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도시적인 삶 - 무지개떡 건축 탐사 프로젝트
황두진 글.사진 / 반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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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무지개떡 건축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최명철의 <집을 생각하다>를 읽으면서였는데요. 그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어서 저만의 공간을 꾸밀 방법을 생각해보기도 했었죠. 옆으로 공간을 넓히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위로 쌓아 올리는 것은 여지가 많으니까요. 그러다 TVN 예능프로그램 알쓸신잡’, 전주편을 보면서 무지개떡 건축이 실제로 어떠한 형태로 움직이고 있는지 알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런 아이디어를 낸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 탐사 프로젝트’, <가장 도시적인 삶>을 읽으면서 더욱 다채롭게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무지개떡 건축은 주거와 사무 그리고 상업의 공간이 합쳐진 모습인데요. 이전의 도시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목적에 따라 차로 건물과 건물을 이동했다면요. 무지개떡 건축은 자신의 다리로 걸어서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흥미롭게 다가와요. 대도시의 점과 같은 형태가 아니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길이기도 하겠지요. 그리고 이 책을 통해 그가 재조명한 것은 바로 구도심의 낡은 주상복합건물들의 진화입니다. 이 책을 통해서 다양한 무지개떡 건축물을 살펴보면서 문득 기분 좋은 바람이 떠올랐어요.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총 인구의 92퍼센트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고 해요. 또한 전체 주택 유형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60퍼센트를 넘어서고 있고요. 그래서 더욱 획일적으로 느껴지는 대한민국 도시의 풍경에 무지개떡 건축이 변곡점이 되어주지 않을까 하는

또한 한국뿐 아니라 외국의 케이스도 몇 개 수록되어 있는데요. 그 중에 방콕의 독특한 도시구조에서 만들어진 골목길 소이덕분에 방콕의 중요한 건축 유형으로 자리잡은 상가주택이 기억에 남더군요. 사대문 안의 유일한 지역형 전통시장이라는 통인시장과 한 몸이 된 효자아파트처럼 이미 오래 전에 자리잡은 건물의 발달과정도 인상적이었지요. 그리고 방콕의 사례를 통해 오래된 도시의 구조를 바꿀 필요 없이 자리잡고 새로운 매력을 더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요. 아무래도 오래된 것은 다 부스고 새롭게 짓는 것이 익숙한 상황이죠. 하지만 금방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더욱 건물을 제대로 짓지 않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오래된 건물 그리고 오래된 풍경을 지키며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들이 눈길을 끌어요. 결국 인구가 줄어들면 도심유턴현상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데, 그 곳을 어떻게 정비하느냐에 대한 좋은 답이 되어주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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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제생태계 - 생성-성장-소멸-재생성 순환 체계 단절로 침하되고 있는
NEAR재단 엮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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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도시를 직접 건설하고 경영하는 게임에 한참 빠져 있던 기억이 문득 떠오르네요. 그 작은 도시를 경영하면서도 나름 얼마나 머리를 써야 했던지요. 거기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을 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하기도 하고, 제가 생각지도 못했던 경우의 수가 계속 등장해서 난감했는데요. 그때 얼핏, 도시가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처럼 움직인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이 책의 제목에도 끌렸던 거 같아요. 바로 <한국의 경제생태계>입니다.

한국의 미래 전략을 연구하기 위해 순수 민간자본으로 설립된 독립 싱크탱크인 NEAR재단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나아가서 미래의 한국 경제를 다각도로 연구한 결과물인데요. 경제생태계, 정치생태계, 사회생태계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긴밀한 교류와 견제 속에서 만들어지는 균형상태까지 살펴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물론 에필로그의 제목 미완성 교향곡의 연주를 부끄럽게 마치며처럼, 한국의 경제 생태계 아름다운 미완성 교향곡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야 생성, 성장, 소멸, 재생산의 순환체계가 이어질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경제 전문가 14인과 함께 1부 총론, 그리고 2부 부문별 생태계를 들여다 볼 수 있었는데요. 처음에는 책의 분량에 놀랐지만, 예상보다는 쉽게 읽히는 책이었어요. 경제에 정치, 사회, 문화를 더해서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에 그런 거 같아요. 거기다 그림을 통한 설명이 있어서, 일목요연하게 이야기의 전개과정을 그려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인상적인 것은 단순히 과거와 현재를 분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거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이 있다는 것이었어요. 물론 전체적으로 보자면, 거시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방향성이 명확해 보이기는 하지만 분야별로 내놓는 대책들이 상당히 구체적인 편이라 눈길이 가더군요.

