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게도, 국어의 맞춤법을 자주 틀린다. 심지어 단어 철자조차 헤맬 때가 있다. 과연 국어가 모국어인지 모를 정도로 틀릴 때, 핀잔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물론 틀리지 않을 정도로 국어 공부가 덜 된 탓도 있다. 그런데 복기해보면 나도 학교 다닐 때 고등학교까지 국어 과목 시험의 점수는 그리 나쁘지는 않았는 걸로 기억나는데도 말이다.(음, 고등학생 생활기록부를 까야 하나?) 학력고사 시절 때에 국어 점수 50점 만점에 45점으로 기억하니 국어를 못했던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어의 기초가 되는 맞춤법에 대해 상세히 공부했던 적은? 생각해 봐도 그리 많지가 않았다. 국어 점수가 곧 기본 철자의 점수는 아니었던 거다.
글을 게시할 때는 항상 오타와 틀린 철자나 띄어쓰기에 대해 기본적으로 꼭 맞춤법 검사기를 돌려 본다. 역시 가을철 낙엽 떨어지듯 오타가 작렬하고 맞춤법 띄어쓰기는 온통 틀리는 등의 오류 표시가 우수수 떨어진다. 간혹, 검사기조차 정확한 표시인지 의심되기도 하지만 검사기의 인공지능이 그렇다는데 내가 반기를 들고 내가 쓴 게 맞는다고 주장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맞춤법의 확실한 근거를 내가 모르니 기계가 주장하는 대로 일단 맞겠지라며 얼버무려 버리기 일쑤이다. 아마 내가 쓴 모든 리뷰와 페이퍼 글에는 오타와 띄어쓰기에 문제가 많을 거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한국인의 모국어가 한국어(국어)이다. 국어는 학교 다니면서 모두가 배운다.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혹은 대학에 기초교양 필수 과목 중에도 대학 글쓰기라는 과목도 있듯이 국어를 배운다. 서재에 글쓰기를 종종 하는 나는 배웠던 국어가 쉽지 않다. 이번 수능에서 국어 과목에서 상당한 난이도의 문제가 출제된 것도 흥미롭게 봤다. 역시 문제를 봤어도 답은 오답이었다. 솔직히 문제의 지문을 읽는 것만으로도 난독증 환자처럼 버거웠다. 맞춤법을 따질 게재조차 되지 못하겠더라. 이 정도면 분명 우리나라 국어 어문 정책이 뭔가 썩 내키지 않는 것만은 분명하다.
외국인들이 배우는 한국어는 다른 외국어에 비해 극악한 난이도이며 배우기 상당히 까다로운 언어로 정평이 나 있다. 하기야 모국어를 국어로 쓰는 한국인도 어려워하는 마당에 외국인인들 쉬을 리가 없다. 언어를 쓰는 목적과 이유가 뭐겠는가? 언어의 본질은 소통일진대, 이 언어라는 도구가 어렵다면 소통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단어 하나하나가 사고의 기초인데 이 단어와 조사에서부터 헤매는 게 과연 우리나라의 국어 정책이 올바른 것인지 묻게 된다. 자국어이자 모국어가 가끔 "이건지 저건지" 버벅거리는 난해한 느낌이 당황스럽기도 하고 내가 참 무지함이 많다는 것을 국어에서 알게 된다. 국어를 배웠지만 맞춤법부터 제대로 배웠는지 모르겠다. 단어의 어원을 제대로 숙지하고 그 예외가 인식되어 발음과 글자가 왜 틀리게 된 것인지 일반 사람이 다 알기란 언어학자가 아니고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공부도 안된 상태라면 국어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이상할 것이 아니다.
