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머니와 산다
한기호 지음 / 어른의시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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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하고 얼추 정리를 다 마무리하고 나서 그 간에 구입해 놓고 읽지 못해 밀려 있는 책을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고 잡은 책이다. 이 책은 출판기획가인 한기호의 어머니에 대한 봉양의 블로그 일기를 한 권의 단행본 책으로 엮었다. 이제 어느 누구나 할 것없이 나도 중년의 나이에 늙은 어머니의 간병과 봉양을 하고 있던 터라 당면한 문제이자, 자신의 노후를 되돌아 보지 않을 수가 없는 입장에서 나온 책으로 이해 하였다.

나는 결국 이 책을 읽으면서 한번, 다 읽고 나서 두 번 또 터졌다.( 나이 들어가니 왜 이렇게 눈물이 많아진 건지 ) 읽으면서 이입이 심해서 일까 한번 터졌다. 다 읽고 나서 울적한 마음에 치밀어 발가락에 물집이 생긴 채로 약간 시큰 거리는 와중에 기분 전환으로 사진을 찍으러 낙동강으로 나갔다. 절뚝 걸음으로 한두 컷 찍고 소나기까지 내리 려는 듯이 먼 하늘에선 천둥과 번개까지 요란하였다. 이내 집으로 와서 딸아이와 저녁 겸 소주를 두어 병 마셨고 얼 그리하게 취해서 소파에 앉자마자 책의 여운은 다시 연장되었으며 취기에 다시 감정은 복받쳤다. 이내 쓰러져 잠에 빠졌다. 저녁 내내 감정의 광풍이 휘몰아지고 잠잠 해지고 나서야 비로소 자판을 두드릴 수 있었다.


부모는 내가 선택한 사람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부모가 나를 선택하지도 않았다. 낳고 보니 내 아들이었고 딸이었으며, 어머니 배 속에서 나오고 보니 내 아버지였고 내 어머니였을 뿐이다. 원인의 유무는 있으되 원인에 대한 선택은 누구나도 불가능하고 다만 결과만 있을 뿐이다. 부모를 선택할 수도, 아이를 선정할 수도 없는, 그래서 비선택적인 운명 앞에서 부모와 자식은 무수한 관계를 맺어져 나가는 첫 출발의 과정만 있다. 원인 무효일 수도 없는 비가역적, 비선택성 앞에서 관계는 어쩌면 인생의 절대적인 애증관계를 형성하는 상대론적인 비교 기준이 되었다.


