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의 눈 -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알아보는 지혜
저우바오쑹 지음, 취화신 그림, 최지희 옮김 / 블랙피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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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세요. 동심을 되찾으라는 것은 당신 몸이나 지능을 어린 시절로 돌려놓으라는 뜻이 아니에요. 마음을 다해 당신이 어린 시절 간직했던 꿈과 가치를 소중히 여기라는 뜻이죠. 꿈과 가치는 나이와는 상관없어요. 당신이 삶을 대하는 태도와 관련이 있죠." (044p)

국가의 품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 정의로운 국가가 되기 위해 도덕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려준 周保松(저우바오쑹, 짜우포충)은 홍콩의 깨어있는 지성으로 불리는 인물이죠. 그는 <어린왕자의 눈>을 통해서, 현대인이 잃어가고 있는 가치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있는데요. 그는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깊은 철학적 메시지가 담긴 우화집이라고 하는데, 저 역시 너무나 공감이 되더군요.

어린 시절 동화로 읽기 시작했던 <어린 왕자> 하지만 읽을 때마다 그 느낌이 달라지는 책인데요. ‘사람들은 이제 무얼 알아갈 시간도 없이 살지. 그들은 상점에서 다 만들어진 걸 사니까. 친구를 파는 상점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제 친구가 없는 거야’, 이 구절을 어린 시절에 봤을 때는 아주 이질적인 혹은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느꼈을 거 같은데, 지금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로 다가오니 말이죠. 그리고 어린 왕자가 여러 별을 여행하며 만난 이상한 어른들의 모습 역시 이제는 현대인의 자화상처럼 여겨지기도 해요.

책을 읽으면서 장미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사실 저 역시 지금까지도 어린 왕자의 장미를 연약하고 의존적인 존재로 여겨왔던 거 같아요. 하지만 저자가 주목한 어린왕자의 장미는 제 기억과 다른 모습이더군요. 바로 어린 왕자와 장미가 이별하는 순간에 대한 것인데요. 자신을 걱정하는 어린 왕자에게 장미는 자신이 스스로 살아나갈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내더군요. 물론 어린 왕자가 떠나려고 한 것이 계기가 되었겠지만, 자신의 길을 오롯이 걸어나가겠다는 각성이 없다면 그저 좌절하거나 어린 왕자를 붙잡을 수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어쩌면 그렇기에 어린 왕자 역시 자신의 꿈을 이루고, 다시 장미에게 돌아간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그리고 책을 읽으며 저 역시 찾고 싶었던 것은 동심이네요. 어린 시절의 나, 사회가 인정하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다 잃어버린 나의 모습 말이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참 막막한 거 같아요. 과연 나의 본질은 무엇일까, 내가 정말 원했던 것은 무엇일까, 내가 진정으로 소중하게 여겼던 가치들은 무엇일까, 계속 머릿속에서 생각이 맴돌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저 사회가 정해놓은 규칙 속에서 막연하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이런 의문을 갖고 시작한 것부터 나름의 첫걸음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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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들의 꿈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지음, 송병선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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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단 한 번만 존재한다. 그것을 그는 알지 못했었다. 그것이 과거를 불러일으키려는 마술, 즉 가우나의 미약한 시도가 실패한 이유였다. (318p)

그는 마침내 자신의 운명이 과거의 방향을 되찾았고, 자기 운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니, 그냥 그렇게 느꼈다. 또한 그 것이 올바르다고 여겼다. (380p)

20세기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이끄는 두 명의 이름을 붙여서 비오르헤스(비오이+보르헤스)’라고 한다는데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알고 있었지만,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의 이름은 저 역시 낯설었어요. 하지만 <영웅들의 꿈>을 읽고 나니, 그의 작품 세계가 어떠한 것인지 조금은 알 거 같더군요. 저자의 말의 마무리에 그의 이니셜이 ‘A.B.C’가 눈에 들어오더니, 어쩌면 그는 소설을 쓰기 위해 태어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소설을 읽으면서 머릿속을 맴돌던 단어들이 하나씩 더해져 나갔는데요. 시간, 기억, , 운명, 선택, 사랑, 거짓말, 불행 그리고 영웅으로 이어지더군요. 그리고 계속 그 단어들에서 생각이 뻗어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물론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시간 여행자 같은 느낌도 들었어요. 분명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1927년 그리고 1930년 카니발이라는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그리스를 배경으로 하는 영웅 신화 속으로 점프하는 기분도 들고, 때로는 한 여름 밤의 꿈같은 희곡이 투영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더군요. 그리고 한 때는 아메리카 대륙 최대 규모의 도시로 성장했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번영과 쇠퇴를 작품에 그대로 녹여놓은 거 같기도 하고요. 1927년 행렬로 가득하고 축제의 정신으로 고양되었던 카니발이 이제는 시커먼 몰락으로 물들었던 것처럼 말이죠.

