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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시스터즈 키퍼
조디 피코 지음, 이지민 옮김, 한정우 감수 / SISO / 2017년 11월
평점 :
예전에 영화로 ‘마이 시스터즈 키퍼,
My Sister's Keeper’를 본 적이 있습니다. 삶과 죽음에 대해서 그리고 나아가서는
인권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보게 해주는 이야기였는데요. 그 때의 여운이 남아 있어서, 이번에 원작이 새로운 번역과 전문가의 감수를 더해서 출판되어서 읽어보게 되었어요.
"제 몸을 지키기 위해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
용돈을 모아 변호사를 찾아온 13살 안나 피츠제럴드의 이 말이 참
의미심장한데요. 그녀는 급성전골수세포성백혈병이라는 희귀병을 갖고 있는 언니 케이트의 치료를 위해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맞춤 아기라고 할 수 있어요. 뱃속에 있을 때도 이름조차 갖지 못했어요. 태어나서는 제대혈을 언니에게 주는 것으로 시작해서, 림프구, 골수, 백혈구, 조혈세포
등을 기증해야 했고, 이를 위해서 자신의 삶을 준비해야 하는 상태였지요. 언니의 병은 나아지지 않았고, 이제는 신장을 하나 이식해주길 원하는
엄마의 요구에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나서게 된 것입니다. 사실 그런 아기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잘 몰랐기
때문에 영화를 볼 때도, 그리고 소설로 접할 때도 정말 충격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인간의 생명은 소중한 것이지만, 그 것을 위해서 다른 생명의
일방적인 희생을 필요로 한다면, 그것이 과연 가치가 있는 것일까요?
영화를 볼 때도, 그리고 지금도 저는 일관되게 안나의 입장에 서서
응원을 했었어요. 그래도 아버지인 브라이언, 그리고 첫째인
제시, 그리고 케이트까지 그들의 입장에 공감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어요. 특히나 소설로 그들의 시점에서 교차하면서 이야기를 바라보니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영화를 보는 내내 저에게 답답함을 넘어서 분노를 안겨주었던 사라마저도요. 마치 경주마처럼 시야가 가려져 오로지 아픈 케이트 만의 희로애락만 살피는 그녀의 집착도 아주 미세하게나마 공감이
되더군요. 어쩌면 그녀에게도 엄마는 처음이라, 그리고 또한
아픈 딸을 지켜내야 하는 엄마 역시 처음이라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마음도 들었어요. 아무래도 그
이유는 제가 소설과 영화의 마무리가 전혀 다르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하지만 소설은 제 입장에서는 반전 그 자체였고, 이 책의 제목이 은유적인
것이 아니라, 정말 직설적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기분이 묘해졌네요.
그냥 안나에게 의학적 치료에 대한 결정권을 준 판결로 끝냈으면 안 되는 것이었을까요? 소설의
마무리를 몰랐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