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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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와 좋은 짝이 되어줄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포르투갈의 높은 산>이네요. 삶과 신에 대한 믿음을 깨달으며 성장해가는 소년의 이야기에서, 그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진 이후, 그 것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여정을 담고 있으니 말이죠. 마치 한 인간의 삶의 순환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집을 잃다’, ‘집으로’, ‘으로 이루어진 3부작인데, 이 이야기마다 연결점이 있어요. 바로 마리아라는 이름의 여성이죠. 전에 결국 인류가 돌아가야 할 마음의 고향은, 거룩한 마리아의 모성이라는 글을 본 기억이 절로 떠오르더군요. 아무래도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책이라서 그런 영감을 받았는데요. 특정 종교라기보다는, 사람들이 찾고 있는 진리라고 생각하고 읽어도 무방한 거 같아요. 그 진리는 과연 어디에 어려 있는 것일까요? 계속 그런 의문을 갖고 책을 읽었던 거 같아요.

1집을 잃다에서는 세상 끝에 홀로 버려진 듯한 토마스가 등장합니다. 배경은 1904년 리스본, 아버지와 아내 그리고 아들까지 잃은 토마스는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절망에 휩싸여, 그러한 운명을 준비해둔 신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 차오르죠. 그는 포르투갈의 높은 산에 성베드로 성당을 흉내 낸 교회 심장부에 자리잡은 십자고상(十字苦像,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수난을 새긴 형상)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17세기 중반, 자신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품게 된 율리시스 신부가 조각한 것인데, 신부의 일기를 보면서 동질감을 느꼈던 거 같아요. 그렇게 긴 여행을 떠나려는 토마스에게 숙부인 마르팅은 기술적인 경이라는 찬사를 하며 자동차를 내어주지요. 하지만 그 길에서 토마스가 찾게 된 것은 또 하나의 죽음일 뿐이었어요. 죽음 앞에서, 언젠가는 그 역할을 바꿔야 하는 것을 그 순간에는 여전히 깨닫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 아닐까 하네요. 그리고 그 죽음은 2집으로로 이어지게 됩니다. 솔직히 2부는 상당히 어려운 편이었어요. 문득 율리시스,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으로는 오디세우스의 모험처럼, 집을 잃는 것은 쉽지만, 집으로 가는 길은 참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3은 상당히 충격적인 이야기였습니다. 목차만 보고 소설의 정반합이 명쾌하게 이루어지겠구나, 막연히 예상했던 것이 무안할 정도였죠. 제목만 보고, 그리고 애타게 그 곳을 향해 가는 토마스에게 끌려 그 곳에 높은 산이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 곳에 십자고상이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그 곳에 가면 집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마치 이 길에 끝에 행복이 있을 거라고, 이 것만 버텨내면 다 잘 될 것이라고 믿는 것과 닮아 있다고 할까요? 행복은 그 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있고, 고난이라고 여기는 이 순간조차 나의 삶의 한 조각임을 그 것이 다 모여서 인생이 되는 것일 뿐임을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합니다. 3부에 등장하는 침팬지의 이름은 오도’Odo’인데요. 이 것이 한국말로 그릇된 길로 이끌림이라는 뜻이 있는 단어잖아요. 그래서일까? 제가 이 책을 오도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의 작가 얀 마텔의 “소설의 운명은 반은 작가의 몫이고 반은 독자의 몫이다. 독자가 소설을 읽음으로써 작품은 하나의 인격체로 완성된다는 말처럼 저는 이 책을 이렇게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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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12-14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주문해두었는데... 기대되네요~
 
남극 2041
로버트 스원.길 리빌 지음, 안진환 옮김, W재단 / 한국경제신문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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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2041>, 제목부터호기심을 자극했는데요. 2041은 남극에서 채굴활동을 금지하는 등, 남극을평화롭게 이용할 것을 약속한 남극 조약이 만료되는 해입니다. 남극은 인간이 살아갈 수 없는 곳이지만, 그 곳에서는 원유나 가스 비롯하여 다양한 광물자원이 다량으로 매장되어 있다고 해요. 그래서 2041년이 되면, 지구상에남은 마지막 대자연인 남극을 보호하는 국제협약을 재검토하고 조정할 수 있다는 것에 우려의 시각을 갖게 되는 것이죠. 그가 남극의 환경보호를 위해 세운 제단의 이름이 ‘2041’인 것도너무나 의미 있게 다가오더군요.


