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야리끼리한 187평의 빌라(싯가로는 백억이 넘는다나??)에서
사는 조모 대작 화가의 그림, <가족여행>이라고 한다.
말이 끄는 수레에 화투장이 실려 있다.
화투급으로는 광 급레벨이다.
비광 똥광 달광 학광 벚꽃광까지.
이게 가족이었던 모양이다.
광가족이 모여서 여행간다.
아무래도 이 말이 끄는 광가족의 마차의 주인은 손목아지 달아난 타짜가 아니었을까? 라는 추측이
무리는 아닐 것이다.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회화 언어에서 뭔가 모르게 기분이 영 조옷!치가 않다.
한 건당 십만원씩?이나 주고 어떻게 컨셉트 잡고 그리고 색체을 어케하고 등등등
작업 지시서에 부합되게 채색하고 언제까지 납품하시라.
그리고 나서, 납품 잡은 그림 조금 미흡한 곳 덧칠 더하고 마지막으로 내 싸인 낙관 박아 넣고
겔러리 에이전시에게 가격 1000만원.택 붙이자 마자
빨간 점 스티커 붙혀서 조누구씨 작품.입도 선매됬음을 알린다.
이중섭.
그의 인생길이 참 고단했다.
한국 전쟁때, 도저히 끼니가 없어 가족을 부양할 수도 없고,
일본인 아내와 아들을 더 굶기는 곤궁하고 못난 애비.
도저히 버틸 수 없어 일본 아내의 처가로 보내고
못난 놈이라고 자책하고 아내와 아이들이 너무나도 그러웠던 남편.
할 줄 아는 건 그림 그리는 것 밖에 없었으니,
전쟁 중 부산의 일거리도 없고,겨우 몸으로 날품 팔아도 그림 도구 하나 사기 어려웠던 변변잖았던 시절.
피우던 담배갑에 은박지 뜯어서 스케치 했던 화가.
그의 작품 <길 떠나는 가족>에 그의 그리움이 유언처럼 고스란히 담겼다.
아내와 아이들을 수레에 태우고 자신이 소의 고삐롤 잡고 방향을 인도한다.
소의 등에 꽃으로 수놓고 아이들에게도 꽃을 주고 아내와 아이들에게
길을 함께 떠나는 그림이다.
두 그림에서 한 사람은 대작의 논란으로,
또 한 사람은 가족조차 건사시킬 수 없었던 비참한 마음이 담긴 그림으로
우리 앞에 서서 오늘날의 우리들이 바라보는 예술에 대해 정중히 되묻고 있다.
자본의 힘이 나날이 더는 이 시점에서
가진 것이 수십억 빌라에서 살며 예술을 논하고
또 너무나도 가난해서 가족을 굶길 수 없어 헤어져야만 했던,
그들의 예술에 대한 서사시는 무엇을 말해 주고 있는가.
나도 모르겠다.
두 개의 그림을 보고 고개만 떨군다.
이것도 비참하고 저것도 우울하긴 매한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