-05 14: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레카님 이 테스트 답도 공개하실 예정이신가요,^^ 테스트에 시간제한이 있는건지 궁금해요,

yureka01 2015-11-06 11:23   좋아요 1 | URL
저도 시간제한은 모르겠습니다.^^..
정상이라면 시간이 걸려도 찾습니다.
시간이 걸려도 못찾으면 그때는 검사를 정식으로 받아야죠..


지금행복하자 2015-11-05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6이 안 찾아지죠? ㅎㅎ

달걀부인 2015-11-05 20:58   좋아요 1 | URL
다섯번째 줄 앞쪽에 있어요. ^^

yureka01 2015-11-06 11:24   좋아요 1 | URL
다 찾을 수 있어요..

천천히 하나 하나 열을 따라가면 됩니다..

그런데도 안보인다..병원검사를!~~ ㄷㄷㄷ

지금행복하자 2015-11-06 14:53   좋아요 1 | URL
ㅎ 찾았습니다,. 아무래도 숫자에 약한듯 합니다 ㅎㅎ

마키아벨리 2015-11-05 14: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통과!

yureka01 2015-11-06 11:25   좋아요 1 | URL
다행..^^..지극히 정상이십니다~

후이 2015-11-05 14: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천천히 보니 보이네요. 다행입니다ㅎㅎ

yureka01 2015-11-06 11:25   좋아요 1 | URL
천천히 열을 따라가면 다 찾아요..
그런데 천천히 가는데도 안보인다라고하면..문제 있는거니까요.

책읽는나무 2015-11-05 16: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n이 잘안보여 순간 당황했어요^^
정말 이런 테스트를 받나 보군요?
어쨌거나 전 이제 통과해서 가슴 쓸어내렸습니다^^

yureka01 2015-11-06 11:26   좋아요 1 | URL
저도 인터넷보니까 진짜인가 싶었어요..

한편으로는 이럴만도 하겠다 싶어요.

집중력이거든요..

fledgling 2015-11-05 2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n 빼고 매우 쉽게 찾음~ n 도 금방 찾았네용~

yureka01 2015-11-06 11:26   좋아요 1 | URL
네 정상이시거든요,.왠만하면 다 찾습니다..^^..

nama 2015-11-06 07: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영어철자라서 쉽군요.^^

yureka01 2015-11-06 11:26   좋아요 1 | URL
천천히 하나 하나 짚어도 구분어렵다라면 문제 있는 거니까요..

정상이십니다.^^..

세실 2015-11-11 15: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손가락을 대고 따라가니 금방 찾겠네요^^

yureka01 2015-11-11 16:11   좋아요 1 | URL
^^ 정상적이십니다.^^..
 

 

알라디너이자 북풀러 이웃 ○○○님께서 책 보낸 봉투에 주소를 보고

아무런 언질도 전혀 없이 광양의 명산품인 단감을  한박스나 보내 주셨다.

 

무슨 사전 정보라도 알았더라면 고맙다는 인사도 건냈겠으나,

전혀 그런 내색도 없이 일방적?으로 보내시니 .....

 

퇴근시간이 지나 늦게 집에 들어가서 경비실로 택배를 찾았으나

성함은 있는데 아이디를 모르니 어느 분인지 알 수도 없고,

아침에 출근해서 택배 용지에 적힌 전화번호로 문자를 드렸더니

아 글쎄..알라디너 이웃분이셨다. 오호 반가웠다.

 

책 받고 그냥 있기 머쓱해서 보냈다는 답신이 온다.

 

그런데 단감의 량이 대체 몇개인지 헤아려 보지는 않았지만

상당한 량이다. 미쳐 이거 다 먹지도 못하고....

 

그래서 아침에 출근할 때 사무실에 한 봉지 들고 왔다.

직원들과 농갈라 묵고,

와이프도 출근할 때 또 한봉다리 들고 가서

동료들 나눠 드리라고 했다.

 

아파트 살면서 옆집도 나누고 아래집 윗집도 나눴다.

뜻하지 않는 단감에 모두 기분 좋은 하루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한 분의 선심이 이렇게 또 여러 분들과 함께 나눠 먹게 되는 효과.

 

콩조각 하나라도 나눔이 있어, 나눌수록 마음이 더하기가 되는 특징.

 

어쩌면 이게 하나의 나눔이 마음 훈훈함은 제곱으로 비례하는 것이 나눔의 인간적 법칙이었으리라.

사람은 산수적인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중에 하나가 선심과 배려더라.

 

이것은 여전히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시대가 되어야 함은 두말하면 잔소리.

 

흐..정말 잘 먹을께요.^^. 감사합니다!~~~

꼭 이자리를 빌어 고맙단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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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이가 들어 갈수록 지나간 시간의 회한의 점도가 비례해서 더 끈적하다.

