릿터 Littor 2017.12~2018.1 - 9호 릿터 Littor
릿터 편집부 지음 / 민음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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릿터라는 잡지를 만난 것도 벌써 5번째이네요. 이 잡지를 알게 된 것 역시 알라딘 덕분이었는데요. 제 느낌인지 몰라도 점점 더 두꺼워지는 거 같기도 하고, 더욱 알차지는 거 같기도 합니다.

릿터 9호의 주제는 결혼 플롯입니다. 비혼, 졸혼처럼 점점 결혼이 갖고 있는 전통적인 가치관이 무너지는 단어들이 일상어처럼 사용되기 시작하였는데요. 그래서 이번 기획 역시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오더군요. 개인적으로는 그런 단어들이 사용되는 심리적 이유는 분실물 찾기의 대가에서  그리고 경제적인 이유는 내집마련이라는 도시전설을 읽으며 찾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웨딩앨범이 찾고 싶은 것인지, 그 사진속에 영원히 박제된 찰나의 행복이 찾고 싶은 것인지, 저도 서재에 진열해둔 많은 사진들을 보며, 다시 한번 결혼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또한 출세를 통한 내 집 마련이 아닌 부모의 증여를 통한 내 집 마련이라는 신화로 변화하고 있다는 이야기에서는 답답함이 느껴지더군요. 언제부터인걸까요? 금수저, 흙수저타령이 조금은 피해의식처럼 느껴지기도 했었는데요. 하지만 이런 분석글을 읽다 보면, 그들이 느끼는 막막함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어서, 그 표현이 얼마나 절박한 마음에서 나온 것인지, 현대인의 삶이 얼마나 척박해졌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제가 기다리는 칼럼 중에 하나가 바로 문학사 굿즈샵인데요. 이번에는 복사기를 다루고 있어요. 저 역시 학교를 다닐 때, 선배들이 유시민의 항소이유서를 A4용지에 인쇄한 것으로 보여준 기억이 있어요. 심지어 광주민주화운동의 기록물인 황석영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역시 그러했다니 놀랍기도 하고요. 그래서 치안당국의 단속 대상에 대학의 프린터가 포함되었다니 절로 웃음이 나더군요. 유익하면서도 재미있는 잡지 릿터, 다음 호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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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곁의 화가들 - 서로의 연관검색어로 남은 미술사의 라이벌 16
박미성 지음 / 책밥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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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아티스트 커플 시리즈 <마네와 모네>를 읽고 나서, 너무나 좋은 책이었기에, 그 시리즈들이 다 궁금해졌었는데요. 이번에 미술사와 미술이론을 공부하고 강의하는 박미성의 <당신 곁의 화가들>을 읽으니 그 호기심이 조금은 채워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물론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혹은 작품을 봤을 법한 화가, 그리고 그들 곁에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또 다른 화가들이 등장하는 책이라서 제목이 그러하긴 하지만, ‘서로의 연관검색어로 남은 미술사의 라이벌 16’이라는 부제가 책을 더욱 잘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처음에는 했습니다.  

르네상스의 두 거장 -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빛에 매료된 두 화가 - 렘브란트 반 레인, 요하네스 베르메르

스페인의 자랑스러운 미술가 - 디에고 벨라스케스, 프란시스코 고야

위대한 빛, 그리고 우정 - 에두아르 마네, 클로드 모네

불꽃 튀는 천재들의 만남 - 폴 고갱, 빈센트 반 고흐

애증의 줄다리기 속에서 피어난 예술 - 오귀스트 로댕, 카미유 클로델

가장 요란한 작가와 가장 과묵한 작가 - 앙리 마티스, 파블로 피카소

상식에 끊임없이 도전하다 - 살바도르 달리, 르네 마그리트

하지만 문득 책을 읽다보니, 라이벌이라는 말이 맞나 싶은 생각도 들더라고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 역시 인간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서로 자신의 길을 걸었을 뿐인 거 같았거든요. 도리어 자신과 같은 목표로 나아가는 동료의 존재는 그들에게 힘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고흐와 고갱을 소개하면서 나왔던 표현 그들만의 고유한 주관적 색채를 찾아가려는 여정이 더욱 잘 맞는 거 같기도 해서, 책 제목이 참 절묘하다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되더군요. 카미유 클로델의 이야기 역시 그러했는데요. 비극적인 삶이라는 수식어가 너무나 당연해진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인 카미유 클로델이지만, 책을 읽다 보니 로댕 역시 그녀의 곁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서있었으니 말이죠.

