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사람이다 - 그 집이 품고 있는 소박하고 아담한 삶
한윤정 지음, 박기호 사진 / 인물과사상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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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몇 년간 살아온 집을 떠나 이사를 했는데요. 물론 요즘은 미니멀 라이프가 대세라지만, 저는 전형적인 맥시멈리스트라, 짐을 다 빼낸 후에 제가 살아온 집이 참 낯설게 느껴졌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집은 어떻게 생각해보면,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담아내는 그릇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이번에 읽은 책 <집은 사람이다>에도 공감이 많이 가는 거 같아요. . 

이 책에서는 소박한 집, 시간이 쌓인 집, 예술이 태어나는 집 공동체를 향해 열린 집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집을 만날 수 있는데요. 집과 사람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아름다운 하모니를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떠난 폐교에는 그림 아이들이 산다, 에서는 화가 김차섭 김명희 부부의 폐교 작업실이 나와요. 아무래도 인구의 절대수도 줄고, 대도시 집중이 심해지다 보니, 폐교도 많이 생길 수 밖에 없는데요. 그런 폐교를 활용하는 방법 중에 인상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바닥에 전시되어 있던 분수놀이라는 작품을 보면 아이들의 즐거운 함성 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나는 봉천동에 산다의 작가 조경민의 봉천동 서재는 서울에서 태어나 성장해온 저도 봉천동에 그런 이미지가 있었는지 몰랐기에 더욱 기억에 남았던 거 같아요. 또한 몇 년 전에 인생을 배우다라는 책을 통해 너무나 따듯한 지혜를 전해준 독문학자 전영애의 여백 서원도 기억에 남네요. 자연과 어우러진 그 곳은 모든 계절이 나름의 정취를 더해주겠지만, 눈으로 덮인 산과 한옥의 처마가 유난히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좋은 책과 좋은 사람들을 보존하고, 삶의 여백을 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답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집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통해 그 집에 더해진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참 좋은 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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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닐. 앨범. 커버. 아트
오브리 파월 지음, 김경진 옮김 / 그책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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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저는 카세트테이프로 시작하여 LP, MD, CD 그리고 지금의 디지털 음원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을 즐겨왔는데요. <바이닐 앨범 커버 아트>를 읽으며,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다 경험한 세대라는 것이 나름 독특한 경험 중에 하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이 책은 영국의 앨범커버 디자이너 오브리 파월과 스톰 소거슨이 이끌었던 힙노시스의 일대기를 담은 카탈로그인데요. 그들은 1967년부터 1984년까지 373장의 음반의 커버를 디자인했다고 해요. 최근에 핑크 플로이드의 마지막 정규앨범인 ‘The Endless River’의 커버를 보면서, 감탄했던 기억이 있는데 역시나 그들의 작품이었더군요. 그 커버는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거든요. 학교 앞에 있던 레코드샵에 진열되어 있던 많은 LP판들, 그 커버에 끌려서 그 당시에는 참 낯설게 느껴졌던 건스앤로지스Guns N' Roses, 이니그마 Enigma의 앨범을 사기도 했었죠. 그리고 힙노시스와 많은 작업을 했던 핑크 플로이드 Pink Floyd, 레드 제플린 Led Zeppelin, 책에서 그 커버들을 보다 보니 친구들과 나누었던 많은 대화들도 떠오르고 그랬어요.

사실 처음에는 음반 커버와 함께 많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요. 지금과 달리 음반이 있던 시절에는 그 음반에 수록된 곡들이 모여 또 하나의 메시지랄까요?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같이 느껴질 때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음반 커버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들의 음악을 더욱 잘 이해해야 했을 거 같아요. 그런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치열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아무래도 그들의 방대한 작업량 덕분인지 포트폴리오 같다는 인상이 더욱 강한 것, 이왕 그렇다면 LP사이즈로 책을 만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아주 정말 조금 아쉽더군요. 학창시절 그렇게 열심히 모았던 LP들이 어느새 다 사라져서, 물론 음악이야 음원으로 감상하면 되지만, 플레이어에 작게 뜨는 앨범커버들이 아쉬울 때가 있어서,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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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터베리 이야기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15
제프리 초서 지음, 송병선 옮김 / 현대지성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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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를 접한 것은 조금은 엉뚱할지도 몰라도 영어의 역사를 배우면서였어요. 그 때는 중세 영어의 과도기적인 모습을 살펴보는 것으로 이 책을 접했는데, 이번에 현대지성 클래식으로 읽어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네요.