한 두 해를 보낸 가을과 수십 년을 매년 지나온 삶의 부스러기가 가득 뭍은 가을이랑 어떻게 같을 수가 없을 것이다.


살아 갈수록, 살아 내질수록, 모든 것들에게서 지나버린 것의 울음보가 터지게 하고

흘러내리는 눈물은 가을 빛의 짙은 세기만큼 강한 것이었으리라.


그러니 늙어간다는 것은 지나버린 시간에 늙음이 어찌할 도리가 없이

속수무책이라서 더더욱 손쓸 방도는 찾기 어려운 절대값이었나 보다.


추억은 머릿속에서 남아 있는 기억의 짜투리들.

작은 머리로 무중력 공간을 유영하는 것처럼 늦게 떨어지는 늙은 가을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게 하는 시간의 가속도를 붙이고야 만다.


그래서 더욱 늙어가는 모든 것들에게 더 안쓰러운 가슴 앓이와 씀씀이를 엿보게 되는 원인이었겠다.


앞으로 살 날이 많이 남은 젊은이는 앞을 보고

앞으로 살 날이 다 닯은 늙은이는 지나온 뒤의 흔적이란 추억 속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살았던 날의 길이와 살아갈 날의 길이 차이는 그렇게 크게 다르지는 않을 듯하다.

각론은 다를지라도 총론이야 비슷한 인생사에서

깊은 한숨 같은 체념이 고개를 뻔뻔스럽게 치켜들고만 있다.

 

 

 

 

2. 시내 교보문고 갔다가 익숙한 낯선 공간의 언밸런스 같은 느낌이 서점에 꼿혀 있는 책의 인상이었다.

그런데 한국문학 에세이 코너였더라. 아 이건 좀 아닌데....

내심은 문학 에세이 카테고리가 아니라 사진 쪽 카테고리에 있길 바랐는데 포토에세이라는 타이틀이 에세이 쪽으로 분류해 넣었나 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쟁쟁한 문학가들 틈에서 책이 같이 꼽혀 있다는 게 기분은 영 뻣뻣해지는 사지 경직같은 느낌이 난다.

이렇게 뻔뻔해도 되나? 아 쪽팔림이야! 그런데 이 쪽팔림을 무릅 쓴 죄가 실로 크다.


내킨 김에 으레 들렸던 사진 코너에도 역시 들렀다.

이왕 온 거, 빈손으로 가기 섭섭할 것 같아 캘리그라피용 붓펜 몇 자루와 사진 책 한  또 골랐다.

 

 

3. 도서출판 "스냅사진"의 정명섭 대표의 스냅이라는 분야의 사진에 대한 글을 책으로 엮었다.

(이 책도 1쇄 제고가 얼마 없다는 작가의 말씀이 있었다.)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요즘은 스냅사진이 스마트폰과 맞물려 많이 차지한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사진 교양 참고서 같은 책이라고 봐도 된다.

벌써부터 어떤 책인지 내용이 궁금해져 온다.


요즘 사진은 안찍고 사진 책을 열심히 구독 중이다.

하기야 책에서 길이 전부 다 보인다고 손 목아지를 걸듯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참작이 되고도 남는 횃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가을에 한숨의 농도를 책으로 묽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여간 이 놈의 결핍이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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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3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yureka01 2015-11-03 12:02   좋아요 2 | URL
책내면 돈벌이 되는 작가들은 출판사에서 모시기 경쟁을 하겠지만,(아마 극소수일겁니다.)
왠만해서는 출판사에서 기획으로 책을 내지는 안아서요.
게다가 제가 치중하는 분야가 사진 관련 카테고리니까 이게 또 상당히 시장이 협소하거든요. 그러니 출판사에서 책내자고 덤비지를 못하는 이유일 겁니다.

기백만원 짜리 카메라는 한해 판매량이 어마어마하겠지만,
사진 찍는 분들은 책을 거의 안보는 경우가 대부분일겁니다.
이번 책도 이제 재고가 얼마 없어요.재판 찍지 않고 절판할예정입니다.

가지고 계신 책이 500부중에 한권이랍니다.ㅎㅎㅎ

감사합니다..

