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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함께한 모든 길이 좋았다 - 장애. 비장애 커플의 예측불가 유럽 배낭여행
박윤영.채준우 지음 / 뜨인돌 / 2018년 1월
평점 :
‘장애 비장애 커플의 예측불가 유럽 배낭 여행’이라는 부제에 문득 예전에 읽은 책이 떠올랐었어요. 장애인 인권조례를
만들기 위한 과정을 꼼꼼히 기록한 ‘세계는 1센티미터씩 바뀐다’인데요. 그 책을 보면서 장애인과 정상인이라는 이분법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지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이 책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거 같습니다. 물론 지구별에서 장애가 더 이상 비정상으로 취급 받지 않는 날을 기대하며 전동휠체어로 세상을 누비는 여자 윤영과
이제는 홀로 걷는 여행보다 윤영과 함께 하는 여행을 더 좋아하게 된 남자 준우의 <너와 함께한
모든 길이 좋았다>는 풋풋한 사랑의 느낌 역시 가득하지만 말입니다. 정말 오래 전 드라마이긴 하지만, ‘천사들의 합창’에서 나오는 꼬마 소녀처럼 ‘낭만적이야~’를 외치고 싶어질 정도였지요.
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스페인으로 이어진 45일간의
유럽 배낭 여행인데요. 저도 첫 번째 유럽여행을 비슷한 루트로 움직여서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했지요. 거기다 그들이 직접 부딪쳐서 얻은 ‘휠링(Wheeling) 가이드’가 있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필요한 정보들을 따로 정리한 것이 유익하더군요. 이런 부분을
따로 표시해놓은 관광지들이 많지만,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제대로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았어요. 대중교통이용에 대한 팁부터 시작해서, 관광지에 갔을 때 장애인 화장실이
어디에 있는지, 사용할 때 직원에게 따로 열쇠를 받아야 하는지 여부나,
엘리베이터를 어떻게 이용하고 이동할 때는 어떤 방식이 편리한지, 또한 입장할 때 장애인을
동반할 경우의 혜택이나, 따로 줄을 서지 않아도 되는 곳들에 대한 부분도요. 또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사회의 구성원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유럽의 풍경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도리어 자신을 딱히 특별하게 혹은 배려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 그들의 시선에서 두 사람은 더욱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었지요. 물론 이런저런 문제에 부딪칠 때도 있었지만 말이에요.
물론 이런 부분들이 정말 유익하지만, 제가 재미있게 본 부분들은 두
사람의 달콤 쌉싸름한 사랑이야기라고 할까요? 여행은 말 그대로
24/7을 함께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친한 사람에게도 낯선 면을 많이 발견할 수 밖에
없어요. 저 역시 친구와의 유럽여행이 그러했는데요. 그들의
피렌체 여행에서 정말 많이 공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언덕이 많은 곳이라, 휠체어에서 더욱 힘겨워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그녀의 표정을 살피며
마음이 점점 더 불편해진 준우가 너무나 이해가 되더군요. 물론 누군가는 되돌아 생각해보면 그것 역시
모두 다 소중한 추억이 될 거라고 말할 수 도 있지만, 막상 그 상황에서는 그럴 수 없거든요. 두 사람이 여행을 만끽하는 순간들을 함께 행복해하고, 때로는 두
사람의 마음이 어긋날 때면 응원하며, 그렇게 두 사람의 여행과 함께할 수 있었네요. 두 사람이 ‘함께’ 한
여행의 기록을 읽으며, 다음 여행을 기대하게 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