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대학 다닐 때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80년대 후반쯤 시기일 것입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대우그룹이란 기업집단이 있었죠.
그런데 여기에 특이하게
기업이 세운 학술 재단에서 학술총서를 발간했던 적이 있습니다.
특히 인문학에 관한 전반적인 저술활동을 지원해서
책이란 결과물로 내놓곤 했습니다.
이것도 한두 편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단행본으로
시리즈로 나왔거든요.
그때 저도 몇 권의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읽었던 적이 있고,
제일 기억에 남는 책이 "인류학 개론서" 였던가 했을 것입니다.
비록 천문학적인 분식회계와 IMF 경제체제하에서
직격탄을 맞고 그룹은 해체되고 말았지만,
이것 하나는 참 잘했던 추억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리 좋은 학술서를 발간하면서 학술서에 담긴 정신과 이념,
사상과 철학을 기업의 내재된 가치로 승화시키지 못한
근시안성은 상당히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거든요.
기업이 차츰차츰 매출을 올리면서 내실을 다져 나가는 것보다
외형의 확장에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면 금융 차입이 늘어나고
이 차입에 대해 돌려 막기식의 부실을 감추려니까 분식회계를 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부실은 최대한 감추고, 이익은 과도하게 부풀리게 되거든요.
그러면 재무제표에 따른 영업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유망성, 발전 가능성에
포인트를 두면 금융은 그 수치를 보고 또다시 부실을 키우는 전형적인
흐름을 보이는데 대우그룹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그렇게 학술적인 인문학의 발전에 대한 공헌을 하면서도
왜 그 학술 서적에 대한 가치를 배우지 못했을까 두고두고 안타까운 이유가
그런 것 때문이었으니까요.
기업은 국민에게 재화나 용역을 서비스하면서 돈을 벌었고
그러므로 국외로 나가서 물건을 팔수 있는 경쟁력을 얻은 밑바탕에는
국민들이 그 물건을 구매해줘서 이익을 챙겼기 때문이거든요.
그렇다면, 국민의 도움이 있었다는 사실에 고마움을 돌려줄 심산으로
도서관 공공시설의 공원 등 국민들의 실제 삶과 정신적 가치의 삶에 대해
도움을 주는, 이른바 상생할 수 있는 것들이 많죠.
그렇게만 선순환이 된다면 기업이 어떻게 망할 것까지는 없을 것입니다.
어제 뉴스타파의 기사에 말하면 다 아는 회장의 추문 소식이 나와
발칵 뒤집어진 모양입니다.
돈이 너무 많아서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많아서..
심지어 자기 통장에 얼마가 든지도 모를 만큼 많아도,
결국 더 채울 수가 없는 존재의 결핍을 보게 됩니다.
더 이상 채울 수없는 물질에 다음에 찾아오는 본능의 갈구를 채울 수가 없었겠죠.
돈을 쓰더라도 가치와 의미로 쓸 수없는 것은 최대의 불행입니다.
노벨이 만든 다이너마이트가 노동력을 줄이려 발명 의도가 결국
폭탄이 되어 사람을 죽이는데 쓰이게 된 반성이 노벨재단을 만들게 되고
석유재벌이었던 록펠러는 기름 팔아 모은 돈으로 록펠러 재단을 만들었죠.
설립 목적이 인류의 복지증진이라는 이념적 가치 가로 했던 것이니까요.
대기업이 이렇게 인류적인 초범적인 가치를 두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그런데요. 참 쪽팔림이 무언지도 모르는 고작 쭐!부적 마인드라면
굳이 국민이 그런 기업에 지지를 해야 할는지는 상당히 의문스럽죠.
고급 VIP 콜걸의 봉투 숫자가 어떤지는 관심이 없습니다.
정말 행복이라는 것을 모르는 "천박자본"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상당히 씁쓸하기 짝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욕망과 탐욕의 본능이 굳세게 발기하여 발정난 사회임은
틀림없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자기 면역력 없는 몸은 죽듯이 사회 또한 자기 면역,자기 저항력이 없으니,,
아슬아슬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