후애(厚愛) 2015-11-03 1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기조심하시고, 오늘도 편안하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yureka01 2015-11-03 12:02   좋아요 1 | URL
흐..후애님도 찬 기온에 감기 잡지 마시구요..늘 고맙습니다!~

후애(厚愛) 2015-11-03 12:39   좋아요 3 | URL
책이 반짝 반짝 빛이 납니다.^^
축하드립니다!!!!!!!
저는 조금씩 즐독하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yureka01 2015-11-03 12:59   좋아요 1 | URL
고마워요..^.^^

stella.K 2015-11-03 12: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그래도 저기 꽂혀 있다는 게 어딥니까? 부럽습니다.
축하해요. 어떻게 구상 중이신 차기작은...?ㅋ

yureka01 2015-11-03 12:37   좋아요 2 | URL
교보서점에 사진책 구입할려고 갔다가 어디에 있나 찾아 봤습니다.
아 차기작은 아직,,,,사진과 글쓰기의 전문 작가도 아니고 해서요.

혹시언젠가 기회가 온다면^^..가능하겠지요..

자본도 맞아야 하고 시간도 맞아야 하고..노오력도 해야 하고..ㅎㅎㅎ

감사합니다.
 
유배일기
박동진 지음 / 생각나눔(기획실크)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1. 들어가는 말.

박동진 시인께서 시의 그릇에 고봉으로 꾹꾹 눌러 담은 언어의 밥 같은 시집을 내셨다. 일전에 책 보내드린 답장을 시집으로 해주신다. 그래도 받은 책은 받은 것이고 나는 별도로 서점에서 시집을 주문도 했다. 더구나 불시에 가을이 지나 차가운 바람이 몰아칠 때 불어온 적절한 훈풍 같은 시집이다.

 

일면식도 없는 시인에게 책을 받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글의 세계에 시인의 내조적 체험과 시 상념을 느껴 가는 맛. 알코올의 분자식이 흡사 시의 단어 하나하나와 구조가 비슷한 염기서열을 이룬다고 느낀다. 만약 그렇지 않고서 시집을 읽고 시어에 취한다는 느낌이 나올 수가 없는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같은 책이 두 권이라 좋은 이유가 한 권에는 저자의 육필 싸인이 있다는 점과, 또 한 권에는 연필로 밑줄 치며 유심히 보는 단어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단어에 힘을 주고 해석하게 되고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들은 시의 빈 여백에 메모하기 안성 맞춤이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 연필로 줄 긋고 메모 글 쓰는 버릇이 있어서 책이 좀 더럽혀진다고나 할까. 그래서 책을 구입하고 나면 중고로 되팔 수가 없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시집 제목이 "유배일기"란다. 생의 지조가 꼿꼿해서 현실로부터 시로써 유배를 떠나면서 시인은 아무래도 이 세계에서 태생적 본질적 언어의 세계로

스스로를 유배시키는 것이 바로 시가 된 것은 아닐까 싶었다. 누가 보낸 것이 아닌 스스로가 떠나도록 했던 자기 유배는 그래서 세계를 한층 더 멀찍히 서서 보려 드는 의도였으리라.


시인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자기 유배가 곧 치열한 현장에서 놓음으로써 스스로의 빈 공간의 여백 같은 휴식이라고 했다. 다들 지쳐가는 생활의 부대낌을 잠시라도 내려놓기를 바라는 느낌의 요구가 시집으로 나타났던 것이 아닐까 혼자 지레짐작으로 추측해 보게 된다. 평소에도 간간이 시집을 사보는 형편이라 소주 값 두어 병 값이면 일주일의 글 밥으로는 넉넉하다. 술을 마시고 취하듯이 언어에 취하고 시집 한 장이 곧 소주 한 잔과 같은 효과는 당연하겠다. 멀직히 서서 지켜보는 유배지에서의 휴식의 시선이야말로 객관적인 취함에 있어서 우리 자신들의 삶에 아둥바둥함에 매몰되지 않고 물리적인 취함으로 인해 늘어지는 것이 아닌, 상념적 각성이 돋아남을 노렸던 것은 아닐까 한다.

 
 

 

 

2. 유배 일기 시리즈의 시를 중심으로.

왜가리 한 마리

물질하는 청둥오리 떼를 피해

입대 부적격 판정을 받은 장정처럼 물끄러미

갯바위에 서 있다.

청명한 날씨지만 찬 공기 머금은 구름아래

키를 다 키운 대파가 뽑혀 묶이고

파 단 실은 봉고 트럭이 비탈길을 딱정벌레처럼 기어간다

오토바이 탄 우체부가 빈집 우편함 앞에서

수차례 주소를 확인하고

이미 펄프가 되어 버린 우편물을 포개놓는

편지 한 통이 개봉될 확률을 생각하다가

통째 몸 부린 동백꽃을 밟아 뭉갰는데

노란 꽃가루가 핏물보다 진하게 흙 속을 밴다

육지를 출발한 태양이 바다를 건널 때

섬은 육지와 더욱 멀어지고

일찍 어두워지는 이곳은 별나라와 가까운지

주먹만한 별들이

실금 같은 초승달을 에워싼다

<유배일기, 39P 유배일기>


"입대 부적격 판정을 받은 장정"처럼 왜가리라 했다. 부산을 떠는 청둥오리 떼로부터 홀로 떨어져 분답게 않는, 그러면서 입대 부적격 판정은 한편으로는 무리에 편입되지 못해 입대에서 열외 되었다는 안도감이자, 소외감이었는데, 맑은 날이지만 차갑게 시린 날에 파를 실은 봉고트럭이 딱정벌레처럼 기어가는 가을.