개인적으로 저는 8복지체제와 연금 체제의 생태적 구조를 흥미롭게 보았는데요. 어떠한 간섭효과가 있어도 그 결말은 미래 세대 국민 부담 증가, 미래 복지 재정 압박쪽으로 향하고 있더군요. 아무래도 현대 국가의 복지체제는 전후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일궈낸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제는 저출산, 고령화 그리고 저성장이 당연시되는 세상이기에 문제점이 계속 노출될 수 밖에 없겠지요. 거기다 복지를 정치에 특히나 선거에 활용하는 것도 문제인데요. 여기에 대한 규제방법 역시 상당히 긍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가뜩이나 위태로운 복지 생태계가 더 이상 흐트러져서는 안되겠지요. 

책을 다 읽고 나니,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툭툭 튀어나오는 불편함만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그 것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눈이 조금은 생긴 기분도 들고 말이죠. 처음에는 책의 분량에 당황했지만, 지금은 이렇게 다채로운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집약적으로 묶어낸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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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서문
버크.베카리아.니체 외 27인 지음, 장정일 엮음 / 열림원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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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지금은 절판된 독서일기’, 물론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으로 이어지는 분위기이기는 하지만요. 그래도 독서일기로 작가 장정일을 처음 알게 되어서, 저에게는 독서가로 더 강하게 인식되어 있는 거 같아요. 그의 독서력과 필력에 대한 저의 신뢰덕분인지, 그가 다양한 분야의 책에서 뽑아낸 서문집 <위대한 서문>이 더욱 반갑게 느껴지더군요.

사실 저는 서문을 유심히 읽는 편이 아닌데요. 그래서 서문에 대한 기억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떤 책이었는지도 명확하지 않지만, ‘, 아직도 서문이었다니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 한 조각 겨우 떠오르네요.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다채로운 서문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게 되었네요. 생각해보면 제가 읽은 책도 몇 권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서문만 이렇게 따라 모아서 보니 그 느낌이 다르고, 읽고 싶은 책도 정말 많아지더군요.

아무래도 이 책을 통해 서문이 갖고 있는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기 때문입니다. 장정일은 책의 제목을 압축파일’, 그리고 서문을 그 압축파일을 풀 수 있는 암호로 비유하는데, 참 적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서문을 여러 번 봐야 하는 이유 역시 설명하고 있어요. ‘저자의 욕망이 고스란히 투영된것이 바로 서문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본문과 서문 사이에 간극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요. 만약 그 차이가 크다면, 작가는 그 방향으로 더 나아가려고 노력할 것이라는 뜻이 된다고 합니다.

예를 하나 들자면,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네 형제들>의 서문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어떠한 책이라도 끝까지 읽어보겠다는 세심한 독자들에게 조차 나는 소설의 첫 장면에서 책을 내던질 수 있는 가장 적당한 구실을 그들에게 제공해준 셈이다라는 글이죠. 심지어 머리말이 불필요하다는 데전적으로 동의하면서까지 쓴 서문이기도 합니다. 문득 처음 이 책을 읽었던 학창시절이 떠오르네요. 정말 인내와 끈기로, 말 그대로 글씨를 읽는 행위 그 자체였는데요. 문득 그 때의 저는 나름 세심하고 성실한 태도를 갖고 있었던 거 같아서 칭찬을 해주고 싶어지네요. 그리고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고, 그의 서문에 제대로 응답해 보기 위해서라도, 다시 한 번 카라마조프네 형제들을 꺼내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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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조림의 탄생 - 알고도 먹고, 모르고도 먹는 저장음식
게리 앨런 지음, 문수민 옮김 / 재승출판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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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제철 음식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끼니마다 때에 맞는 제철음식만을 먹을 수 없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인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음식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왔어요. 음식을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은 인류사에 큰 자양분이 되었는데요. 바로 떠오르는 것이 세계 최대의 제국을 건설한 징기스칸을 가능하게 했던 육포이기도 하네요. 그리고 저장식품 하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통조림 역시, 프랑스의 전쟁식량으로 고안한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니 말이죠. 그리고 앤디워홀의 캠벨 수프 캔 연작으로 현대를 대표하는 물건 중에 하나가 될 수 있었죠.

‘CAN IT!’이라는 원서제목부터 유쾌하게 느껴졌던 <통조림의 탄생>은 제가 기대한 것과는 조금은 달랐던 거 같아요. 통조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나아가서 미래까지 살펴볼 수 있지 않을까 했었거든요. 하지만 원서에 달린 부제 ‘The Perils and Pleasures of Preserving Foods’대로, 저장식품의 빛과 그림자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음식을 보존하는 방식을 과거와 현재로 나누어서 살펴볼 수 있고요. 보존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 예를 들자면 세균에 대한 것까지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아직까지는 누리고 싶은 무지의 보호막이 깨지는 순간도 꽤 있었답니다. 특히 제가 너무 좋아하는 치즈에 대해서는 차마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겠네요.