나도 현재 모친이 병원에 치료가 아닌 입원해서 연명 중이다. 나이가 워낙 연로해서 치료라는 이유보다는, 방치할 수 없는 인간적인 도리의 한 방편이었다. 이런 나의 입장에서 저자의 입장이 십분 이해되고도 남았고 아침저녁으로 모친의 먹거리를 챙기는 일에서 그만 나는 후회의 아쉬운 눈물을 쏟아 내기 바빴다. 나는 모친에게 밥 한 끼 내 손으로 지어 드린 적이 없다. 모친은 오로지 먹을 것에는 광적으로 집착하였고 어떤 경우라도 무엇이든 먹이려고 하는 단순한 본능에 그저 광적으로 충실한 것이 나는 못내 못마땅하였지만 저자의 모친에 대한 봉양으로 밥을 지어 드리는 기초적인 일조차 나는 해본 적이 없다는 것에서 이제는 다시 그렇게 해드릴 수 없다는 회한이 나를 뼈아프게 한다. 없음의 부재. 이 결핍이 필사적으로 먹거리에 집착하게 만들었던 가난의 경험은 평생을 좌우할 만큼 지독한 것이었다. 결국 가난은 인생의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사람을 병들게 한다. 그 때 그 시절의 가난은 절대적인 가치나 의미를 따질 게재도 되지 못하는 아픔이었다. 설사 환경이 바뀌고 생활 형편이 조금 나아진다 한들 그 영향에 완전히 벗어 날 수는 없었고 어쩌면 지금도 부여잡은 손에는 평생에 가라앉아 있는 집착을 손에 붙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냉장고가 밀어 터지도록 넣어 놓고도 계속 채우려 하는 가난의 아픈 경험은 비단 냉장고뿐만 아니었다. 모친의 노년은 끝없는 먹거리의 집착에 전부를 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치매 끼가 생기면서 이런 경향은 더 심해졌고 며칠의 용돈을 주면 그날로 냉장고에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시장에서 이것저것 푸성귀를 넣고 본다. 만족이란 없었다. 피곤도 할 텐데 마음 내려놔도 한 끼 못 먹어도 더 이상 문제 될 것이 없음에도 모친은 그러지를 못하고 급기야 여름 한 철 쓰러진지 3년 째 누워 있다. 이미 육신은 가버리고 생명 줄의 끝자락은 모질어서 놓을 수 없는 집착이 어쩌면 더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부러웠으며 한편으로는 후회를 줄이며 사는 방법은 아닌가 싶었다. 매일 늙은 모친의 밥상을 걱정하며 이것저것 좋아하는 것을 찾아 오늘은 무얼 해드리면 잘 드실까 고민은 어쩌면 삶의 동기부여와도 같은 것이다. 주부의 마음처럼 가족의 먹거리로 위하는 스스로의 임무와 책임이 더 열심히 살 수 있도록 만드는 원인 제공은 되었던 것이다. 홀로 늙어가는 독거자는 먹는 것도 애쓰지 않는 편이라면 부양해야 할 모친으로 인하여 자신도 혼자보다는 함께라는 것이 오히려 건강에 도움을 될 것이라 여겨졌다. 의무감이 없다면 상당히 편하고 해방된 느낌은 확실하다. 그러나 의무감이 없음으로 자신의 방기는 오히려 제일 쉽다. 라면 하나 놓고 소주 병에 나발 불어도 누군가 뭐랄 사람 없다는 것은 자유로운 편함일는지는 모르지만 그게 객관적으로 꼭 좋아 보이지도 않는다. 스스로의 절제가 무너지면 그다음은 무엇인지는 자신도 모르는 일이다. 무엇이라도 함께 나눠 먹는 이 기본적인 행위야말로 일종의 나를 구속시킴으로써 나의 건강을 챙기는 시작은 아닐까 싶었다. 같이 먹어야 정도 생기는 법이고 나누어야 공유할 수 있다. 사람이 혼자 살 수 없는 기본적인 존재라면 이것 역시 어쩔 수 없다. 혹자는 그럴지도 모른다. 인연의 피곤함 때문에 인연을 만들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왕지사 이 세상에 나온 존재라면, 섬에 홀로 사는 로빈슨 크루소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인연에 비겁한 것치고 당당함은 없다. 따라서 차라리 불가능하다면, 더 적극적으로 인연을 만드는 것도, 힘은 들겠지만 거부 할 수 없이 겪어 나가야 할 문제는 아닌가 싶었다.


