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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들 - 사이코패스 전문가가 밝히는 인간 본성의 비밀
애비게일 마시 지음, 박선령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사이코패스 전문가가 밝히는 인간 본성의 비밀’이라는 부제와 <착한 사람들 Good
for Nothing>이라는 책제목이 처음에는 반어법처럼 느껴졌었는데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어쩌면 이타주의로 인간의 본성이 선함을 증명하고 있는 사람들을 가장 잘 드러나게 하는 존재가
바로 사이코패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책의 저자 애비게일 마시는 고속도로에서 한 사람의
도움으로 구조되었던 적이 있는데요. 제목 그대로 ‘Good for
Nothing’을 행하는 사람을 보면서, 그녀는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다른 이를 도울
수 있는 이타심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 서있는 사이코패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행동과 뇌를 함께 연구하며,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최악과 최선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게
해주는 그녀의 책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요즘 세상은 놀라게 하고, 공포에 물들게 하는 존재가 바로 사이코패스가
아닐까 합니다. 그들이 갖고 있는 사이코패시는 발달장애라고 해요. 이들은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데, 특히나 타인의 고통에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못한다고 합니다. 편도체는 사회적 뇌라고 불릴 정도로, 인간의 경험을 사회적 정서적으로
조직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가진 아이들은 편도체 기능 장애 때문에, 타인의 고통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죠. 그래서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는 사람들이 착한 행동을 하는 것은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함인 것이죠. 예전에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 강호순이 강아지와 찍은 사진을 SNS에 업로드한 것이 화제가 된적이 있어요. 일반적으로 사이코패스는 반려동물을 못 키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는 자신을 착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한 이미지메이킹 용도로 사용했을 뿐이었습니다.
이와 반대로 이타심이 강한 사람들은 타인의 두려움을 알아차리는 능력이 매우 발달해 있다고 해요. 그래서 그러한 관심과 연민을 바탕으로 직접 타인을 위해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것이죠. 심지어 그들은 그 행위 자체에서 강한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낀다고 해요. 문득
평범한 인간조차도 권위에 복종해서 충분히 잔혹한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스탠리 밀그램의 ‘복종실험’에서 그녀가 읽어낸 또 다른 것들이 떠오르네요. 그 실험에 참여했던
사람들 중에 물론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하거나 공격적으로 행동한 사람들이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던 사람이 더 많았다는 것이죠. 그 뿐만 아니라 책을 읽다 보면,
인간이 갖고 있는 이타심은 어떻게 보면 상당히 보편적인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은 쉽게 요즘 세상이 각박해지고 있다고 말하죠. 그런데 이 말은
고대 그리스 벽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는 ‘요즘 애들 버릇없어’라는
낙서와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합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나 배려의 부분을 살펴보면, 과거에 비해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그리고
다양한 자료를 보면 우리의 선함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기도 해요. 어떻게 보면, 사회가 자극적인 뉴스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끊임없이 재생산해내는
것도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그것을 간과해서는 안되지만, 인간이
보여주는 선한 행동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니까요. 그리고 그러한 선행은 거기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인간의 본성이 냉혹하거나 이기적이기보다는 선하다는 것을 아직 세상은 따듯하고 살만하다는 것을
자꾸 일깨워주고, 자신도 선행을 베풀 수 있는 동기부여도 될 것이니까요. 이 책도 그런 취지에서 더욱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