또한 환상적이라는 말을 넘어서 초현실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준 달리와 마그리트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네요. 브뤼셀을 여행하며, 벨기에의 왕립 미술관과 마그리트 뮤지엄을 갔다가 마그리트의 작품에 빠져들게 되었는데요.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빛의 제국을 보고 처음에는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깨닫지 못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달리가 치즈를 먹은 감각을 떠올리며 그렸다던 기억의 영속처럼 저 역시 그의 작품 세계에 빠져서 현실과 초현실을 구분하지 못했던 기억이 생생해요. 그래서 두 사람을 함께 두고 살펴보는 것 역시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미술사를 공부해보고 싶은 욕심이 부쩍 자라는 책이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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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내전 - 생활형 검사의 사람 공부, 세상 공부
김웅 지음 / 부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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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어제도 JTBC 뉴스룸에서 검찰 내 성 추문에 대한 내부고발이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특별한 경우가 다뤄지기 쉬운 여러 뉴스에 등장하는 검사, 그리고 그보다 더욱 극적인 이미지가 강조될 수 밖에 없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검사의 이미지는 정말 극단을 달리고 있는데요. 마침 생활형 검사를 자처하는 김웅의 <검사내전>을 읽고 있었기에 생각해 볼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20년 가까이 현직 검사로 살아온 그는 검사라는 직업에 덧씌워져 있는 수많은 이미지들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그가 생각하는 자신의 직업인 검사는 정의의 화신도 그렇다고 악의 근원도 아니기에, 도리어 그런 모습과는 항공모함 서너 개는 지나갈 수 있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죠.  책을 읽으며 미국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가 떠올랐어요. 온갖 극악한 범죄에 맞서 치열한 수사를 하고 있지만, 그 시간을 빼면 그들은 너무나 평범한 직장인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거든요. 검사 역시 그러한 것이겠지요.

예전에 현직 부장판사인 문유석의 판사 유감을 읽은 적이 있는데요. 그 책을 읽었을 때와 닮은듯 다른 느낌이 들었어요. 법과 정의 그리고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시선이 느껴지는 면은 비슷했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냉철하다고 할까요? 그 부분이 검사와 판사의 시선의 차이일까 막연한 생각도 했습니다. 법이 갖고 있는 사각지대에 대한 이야기도 그러했어요. 다가갈 수 조차 없는 것이 아닌가 싶은 저 높은 곳에서 행사되고 있는 권력의 힘에 대한 이야기도, 또한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스타검사가 만들어내는 문제들에 대한 지적도 생각할 부분들이 많았어요. 우리는 어떠한 영웅적인 인물을 기대하고, 그들에게 열광하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제도와 정책을 향한 절대 다수의 노력과 공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사기에 대한 부분들이 기억에 남아요. 사람들이 얼토당토않은 사기에 당하는 이유,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사람들의 이성을 가리고 있는 것은 바로 욕심이라는 것이죠. 거기에 대해 우리는 욕심이라는 거친 바다 위를 구멍 뚫린 합리라는 배를 타고 가는 불안한 존재라고 표현하는데, 바로 다이어리에 옮겨 적을 정도로 삶의 지혜가 느껴지는 잠언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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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읽는다 삼국지 100년 도감 지도로 읽는다
바운드 지음, 전경아 옮김, 미츠다 타카시 감수 / 이다미디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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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나관중의 <삼국지 연의>는 정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책인데요. 참 여러 번 읽은 책이기도 하고, 중국 관광이 가능해졌을 때 부모님과 함께 삼국지 연의를 중심으로 첫 여행을 했을 정도니까요. 여러 번 읽게 되는 책들의 특징 중에 하나가 있다면, 읽을 때마다 몰입되는 인물들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인데요. 하지만 삼국지를 다시 읽을 때마다 힘들게 책장을 넘기게 되는 부분이 바로 제갈량의 죽음,  오장원에 지는 별이네요. 아무래도 저에게 삼국지는 그 누구도 아닌 제갈량이 주인공인 거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 <삼국지 100년도감>을 읽으면서 이 전과 달리 책장을 넘길 수 있었고, 그 이후 진나라가 삼국을 통일하는 이야기까지 편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는데요. 그래서인지 작은 칼럼으로 나오는 ‘<삼국지>에서 탄생한 사자성어편에서 파죽지세 破竹之勢는 거의 처음 본 느낌마저 들었어요. 진나라가 남하하여 오나라를 공격할 때, 날씨를 경계하며 망설이는 이의 의견에 반박하며 두예가 올린 상소문에서 나온 표현이었더라고요. 아무래도 이 책은 삼국지 연의가 아니라, 진수의 정사 삼국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인지, 한 인물에게 몰입하기보다는 역사의 흐름에 집중하게 되어서인 거 같아요.