늙은 모친 병원에 넣어 놓고 능력이 없어서 빌빌 거리는 것도 꼴상 사나운 일임은 확실하다. 따라서 이런 부모와 자식 간의 인연을 걷어 차버릴 만큼 나는 용기가 없다. 한 달에 서너 번 모친의 상태를 확인하고 점점 더 잃어가는 체력이 더 이상 바닥인지 아닌지 간호사들에게 물어 보고 내심으로 차츰차츰 이별을 위한 마음의 준비를 스스로가 해내는 과정이었다. 내가 앞으로 덜 슬프도록, 애도로 인하여 스스로가 지쳐 나가지 않을 정도의 준비는 스스로가 해내는 수밖에 없는 등짝에 짐처럼 짊어 져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늙음은 내 의지로는 극복하기 어렵다. 젊은 날 자신의 노후에 호언장담하던 사람도 막상 닥친 노후에 어쩔 수 없이 누군가의 손의 의탁하는 경우는 너무나도 많이 접하는 사례이다. 자존심만으로 극복될 문제는 아니더란 말이다. 벽에 똥칠하는 늙은이가 자신의 의지는 결코 아니지만 결과는 누군가가 치우게 되는 사태에서는 어쩔 도리나 방법은 없다. 이제 노년의 문제는 당면한 이 사회에서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서 버렸다. 지금 당장에 하루하루 급급한 사람이 미래의 장래에 닥친 노년까지 챙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것을 사회의 구성원들의 합일된 의지와 뜻이 반영되어야 한다면 이 또한 자신의 노후의 보험적 성격의 담보가 되기 때문이다. 흔히 과도한 복지라고 신자유주의적인 무제한의 경쟁을 주장하지만 복지에서 과도함은 없다. 특히 늙어가는 사람에 대한 마지막 자존을 지켜주는, 그리고 스스로가 보살핌을 받아야 할 것은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존엄에 관한 문제이다. 지금 노인의 자살률이 세계 탑이라고 한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는 노인네가 스스로 생명을 끊을 만큼 절박하다는 이야기다. 당장에 나 자신만 해도 모친이 가진 게 전혀 없었으니 자식이라도 없었으면 모친 스스로가 어쩔 수 없이 방치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부모 세대는 부모 세대의 노후는 걱정하지도 않았다. 당신 스스로가 부모에게 했던 만큼 당연시하게 자신도 받을 줄 알았고 따지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제 당면한 우리 세대의 노후는 과연 당연히 받을 수 있을까라는 인과의 응보를 적용시킬 수가 없게 되었다. 지금 스스로가 갖추지 못하고 대비하지 않는다면 노년의 아름다움이 비참함으로 끝 맺는 불행은 자초하지는 말아야 한다. 내가 이 세상을 선택하지는 않았더라도 이왕 태어난 것에서 이 끝은 아름다움으로 점철돼야 할 의무는 태어난 이상 전부가 가지고 있는 의무라는 것이 확실한 까닭은 아닐까 한다.


끝으로 저자의 모친에 대한 봉양은 깊은 감동이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팽개치지 않고 순응했다. 순리에 응했으니 당연히 스스로가 평화로울 것이고 다소 힘들고 어렵지만 스스로의 마음에 안온하다면 힘든 것쯤이야 이겨 내야 할 것이니까 말이다. 나도 어렵더라도 순응하고 받아들이고 살아야겠다. 이젠 늙은 모친의 운명과 따라서 나온 운명에 더 이상 미워하지 않을 것이고 떠나려는 모친을 더 애달프게 지켜볼 것이다. 그래야만이 내 삶의 시간이 긍휼히 맞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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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8-10 2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가끔 오래전에 써 놓은 리뷰를 모 회원의 표시로 다시 한번 읽어 보면,,,내가 쓴 글일텐데 상당히 낯선 기분은 뭘까요?ㅎㅎㅎㅎ내가 안쓴거 같아서 ...이상하네요 ㅠ.ㅠ

2016-08-11 04: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1 16: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의 주식.
비록 반찬이 변변찮아도
주로 먹는 식단.
.
나의 주식....
비록 돈이 없어 빌빌 거려도
주로 투자하는 증권.
.
뭘 먹었어요 라고 각종 sns에 올라와도
내가 뭘 먹었는지는 별로 맛 없어서
음식사진 올릴 꺼리도 없다.
.
그러나 나의 주식은
내 마음의 시선과 내 삶의 시간의
보양식.
.
여름철 뜨끈한 삼계탕 같은 사진집과
냉냉 찬란한 최승자 시인의 시집.
.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사는 중년의 이야기.
.
수천년을 지구에서 살아온 나무들 이야기.
.
전공이 도시계획인데 공간의 이미지에 감성을
빼놓을 수 없지.물론 사진은 공간을 떠나선
존재할 수도 없고....
.
이사한다고 이것 저것 정리하느라 좀 시름시름 앓는다만은,
그래도 난 밥은 먹어야 되.
.
배고파..이노무 거지가튼 배 속에는
지치지도 않는가봐.
.
대신에 언어와 사진을 넣어 주고
삶의 시간에 소화라도 시키자.
.
맹목의 숨쉬는 제발 그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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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5-07-20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워야해요^^
육체적인 건강도 챙기시길요~~

yureka01 2015-07-21 15:25   좋아요 1 | URL
물론입니다.
배도 채우고 책은 읽고 마음으로 비우고 ~~^^..