소설을 읽으며 하나씩 더해지던 단어를 나열할 때도 책 제목이기도 한 영웅이 가장 마지막이었는데요. 책을 읽다가도 문득 왜 책 제목이 영웅들의 꿈인 것일까 의아해하기도 했었어요. 하지만 마지막 반전이라면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에 와서 그 제목을 이해할 수 있었지요. 소설 속의 영웅들은 자신의 위대한 모험담 속에서 영원히 존재할 수 있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영웅은 조금은 다른 형태일 수 있겠다는 것을 말이죠. 스스로도 가장 만족스러운 작품이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약간의 위트를 더해 이 작품을 꼽았다고 하더니, 정말 흥미로운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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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3-07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문학 작품도 그렇겠지만 특히「영웅들의 꿈」은 신화와 문학작품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가 있어야 더 즐겁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구로센세가 갑니다 1 : 오사카 & 와카야마 마구로센세가 갑니다 1
나인완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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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여행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메뉴판과 자주 방문하게 되는 편의점을 통해서 일본어를 친숙하게 익힐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 마구로 센세인데요. 이번에는 마구로센세가 갑니다시리즈로 찾아왔습니다. 1편은 바로 오사카 & 와카야마천하의 부엌이라고 불리던 오사카는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여행지이죠. 그래서 관광지를 중심으로 하기보다는 미식여행 중에서도 달콤한 디저트 카페 9곳을 중심으로 오사카를 소개해줍니다. 그리고 간사이의 오사카가 최대 관광지라면, 온천 휴양지로 유명한 와카야마 힐링 여행을 함께할 수 있어요.

얼마 전에 오사카를 다녀왔을 때도, ‘브루클린 팔러 오사카에 가서 아보카도&체다 치즈 버거를 먹었었는데요. 그래서 이 가게가 나오고,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에서도 저와 비슷한 느낌이라, 입맛이 비슷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더욱 소개된 가게들이 궁금해지더군요. 일단 맛집들은 어느 정도의 맛을 보장하는 곳이지만, 제 입맛과 잘 맞는 소개자를 만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더욱 가보고 싶었던 쿠델리입니다. 쿠델리는 오래된 주택가와 예쁜 카페들이 어우러진 가라호리 상점가에 자리잡고 있어요. 그 곳을 가느라 길을 헤매서인지 더욱 맛있었다고 해요. 일본 사람들이 맛집에 줄을 서는 것부터 맛을 완성하는 부분 중에 하나라고 했던 것이 문득 떠오르네요. 가게마다 주소와 영업시간 그리고 매력포인트와 주의사항을 첨부해주고 있고요. 물론 주변의 관광지도 빠짐없이 소개해주는데, 사진과 마구로 센세와 사케짱이 함께하느 만화가 잘 어우러져 있어서 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와카야마의 여행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형태였는데요. 바로 온천과 가이세키를 중심으로 하고 있거든요. 료칸에 대한 후기도 잊지 않고 정리해놨고, 와카야마에서 만날 수 있는 맛과 멋을 제대로 소개해주고 있어서, 다음에 오사카를 가면 꼭 방문하게 될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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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경제사 - 돈과 욕망이 넘치는 자본주의의 역사
최우성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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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동화를 읽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요.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사주신 계림문고의 세계 명작 문고 시리즈로, 지금은 원서나 일러스트가 예뻐서 모으는 책이라는 차이 말고는 독서의 모습은 여전하다고 할까요?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될지 너무나 잘 알면서도 여전히 행복해하고, 여전히 슬퍼하고, 여전히 설레어하고, 여전히 초조해하고 말이죠. 그래서 <동화경제사>를 읽으며, 동화의 행간에서 읽어낼 수 있는 것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이 조금 놀랍기도 했어요. 예전에 오즈의 마법사걸리버여행기가 상당히 사회비판적이고 풍자가 가득한 소설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들은 적은 있지만, 적어도 저에게는 이 이야기들은 어린 시절의 추억이 가득한 동화로 남아있지는 않았었거든요.

