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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곁의 화가들 - 서로의 연관검색어로 남은 미술사의 라이벌 16
박미성 지음 / 책밥 / 2018년 1월
평점 :
얼마 전에 ‘아티스트 커플 시리즈’중 <마네와 모네>를 읽고 나서, 너무나 좋은 책이었기에, 그 시리즈들이 다 궁금해졌었는데요. 이번에 미술사와 미술이론을 공부하고 강의하는 박미성의 <당신
곁의 화가들>을 읽으니 그 호기심이 조금은 채워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물론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혹은 작품을 봤을 법한 화가, 그리고 그들 곁에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또 다른 화가들이 등장하는 책이라서 제목이 그러하긴 하지만, ‘서로의 연관검색어로 남은 미술사의 라이벌 16’이라는 부제가 책을
더욱 잘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처음에는 했습니다.
르네상스의 두 거장 -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빛에 매료된 두 화가 - 렘브란트 반 레인, 요하네스 베르메르
스페인의 자랑스러운 미술가 - 디에고 벨라스케스, 프란시스코 고야
위대한 빛, 그리고 우정 - 에두아르
마네, 클로드 모네
불꽃 튀는 천재들의 만남 - 폴 고갱, 빈센트 반 고흐
애증의 줄다리기 속에서 피어난 예술 - 오귀스트 로댕, 카미유 클로델
가장 요란한 작가와 가장 과묵한 작가 - 앙리 마티스, 파블로 피카소
상식에 끊임없이 도전하다 - 살바도르 달리, 르네 마그리트
하지만 문득 책을 읽다보니, 라이벌이라는 말이 맞나 싶은 생각도 들더라고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 역시 인간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서로 자신의 길을 걸었을 뿐인 거 같았거든요. 도리어 자신과 같은 목표로 나아가는 동료의 존재는 그들에게 힘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고흐와 고갱을 소개하면서 나왔던 표현 ‘그들만의 고유한 주관적
색채를 찾아가려는 여정’이 더욱 잘 맞는 거 같기도 해서, 책
제목이 참 절묘하다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되더군요. 카미유 클로델의 이야기 역시 그러했는데요. 비극적인 삶이라는 수식어가 너무나 당연해진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인 카미유 클로델이지만, 책을 읽다 보니 로댕 역시 그녀의 곁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서있었으니 말이죠.
또한 환상적이라는 말을 넘어서 초현실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준 달리와 마그리트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네요. 브뤼셀을 여행하며, 벨기에의 왕립 미술관과 마그리트 뮤지엄을 갔다가
마그리트의 작품에 빠져들게 되었는데요.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빛의 제국’을 보고 처음에는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깨닫지 못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달리가 치즈를 먹은 감각을 떠올리며 그렸다던 ‘기억의
영속’처럼 저 역시 그의 작품 세계에 빠져서 현실과 초현실을 구분하지 못했던 기억이 생생해요. 그래서 두 사람을 함께 두고 살펴보는 것 역시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미술사를
공부해보고 싶은 욕심이 부쩍 자라는 책이기도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