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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제생태계 - 생성-성장-소멸-재생성 순환 체계 단절로 침하되고 있는
NEAR재단 엮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평점 :
나만의 도시를 직접 건설하고 경영하는 게임에 한참 빠져 있던 기억이 문득 떠오르네요. 그 작은 도시를 경영하면서도 나름 얼마나 머리를 써야 했던지요. 거기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을 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하기도 하고, 제가 생각지도 못했던 경우의
수가 계속 등장해서 난감했는데요. 그때 얼핏, 도시가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처럼 움직인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이 책의 제목에도 끌렸던 거 같아요. 바로 <한국의 경제생태계>입니다.
한국의 미래 전략을 연구하기 위해 순수 민간자본으로 설립된 독립 싱크탱크인 NEAR재단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나아가서 미래의 한국 경제를 다각도로 연구한 결과물인데요. 경제생태계, 정치생태계, 사회생태계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긴밀한 교류와 견제 속에서
만들어지는 균형상태까지 살펴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물론 에필로그의 제목 “미완성 교향곡의 연주를 부끄럽게 마치며”처럼, 한국의 경제 생태계 아름다운 미완성 교향곡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야 ‘생성, 성장, 소멸, 재생산’의 순환체계가
이어질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경제 전문가 14인과 함께 1부
총론, 그리고 2부 부문별 생태계를 들여다 볼 수 있었는데요. 처음에는 책의 분량에 놀랐지만, 예상보다는 쉽게 읽히는 책이었어요. 경제에 정치, 사회, 문화를
더해서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에 그런 거 같아요. 거기다 그림을 통한 설명이 있어서, 일목요연하게 이야기의 전개과정을 그려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인상적인 것은 단순히 과거와 현재를 분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거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이
있다는 것이었어요. 물론 전체적으로 보자면, 거시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방향성이 명확해 보이기는 하지만 분야별로 내놓는 대책들이 상당히 구체적인 편이라 눈길이 가더군요.
개인적으로 저는 8장 ‘복지체제와
연금 체제의 생태적 구조’를 흥미롭게 보았는데요. 어떠한
간섭효과가 있어도 그 결말은 ‘미래 세대 국민 부담 증가, 미래
복지 재정 압박’ 쪽으로 향하고 있더군요. 아무래도 현대
국가의 복지체제는 전후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일궈낸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제는
저출산, 고령화 그리고 저성장이 당연시되는 세상이기에 문제점이 계속 노출될 수 밖에 없겠지요. 거기다 복지를 정치에 특히나 선거에 활용하는 것도 문제인데요. 여기에
대한 규제방법 역시 상당히 긍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가뜩이나 위태로운 복지 생태계가 더 이상 흐트러져서는
안되겠지요.
책을 다 읽고 나니,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툭툭 튀어나오는 불편함만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그 것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눈이 조금은 생긴 기분도 들고 말이죠. 처음에는 책의 분량에 당황했지만, 지금은 이렇게 다채로운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집약적으로 묶어낸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