 

종이가 오랜 시간에 탈색되어 종이의 원류로 변해버릴 만큼의 시간이 오래 지나 버린 뜯지 않는 부재중인 누군가는 흡사 왜가리를 닮았을 수도 있다. 이미 펄프가 된 우편물 위에 뜯어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 우편물을 또다시 포개야 하는 우체부의 난감한 고단함이 애닯프거니와, 입대 부적격을 받은 장정이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 했을 것만 같았다."노란 꽃가루가 핏물 보다 진하게" 흙 속에 파고들어 물이 든다는 것도 유배지에서  보는 섬세한 언어적 감각이다. 외로움은 섬의 밤은 길게 하고 갯바위에 홀로 서있는 왜가리의 그 밤은 작은 별들이 주먹만 하게 크길래 초승달을 삼켜 버린다.

자꾸 입대 부적격이 맘에 걸린다. 무리에 소속할 수 없는 자기 소외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입대 부적격은 다른 말로 입사 부적격, 또는 어디 들어가는 자격에 불합격을 의미한다. 얼마나 외로운 시대인가. 그러나 시인의 소외는 곧 자기 소외로써 가질 수 있는 스스로의 적극적인 소외였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곧 스스로 유배를 떠난 이유일는지도 모른다.

급물살을 따라온 배들도

금방 뱃머리를 돌리는 부두

소외된 뱃길마저 가로막은 채

바다 한가운데 함대처럼 떠 있는 바지선 향해

군령(軍令)이 떨어졌는지

개 짖는 소리가  텅빈  항구를 가득 메운다.

<"유배일기 1,-벽파항"중에서 40P>

부산하게 떠드는 항구에 적막했나 보다. 급물살을 이기고 나가는 배들이어야 하는데 휩쓸릴 만큼 아주 작은 무동력 어부의 배들까지 들락거리며 부두의 활기가 사라진 가운데, 개는 컹컹 짖으며 요란한 항구의 시끌 벅적함과 상당히 대조를 이루고 있다. 부두에 정박하지 않고 바다 한가운데 묶여 닻을 내렸는데 부두의 유일한 개가 명령 내리는 소리만 낸다고 한다. 개 짖는 소리만 바지선에게 지시를 하는 부두였을 법 했으니까 말이다.

유배일기 2

-산벚꽃


역사의 기록에서처럼 섬은

여전히 기피의 대상일까


창문을 열어도

바다 건너 육지는 보이지 않고


무에 저리 그리운지

산등성이에 올라

바다를 향해 손수건을 흔들어대는

소복 차림의 군상들, 어떤 무리는

옹색한 산자락을 피해

해안으로 내려와 바닷물에 발목을 담근 채

눈물 젖은 손수건을 헹구기도 하는데


힘이 부치는지 늙은 어부는

보리숭어 철, 팔딱팔딱 뛰는 개펄의 숭어 떼를

막연히 바라보고 있다


끝내 아득한 그대여

산벚꽃 이파리

벗겨진 고기비늘처럼 선홍색 핏물 들어

조류에 밀려가거든

유폐된 자가 띄워 보낸

눈물의 편지려니!

<박동진 시집, 유배일기, ​42P 43P>


유배지는 섬이었다. 육지의 항구에서 다시 "역사의 기록"에서 언급되지 못한 잊혀 버린 섬이다. 이 유배는 결국 소외의 전형은 아니었겠는가. 형벌로서의 유배가 아니라 소외, 이 안으로 더 들어가는 형국이다. 가까운 섬이 아니라 창문을 열러도 멀리 있어서 형체조차 보이지 않는 먼 섬. 그러나 그 섬에도 삶은 생과 사로 점철 되어 있고 눈물 젖은 손수건을 흔드는 소복 차림의 떠나 보냄도 있었다. 그럼에도 늙은 어부의 욕망은 숭어떼의 펄떡임으로 나오지만 안타깝게도 맞서지를 못한다. 끝내 아득하단다. 그 아득함은 산벚꽃 이파리가 선홍색 빗물에 조류에 휩쓸릴 때 띄워 보낸 편지를 우리는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아 시의 스토리가 서정적인 섬의 모습이 비서정으로 돌아서는 순간이었다.


유배일기 3

- 해안도로


... 중략.