아직 활자인쇄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이라, 거의 100여개에 이르는 필사본으로 남아있는 작품인데요. 그 중에 가장 권위있는 엘리스미어의 필사본을 바탕으로 번역을 했다고 해요. 책에는 다양한 자료가 수록되어 있는데, ‘엘리스미어 판본(미국 캘리포니아 헨리 E. 헌팅턴 도서관 소장)’을 저도 전에 봤던 것이라 더욱 반갑게 느껴지더군요. 특히나 이 판본은 등장인물의 삽화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그들의 복식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토마스 베켓하면 헨리2세때 성직자로 법률가로 행정가로 그리고 외교관으로까지 출중한 능력을 보였던 인물이죠. 생각해보니 예전에 퇴마록에 등장하는 베케트의 십자가를 기억하며 찾아가봤던 곳이 소설 속 주인공들이 순례를 떠났던 캔터베리 대성당이었고, 그 때 우연히 들렸던 캔터베리 테일스네요. 캔터베리 테일스에서 봤던 것들이 이 소설속의 이야기를 재현하고 있었던 것인 것, 이제서야 단편적으로 남아있던 추억들을 하나로 묶어내게 되었습니다.

31명의 순례자들이 때로는 화자로 때로는 청자로 교차하는 구조인데요. ‘병들어 고생할 때 도와준 거룩하고 복되며 성스러운 순교자’, 토머스 베켓을 찾아가기 위해 떠나온 사람들은 타바드 여관의 주인에게 흥미로운 제안을 받게 됩니다. 갈 때, 그리고 돌아올 때 총 네가지의 이야기를 해서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사람에게 큰 상을 주자고요. 신분사회였던 중세 영국이라지만, 순례길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했던 것일까요? 다양한 직업, 당연히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직업군의 사람들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요. 아무래도 포상이 있는 경쟁이기 때문일까요?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처럼 극적이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MSG가 조금 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이야기도 있었답니다. 물론 자신의 실수나 잘못은 어느 정도는 순화시켰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많았고 말이죠.

덕분에 다양한 인간군상의 향연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네요. 1387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여, 1400년 초서의 사망으로 미완성인 상태로 남았는데도, 그 것도 의미있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말 그대로, 백인백색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마침표는 없을 테니 말이죠. 현대로 올수록 물질문명뿐 아니라, 정신문명 역시 발달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상당히 충격적인 이야기들도 있어요. 처음에는 아무래도 시대적 배경이나, 상황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아서, 읽는 속도가 느렸었는데, 차츰 인간의 내면에 감춰진 욕망에 집중하면서부터 점점 더 흥미로워지고, 인간사에 대한 눈이 깊어지는 느낌도 들더군요.

성서에도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적혀진 것은 모두 우리를 가르치기 위한 것이다.” 제 목표도 이런 것이었습니다. (p636) –초서의 고별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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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마음 - 달라이 라마의 성경 강의
달라이 라마 지음, 류시화 옮김 / 불광출판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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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달라이 라마의 책을 즐겨 읽어 왔는데요. 이번에는 약간 독특한, 아니죠, 어떻게 보면 이 전부터 있었어야 했던 것이 아닌가 싶은 다양한 종교의 소통과 통합의 장을 만날 수 있었네요. ‘순수한 기도라고 일컬어지는 그리스도교의 명상 전통의 힘을 믿고, 알려온 존 메인 신부가 만든 세계 그리스도교 명상 공동체(WCCM)에서는 매해 그를 기리는 존 메인 세미나를 연다고 해요. 1994년에는 티베트 불교 지도자이자 티베트 망명정부 정치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초청하여 3일간의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고 해요. 그리고 <선한 마음, THE GOOD HEART>는 그 시간을 기록한 것이지요. 그 곳에 참여한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성경을 마음으로 받아들여왔기에, 불교 승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해석한 성경은 어떤 느낌이었을지 상당히 궁금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강연과 더불어 대화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한 달라이 라마의 마음도 조금 이해가 되더군요.

요한복음 12 44-50, 이는 신앙과 구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구원, 그리고 해탈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저는 종교를 따로 갖고 있지 않기에, 이 것을 믿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영화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신과 함께를 저는 웹툰으로 읽었었는데요. 우리 조상이 갖고 있던 내세관을 보면서, ‘개똥밭에 굴러다 이승이 좋다라던 말이 떠올랐던 기억이 나요. 저도 그와 비슷한 연장선에 서있어서 일까요? 더욱 종교인들이 갖고 있는 내세관의 의미가 저에게는 늘 호기심의 대상이 되더군요. 천국과 지옥에 대한 로렌스 신부의 생각이 마음에 와닿았는데요. 애초부터 하느님으로부터 떨어질 수 없는 존재인 인간, 그렇기에 지옥은 우리가 하느님으로부터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불행한 사람은 스스로 자신만의 지옥을 만든다던 말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결국 천국도 지옥도 다 자신의 마음 속에서 비롯되는 것이겠지요.