 

로알 아문센과 로버트 스콧이 벌인 남극점 정복 경쟁, 그리고 가장 위대한 실패라는 찬사를 받은 어니스트 새클턴까지, 남극 탐험 초기에 대한 이야기는 사람들의 관심사이기도 했지요. 하지만이제 사람들의 관심사에서 살짝 빗겨나간 남극에 대해 꿈을 키워온 한 남자가 있습니다. 바로 인류 최초로남, 북극점에 도착한 로버트 스원인데요. 그는 어린시절 스콧의일대기를 다룬 남극의 스콧을 보며 남극에서 생존하겠다는도전의식을 키웠지요. 그 후 스콧을 정권의 필요에 의해 필요이상으로 영웅시 했다는 책에 상당한 반감을보일 정도로 말이죠. 자신에게 주어진 편안한 길을 포기한 그는 어린 시절의 꿈과 자신의 영웅을 위해남극으로 떠나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데요. 기억에 남는 부분은 그 극한의 환경에서 남극점이 아닌 자신의스키 바로 앞에 일어나는 상황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이었어요. 어쩌면 남극과 북극그리고 나아가서 환경보호운동가로 활동하는 지금까지 그의 삶이 그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큰꿈을 품고 있지만, 시선은 언제나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죠.

 

우여곡절 끝에 남극에서 탐험가가 아닌 생존가로 귀환한 그는 불가 100여년만에 달라진 남극의 기후와 자연환경에 주목하게 됩니다. 남극에 직접 가보았기에, 그 곳이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알 수 있었고, 인류가 지켜야 할주요한 자연임을 깨닫게 된 것이죠. 그리고 협약으로 평화로운 상태인 것 같지만, 이미 많이 훼손되고 있다는 것도요. 그 후로도 남극에 버려진 쓰레기를 회수하는 프로젝트나 지금현재 진행중일 친환경 에너지만을 이용한 남극탐험 같은 것을 통해서 남극을 보호하기 위한 실천적 운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이 순간 남극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도 단계별로 알려주는데요. 지금 이 순간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것들부터 시작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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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킹 소사이어티 - 록음악으로 듣는, ‘나’를 위한 사회학이야기
장현정 지음 / 호밀밭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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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노래를 들으면, 그 가사를 너무나 알고 싶어 해요. 그래서 팝에 빠졌을 때는 영어를, J팝에 빠졌을 때는 일본어를 참 열심히 공부하곤 했지요. 작년에 밥 딜런이 노벨 문학상을 받았을 때,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오기는 했지만, 저는 그가 음유시인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답니다. 그의 노래 가사를 보면 너무나 아름답게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죠.

제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것은 바로 청소년 시절에 즐겨 듣던 록음악이 아닐까 해요. 레드 제플린, 이글스, 건스 앤 로지스, , 메탈리카, 너바나에 빠져 있었거든요. 제가 우울할 때면 꼭 챙겨 듣는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 누군가는 악마숭배나 마약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만, 저는 이 노래 가사를 듣다보면, 내 마음대로 풀려가지 않는 인생 그 자체를 노래하고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 <록킹 소사이어티>를 읽으면서, 얼마나 행복하던지 말입니다. 록밴드 출신 사회학자 장현정이 15개의 키워드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요. 책에도 인용된 밥 말리의 "음악으로 혁명을 일으킬 순 없다. 그러나 사람들을 깨우치고 선동하고 미래를 꿈꾸게 할 수는 있다라는 말처럼, 노래를 통해 사회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연필로 그린 듯한 뮤지션의 그림도 좋았어요.

밥 말리의 음악과 함께 풀어가는 예수와 교회는 별개다’, 그리고 빌리 조엘로 시작하여 너바나로 마무리된 성난 왼손잡이들이 기억에 남아요. 특히나 개인이 사회를 닮아가는 과정을 넘어, 사회가 원하는 모습으로 개인이 맞추어 나가는 것이 아닌가 싶은 사회화에 대한 이야기는 마음에 와 닿는 부분들이 많더군요. 이 글을 읽고는 너무나 1차원적일지 몰라도 패닉의 왼손잡이를 들으며, “나는 왼손잡이야를 외쳐보았답니다. 그리고 빌리 조엘의 어머니의 "I love you, just the way you are, 나는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한단다"라는 위로가 너무나 그리워서 그의 “Just the way you are”도 이어서 들었는데요. 사회가 개인을 재단하기보다는 사회가 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대로 사랑해주길 바라는 것은 너무나 큰 욕심이겠지만, 밥 말리의 말처럼 노래를 들으며 꿈은 꿀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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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읽는 법 - 하나를 알면 열이 보이는 감상의 기술
이종수 지음 / 유유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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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산수화, 그리고 나아가서 동양화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해서일까요? 주로 서양화의 전시회를 가게 되는데요. 이번에 <옛 그림을 읽는 법>을 읽으면서, 그 신묘한 아름다움에 점점 빠져드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아무래도 이 책의 저자인 이종수 덕분인 거 같아요. 옛 그림을 만났던 초심으로 돌아가서 쓴 책이라고 하는데요. 함께 미술관을 거닐면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세심함을 넘어 다정함이 느껴지더군요.