양쪽 모두 급경사를 이루는

작은 곶과 만을 휘돌아

굽이굽이 가늠할 수 없는 길은

生으로 치면 어느 지점쯤일까

이어져 끝이 없는 이 길의 궤도를 벗어나면

새로운 生이 열릴까

...중략.


섬의 도로는 폐곡선이다. 닫혀 있는 도로는 좌우 변이 급경사를 이루고 곶과 만을 휘감아 돈다고 했다. 굽이굽이 치는 길은 직선도 아니다. 이런 위험한 겹경사의 낭떠러지 길, 이곳에서 묻는다. 이 지점이 생의 어디쯤일까라는 자문과 타답을 듣고 싶어 한다. 또한 이 폐곡선의 길에서 벗어난 길로 가면 새로운 길이 열리고 새로운 생이 열릴까라고 묻는다. 일상의 매너리즘의 타성적 자아에게 묻는다. 시의 바램은 결국 " 육지 어딘가로 가는 징검다리"를 박혀 있는 길을 섬의 폐곡선으로 빗대고 있는지도 모른다.


유배일기 6

-낙조


...중략.

 저처럼, 필생의 의지를 잃고도

천진하게 공중부양하던

한때가 있었다.


섬으로 유배는 지조를 지킨 선비에게는 사약으로 죽는 것보다 못한 것과 같이 섬의 가두리는 그래서 필생의 뜻을 가진 고기의 절망이다. 넓은 바다를 잃어버리는 듯이 필생의 의지로 이루어 내어야 할 뜻을 꺾는다. 그래서 유배일기는 "충동 뒤에 잇는 모든 소멸이 평온하다."라는 필생의 의지가 결국 편안해지는 소외를 논지하고 있다. 뜻을 꺾어야만 비로소 평온한 놓음이 온다고 한다.


3.결.

시는 과연 이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하며 시인의 역할은 또 무엇인가. 이 시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서평 " 길이 되고 노래가 되려고 그, 잠깐 사이"라는 윤인애 시인의 글 말미에 이런 문장이 나열되어 있다. " 사유하고, 사유하는 힘으로 행동을 촉발하는' 결의와도 같다. 사유로써 힘을 얻고 힘을 만드는 사유적인 에너지가 시의 힘은 아니었겠는가 싶었다. 세상이 어렵다고 한다. 쉬운 것도 없다고 한다. 그러할진대, 우리는 이 시대에 시인들이 노래하는 시어를 읽고 그 읽은 느낌이 비록 작을지라도 점점 부풀어 오르는 거대한 본질적인 추력에 가속도를 얻는 효과는 노려도 결코 손해 보는 일은 아닐 것이다.

이번에 비록 블로그에서 알게 된 시인의 시에서 그 유배 길을 함께 떠나도 나쁠 것도 없다는 위안과 안온을 누릴 수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시로 에너지는 낼 수 있는 글 밥을 만나기를 기원드린다.

 

PS : 시집 감사히 읽었습니다.

블로그인 관계로 몇 편으로 감상문 후기로 가름하고 글의 양을 줄였음을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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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에서 양반으로, 그 머나먼 여정 - 어느 노비 가계 2백년의 기록
권내현 지음 / 역사비평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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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권내현 교수의 "수봉일가"에 대한 200년간 가계 기록을 근거로 연구한 자료를 책으로 엮었다. 기본 줄거리는 노비 신분에서 양반 신분으로 변천하는 과정을 나열하고 여기에서 사례를 중심으로 조선시대 후반기의 신분제에 대한 전반적인 고찰을 하였다. 특히, 조선시대의 신분제에 대하서는 신분의 전복을 노리기 보다는 상위 신분으로의 편입을 줄기차게 했던 눈물겨운 수봉일가의 몸부림이 결국은 조선시대 후반기에 두드러지면서 서서히 신분제의 강고한 사슬이 느슨해지는 결과를 사회적 변천과정으로써 나오게 된다. 조선 초기만 해도 소위 사대부라 칭하는 신분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극소수였고 일반 양민이나 노비가 절대 다수의 사회였다. 따라서 극소수의 양반이 누리는 지위와 권력에 대한 끝없는 편입을 시도했던 조상들의 눈물겨운 사투가 이 책의 줄거리이자 모티브이다.