달라이 라마는 지혜의 바다라는 뜻을 가족 있어요. 자비의 보살인 관세음보살의 환생으로 여겨지죠. 그래서 마가복음 3 31-35절의 자비에 대한 이야기를 유심히 살피게 되더군요. 그는 복음서의 마지막 구절인 누구든지 하느님의 뜻대로 행하는 자는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라.”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뜻대로 행하는 자신성을 공유하고 있고 신의 뜻을 따를 능력이나 가능성을 가진 사람으로 해석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저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끝없이 갈등하고, 심지어 전쟁으로 확대되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인간은 너무나 다양한 존재이고, 그렇기에 서로 다른 종교를 갖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라는 입장을 갖고 있는 달라이 라마는 그렇기에 감정이나 본능보다는 이성적인 이해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종교 경전을 이성적으로 이해하면, 그를 통해서 나와 다르게 느껴지던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고, 나아가 존경하고, 모두가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이 책이 정말 소중한 한 걸음이 되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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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차려주는 식탁 - 어른이 되어서도 너를 지켜줄 가장 따뜻하고 든든한 기억
김진영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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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떠오르는 추억들은 오감을 자극하는 기분이 들죠. 어쩌다가 정말 어쩌다가 한 번 아빠가 해주셨던 볶음밥, 감기에 힘들어하는 저를 위해 단골 레스토랑에 가서 사오신 스프 같은 것들은 더욱 특별하게 기억되는데요. 아무래도 아빠가 요리와는 거리가 멀으셨던 분이라 더욱 그런 것이 아닌가 해요. 그래서 그 음식들이 저에게 정말 최고의 맛이었던 이유는, 아무래도 그 흔치 않은 추억이기 때문이 아닐까도 합니다. 그래서 <딸에게 차려주는 식탁>에서 비가 오는 날이면 윤희도 아빠가 끓여주던 라제비가 생각날 때가 올 거다라는 글귀에 정말 공감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저 역시 딸이기에, 꼭 그럴 것이라고 그리고 그 추억의 온기에 따듯하게 감싸여 행복할 거라고 답해줄 수 있을 거 같네요.

행복한 추억들은 마치 나만을 위한 보호막 같은 느낌을 줄 때가 있어요. 그런 면에서 <딸에게 차려주는 식탁>의 저자인 김진영과 그의 외동딸 윤희에게는 정말 특별한 추억들이 많을 거 같다고 생각해요. 좋은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지구를 열다섯 바퀴를 돌 수 있는 거리를 돌아다닌 김진영의 또 다른 직업은 바로 윤희를 위한 셰프, ‘유니셰프거든요. 식품기획자인 아빠가 유난히 입맛이 까다롭고 입이 짧은 딸을 위해 차려온 맞춤 식탁과 함께한 15년의 시간이니 말입니다. “이 책, 참 사랑스럽고 다정하다라던 작가 최갑수의 추천사가 정말 딱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살뜰하게 딸을 챙기고, 딸과의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는 이야기 때문일까요? 책을 읽다 보면,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기도 할 정도였어요. 행여나 손 다칠까 살피시는 외할아버지의 따듯한 눈길과 그렇게 직접 따온 옥수수를 바로 쪄주시던 할머니의 다정한 미소, 야채를 잘 안 먹는 절 위해 놀이까지 만들어주신 엄마의 깊은 마음 같은 것 말이죠.

그리고 식재료도 건강에 좋은 것으로 고를 줄 아는데다, 직접 음식을 준비한 유니셰프이기에 정말 다양한 요리팁도 알려주는데요. 좋은 쌀을 고르는 방법, 또한 세심한 입맛을 가진 딸을 위해 노력하다 보니 알게 된 새로운 요리방법 같은 것도 말이죠. 제가 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요리 중에 카레가 있는데요. 거기다 항정살도 엄청 좋아하고요. 그런데 이 두 가지를 합친 요리팁이 나와서 반갑기도 했답니다. 아무래도 이번 주말에는 제가 요리사가 되어 새로운 카레를 한번 해봐야겠어요. 또한 딸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빠의 비법레시피10’이라는 부록도 있으니 정말 요모조모 알찬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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