그 중에 제일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5장이었는데요. 지리적 그리고 시대적 상황이 만들어내는 식습관의 차이를 살펴볼 수 있었거든요. 아무래도 김치하면 빨갛게 잘 익은 배추김치를 떠올리곤 하는데요. 하지만 한국에 고춧가루가 들어온 것은 임진왜란 이후이고, 배추는 그 이후에 들어왔다고 하죠. 이와 비슷하게 한국의 김장문화와 비슷하게 파스타 소스를 만드는 문화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 이탈리아에 토마토가 알려진 것은 신대륙 발견 이후라고 하네요. 하지만 책에 언급된 것처럼 고추가 전래되기 전의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요리가 어떤 모습인지 상상하기 어려운 것처럼, 토마토가 전래되기 전에 이탈리아 그리고 유럽의 음식 역시 상당히 다른 형태가 아닐까 합니다.

또한 사람들은 이동할 수 있지만, 식품의 원재료는 그렇지 못하다 보니, 생기는 에피소드도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올리브가 있었는데, 올리브 나무가 잘 자라지 않는 지역에서 이를 대체하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도 있었어요. 어쩌면 이런 부분들도 식품 보존 기술을 높이는 주요한 원인이 되었겠지요. 그리고 이러한 욕구가 보존법의 발전을 촉진하고 있을 거 같기도 하고요. 재미있는 부분들도 많았고, 조금은 난해한 부분도 많았고, 한편으로는 여기까지 알고 싶지 않았던 부분도 많았던 책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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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탄잘리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지음, 류시화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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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빈드라나트 타고르, 그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시인인데요.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바로 타고르가 1920년 동아일보 창간에 맞춰 기고한 동방의 등불이라는 시 덕분이었습니다. 아마 타고르의 시를 읽어본 적이 없는 사람도 그 제목만은 알지 않을까 싶네요. 그 시를 읽다 보면, 일제 강점기를 살아가던 우리 민족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을지 그리고 영감을 주었을지 짐작이 가더군요. 시가 가진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이번에 읽은 <기탄잘리>, ‘기트(git)’노래’, ‘안잘리(anjali)’두 손 모아 바친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시집입니다. 타고르는 모국어인 동인도 벵골어로 썼던 시를 스스로 영역하여 출간하였는데요. 일대일로 완벽하게 대응되는 번역은 있을 수 없기에, 그가 직접 번역을 했다는 사실이 참 감사한 생각이 들더군요. 103편의 원문시와 시인 류시화의 번역을 거친 시 그리고 그의 삶과 업적에 대한 글로 엮어져 있어요. 그 중에 예이츠의 서문이 있었는데, 그가 이 시집을 읽고, 과연 이렇게 아름답고 감동적인 시가 어떻게 가능했는지가 궁금하여 벵골 출신의 의사를 찾아가 나눈 대화가 기억에 남더군요. “그의 시를 한 줄 읽으면 세상의 모든 괴로움을 잊게 됩니다.” 지금은 세상이 좋아져서, 이렇게 시집 뒤에 바로 그의 삶과 시대에 대해서 알 수 있으니 어쩌면 예이츠가 구하던 것ㅇ, 바로 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어요.

 노래의 바침으로 이루어진 103편의 시는, 신을 위한 것 일수도 있고, 사랑하는 연인, 가족, 그리고 세상의 모든 것을 위한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 기도문이 생각나지 않아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그대로 기도문이 될 것이고, 연서를 써야 하는 사람에게는 그대로 사랑의 속삭임이 될 거 같아요. 그 중에서도 책을 다 읽고도 떠오르던 시는 바로 25번째의 시입니다. 아무래도 제가 잠을 잘 못 자는 편이라서 그런 것일까요? 첫 줄을 읽는 순간, 문득 세상에 이런 이가 있다면 끝없는 찬미를 올리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 다음 줄을 읽으니 어쩌면 누군가에게 혹은 무엇인가에 기대는 제가 문제가 아닐까 하더군요. 어쩌면 이 시에 당신은 바로 나 자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고 말이죠. 짧다면 짧은 시도 있고, 길다면 긴 시도 있었는데, 한 줄 읽을 때마다 다채로운 감정과 생각의 운율에 빠져들 수 있는 것이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지친 밤에는 잠과 씨름하지 않고 편안히 잠들게 하소서. 내 신뢰를 온전히 당신에게 맡긴 채.

내 지친 정신이 억지로 당신을 위해 초라한 예배를 준비하지 않게 하소서.

하루의 피곤해진 눈 위로 밤의 장막을 드리우는 이는 당신입니다. 더 싱그러운 기쁨으로 깨어나 세상을 보는 눈이 새로워질 수 있게 하는 이도 당신입니다.(3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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