그런데 왜 양반으로 편입을 시도 하게 되었는가에 주목해 보자. 당연한 이야기지만 양반의 권력과 신분적 지위는 가히 절대적이었던 사회적 특혜이자 신분이 주는 힘이었다. 균역(군대와 국가의 토목사업에 강제 동원등 의무)과 각종 세금에서 면제되고 나아가 관리로써 나갈 입지를 구축할 수 있는 시금석이었기 때문이고 이와 관련한 부수적이지만 막강한 토착화되는 권리는 신분제의 권리이었고 양반의 신분 자체가 이미 기득권이었다. 신분은 세습되고 부와 권력 또한 대를 이어 나가고 노비들은 그 집안의 재산의 가치 역할이었다고 나온다. (도망가 버리거나 생사가 불명한 자기 집 노비들 마져 끝끝내 명단에서 지우지를 못하고 몇 대를 걸쳐 이어서 유산으로 여전히 재산적인 가치로 매겼다. 기록에는 나이가 많아서 죽은 100년도 넘은 노비도 등재되어 있을 만큼 노비는 포기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조선 후반기(임진왜란을 기점으로 전기와 후기로 나눈다면,)에 들어 서면서 국가의 제정이 열악하고 따라서 이 재정을 충당하기 위한 시도가 결국 신분제를 서서히 무너지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양민 중에서도 상업적으로 부를 축적한 양민들이 그 대상이었다.수봉일가가 노비에서 양민으로, 다시 양민에서 유학자신분으로 변화하는 과정도 비슷한 케이스를 들었다. 여타 다른 이유가 많았겠지만 결국은 돈 받고 재정을 충당하면서 신분제의 사슬을 느슨하게 했다는 것이 여러 사례를 들어 이야기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족보도 흔히 "돈 주고 산다"는 의미가 바로 이런걸 두고 하는 말이다.

 

이에 따라 수봉일가를 예를 들었다.(아마도 수봉일가를 조사하고 연구한 이유가 비교적 자료의 보존이 우수했을 것이라고 추측해봤다.) 조선시대의 신분 상승의 곡선을 모델로 삼아서 수봉일가가 대를 이어가면서 호구 조사에서는 그 신분의 조금씩 조금씩 상승하여 기록되어져 있음을 저자는 기록으로 추적하여 연구하였다.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노비신분에서 양반 신분으로 상승하기 위한 다른 가계도 이와 비슷한 전철을 밟았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는 결론이었다. 초기에 극소수였던 양반의 가문이 후반기로 가면 갈수록 급격히 증가하는 이유가 그래서 더 유의미하게 다가 온다. 그렇게 자본의 힘을 밑천으로 양반가로 진입을 하게 될수록 결국 기득권의 확대와 다수가 됨으로써 국가는 더 열악한 지경에 이르렀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며칠전 오촌 아재로부터 전화가 왔다. 문중에서 족보를 30년마다 한번씩 발행하는데 자료 수집 때문이었다. 자신의 뿌리를 찾는다는 의미에서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인식일테고 그 뿌리의 기록이 족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번에도 서류를 만들고 제출해서 아이들까지 등재시켜야 한다는 논지의 이야기였다. 집안에 어른이랍시고 몇 분 남아 있지 않는 상태에서 매년마다 벌초를 하며 만나는 아재의 말에는 족보에 대한 강한 집착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이작업은 조상은 제쳐 두고서 살아 있는 집안에 어른 눈치 때문이기에 하기는 해야 겠지만, 그런데 과연 이게 객관적이기한 것일까 라는 의문은 지울 수는 없었다. 현재 당대와 아버지 세대, 할아버지 세대에서야 근현대사의 시간 속에서 족보라는 의미는 이제 단순히 가계도를 기록한 책이겠지만 아직도 여전히 족보로 대표되는 의미는 양반집이었다는 가문의 프라이드와 자존심의 기반을 하고 있음을 은연 중에 들어내는 표식이 오늘날의 족보라는 책의 형태가 된 것은 아니었겠는가 싶었던 이유였다. 이 책에서 언급된 수봉일가의 사례와 같이, 내가 소속한 집안이라고 해서 그렇게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신분 세탁하는 줄기찬 과정을 전혀 무시하고 곧이 곧대로 믿어야 할 근거로 족보는 그야 말로 신빙성이 없는 일은 아니었겠는가 싶었다. 그렇다고 윗대 조상들의 무덤을 파고 과학적으로 유전자 검사라도 해서 몇 퍼센트의 일치가 나와서 자손이 맞네 아니네 등등의 판가름을 할 정도로 꼭 따져야 할지도 의문이긴 매한가지였다.