책에서는 총 15편의 동화를 소개하고 있는데요. 그 동화의 배경, 동화 속 등장인물들의 설정, 그리고 이야기의 흐름 등을 통해서 그 시대의 민낯을 들여다보게 해주는데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동화중에 하나인 플랜더스의 개에서는 넬로가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루벤스의 명작 십자가에 올려지는 예수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위대한 거장의 작품이 넬로가 지나치던 안트베르펜 성모 대성당에 있었던 이유는 플랜더스 지방이 한 때는 교역으로 번성했던 곳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무역의 축이 옮겨지고, 쇠퇴한 지역에서 살아가던 넬로에게는 그 그림을 보기 위해 필요한 은화 한 닢은 구경조차 못해본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한 도시의 흥망성쇠를 동화 속에 그대로 담아낸 듯한 느낌이 들어서, 넬로에게 주어진 슬픔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책을 읽다 보니, 제가 기억하는 플랜더스의 개는 일본의 후지TV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는데요. 실제로는 열다섯, 열둘이었던 넬로와 알루아즈를 그리고 동화 속 배경까지 생각하며 다시 한번 동화를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무솔리니 정권 시절 피시즘의 색이 덧칠되어 콜러디의 원작과 전혀 관계없는 피노키오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피노키오를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는데요. 아무래도 그 내용이 널리 알려져 있고, 익숙한 것이 동화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배경지식을 더하고,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기도 하더군요.

또한 빨간머리 앤은 자전거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예전에 여성학 수업을 들을 때, 자전거가 처음 보급되었을 때, 여성이 자전거를 타는 것을 상당히 우려했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자전거덕분에 이동이 편해지고, 자전거를 타려니 여성의 복장이 간소화되기도 하고요. 그렇게 여성에게 자유가 부여되는 것이 남성들의 눈에는 좋게 보이지 않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죠. 그래서 지금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보이는 앤이 자전거를 타는 장면이 갖는 의미도 다르게 다가오더군요. 매슈의 마차를 타고 행복해하던 앤과 자전거를 타고 자유롭게 이동하는 앤의 모습이 말이죠. 어린 시절의 추억이 가득한 동화 속에서 경제사를 넘어 세계사까지 읽어내는 재미가 정말 쏠쏠했던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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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없는 장미 - 루쉰의 산문 마리 아카데미 3
루쉰 지음, 조관희 옮김 / 마리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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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중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히는 <Q정전>덕분에, 루쉰은 작가의 이미지가 강하지만요. 실제로 그는 스스로 잡문이라고 칭했던 칼럼들을 열정적으로 집필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의학에 뜻을 두고 갔던 일본 유학시절에 받았던 충격으로 몇 명의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회를 변화하는 글을 쓰고자 했던 것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루쉰이 남긴 2000여편의 잡문에서 고르고 고른 산문 <꽃이 없는 장미>를 읽으면서 그 마음이 더욱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그의 성장에 따라 구성이 되어 있어서, 그의 희로애락을 비롯하여 생각의 깊이가 깊어지는 과정도 함께할 수 있었는데요. ‘향수鄕愁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 어린 시절에서부터, ‘그림자의 작별인사라는 글로 시작되는 질풍노도의 시절로 이어집니다. 저는 이 글에서 밝음과 어둠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소/ 황혼인지 여명인지 모르오그리고 마라시력설에서 밀려드는 새로운 조류에 끝내 지탱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라는 구절이 루쉰이 처한 상황 그리고 나아가서 중국의 상황을 너무나 잘 읽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스물아홉의 나이에 중국으로 다시 돌아와서의 막막함까지 말입니다. 하지만 그는 그에 굴하지 않고, 그 속에서 자신의 길을 그리고 중국이 나아가야할 바를 찾고자 노력합니다. 말 그대로 암중모색의 시기로 넘어간 것이죠. 그때 그가 희망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보면, 간절함만큼 막막한 그의 심정이 안타까울 정도더군요. 이 시기에 아Q정전이 나온 것도 이해가 될 정도라고 할까요. 어쩌면 그에게 중국은 희망과 같은 감정의 대상이었을테니 말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새로운 세상, 그러나’, ‘절망에 대한 반항’, ‘투창과 비수가 되어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제가 기억하는 루쉰의 글들이 거의 다 실려 있더군요. 그렇게 제가 기억하는 루쉰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단편적으로 그의 글을 읽었을 때보다, 이렇게 그가 걸어온 생의 여정을 잠시나마 함께 걸으며 읽었을 때의 느낌은 정말 다르더군요. 그가 꿈꾸던 중국도 더욱 선명하게 보이고 말이죠. 요즘 중국의 정세가 하수상하죠. 그래서 자꾸만 루쉰의 글을 거기에 겹쳐서 읽어보게 됩니다. 그가 그렇게 사회운동에 열중한 이유와 지금 중국의 현실에는 큰 간극이 있으니 말입니다. 중국의 작가이자 지식인인 위화의 말에 절로 공감이 갈 정도로 말이죠.

 "루쉰의 중국 사회에 대한 조롱을 보면 매우 유쾌하다. 루쉰이 아직 살아 있다면 차도 마시고 담배도 피면서 함께 이야기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_위화, 이화여대 특강중에서(2017 4 2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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