또한 언어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끝없이 변화한다. 삼국시대의 말이 지금과 다르고 조선시대의 말이 지금과 다르다. 하물며 현대에서도 10년 전 30년전의 언어와 지금의 사용하는 단어가 다른 점이 많다. 예전에 쓰이던 단어가 지금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사용되지 않기도 하고 지금 쓰이는 단어가 전에는 없었던 것도 많다. 언어는 마치 생물처럼 태어났다 사라진다. 사용되는 단어도 생물처럼 명멸한다. 기존의 단어도 다 모르겠는데 새롭게 나오는 단어까지 알고 글을 멋지게 쓴다는 게 웃기는 블랙 코미디 같다고나 할까 싶다.
예외 없는 법칙이 없다고 했던가? 그런데 국어는 너무 예외가 많아서 원칙 자체가 없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발음대로 단어를 쓰는 이 원칙이 때로는 무용지물인 단어들이 너무 많다. 비슷한 발음이더라도 철자는 다른 경우도 너무나도 많고 또한 그런 개별적인 예외들이 많으니 일일이 다 알아야 하는 숙제를 받게 되는 셈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무조건 한가지 원칙이 있어 예외 없이 적용될 텐데 이럴 땐 저렇게, 저럴 땐 이렇게라는 조삼모사식의 철자법과 띄어쓰기는 과연 정확한 원칙대로 쓰이질 못하는 경우라고 해야 할 것이다. 쓰기용 글 따로, 발음용 글 따로, 혹은 같은 발음에 다른 철자라는 식이라고 하니 당연히 헷갈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문학적인 작품에서는 국어야 맞춤법이 이렇니 저렇니 따지는 것도 가능한다지만 전문적인 용어들에 있어서 띄어쓰기는 과연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면 막막하게도 모르겠다고 나온다. 요즘처럼 전에 없던 단어들이 생겨나고 새로운 말이 만들어지는 와중에 국어의 바른 사용법은 어떻게 정의되고 통용되어 쉽고 빠르게 이해하고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인지 과연 이걸 누가 정할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고 보면 국어의 어문 정책을 담당하는 곳이 국립 어학원이고 교수님들일 텐데 일례로 자장면을 짜장면으로 바꾸는 것도 수십 년 걸린 거라면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느려 터진 정책으로 과연 글쓰기가 시대에 뒤처진다는 현실을 부인하기도 어렵다. 늘 한 박자 늦어서야 될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일상의 언어는 사람들의 현실적인 삶을 그대로 즉시 반영한다. 그런데 어법은 늘 뒤처져서 틀리니 맞느니 따지고 있으니까 뭐가 맞지 않는 것도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국어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부끄러움을 안다면 부끄럽지 않는 행동할 줄 알아야 한다. 국어 교실이란 이 책으로 자주 틀리는 국어에 다시 재인식하는 의미였다. 국어 공부한다 해서 작가 되겠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오류를 모르고 무심코 사용되는 국어를 스스로가 느낄 때가 두렵기도 하다. 틀리게 쓰인 글을 보고 남들이 얼마나 덜떨어지게 봤을까라고 생각하면 가끔 얼굴이 화끈거린다. 기초가 없는 글이 결코 좋은 명문장으로 나오지는 않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정확하게 쓰자. 바르게 쓰자. 그러려면 기초적인 공부는 되어야 하겠다. 말이 공부이지 한 번씩 보기는 해도 그간의 습관성처럼 잘못 길들여진 어법과 맞춤법이 당장 쉽게 고쳐질 리도 없다. 글쓰기를 할 때마다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상당한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이런 스트레스가 글쓰기를 귀찮고 짜증 나게 하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가급적이면 맞춤법도 최대한 틀리지 않게 예외를 없애고 뭔가 통일된 하나의 일관성 있는 어법으로 하나의 원칙이 그대로 통용되는 어법을 개발해야 한다. 그래야 언어가 발전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게 된다.
물론, 이 글도 맞춤법 검사기를 돌려서 수정한 거다. 또 잘못 쓴 곳이 있을듯하다. 심각한 오류가 아니라면 무던히 좀 넘어가 주시길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