통상 반상이라는 신분제에 있어서 근원적인 핵심은 문자였다. 비문맹과 문맹의 차이는 바로 정보의 차이였고 기록에 대한 판독의 유무였다. 글을 모르는 일반 양민이나 노비들에겐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몰랐다. 양민 중에서도 먹고 살만한 집안에서 아이에게 서당을 다니게 했던 까닭이었다. 그러나 그 아이가 글을 익혀 권력자로 편입되는 일은 속담처럼 개천에서 용이 날 정도로 드문 케이스 였다고 보면 된다. 요즘 강남 부유층들이 수능 보다 sst(미국대학입학자격시험)를 공부하는 맥락과 비슷하다. 단순히 양반이라고 해서 권력의 표시로 기록되는 관문에 입성해서 관직의 자리에서의 권력을 의미하는 바는 약간은 지협적인 시각은 아닐까 한다. 관직에 나가서 자리를 족보에 등재하는 것이 일종의 권력을 의미하는 것이였고 결국 관직에 출사하는 과정도 글을 모르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무엇이라도 문자를 통하여 공부가 되어야 아버지 잘 만나 세습하더라도 관직에 나갈 수가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었을테다. 우선 당장에야 권력이 주는 특혜는 바로 보이는 것들이고 즉각적인 것이었으니 200년이나 걸쳐 양반의 신분에 편입되고자 발버둥을 쳤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양반이 권력을 유지시켜 나가는데 첫번째가 학문을 익히고 공부하는 것이었음은 굳이 크게 수립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 게 양반과 노비의 보이지 않는 차이였다. 흔히 고전 사극 드라마를 하나 보더라도 양반의 자리는 사모관대를 쓰고 협탁에 앉아서 책을 펴 놓은 장면은 이를 쉽게 보여주는 대목이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관직이 없이 죽은 양반에게 지방이 이름이 학생인 이유이다. 공부했던 사람이었단 뜻이다. 그래서 그 공부가 관직에 나가는 수단이고 관직에 나가서 행정을 하는 발판이고 임금의 교지를 받아 집행하는 문서의 수발과 소통으로 나왔던 것이다. 그러니 양반에게 있어서 공부라는 것은 평생의 필적하는 과업이었다. 이 평생에 수행해야할 학생이 장사를 하고 땅을 일구고 재화 물건을 만드는 일은 하지 않았다. 이런 일은 천민이나 노비가 하는 역할의 분담이었다. 혹시라도 노비가 글을 알게 되었을 때 양반이 될까 싶어 기득권의 도전으로 받아들여서 주인은 노비의 목슴까지 빼앗게 된 것이 다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데 1년 가도 책 한 권 안보는 양반 흉내는 수두룩하다. 웃기지 않는가. 추석날 설날이면 전부가 다 양반처럼 제사를 지내고 고향땅을 내려 가고 올라오지만 막상 책 한권 공부할 여력과 여유도 없이 모습으로 흉내나 내는 모사꾼 후손들은 얼마나 꼴 사나운 짓인지 이 또한 분명하다. 이제는 글이라는 특정한 집단의 전유물은 아니다. 대부분 문맹을 벗어 났다고는 하나 여전히 문서 해독율 또는 독서율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통계는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굳이 긴 글을 요구하지 않는다. 읽어도 무슨 뜻인지 파악이 안되는 정도의 수준에 족보는 그야말로 허무맹랑하지는 않았어도 족보가 가지는 문자의 자존심에 대한 가치는 별 것도 아닌 것이다. 까막눈에겐 족보라는 유형적인 물건이나 혹은 징표같은 것일뿐이다. 흡사 중세 유럽에서 가문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나 깃발의 표시정도가 될 것은 아니었을까 싶었다. 