단 하나의 작품으로 시작하는데요. 아무래도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화가가 아닐까 하는 겸재 정선의 만폭동입니다. 금강산의 기기묘묘한 풍경을 담아낸 그림이지요. 일단은 명제표를 함께 살표보는데요. 전시회에 가면 그림 아래 붙어 있는 아주 간단한 안내문이죠. 하지만 거기에서부터도 끌어낼 수 있는 이야기가 정말 많더군요. 그리고 누가, 무엇을, , 어떻게, 무엇으로, 어디에 그렸을까?’라는 7개의 소주제와 무엇을 더했을까?’라는 하나의 주제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어떻게 2개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이유가 분명하더군요. 겸재 정선은 진경산수화의 대가인데요. 진경 산수화는 다른 그림을 모사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의 자연을 그대로 화폭에 옮겨 담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조선의 산하에 어울리는 화법이 필요했던 것이죠. 산수화는 수묵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준법皴法이 중요한데요. 주름 준皴,에서 알 수 있다시피, 산이나 암석의 양감을 나타내기 사용하는 방법을 뜻합니다. 그리고 겸재는 중국의 준법이 조선의 자연과 어울리지 않음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수직준, 미점준, 점묵법등의 화법으로 겸재준을 만들어내게 되는 것이죠.

그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양필법입니다. 그는 붓 두자루를 한 손에 쥐고 그리는 방석을 통해 화폭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는데요. 만폭동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소나무들이 바로 그 흔적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겸재 정선하면 인왕제색도가 먼저 떠오르는데, 양필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이 작품을 수록해놓은 것을 보니, 양필의 흔적이 보이는 거 같아서, 더 큰 사진을 찾아보기도 했네요. 그러다 청풍도도 보게 되었는데, 겸재준을 조금씩 찾아볼 수 있을 만큼, 보는 눈이 조금은 좋아진 거 같아요. 물론 만폭동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자연스럽게 중국과 조선의 많은 산수화를 함께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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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의학자 - 의학의 눈으로 명화를 해부하다 미술관에 간 지식인
박광혁 지음 / 어바웃어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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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화학자, 인문학자에 이어서 이번에는 <미술관에 간 의학자>를 만나보았는데요. 자신의 직업적 관점을 더해서 미술을 감상하는 것이 정말 흥미롭게 느껴지더군요.

예전에 사진이 없던 시절에는 그림이 그 역할을 대신했었으니까요. 현대 의학의 지식으로 그 그림들을 보면서 진단을 하는 과정이 특히 재미있었는데요. 바로 캔버스에서 찾은 처방전입니다. 사실적 묘사로 잘 알려져 있던 그랜트 우드의 아메리칸 고딕을 보면, 등장하는 여인의 튀어나온 눈과 긴 목은 갑상샘기능항진증 환자의 전형적인 증상과 부합하는 것이었죠. 또한 작자 미상의 덴마크에서 온 앤 왕비의 초상의 경우에는 눈썹 바깥쪽 3분의 1이 사라지거나 희미해지는 것이 바로 갑상샘기능저하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요. 처음에는 눈썹이 희미해지는 것만 생각하고, ‘모나리자를 떠올렸었는데요. 전체가 아니라 3분의 1이 포인트더군요.

그리고 풍자와 해학을 화폭에 담아내었던 제임스 길레이가 그려낸 통풍은 재기발랄함이 느껴졌는데요. 주걱턱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합스부르크 왕가에 또 다른 병마의 그림자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비정상적인 턱구조로 인한 어려움과 체중관리를 위해, 정말 이름 그대로 황제 다이어트를 했다고 해요. 그래서 고담백 음식을 과하게 섭취한 결과, 심한 통풍으로 고생을 했다고 합니다. 티치아노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 5세의 초상'을 보면, 신발의 크기가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심한 통풍으로 발이 붓고 아파서 그러했다고 하네요. ‘세상을 바꾼 질병에서는 페스트나 스페인 독감 그리고 나폴레옹의 초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위장질병으로 고통받은 흔적과 나아가 위암이 위심되는 모습까지 볼 수 있기도 해요.

하나의 사건을 화가의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는 이야기도 기억에 남더군요. 소시민과 프롤레타리아의 지지를 받고 있었던 자코뱅당은 급진적인 개혁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는데요. 이를 대표하던 장 폴 마라의 암살사건을 갖고 화가들이 자신의 관점을 보여줍니다. 그 중에 질병과 죽음에 대한 그림을 많이 그렸던 에드바르 뭉크는 이를 자신의 문제로 재해석하여, ‘마라의 죽음 1’을 그려냈죠. 스페인 독감의 이야기에서부터 이어오던 뭉크의 일관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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