이 책의 진정한 매력은 무엇보다도 지도로 읽는다가 아닐까 합니다. 책으로 삼국지를 읽다보면, 인물이나 사건에 집중하게 되어서, 그 배경이 되는 공간을 놓치기 쉽잖아요. 특히나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보니 중국의 지리에 대해서 잘 모르기도 하고요. 삼국지와 날씨를 조합하면 떠오르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적벽대전인데요. 이때 제갈량은 화공책을 사용하기 위해 바람의 방향을 바꾸는 것으로 나오죠. 물론 제갈량의 남동풍이 갖고 있는 뒷이야기를 들었었지만, 이 책을 통해서 지도를 통해 적벽대전을 따져보니 다른 부분들이 보여서 흥미로웠어요. 이처럼 책에서는 130장의 입체지도를 통해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주는데요. 지도에서는 지리적인 조건들뿐 아니라, 병력의 양과 이동경로, 또한 진행상황까지 수록하여 다채롭게 살펴볼 수 있어요. 또한 인물에 대한 소개뿐 아니라, 인맥도나 가계도를 수록하여 인물들간의 연관관계도 한 눈에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주고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진법에 대한 것도 궁금했는데요. 예를 들자면 북벌 중에 제갈량이 펼쳤던 팔괘진 같은 것들 말이죠. 그런 부분은 지도랑 보면 그 기기묘묘함이 잘 드러나지 않을까 했는데, 그 부분에 대한 것은 아무래도 정사는 아니었던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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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언어 - 민주주의로 가는 말과 글의 힘
양정철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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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언어>의 저자 양정철은 참여정부시절 언론 정책을 담당하는 홍보기획비서관으로 그리고 18대 대통령 선거때는 문재인 캠프의 메시지 팀장으로 활동했는데요. 성공적인 정권교체를 이루어내는데 한 몫을 담당했던 그는 잊혀질 권리를 허락해달라며 2선후퇴를 선언했는데요. 시간이 흘러 그는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해 느낀 언어의 힘을 풀어낸 책으로 돌아오게 되었네요.

이 책은 평등의 언어, 배려의 언어, 공존의 언어, 독립의 언어, 그리고 존중의 언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문에서 그는 노엄 촘스키를 비롯한 언어학자들의 언어가 의식과 사고를 지배한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민주주의를 우리 삶 속에 굳건히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언어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데요. 민주주의를 완성화시키는 방법 역시 바로 이 목차 그대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외국어를 익히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는데요. 아무래도 모국어는 자연스럽게 습득한 것이지만, 외국어는 반복을 통해서 배워나가는 것이다 보니까요. 그 과정에서도 모국어가 조금씩 그 독립성을 잃어간다고 할까요?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급한대로 혼용해서 사용하는 버릇을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각각의 언어가 더욱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테니까요.

이런 부분이 많이 드러나는 것이 바로 일본어인데요. 아무래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의 언어가 많이 훼손된 부분들이 많더라고요. 전에 알쓸신잡에서도 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었는데, 바로 우리가 사용하는 지명이 일제의 민족정신 말살 정책에 의해 고유의 이름을 잃어버린 것이죠. 광복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말입니다. 또한 너무나 당연하게 일본의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것에는 그렇게 민감하면서도, 현해탄이라는 표현은 서슴없이 사용하니 말이죠.

어려운 표현들을 조금 더 쉽게 만들어나가자는 제안과 의례적인 구호행정을 줄이자는 것에도 정말 공감이 되었는데요. 운전을 하다 보면, 네비게이션이 새로운 지역으로 진입할 때마다, 지자체가 내세우는 슬로건을 붙여서 소개를 하잖아요. 그럴 때마다 좋은 말은 다 나온다고 생각하며 웃었던 기억도 있네요. 딱히 그 지역을 대표하지도 않는 것들, 그런 구호행정이 어떠한 실효성이 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도리어 배려의 언어에서 나왔던 마음을 움직이는 말을 읽고, 정말 이대로 좋은가 한번 고민해보는 것이 어떨까 하네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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