족보의 신빙성이나 근거로써는 가장 확률적으로도 높은 것은 족보와 같이 하나의 set처럼 페키지화된 그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 오는 문집이 그 집안에 확실한 입증자료가 되는 셈이다. 어느 선비치고 문집을 내고 글을 쓰지 않은 사람이 없는데 족보만 있고 문집이 없다면 일단은 의심해 보고도 남을 일이다. 하다 못해 문집이라는 이름으로 일기라도 썻다. 이는 글을 알았고 글을 쓸 수 있었고 글로써 마음을 표현하는 신분제의 근원적인 토대는 아니었겠는가 싶었다. 그러나 족보만 덩그런히 있는데 조상이 쓴 일기가 없다면,혹은 있어도 읽지를 못하고 조상의 심정을 알길이 없다면 족보는 자신의 집안에 대한 자존감정도로 여기고 말 것이다. 이처럼 기록이란 힘은 믿음을 더 공고히 하기 때문이다. 족보도 예외는 아니다. 신주단지에 고이 고이 모셔둔 족보를 그렇게 지키고 사수하고자 하기보다는 차라리 문집이나 조상의 일기를 더 챙겼더라면, 그리고 그 일기가 조상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면, 단순히 가계의 명맥을 적은 족보보다야 가치는 훨씬 높았겠지만 불행히도 이와 반대였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대대로 입신양명의 출세라는 핵심은 조상의 빛나는 전통에 누를 끼치지 않고 그 업적을 토대로 이어 받은 영광을 더 밝게 확산시키는 것이 가문 최고의 명예이었다고 믿었다. 역사적으로도 탐관오리로 권세를 부렸던 자들도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조상의 이름에 먹칠을 했다고 후회했을 것이며, 그 조상의 이름에 먹칠한 자는 족보에서 마져도 빠졌다. 족보에서 빼버릴 놈이야 말로 가문의 추방자가 된 것이며 조상의 성공한 이름에 오점을 남기지 않으려는 결백의 전통을 이어가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쩌랴. 횡령하고 공금 빼먹고 뒷돈 받아 처먹은 관리들은 족보에 오르지 못한다는 걸 모르는 것은 아닌가.아니라면, 과거의 과오를 세탁이라도 버젖이 해내고마는 뻔뻔함으로 조작해내고야 말겠지.그러므로 어디 가문의 족보에도 가문에 누가 되는 이름이 오른 적이 없는 연유이었을 것이다. 하기야 오늘날에도 족보에서 이름 오르지 못할 놈들이 한둘이래야 말이지. 그런데 같은 감옥에 갖혀도 지조와 소신때문에 벌 받은 자들은 훗날에 또 다 복권이 되었고 오히려 자랑 꺼리가 되었으며 반대로 좀도둑처럼 비리와 악행은 영원히 기록에서 사장되었던 것은 뻔한 이치이다. 마찬가지로 흔히 못배워 처먹은 세끼라고 욕하는 것도 배운 자는 비리를 저지를  수 없고 공부하고 수련한 진짜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관념적인 신념의 마지노선이었다. 갑오경장이후로 공식적으로 조선은 신분제가 철폐되었다. 이제는 신분제 따위는 없다. 다면 그 양반의 자리에는 자본이 버티고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하면 신분제는 없어졌어도 여전히 새로운 신분제에 대체되는 계급제는 유효하다. 주체적인 자유인이냐 자본적 생존 노예의 새로운 계급. 이 차이뿐이다. 이제는 신분제 따위는 없어도 여전히 현대의 한국 사회에서 빚어지는 계급의 차이를 나타내는 것이고 현재진행형이다. 하루 하루 살아가는 것에 급급한 사람에겐 계급은 억매임의 신분이다. 억매임의 굴레와 멍애를 뒤집어쓴 자본의 노예들. 역시나 노예의 구성원도 절대 다수라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오늘 날의 계급은 자본에 대한 개개인의 총량과 같다. 즉 자본이 많고 적음으로써 서열이 나눠지고 갈라지는 형국이다. 따라서 이 유산(有産)적인 계급에서는 철저히 유물론적이고 무형적인 자산에 대한 가치는 의미가 희박하다. 조상들은 명분 이거 하나 때문에, 명분이라는 가치와 신념 때문에, 가문이 멸문당할지라도 지키려 했던 의미가 이제는 자본주의 시대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돈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비굴함도 어떠한 누추함도 어떠한 자존심도 한 방에 수그려드려 버리는 그 힘 앞에서 선비가 가지고 있는 지조 따위는 없다. 정절을 지키지 위해 은장도를 몸에 품었던 객기처럼 자본이란 장도에 모두 한 방에 나가 떨어진다.

이제 새로운 족보가 필요하다. 윗대 조상의 단순한 가계도는 의미가 없다. 내가 후대의 조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신빙성도 객관적 근거도 없는 이름과 출생과 사망의 기록보다는 그들에게 존재의 미학을 남겨야 한다. 오늘날의 아픔이 무엇이었던 것인지, 오늘날의 현 시대의 가치와 가르침이 무엇이었던 것인지, 오늘날의 동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서 절망과 희망의 메세지가 무엇이었던 것이지. 혹시라도 아름다운 문장으로 노래를 하듯 글을 적은 기록같은 일기를 손자에게, 다시 그 손손자에게 까지 남기며 절망의 어려움 속에서도 한 때 살았던 가치의 사랑이 이런 것이었다고 노래를 전하는 마음이 새로운 족보가 되어야 한다. 지금의 족보를 봐서는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이 품었고 설파한 이야기가 드물다. 더우기 족보에서 그런 이야기를 찾기가 어렵다. 조상의 생각한 가치를 보고 싶어도 단출한 기록만으로는 알 길도 없고 교훈도 없고 무형의 유산도 보이질 않는다. 자본주의 시대에 자본에 의한 일들만 나열할 수도 없다. 언제인가는 그들에게 풀어내야할 오늘의 현상을 반영 시킬 수 있는 것들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 쓰는 족보가 우리의 얼굴처럼 물려줄 유산이라는 것이다. 이 땅에 사람이 살고 있는 한은 말이다. 그래서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지배하며 조절하는 꼳꼳한 족보있는 선비가 더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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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2 0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20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20 15: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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