cyrus 2015-07-20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을 즐겁게 해주는 주식들이네요. ^^

yureka01 2015-07-21 15:24   좋아요 1 | URL
마음이 불러 오는 주식들이었지요 ^^
 

한기호 출판기획가에게서 선물 받은 책이다.
고맙게도 보내 주셨다.

꼭꼭 눌러 읽고 내가슴에 피가 되고 이성에 굳은 살이 박히고 생의 지성에 점 하나 찍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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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Cm, 34kg.

 

작고 깡마른 시인.

 

허무주의, 신비주의.

 

어느 땐가 시나리오 작가가 지하 골방에서 미안합니다 라는 쪽지 한장 남기고

아사했더랬다.

 

순수한 사람들은 우리곁을 일찍 떠나려 하고,

탐욕의 이빨이 빼곡히 박힌 승냥이는 우리 곁에서 위협한다.

 

최승자 시인. 삶의 질곡을 죽음 문턱에까지 다다르고 나온 시집이다.

 

어찌 않읽을 수가 있겠나......

 

부디 우리 곁에 조금만 더 계셔 주실 순 없나요?

자꾸 떠나시려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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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7-17 1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페북에서 최승자 시인의 근황을 소개한 기사를 봤습니다. 정말 안타깝습니다.

yureka01 2015-07-17 21:59   좋아요 1 | URL
시인을 잃고 싶지 않았습니다....아흑.
 

화가 이영철.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혜민스님 저) 책에 그림을 넣었던 화가.

 

처음 모델이 되었다.

 

앞으로 프로필 그림으로 써라고 그려 주셨다.

 

감사히~...

 

 

 

PS : 요즘 책을 못 읽고 있습니다.

집 이사도 해야 하고,

다른 중요한 일도 겹치고,

사진 몇점 걸었던 전시회 때문에

이리 저리 불려 다니느라 책 잡을 정신도 산만하니

진중하게 책을 펼치질 못합니다.

 

얼른 빨리 이사 하고 나서 서재방도 좀 꾸며 놓고

책읽기 해야 겠어요. 시간이 난잡하니 당체 안정이 안되네요. 

 

사놓고 아직 못 읽은 책이 너무 많아서리 ㅠ.ㅠ

리뷰는 엄두도 안나네요.

빨랑 자리 잡혀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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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07-14 17: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멋집니다!!!
서재의 분위기가 더 좋아지셨어요~~

yureka01 2015-07-14 17:1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그림이 좀 개그스럽더라구요 ㅋㅋㅋ

2015-07-14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yureka01 2015-07-14 17:45   좋아요 1 | URL
아 링크 걸어 드릴께요^^...구경하셔도 됩니다.

http://blog.naver.com/yureka01/220398571521

참고 바래요 ^^..감사합니다.
사진 설명도 링크 걸려 있어요..^^

양철나무꾼 2015-07-14 17: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분 알아요.
`그린 꽃은 시들지 않는다`하는 책도 가지고 있다죠.
그림도, 글도 참 이쁘고 고와서, 제가 애정하는 책이에요.
왕~, 부러운걸요~^^

yureka01 2015-07-14 17:44   좋아요 2 | URL
네 맞습니다..그린 꽃은 시들지 않는다 라는 책도 내셨죠..
작년에는 사랑이 온다 라는 책도 발간하셨습니다.

붓을 들면 화가요..펜을 들면 작가인 분^^..

비로그인 2015-07-14 17: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화가 분께서 직접 그려주셨다니~ 다른 곳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한 사람만을 위한 그런 프로필 그림이네요? 우오오오~ 정말 부럽습니다. ⊙_⊙

yureka01 2015-07-14 17:57   좋아요 2 | URL
제가 무척 존경하는 화가분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