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서 보이는 욕망의 표정은 심란하고 난해하다. 흡사 사진은 포르노의 흔적처럼 어질러져 있다. 작가의 유방암 선고와 함께 애인과 정사를 치르고 남은 잔해들을 사진으로 담는다는 게 언 듯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사진을 찍고 그 사진에 대하여 쓴 글을 보면 한편으로는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감정이 들기도 한다. 살아간다는 것의 욕망은, 곧 섹스의 강렬한 욕망으로 별다를 것도 없다. 하기야 먹는 욕구는 욕망조차 앞서니까. 생존의 순간을 부재의 존재론적 사진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작가의 그 난해한 욕망을 이야기한다. 잘못 이해하면 난잡이 될는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사진을 찍으면서 종종 굉장히 단순하고 간결하고 생략된 사진을 찍었다. 게다가 사진에 글을 붙여도 아주 짧은 단문으로 글이 지침 하는 방향을 사진으로 설정한 적도 많았다. 이 책에 나오는 사진은 전혀 내가 찍고 싶어 하는 사진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욕망이 강렬할수록 은유적 트릭이 묘하게 덮어놓는 장치들을 만드는듯하다. 게다가 나의 사진 스타일은 빈 여백을 의미하는 비움과 내려놓음이라는 반 욕망적인 사유들에서 결국 우리의 삶에 허무라는 것들을 표현하려 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아무리 전날 밤에 치열한 섹스를 하더라도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스멀스멀 흘러나오는 허무라는 점이다. 같은 허무의 양상은 이렇게도 다르다는 걸 느낀다.
모든 순간은 다 지난다. 열정의 순간도, 치열했던 시간도 높은 엔탈피의 불안함도 시간은 흐르고 흐르며 물처럼 지나가 버린다. 잡으려고 해도 붙잡으려 해도 다 과거는 다시는 돌릴 수 없는 허무를 본질적인 절대성을 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은 이 욕망의 허무를 들여다 봄으로써 지금의 불안한 내면의 심리 화학적인 반응이다. 아무리 붙들고 싶어도 놓치고야 마는 삶의 시간이라면 차라리 내려놓는 것이 오히려 욕망을 더 껴안는 궁극적인 것은 아닐까라는 반론이 일어난다. 금욕적 억제이든 철저한 욕구의 해소이든, 우리 모두는 어차피의 결론에 결국은 종지부를 찍기 마련이라면 말이다. 사진은 혼잡하지만 때로는 아주 냉철한 객관적인 증상을 표시하는 기호처럼 보이기도 한다.
항암치료의 부작용으로 몸에 돋아난 머리카락과 털이 빠져는 과정을 겪는 와중에서도 섹스를 하며 널브러진 흔적들을 사진을 찍으며 그 사진에서 나오는 욕망의 붙들고 싶음에 대해 토로할 수 있는 작가의 자기 역량이 충격적으로도 부럽기도 하다. 자신의 삶에 닥친 마지막의 몸부림을 최대한 담담히 천연덕스럽도록 객관화시켜 보려는 태도에서, 고통의 최대 치료는 절정의 쾌락이라고 했던가라고 수긍하게 된다. 말기 암 환자에게 진통제로 진통을 더 이상 제어가 되지 않을 때, 강력한 마약성분의 진정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흡사 이런 쾌락이 육체의 고통을 잊어버리며 더욱 삶에 천착하기 위한 욕망으로써 다가서려는 몸부림으로 해석하고자 했다. 사진은 바로 그런 용도의 이야기를 나열하는 듯 보였다.
사람은 "마지막"이란 선고가 될지도 모르는 불안적 증상이 때로는 절박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크게 보자면, 이런 현상은 나만이 겪는 생경한 경험적 토대를 이룬다. 끝내는 놓치고야 마는 삶의 끝자락을 몸부림처럼 그 흔적으로 존재의 추락을 은유하는 사진이었던 것은 아닐까. 사진은 어떠한 것으로 표현되어도 새로울 것이 없는 진부하다가도 그 속을 헤집어 나가다 보면 낯선 충격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혹은 누가 작가의 시선에 대해 타락의 눈빛으로 바라볼 것도 아니다. 저마다의 삶에 대한 자기만의 해석은 자신만이 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그렇게 한 권의 책으로 공유된다. 병이 다 나았든 아니었든 간에, 우리의 인생에서 삶의 마지막을 간접적으로나마 작가는 책으로 보여 줌으로써 객관화시키고 나아가 사진의 일상에 대한 용도를 따지는 것에서 한편으로는 신선한 충격이기도 하다.
헛된 것 같아도 절박을 일상의 표정처럼 어지른 채로 모습을 담는 사진에서 발견되는 담담함은 절박의 또 다른 가장 무도극처럼 가면을 썼다. 정리되고 단순하며 간결하고 그래서 정돈된 모습은 포기를 의미하는 마지막으로의 단절을 염두에 두는 것. 말끔함이 없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아직 삶을 포기하지 않았고 어떻게든지 계속 당분간은 이어 나갈 수 없는 그 터무니없이 담보 없는 자신감일 수도 있다. "아직은 아니"라는 것에서 욕망을 끝까지 부여잡고 아직 난 멀었다는 식의 흐트러짐을 말하는 것과 같다. 사진은 그야말로 반어법으로 쓴 자술서라고나 할까, 그런 포기할 수 없는 생존의 그 느낌이다.
아참 끝으로 책에 대해서 한마디만 더하자. 책 사이즈 좀 키우시고, 그러면 책 두께가 얇아진다면 폰트도 좀 키워 분량을 늘리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번역문의 문장이 그리 썩 매끄러움이 없이 거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데 뭐 내가 프랑스어를 전혀 모르니 그들의 문장법에 번역이 어떻게 되는지 오리무중이니 역자의 선택을 조금 존중하기로 했다. 책도 작고 글씨도 작고, 눈도 아프고 마음도 따갑고, 글은 레코드 판이 튀듯이 지난 문장을 또 읽고 지나고 나니 글이 정리도 안되고.... 비교적 적은 분량의 책인데 전체적 가독성으로 따지면 상당히 어려웠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